정토행자의 하루

아산법당
미용실에서 부처님 법을 전하는 우리는 부부 미용사

아산법당의 부부도반 권선화, 이석봉 님은 함께 미용실을 운영하며 전법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이 미용실을 거쳐 행복학교,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한다고 합니다. 힘들고 괴로워하는 손님들에게 마음을 다하고, 본인의 스토리에 살짝 양념을 더 했더니, 전법이 술술 된다고 하는 두 분의 수행담을 소개하겠습니다.

일하며 전법하는 행복한 부부도반인  권선화 님과 이석봉 님
▲ 일하며 전법하는 행복한 부부도반인 권선화 님과 이석봉 님

연민으로 시작된 우리의 인연

서른 중반 즈음 남편을 만났습니다.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 주고 싶어 저희는 사랑보다는 연민의 감정으로 연애를 시작했고, 만난 지 6개월 만에 결혼했습니다. 각자 힘들게 살아온 지난날의 아픔을 서로 위로하며 아껴주고 사랑하면서 정말 잘 살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결혼하고 나서 어릴 적 순탄하게 지나갔던 사춘기를 심하게 앓았습니다. 별거 아닌 일에 자주 화를 내고 우울 증세도 보였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버지, 정신적 장애를 앓고 있던 어머니, 그러한 환경에서 남편은 항상 남의 눈치를 보며 소극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돌아보면 남편은 몸만 큰 성인이었지, 정신적으로는 아직 덜 성숙한 어린아이와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아버지의 영향인지 남편은 항상 자살을 염두에 두고 살았습니다. 제가 임신 중임에도 남편은 걸핏하면 자살과 이혼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위태로운 가정생활을 이어가며 너무 힘들고 괴로웠지만, 배 속에 아이를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이 가정을 지키고 싶었습니다.

책을 읽거나 유튜브에 나오는 다양한 심리 관련된 강의를 찾아 들으며 현실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 쳤습니다. 유튜브를 자주 시청하면서 이따금 한 스님의 영상이 자주 눈에 들어왔습니다. 당시에는 교회를 다니고 있지는 않았지만, 어릴 적 교회에서 선교단 등 꽤 오랜 시간 왕성한 활동을 했습니다. 그래서 불교에는 관심이 없었기에 스님의 얼굴을 보는 것에 불편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즐겨보던 '힐링캠프'라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스님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어 저 스님... 유투브에 나왔던 그 스님?' 방송에 출연할 정도로 유명한가? 여러 패널의 고민을 듣고 짧지만 명료하게 말하는 것을 보고, 스님의 법문을 더 듣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정토회를 알아본 후 남편과 함께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부부가 운영하는 미용실 전경
▲ 부부가 운영하는 미용실 전경

가식이라면 오래 갈 수 있을까요?

결혼 후, 5년 만에 남편이 다니던 직장이 폐업하게 되었습니다. 생활력이 강한 남편은 잠을 줄여가며 닥치는 대로 일했습니다. 저는 미용 일을 20여 년간 하고 있었는데, 힘들게 일하는 남편에게 미용기술을 배워 함께 미용실을 하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했습니다. 며칠 고심하던 남편은 학원을 등록하고 몇 개월 후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중간에 포기하려 했던 남편을 다독이며, 2년 전 지금의 미용실을 남편과 함께 개업했습니다.

미용실을 찾아오는 손님 중에, 저희처럼 부부가 함께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나같이 남편 혹은 아내와 하루에 한 시간 이상은 꼭 싸운다고 합니다. 그리고 도저히 마음이 맞지 않아서 한 사람이 그만두는 일도 많다고 합니다. 저희 부부가 싸우지 않고 2년 동안 함께 가게를 운영하고 있으니,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신기하기도 한가 봅니다. 어떤 단골손님은 사이 좋은 척 가식 떠는 거 아니에요? 미용실에서만 잘 지내고 집에 가면 싸우지 않나요? 라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가식이요? 가식이라면 과연 오래 갈 수가 있을까요? 라고 남편이 반문합니다.

남편은 미용실에서 저를 부인이 아닌 사장, 선배 미용사로 바라보기에 가끔 저의 따끔한 질책에 곧바로 수긍하며 인정합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속상해하거나 화가 나지 않았는지 눈치를 살피게 되는데 남편의 반응이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본인은 뒤늦게 기술을 배웠기에 여러모로 많이 부족하니 혼나고 배우는 것이 당연하다고 합니다. 이렇게 마음에 앙금이 남지 않는 것은 서로에 대한 관점을 제대로 잡고 있기에 가능한 일인 것 같습니다. 감사하고 감사한 일입니다. 무엇보다 저희 부부는 함께 수행하면서 경계에 부딪힐 때마다 스님의 법문을 떠올리며 알아차리는 연습을 꾸준히 하다 보니,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서로 예쁘게 바라봐 주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항상 존댓말을 사용하면서 말과 행동에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을 실으니 싸울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요즈음 저희 부부는 24시간 붙어 있어도 다툼이 없고, 떨어져 있으면 보고 싶어지는 것이 연애 때 느껴보지 못했던 진~한 사랑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JTS 거리모금(오른쪽 첫번째 이석봉 님, 세번째 권선화 님)
▲ JTS 거리모금(오른쪽 첫번째 이석봉 님, 세번째 권선화 님)

미용실이 곧 포교원

법륜스님 말씀 따라 3살까지는 아이를 제가 키워보자 했는데, 2년을 보태 5년 동안 아이 육아에 매진했습니다. 딸아이는 불안감 없이 잘 크고 있어 감사할 뿐입니다.

저는 남편과 함께 미용실 일을 하다 보니, 시간도 안 나고 봉사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열심히 봉사하는 도반들이 무척 부러웠습니다. 일하면서 봉사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고심하던 중에, 불교대학, 스님 강연, 행복학교 등의 홍보를 밖에 나가서 할 수 없으니까, 미용실 안으로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충분히 안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서 전법을 해 보자 하고 마음먹었습니다. 언젠가 법사님도 미용실을 포교원이라 생각하고, 행복을 전해 보라고 했던 말에 힘을 얻어 미용실 곳곳에 행복학교 안내 책자, 포스터 등을 부착하고 홍보했습니다.

예전에는 나의 삶의 무게가 무거워 손님들이 하는 부부, 자식, 연애, 사업 문제 등의 이야기가 너무 듣기 싫고 괴로웠습니다. 그런데 법륜스님 법문을 듣고 수행하며 다져진 마음의 단단함이 감정을 다스릴 수 있게 되어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힘도 생겼습니다. 그렇게 가벼워진 마음으로 힘들고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저의 힘들었던 과거 이야기를 양념 삼아 행복을 전하고 있습니다. 진심이 통했는지 꽤 사람들이 행복학교,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고맙다며 밥을 사거나, 음료수를 사다 주기도 하고 항상 카드 결제하던 사람들이 고마움에 현금 결제를 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의 밝아진 얼굴을 보니 더욱더 많은 이들에게 전법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전법

지금까지 전법 한 사람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습니다. 머리를 하러 왔던 손님인데, 표정도 어둡고 너무 우울해 보여 정토불교대학을 권했습니다. 반신반의하던 그 사람이 불교대학에 입학하고, 그곳에서 함께 공부하던 도반과 결혼까지 하는 경사도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불교대학을 졸업하고 작년에 베트남으로 봉사활동을 떠났습니다. 그곳에서 스님의 강연 봉사 및 불교대학 담당을 맡으며 정토회 안에서 수행, 보시, 봉사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천안에서 있었던 스님의 강연에 행복한 모습으로 나타난 두 사람을 보며 괴로워했던 그 사람이 맞나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확 변한 모습에 왠지 모를 뭉클함과 뿌듯함이 느껴졌습니다.

저는 사람들의 머리를 예쁘게 해 주는 미용사이지만 내면의 아름다움과 행복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안내자이기도 합니다. 이 좋은 법을 널리 알려 괴로움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행복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누구나 다 행복해질 권리가 있으니까요!

글_전혜영 희망리포터(아산법당)
편집_하은이(대전충청지부)

전체댓글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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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수

아는분 이야기를 여기서 보니 더 반갑고 행복합니다.
두분 열심히 일하시고 전법하시는 모습 다른 정토행자에게 모범이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대로 쭉~
행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2020-01-14 08:02:57

감정화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

2020-01-09 06:44:11

일광명

너무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 잘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미용실에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시길 바랄게요.

2020-01-08 22:3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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