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일산법당
수행은 비빔밥이다

인터뷰 내내 비빔밥의 중요성을 말하는 일산법당 심영자 님을 만났습니다. 법회를 맡고 나서 참석자 수가 많이 늘었다고 하는데 그 노하우도 궁금했습니다. 불교대학 학생일 때 속칭 ‘날라리’에서 ‘법회 담당자’가 되기까지의 사연을 한번 들어보실까요.

부처님 오신날 영가등 달기 봉사를 하는 심영자 님
▲ 부처님 오신날 영가등 달기 봉사를 하는 심영자 님

두 번째 검진도 암

종합건강검진을 받았는데 갑상선에 1.12㎝ 종양이 발견되었습니다. 1㎝가 넘으면 조직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암이라고 합니다. 깜놀했습니다. 저는 보기와 다르게 겁이 많습니다. 언니가 다른 병원에 가보자고 했는데 암이라는 같은 진단을 내렸습니다.

수술 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쉬고 있었습니다. 지인이 살면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강연 테이프를 주었습니다. 들어보니 재미도 있고 명쾌함을 주시는 법문이 좋았습니다. 얼마 후 길을 가다가 봄불교대학 입학생 모집 현수막을 보았습니다. 남편의 적극적인 권유로 봄불교대학에 입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째 나에게 이런 일이...

한 달 동안 점심공양은 먹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밥 먹은 후 물로 그릇을 헹구어서 먹는 것이 싫었습니다. 바깥에서는 인간관계가 너무 좋아서 주위에 늘 사람이 많았습니다. 법당에 와서는 법문을 들으면서 조용히 혼자 있고 싶고 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법문만 듣고 나왔습니다. 여름방학 2주 때 불교대학을 그만 다니고 싶었습니다.

불교대학 과정 중 1일 나누기 수련이 있었습니다. 엉엉 울다가 그냥 나왔습니다. 나는 암이다. 나에게 암이라니. 그런 것이 나에게 올 줄 모르고 살았다. 여기도 암이 올 것 같고 저기도 올 것 같았습니다.

다른 세상이 보이기 시작하다

2014년 12월 〈깨달음의 장〉을 다녀왔습니다. 제가 ‘사로잡혀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암의 포로가 되어 삶이 온통 미쳐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세상이 달라 보였습니다. 풀도 이쁘고 나무도 모두 새롭게 보였습니다. 세상이 달라 보였습니다. 너무 너무 좋았습니다. 머리에 양동이를 뒤집어서 쓰면서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불교대학 졸업식에서 담당자로 참석(뒷줄 맨왼쪽)
▲ 불교대학 졸업식에서 담당자로 참석(뒷줄 맨왼쪽)

우리는 모두 부족한 사람입니다

경전반을 올라왔는데 총무님이 경전반 모둠장을 하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네’하고 했습니다. 경전반 졸업하는 날 불교대학 담당을 하라고 했습니다. 위대하다고 생각했던 불교대학 담당자. 예쁜 롤 모델인 사람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단순해서 그냥 ‘네’하고 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데 암튼 불교대학 담당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스님 법문 중에 ‘남에게 너무 잘 보이려 하지 말라’는 말씀이 꽂혔나 봅니다. 첫째는 재미있고 둘째는 남에게 포장해서 보여줄 것도 없으니까 대중 앞에 서도 떨림이 없었습니다.

총무님이 우리는 부족한 사람들이 모여 모자이크 점찍듯이 봉사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부족하면 부족한 데로 하면 된다고요. 그래서 그냥 했습니다. 그런데 불교대학을 1년 맡았는데 또 1년을 더 하라고 했습니다. 사람을 대하는 것이 재미있어서 또 그냥 ‘네’하고 했습니다.

불교대학 홍보(왼쪽 두번째)
▲ 불교대학 홍보(왼쪽 두번째)

꿀보직 봉사를 맡다

불교대학 담당 2년차때 욕심이 생겼습니다. ‘100% 졸업을 시키겠다’는 원을 세웠지만, 그 기대는 무너졌습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인연이 아니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불교대학 담당 2년 차때 이런저런 일들을 경험하면서 노하우가 많이 생겼습니다.

총무님이 수행법회 담당을 하라고 했습니다. ‘법회와 잘 어울릴 것 같다, 꿀 보직이 따로 없다’고 했습니다. 수요일은 어차피 법당 나오는 날이니, 그래서 작년 3월부터 소임을 맡았습니다.

수행법회는 정회원들이 많습니다. 제가 뭐라고 할 것이 없습니다. 그냥 따뜻하게 맞아주기만 하면 됩니다. 저는 그것을 제일 잘합니다. 그게 저의 장점입니다.

통일의병 활동 (왼쪽에서 네번째)
▲ 통일의병 활동 (왼쪽에서 네번째)

쌩하고 차가운 것이 싫은 여자

주간 수행법회에 참석하는 인원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제가 잘난 것이 아니라 시절인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차갑고 쌩한 것이 싫습니다. 언제나 웃으면서 맞아주는 것이 좋습니다. ‘법회를 빠지고 싶었는데 활짝 웃는 심영자 님의 모습이 생각나서 왔다’라고 하는 도반도 있었습니다.

저는 법회 봉사가 재미있고 즐겁고, 특히 사람 맞아주는 것이 좋습니다. 숨어있는 사람들, 움츠러들고 의기소침해 있는 사람들을 보면 더 따뜻하게 보듬어 주고 싶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챙겨주고 싶고 이끌어내어 봉사도 같이하고 싶고 그런 마음입니다. 하지만 열심히는 하지 않고 그냥 합니다.

통일기도 정진 후 (앞줄 중앙)
▲ 통일기도 정진 후 (앞줄 중앙)

비빔밥 1강 (수행자는 밥심이 중요하다)

처음에는 불교대학에서 보이지도 않는 존재였습니다. 속칭 ‘날라리’였습니다. ‘어떻게 저 보살이 불교대학 담당을 하지’라는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아침 6시 매일같이 정진을 했습니다. 아상과 자기주장이 강하고 직선적인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다양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다름을 알게 된 것입니다.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올 상반기 정일사 정진수련때 ‘내가 사로잡혀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을 알게 되니 마음이 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내 꼬라지를 보게 된 것입니다. 내가 나를 알아야 하는데 나를 몰라서 문제인 것입니다. 정진밖에 없습니다. 정진하니 내가 바뀌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정진입니다. 비빔밥에 비유하자면 법문이 양념이라면 밥은 정진입니다. 수행자는 밥심이 중요하죠.

봄불교대학 문경수련 담당자로서 학생들과 한컷(맨왼쪽 첫번째)
▲ 봄불교대학 문경수련 담당자로서 학생들과 한컷(맨왼쪽 첫번째)

비빔밥 2강 (나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수행법회는 비빔밥이다. 왜? 일반 회원들이 오잖아요.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다 버무려서 같이 맛있는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 것입니다.

담당들은 오신 분들의 뒷모습을 봤으면 좋겠습니다. 다 같이 행복한 수행자가 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 말 잘하는 사람도 있고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표현을 잘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잘 얻어갑니다. 그런데 잘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담당들이 옆에서 좀 도와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보듬어서 수행자로 이끌어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봉사일감을 쪼개어 나누어 주려고 합니다. 봉사 중 빈 것이 있으면 추천을 합니다. 일감을 통해서 인연을 맺어가려고 합니다. ‘저분을 어떻게 하면 나오게 하지?, 무슨 일감을 주면 저분이 여기 계속 인연을 맺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입니다. 제가 봉사를 하고 있어서 여기 정토회에 남아있습니다. 이 좋은 법을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태극기 휘날리며(앞줄 오른쪽 첫번째)
▲ 태극기 휘날리며(앞줄 오른쪽 첫번째)

하루를 최선을 다해서 즐겁게 재미있게 살고 싶습니다. 미련이 남지 않도록 활활 다 태우고 싶습니다. 찌꺼기가 남지 않도록 환하게 완전연소가 되어 하루를 보내는 것이 저의 원입니다. 하루가 모여 일주일이 되고 일주일 모여 한달, 1, 2년이 되잖아요. 나를 불태울 수 있도록 수행정진하겠습니다.

글_고영훈 희망리포터(일산정토회 일산법당)
편집_고영훈(인천경기서부)

전체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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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새물 정진 도반님~멋지세요!!! 밥심이 정진이었군요 도반들에게 봉사소임으로 이끌려는 그 마음 따뜻합니다 ^^

2019-11-29 08:16:10

무량덕

재밌고 감동입니다. 비빔 3강을 기대하며 읽다가 아쉬움이 참기름 냄새처럼 날아갔네요. ㅎㅎ 참 든든합니다.

2019-11-28 15:37:02

대지행

비빔밥 비유가 귀에 쏙쏙~!잘 들었습니다.

2019-11-28 14:4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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