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관악법당
성공하고 싶었는데 진짜 성공했어요

어린 시절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친척 집에서 살면서 성공을 향해 자신을 채찍질해 온 관악법당 임다희 님. 불교대학에 들어와 자신 괴롭히기를 멈추고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극복하였습니다. 행복한 정토 행자가 된 임다희 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홀로 감당하기 힘들었던 어린 시절

중학생때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친척 집에서 살았습니다. 수 년간 저를 키워주신 큰아버지 가족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기는커녕, 불만이 많아서 대학교만 들어가면 내가 이 집을 당장 나가겠다며 잔뜩 벼르며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대학에 합격하고 바로 방을 구해 혼자의 삶을 시작하였습니다. 아르바이트도 두 개씩 하면서 악착같이 공부했습니다.

어머니는 딱 마흔 살에 돌아가셨는데, 저도 꼭 마흔 살에 죽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항상 불안했습니다. 남들이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는 직장도 저에게는 위태롭기만 했고, 모든 것이 부질없고 허망해 보였습니다. 마흔에 죽어도 아쉽지 않도록 모든 것을 다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남들 좋다는 것은 다 해봤지만 의미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공허함은 그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는 생각에 자꾸만 괴롭고 마음이 조급하기만 했습니다.

관악법당에서 임다희 님
▲ 관악법당에서 임다희 님

성공하고 싶었어요

대학 졸업 후 지인의 소개로 법률사무소에 취직 했습니다. 직장에서는 남도 내 생각처럼 움직여주길 바랬고, 제가 설명하는 것을 못 알아듣는 사람에게는 짜증이 났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항의가 들어오면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서 소리를 버럭버럭 질렀습니다. 저도 모르게 직원들이 모두 있는 자리에서 욕을 하고 있을 때도 있었습니다.

어떨 때는 화가 치밀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도 했습니다. ‘나는 잘나야 한다’,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이 항상 머릿속에 가득했습니다. 뭔가 남에게 자랑할 만한 일, 큰일을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제 적성에 맞는 일이 어딘 가에 분명 있을 거라는 생각에 여기저기 껄떡거리는 마음만 일어났습니다.

도반들과 함께 한 JTS 거리모금에서 임다희 님(왼쪽에서 두 번째)
▲ 도반들과 함께 한 JTS 거리모금에서 임다희 님(왼쪽에서 두 번째)

성공의 강박. 잘난 나에 집착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저를 계속해서 채찍질했습니다. 무언가를 하면서도 남들보다 못하는 게 싫어서 퇴근 후에도 실무교육을 듣고, 주말에도 쉬지를 못했습니다. 대학생 때도 4년간 주말이 없는 생활을 해와서 주말에 쉬면 죄를 짓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쉬지 않고 약속을 만들고 자기관리라는 명목으로 혹독하게 운동을 했습니다. 쉼 없는 생활로 인해 몸은 결국 지치고 병이 들었습니다. 젊은 나이임에도 대상포진, 족저 근막염 등 갖가지 병을 달고 살았습니다. 병이 나면 병원비가 나가는 게 화가 나고, 내 몸은 왜 이리 병이 잘 걸릴까 한탄했습니다.

처음 회사에서 약 2년간 일을 하고 결국 퇴사하였습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곳으로 취업을 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잘 안 됐습니다. 눈높이만 높아져 큰 회사에 지원 하고 번번이 낙방했습니다. 생애 처음으로 겪는 타인으로부터의 거부와 거듭된 실패는 좌절감을 맛보게 하였습니다. 이후 우울증이 찾아왔고, 나 자신이 무능하고 쓸모없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자살 시도도 여러 번 했지만, 다행히 잘 안 되었습니다(웃음).

정토 불교대학과 인연

친구가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추천해 주었습니다. 여러 에피소드를 듣다가 자꾸 회사를 그만둔다는 질문자에게 3년은 일을 해야 한다라고 말씀한 내용이 있었는데 저도 그 내용이 크게 와 닿아서, 새로 입사한 곳에서는 마음을 가다듬고 1년 동안 열심히 일했습니다. 또 계속 듣다보니 마음이 동해서 2016년에는 정토불교대학에도 입학 했습니다. 하지만, 오로지 직장과 일을 성공의 척도로 여겨왔던 저는 바쁘다는 핑계로 불교대학도 중간에 그만두었습니다.

그 후 괴로워 하기를 반복하며 직장을 다니다 새로운 직장에서 2년 차가 되던 해에 공황장애가 왔습니다. 제가 12세 때에도 이미 공황장애를 경험했던 것을 15년 가까이 지난 20대 후반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알콜 의존증이 있었던 것도 생각이 났습니다. 27세에 다시 공황장애를 겪으면서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때 신경정신과에서 만난 간호사님의 추천으로 다시금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하였습니다. 직장 생활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는 수준이 되어 권고 퇴직을 하였습니다. 실업자 상태가 되어서 다시 등록한 불교대학은 정토회와의 굵은 인연을 만들어주었습니다.

두 번째로 도전한 불교대학에서는 "그냥 해보라"는 법문을 듣고, 통일 체육 축전에서 봉사, 9-4차 천일 결사 입재, 한반도 평화대회, 통일 정진 등 되는대로 봉사하고 참여하였습니다. 현재는 2019년에 정토불교대학 경전반을 졸업하고 경전반 부담당 소임을 맡고 있습니다. 봉사라는 것이 큰마음을 내지 않아도 할 수 있다는 것, 환경과 복지, 통일에 관해서도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게 많다는 것, 위대한 일은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정토불교대학을 다니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법륜스님 행복강연 외부 봉사 중, 임다희 님
▲ 법륜스님 행복강연 외부 봉사 중, 임다희 님

진짜 성공했어요

불교대학에 다니면서 제 삶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먼저 불평불만이 줄어들었습니다. 저는 사회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항상 화와 짜증을 내고, 강력범죄가 일어나고 기득권 세력은 비리를 일삼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색안경을 끼고 살며, 입으로 항상 불평불만을 토해냈습니다. 이제는 불평불만을 하기보다는 먼저 행동합니다. 항상 ‘못해’나 ‘안 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있으면서 극심한 무기력에 빠져들게 되었던 제가 불평불만을 그치고 행동하기 시작하니 걱정은 한층 줄어들었습니다.

둘째, 큰마음을 먹고 시작해도 작심삼일이라고 3일을 넘기지 못하는 저였습니다. 한 방에 성공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가 솔깃하고, 그동안 종종 복권도 구매해서 일확천금을 노리고는 했었습니다. 악기를 배우고, 운동을 배워도 한 달이 한계였던 제가 불교대학 만은 1년 동안 단 두 번만을 결석했을 뿐 성실히 다녔습니다. 이제는 할 수 있다는 자부심도 생겼습니다.

셋째, 정토 불교대학을 다니고 나서 가장 좋아진 것은 살아있다는 것에 만족할 줄 알게 된 것입니다. 불교대학을 다니기 전에는 마음이 편해지면 방만한 삶을 살고, 또다시 닦달을 하며 후회했을 텐데 지금은 이전보다 빠르게 어리석음을 알아차리게 되었습니다.

넷째, 불교대학에 다니고 나서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는 것, ‘나는 길가의 풀’처럼 다만 그것일 뿐이라고 생각하니 직장에서 일을 잘하지 못해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주말에 게으름을 피워도 괜찮았습니다.

예전에는 누군가 무슨 말을 하면 그 말에 휘청이고 괴로워했었는데, 지금은 그 사람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할 뿐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삶이란 무언가 거창한 것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무엇을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삶 자체가 의미가 있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진짜 성공했습니다.

임다희 님의 불교대학 졸업 사진
▲ 임다희 님의 불교대학 졸업 사진

이제 지속 가능한 행복을 추구하는 수행자가 된 임다희 님은 2년간 열심히 직장을 다닌 자신에게 줄 선물로 2020년 1월 인도 성지순례 기행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젊은 나이에 힘든 일을 겪고 오히려 단단해진 임다희님을 통해 진정한 성공이 어떤 것인지 다시 새기게 됩니다.

글_이경분 희망리포터(서울정토회 관악법당)
편집_권지연(서울제주지부)

전체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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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y Lee

글 잘 읽었습니다. 남의 말과 행동에 항상 상처받고, 다시 화살을 저에게 돌려 마음 속 깊이 괴로움을 만들어 내는데.. 상대방은 자기 생각을 얘기했는데..나와 생각이 다른 것을 용납 못하는 저를 다시 알아차립니다. 저도 화병과 공황장애로 힘들어했는데 잘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마음에 큰 울림 감사합니다.

2021-01-16 19:26:05

보디사트바

아름답습니다 _()_

2020-06-18 22:02:50

무지랭이

*^^*

2019-12-30 19: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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