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평택법당
느리지만 오늘도 행복을 향해

토끼와 거북이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빨라진 세상에 사느라 느리지만, 쉬지 않고 우직하게 한 걸음 한 걸음 목표를 향해 갔던 거북이를 잊고 있었습니다. 김정애 님의 수행담에서 거북이의 꾸준하고 묵묵한 모습이 그려집니다. 거북이처럼 쉬지 않고, 꾸준히 수행자의 길을 걷고 있는 김정애 님의 이야기입니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서

2011년 남편과 사별했습니다. 51살이었던 저에게는 너무 큰 일이었고, 그 후 5년 동안 넋을 놓고 살았습니다. 남편 없는 삶을 과연 살아 낼 자신이 없었고, 두려웠습니다. 그러다 법륜 스님의 책을 만났고, 유튜브로 스님의 법문을 들으면서 제가 오랫동안 짝꿍을 붙들고 있었고, 너무 어리석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행복》,《인생 수업》그리고《스님의 주례사》는 그런 저에게 에너지를 준 책들입니다. 행복학교에 다니고 전화로 법당에 문의하여 2017년 가을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괴로움 없고 자유롭고 행복한 제가 되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불교대학 다니기 이전의 제 모습은 어두웠다면 지금의 제 모습은 환하고 가벼워 보입니다.

불교대학 홍보중 오른쪽 김정애 님
▲ 불교대학 홍보중 오른쪽 김정애 님

소임 덕분에 법당으로 주인으로

2018년에 불교대학을 졸업하고 이어서 가을 경전반에 입학하였습니다. 부총무님의 제안으로 2019년 5월 회계 소임을 받았습니다. 5월 1일 인수인계를 해준 도반의 상황을 이해하고 작지만 보탬이 되고 싶어 가볍게 받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감당할 몫은 너무 컸습니다. 한 달 동안 지진이 난 것처럼 머리가 아팠고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회계 소임을 준 부총무님에 대한 분별심도 점점 커졌습니다. 일주일에 4번씩 법당에 나오게 되면서 분별심은 극에 달했고 몹시 힘들었습니다. 6월 15일 회계 점검을 끝으로 소임을 내려놓고 정토회에서 발을 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회계 점검 준비를 하면서 은행에서 감사 준비를 했던 것처럼 하는 저를 보게 되었습니다. 제 습관대로 준비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점검하러 온 수원 정토회 유진희 님을 보는 순간 제 분별심이 눈 녹듯 사라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정토 행자들은 이런 모습이구나 하는 생각에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이후 부총무님에 대한 분별심이 사라지고 부총무님을 만나면 애잔하고 뭐든 챙겨드리고 싶으면서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회계 점검을 마치며 '2달만 딱 해보자' 하시며 법당을 서둘러 나가신 유진희 님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6월이 지나고 회계 소임에 점차 익숙해졌습니다. 법당에 나오는 시간을 조정하다 보니 수행 법회 후 법당에서 소임을 마치고 집에 가면 자정이 넘지만 뿌듯한 마음입니다. 법당 도반들이 제가 직장 일하면서 혼자 회계 소임을 하는 건 힘들다고 걱정해 준 덕에 온라인 작업을 도와주는 이지선 님과 함께 봉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힘들어도 함께 봉사할 수 있는 도반이 참 귀하고 소중합니다. 정말 소임이 복입니다. 이제 저는 평택 법당의 주인이고 어떤 살림이든지 주인의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JTS거리모금 뒷줄 오른쪽 세번째 김정애 님
▲ JTS거리모금 뒷줄 오른쪽 세번째 김정애 님

수행자로 가볍고 행복하게 사는 삶

2018년 1월〈깨달음의 장〉에 다녀오고, 2월 천일 결사에 입재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5시에 일어나 정진했지만, 직장에서 오후 4시면 꾸벅꾸벅 졸게 되어 정진 시간을 30분 늦췄습니다. 30분을 늦추니 졸음이 사라졌습니다. 12시 넘어서 잠들게 될 때면 수행을 놓칠 때도 있지만, 그럴 때면 제 마음이 어떤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왜 수행이 필요한지도 알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천천히 가는 중입니다. 생각 없이 샀던 것들을 줄이고 많이 검소해졌습니다. 있는 옷도 유행에 신경 쓰지 않고 입고, 적게 먹고 있습니다. 아침은 커피 한잔, 점심은 회사에서 도시락 배달이라 먹을 만큼만 덜어서, 저녁은 배고프지 않은 정도의 과일과 간식으로 대체하는 일상입니다.

제 마음은 자신감으로 부러울 게 없습니다. 너무 빨리 가서 넘어지지 않으려고 천천히 꾸준히 가려고 합니다. 60대가 되는 2020년에는 뭘 하고 놀까 찾아보았습니다. 제가 혼자 머무를 곳, 제가 생활할 곳, 제가 수행하고 봉사하는 곳은 바로 여기 정토회입니다.

경전반 졸업식 오른쪽 첫번째 김정애 님
▲ 경전반 졸업식 오른쪽 첫번째 김정애 님

'예 하고 합니다' 가슴으로 받은 저의 기도문입니다.
기도문 덕분에 직장에서도 마음이 편안하고 고객의 요구사항에도 기도문처럼 분별심 없이 하게 됩니다.
저는 행복한 수행자입니다.


도반들은 김정애 님이 조용히 맡은 소임을 꾸준히 하며, 동기들도 잘 챙기는 따뜻한 분이라고 합니다. 한결같이 자상하고 매사 꼼꼼한 김정애 님이 앞으로도 수행자로 행복하길 바랍니다.

글_장수정 희망리포터 ( 수원 정토회 평택법당 )
편집_임도영 ( 광주전라지부 )

전체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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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명

소임을 맡아주시는 분들 고맙습니다. 모자이코붓다!

2019-12-09 03:46:24

혜등명 권정인

정애언니! 인생을 살아가면서 좋은사람, 좋은 향기가 나는 사람을 곁에 두고 사는 행복을 주는 사람이 바로 당신 김정애 보살님입니다.
26년전 은행 프론트에서 업무로 만나 지금까지 보아 온 정애언니는 변함없고 흔들리지 않는 지고지순한 삶 덕분에 아들을 훌륭하게 키워 사회에 가치 있는 사람으로,한가정을 건강하고 아름답게 가꾸는 사람으로 성장시켜 놓았으

2019-12-06 19:10:30

정근환

웬지 의기소침한 모습을 볼때면 좀 안스러운 면이 있었읍니다.그러한 내용이 있었군요.다행희 기사회셍하신 모습이 자랑스럽읍니다.수행자라로서 행복이 넘쳐나리라 봅니다. 잘 읽었읍니다.

2019-12-06 12:5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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