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춘천법당
벌에 쏘였을 때 빙긋이 웃는, 나는 정토행자

11월 10일. 수능 전 마지막 주말. 수험생 아들을 둔 조미화 님은 법륜 스님과 함께하는 가을 활동가 나들이에 나타났습니다.
“아드님 곁에 계셔야 하는 것 아니세요?”
“아들이 오히려 옆에 있으면 방해된다고 다녀오래요!”
호탕한 조미화 님의 대답에 다 함께 단풍을 배경으로 즐겁게 웃었습니다.
나누기를 할 때면 ‘재미있어요.’ ‘즐거워요.’라는 말이 항상 함께하는 정토행자, 조미화 님의 수행담을 소개합니다.

2019 가을 활동가 나들이에서 문경새재 단풍나무 아래 조미화 님
▲ 2019 가을 활동가 나들이에서 문경새재 단풍나무 아래 조미화 님

참회문, 그대로 정답

저는 공공기관에 근무하면서, 이 직업을 천직이라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땅을 측량하고 이를 통해 국민의 재산권 보호에 기여하고 봉사하는 것이 보람 있었고, 적성과도 잘 맞았기 때문입니다. 힘든 일도 많았지만 좋아서 열심히 했고 아무 문제 없이 잘 살았습니다. 집, 일, 집, 일. 왔다 갔다 하면서요. 그런데 40대 후반부터 점점 업무도 사람들과의 관계도 너무 재미가 없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꼬이기 시작한 직장 내 일들, 직원들의 반복되는 실수, 그리고 불같은 성격의 남편. 그 사이에서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내가 여기 안 왔다면 그 시기에 우울증에 걸리지 않았을까 싶어요.”

2017년에 지인의 소개로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하고 바로 입재를 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가급적이면 빠지지 않고 꾸준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열정적으로 JTS모금 활동을 하는 조미화 님
▲ 열정적으로 JTS모금 활동을 하는 조미화 님

스님의 법문, 천일결사 입재식에 모인 수많은 정토행자들, 깨달음의 장, 법사님과의 나들이…. 집과 일밖에 모르다가 딴 세상을 만난 것 같았습니다. 다 새로웠어요. 환희심이 막 일어났어요. 직장에서 보기 싫었던 직원들이 수행한 다음엔 달라졌어요. 참회문, 그냥 그게 정답이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참회문이 처음부터 쉽게 외워졌어요. 직원들이 실수 해서 화가 날 때 예전 같았으면 화가 올라와 표정이 굳어졌는데 수행하면서는 현장 복장으로 갈아입으며 거울 쳐다보고 참회문을 했어요. 그러면 마음이 착 가라앉았습니다.

맨 왼쪽 수행하는 조미화 님
▲ 맨 왼쪽 수행하는 조미화 님

수행, 알아차림

수행하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복잡하고 힘든 일이 정리되죠. 내가 너무 과장해서 생각하는구나. 감추려고 하는구나, 이렇게 마음을 알게 돼요. 어떤 일이 부담스러운 기분이 들면 그냥 하면 되는데 내가 이러는구나 알아차려요. 이렇게 생각이 바뀌면 편안하게 나누기를 할 수 있어요. 그래서 힘들지 않고 좋아요. 요즘은 300배를 하는데 5시에 일어나면 늦고 4시 반 정도에 일어나야 해요. 늦어도 6시 10분에는 끝내야지 아침 식사 준비하고 씻고 출근하지 안 그러면 못해요. 굉장히 이른 시간에 일어나는 거지만 이렇게 수행해서 얻는 게 더 많으니 힘들어도 힘들지 않아요.

직장이 춘천이 아닌 타지역으로 발령 난 것도 다 수행하기 위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도 그 지역엔 가고 싶어 하지 않았어요. 민원이 어마어마했거든요. 근데 순차적으로 난 발령이라 어쩔 수 없었죠.

한 시간 동안 욕을 하던 민원인에게 매주 찾아가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잘못된 부분은 사과하고 인간적으로 대했습니다. 그렇게 하니 민원인이 고마워하고, 혹시나 조미화 님이 예전에 잘못된 일로 피해를 볼까 싶어 오히려 걱정해주기도 했습니다.

아래 줄 맨 오른쪽 경전반 담당을 맡은 조미화 님
▲ 아래 줄 맨 오른쪽 경전반 담당을 맡은 조미화 님

조미화 님은 타지역으로 출퇴근하며 경전반 저녁 수업도 진행합니다. 수업 진행 뿐 아니라 거의 모든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여합니다. 조미화 님은 수행하기 시작한 후 하루하루가 재미있다고 합니다.

“이 모든 게 신기해요.”

벌에 쏘이다, 빙긋이 웃다

수행하고 법문 듣잖아요. 그러니까 알게 되더라고요. 날 고집하고 있구나, 하고요. 우리는 측량을 하기 때문에 밖에서 일을 많이 해요. 한 여름날 땡볕에서 일하다 밥을 먹으러 갔어요. 가까운 곳에 음식점이 있어서 직원들이 먼저 들어갔는데 에어컨을 안 틀어 주시기에 부탁했대요. 근데도 안 틀어줘서 난감해하던 차에 내가 도착했어요. 직원들이 밥도 안 시키고 에어컨 이야기를 하기에 다시 한번 부탁했어요. 점심 먹을 때만큼은 시원하게 먹고 싶어서 그런다고요. 그런데도 안 된다고 하셔서 다 데리고 확 나와 버렸어요. 그렇게 에어컨 나오는 시원한 식당을 찾아 식사했지요.

그런데 다음 현장에 가니까 직원들이 너무 더워서 일하는 걸 싫어하는 거예요. 그때부터 직원들한테 분별심이 올라오더라고요. 덥다고 해서 시원한 곳에서 밥을 먹고는 업무는 덥다고 회피하려고 하네. 나는 아무리 더워도 처리하려고 하는데 직원들은 뭐야? 속으로 그런 생각이 든 거죠. 표정이 굳어진 저는 한증막보다 더한 풀숲 열기 속으로 들어가서 첫 번째 말목을 표시하는데 벌이 내 손을 콱! 쏘고 갔어요. 벌침을 맞으니까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부어오르는 손등으로 현장을 마무리하고 돌아오는데 자꾸 웃음이 나는 거예요. 그냥 벌이 와서 쐈을 뿐인데 나는 정신 차리라는 것으로 받아들인 거죠. 화낸 제 모습이 보이는데 너무 웃긴 거예요. 그 사건 이후로는 분별심이 일어나지 않아요.

또 한 번은 직원이 머리 수술을 하고 복직해서 무거운 장비며 뭐며 다 내가 들고 산에 가서 측량했어요. 직원이 수술 했으니까 가만히 있으라고 하고 내가 왔다 갔다 하면서 일을 했거든요. 그래도 재미있고 힘이 안 들었어요. 그때 망치질을 하다가 손가락을 꽉 찌었는데 웃음이 나는 거예요. 재미있어서요.

내가 서두른다는 느낌을 받은 거예요. 산에서 하는 측량인데 날이 어두워지니까 마음이 급해지고 서두른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그러다가 아니나 다를까 손가락을 꽉 찌었지요. 그런 내가 알아지는 거요. 그런 게 재미있어요.

역량평가 시험이 다가왔어요. 리더십 역량을 평가하는 과정인데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예요. 시험 중 하나가 역할 연기라고 해서 조직 내 직원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를 평가하는 게 있었어요.

근데 그 시험이 딱 이거에요. ‘여러 가지 꽃들이 모여 하나의 화단을 이루듯이 각자의 다양한 개성이 모여 조화와 균형을 이루게 하여’ 정토행자의 서원에 나오는 이 문구와 연결되는 거죠. 각자 개성이 다르고 직무능력이 다른 직원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하여 조직의 목표와 성과를 달성하는 내용을 평가하는 시험인데 어떻게 조화와 균형을 이룰 것인지에 초점을 두고 답변을 해서 평가에서도 통과했지요. 숙박 출장을 가서도, 연수 교육을 가서도 아침 수행을 빠지지 않았어요. 그런 과정들이 모여 심리적으로 많이 편안해졌고 모든 일이 재미있어졌죠.

통일 의병학교 갈무리 사진 가운데 조미화 님
▲ 통일 의병학교 갈무리 사진 가운데 조미화 님

그래, 화날 수도 있구나!

우리 남편은 불같은 구석이 있어요. 그래서 내가 몇 번 고개를 빳빳하게 하고 대든 적도 있었지요. 전 자라면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모습이라 정말 이해를 못 했어요. 상처도 많이 받았어요. 정이 많고 성실하고 책임감이 뛰어나지만 불같은 성질 때문에 그 좋은 면이 모두 깎여요. 그러다 남편이 아이들하고 갈등이 생기면 난 아이들 편을 들었지요.

그러다가 남편이 화날 수 있구나. “그래, 화날 수 있구나.”

인정해 주고, 화내는 것에 시비를 안 거니까 아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아이들과 트러블이 있을 때도 끼어들지 않으니까 오히려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남편이 화날 땐 욕을 해요. 전엔 그걸 이해할 수 없었어요. 이젠 “나도 당신한테 욕 배워서 할 줄 알아.” 이렇게 편하게 대하니까 언젠가부터 나 일하느라 힘들다고 남편이 음식을 만들어요. 요리를 만들면 또 맛있게 먹어주죠. 그리고 없던 애교가 막 생겨요. “아이구~! 맛있어! 맛있어! 여보~ 만드느라 힘들었지?” 이러면서요.

수행하면서 내가 편안해지니까 가정도 편안해졌습니다. 그래도 사건이 생기면 또 파도가 치지만 내가 문제로 삼지 않고 서핑하듯 파도를 잘 타고 넘으면 됩니다.


인터뷰를 하고 나니 저절로 고개가 숙어졌습니다. 매일 제시간에 하는 수행의 힘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미화 님은 수행을 시작한 지 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불법의 맛을 제대로 보아 진심으로 기뻐하고 그에 맞게 실천하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 이웃과 세상에 잘 쓰이는 사람. 천일결사의 목표 첫 줄에 나와 있는 바로 그 사람이 조미화 님이었습니다. 부지런히 수행 정진하는 자랑스러운 도반과 함께해서 행복합니다.

글_최솔미(춘천 법당 희망리포터)
편집_신정아(강원경기동부지부)

전체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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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장덕

수행문 잘 읽었습니다
담당자님 덕분에 경전반 무사히 졸업할 것 같습니다
일상에서 수행자의 삶을 살아가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법당이 있고 도반님들이 계셔 이 길을 갑니다
고맙습니다.

2019-12-09 10:54:49

노성균

잘 읽었습니다. 수행이 무엇인지 알아가네요

2019-12-08 09:10:23

이원진

불법의 심근(씨앗)이 꽃비와 함께 내리니 온 동내가 화원이로다!!!
지화자~ 좋구나~~***
어여디 디야~ 어~ㄹ 쑤^^

2019-12-07 00:5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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