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함안법당
술이 보약에서 수행이 보약으로

오늘은 수요일! 수행법회 있는 날입니다. 남육우 님은 의령에서 함안으로, 차로 40분이나 걸리는 먼 거리도 가깝게 여기며, 수행법회 담당자로서의 가벼운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도반들과의 나누기 속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깨우친다는 함안법당의 믿음직한 도반, 남육우 님을 만나보겠습니다.

 

남육우 님
▲ 남육우 님

술이 보약

5형제의 장남으로 어려운 가정형편에 어려서 앓았던 소아마비로 다리가 조금 불편해서 아버지는 사람들 앞에 장남을 보이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싶다고 떼를 썼지만, 결국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삼촌이 운영하는 양복점에서 일을 배우게 했습니다. 아버지는 자식의 몸이 성치 않으니 차라리 기술을 배우는 게 낫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삼촌을 믿고 3년 동안 열심히 일했는데, 적금으로 모아서 한꺼번에 주겠다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심한 배신감으로 그곳을 떠나서 부산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다리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늘 자신감이 부족했지만, 남들보다 정말 열심히 배우고 일하다 보니 어느덧 주변에서 알아봐 주고 인정받기 시작했습니다. 자신감이 커지자 ‘내가 최고다’ 라는 자만으로, 사람들을 배려하기보단 고집과 아집이 커졌습니다. 동료들과도 트러블이 생기고 점점 회사생활이 힘들어져 갔을 때,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 시작해 보자는 마음으로 아내와 아이들을 부산에 두고 혼자 고향 의령으로 내려왔습니다. 그렇게 새로 시작한 직장에서도 역시 적응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떨어져 지내던 아내와도 이혼까지 하게 되어 힘든 마음은 점점 커져만 갔고, 딸은 심한 충격으로 장기 입원을 했습니다. 끝도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데 그래도 죽지 않고 살고 싶어서인지 날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술을 마셨습니다. 그때 저에게는 정말 술이 보약이었습니다. 저는 술을 많이 마셔 ‘남육우’라는 이름 대신 ‘남초’라는 별명으로 불렸습니다. 술을 마시면 그 순간은 그 괴롭던 마음을 잊고 잠을 잘 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잘 자야 다음 날 일을 할 수가 있었기에 그때는 정말 술이 보약이었습니다.

문경특강수련(오른쪽에서 두 번째)
▲ 문경특강수련(오른쪽에서 두 번째)

평정심을 찾다

2015년 어느 날 유튜브에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만났습니다. 스님의 법문은 다 저의 얘기 같았고, 그 해결 방법을 너무 쉽게 풀어주어서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나도 이 괴로운 마음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그 당시 성당을 다니고는 있었지만, 당면한 제 삶의 괴로움을 해결하지는 못했습니다. '불교대학에 입학해서 제대로 공부를 한번 해 보자!'하는 생각으로 정토회를 찾았습니다.
 
함안법당 불교대학과 경전반에서 주옥 같은 스님의 법문을 마치 목마른 자가 물을 찾듯이 간절한 마음으로 공부했습니다. 〈깨달음의 장〉을 다녀오고 날마다 새벽 정진을 하면서 화나고 짜증나는 마음이 다 제가 일으키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또 하루라도 술을 안 마시기가 어려워서 〈명상수련〉을 가서 ‘내가 이것을 못 해내면 술도 못 끊는다.’ 는 생각으로 다리를 풀지 않고 죽을 힘을 다해 버텼습니다. 그러다가 또 술을 마시게 되고, 다시 한 번 〈명상수련〉을 갔다 와서는 이제까지 술을 끊고 있습니다. 술을 끊으니 일상이 고요해지면서 평정심을 찾아갔습니다.

경전반 졸업식(뒷줄 맨 왼쪽)
▲ 경전반 졸업식(뒷줄 맨 왼쪽)

마장

수행을 하다 보면 누구나 마장은 찾아오는가 봅니다. ‘화나고 짜증나는 모든 원인은 다 내 마음이 일으킨다.’는 말씀으로 열심히 정진하던 중 무릎에 물이 차서 절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병원에선 1배도 하지 말라며 다리를 잘 관리하라고 하였습니다. '여기서 그만할까? 성한 다리 하나마저 병이 나면 큰일인데' 하며 불교대학도 안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법당 도반이 직접 회사로 찾아와서 어떻게 지내는지 안부를 물어보았습니다. 그리고 다리가 불편하니 호궤합장1으로 절을 해도 되고, 108배 못 한다고 수행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무릎을 세워서 절을 하고, 다시 불교대학에 나가게 되어 어렵게 경전반까지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문경수련원에서 도반들과, 가운데
▲ 문경수련원에서 도반들과, 가운데

불교대학 담당을 하다

경전반을 졸업하고 작년에 불교대학 담당으로 처음 봉사했습니다. 자신이 없었지만 “모른다고 안 하면 평생 모른다. 배우면서 하면 된다.”라는 말에 용기를 얻었습니다. 담당자의 책임도 무거웠지만, 더욱더 어려웠던 점은 도반들이 개인 사정과 남편의 간섭으로 결석하는 날이 많아지고, 또 제가 남자 담당자라서 도반들에게 편하게 연락할 수 없어서 더 힘들었습니다. 수업하는 날이 다가오면 항상 걱정됐습니다. 하지만 마음의 괴로움도 다 내 안에서 일으키는 것이라고,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봉사를 하다 보니 8명 중 4명이 졸업을 하였습니다. 돌이켜보니 도반들과 함께 정말 뿌듯했던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특강수련 (맨 왼쪽)
▲ 특강수련 (맨 왼쪽)

수행이 보약 

제가 정토회에 해 준 것보단 받은 게 너무 많습니다. 바빠서 봉사에 많이 참여할 수 없지만 꾸준한 수행, 보시, 봉사로 행복한 수행자가 되겠다고 다짐합니다. 법문을 들으러 올 때마다 설레고, '내가 잘 할 수 있겠냐'는 생각보다는 그냥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입니다.

며칠 전, 허리 수술을 하고 요양병원에 있던 83세의 노모가 또 넘어지면서, 다쳤던 엉덩이 반대쪽까지 다치게 되어 다시 큰 수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이럴 때 왜 조심하지 않았냐고 어머님을 원망하며 술을 마시고 회사에도 못 나갔을 텐데, 지금 저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아픈 어머니를 위로하며 평정심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는 어떤 어려운 일을 당하더라도 술에 의지하지 않고 오직 부처님의 가르침을 등불로 삼아 수행 정진하며 평정심으로 헤쳐 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본인처럼 마음이 힘든 분들에게 부처님의 소중한 법을 전하고 싶다고 하는 남육우 님.
그 길고 어둡던 삶의 터널을 지나 이제는 편안한 마음으로 인터뷰하는 모습에서 수행자의 믿음직한 모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글_윤정필 희망리포터(마산정토회/함안법당)
편집_조미경(경남지부)


  1. 호궤합장(胡(互)跪合掌)은 장궤합장(長跪合掌)이라고도 한다.
    불자가 계를 받는 수계식에서 주로 사용하는 무릎을 꿇는 자세인데 일상적으로 두 무릎을 꿇는 자세와는 다른 점이 있다. 두 무릎을 가지런히 꿇고 앉되, 무릎부터 머리끝까지 상체가 수직이 되도록 몸을 꼿꼿이 세우고 두 발끝을 세워, 발끝으로 바닥을 지탱하는 자세를 취한다. 이때 손은 합장하고 고개는 약간 숙이며 눈은 코끝을 보며 약간 내리뜬다.
    이 좌법은 호인(胡人)이 경례하기 위해서 무릎을 꿇어 땅에 대거나 무릎을 세우고 몸을 버티는 예법에서 비롯되었다. 

전체댓글 11

0/200

일상

다음단계 댓글 볼려고 눌러다
잘못 눌러 신고!!!를 눌러버렸어요
신고가아닌데.. 취소도 안되고 어쩌죠???

2020-03-27 16:10:33

김애자

감사합니다

2019-12-23 20:12:26

보원행

늘 솔직하고 겸허하신 거사님 모습이 겹치네요~
화이팅입니다♡

2019-12-17 00:21:11

전체 댓글 보기

정토행자의 하루 ‘함안법당’의 다른 게시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