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화명법당
후원자로 시작한 인연에서 삶의 방향으로

JTS 후원자로 시작해 정토회와 각별한 인연을 맺게 된 오늘의 주인공 서민자 님. 이제는 서민자 님에게 삶의 방향이 되어주고 있는 정토회, 그 수행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겠습니다.

오늘의 주인공 서민자 님
▲ 오늘의 주인공 서민자 님

JTS 후원자로 시작된 정토회와의 인연

정토회와 인연이 시작된 건 특별한 계기가 있지는 않았습니다. 불교에 관심이 있어서 불교에 대한 지식을 얻고 싶어서 정토회에 왔더니 그건 아니었습니다(웃음). 어느 날 길가에 걸려있던 정토회 불교대학 현수막을 보고 집 가까이에 있는 정토회 불교대학에 지인과 같이 가벼운 마음으로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법륜스님에 대해서도 잘 몰랐습니다.

제가 예전부터 JTS 후원을 오랫동안 했습니다. 그런데 정토회에 들어와서 JTS가 소속 단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JTS 후원을 시작한 게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근 20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처음에 길거리에서 제3세계 어린이를 돕는 JTS 모금 활동을 보았는데 그때만 해도 인도, 필리핀과 같이 제3세계 어린이를 돕는다는 건 보편화되지 않았을 때입니다. 제3세계라는 말도 생소한 때였습니다.

우리와 좀 떨어진 생소한 그런 곳의 아이들을 돕는 일이라는 것에 관심이 있어서 후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후원을 시작할 때는 제가 후원하는 금액이 전부 제대로 전달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JTS 활동을 알고 보니 후원금이 제대로 바르게 쓰이고 있어 후원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JTS 모금 활동 중 서민자 님(맨 오른쪽)
▲ JTS 모금 활동 중 서민자 님(맨 오른쪽)

모금 활동을 직접 하면서 느끼는 연기법

제가 JTS 모금을 나가보면, 이게 제대로 전달되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제가 아는 선에서, 거의 전부가 봉사자로 활동하는 NGO 단체라고 말씀드리면 가다가 다시 와서 천원이라도 후원해주고 가는 분들이 있습니다. 예전에 제가 그냥 후원만 할 때와 비교하면, 직접 활동을 하면서 민다나오 봉사활동, 의료봉사 등 JTS 활동에 대해서 더 직접적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또 아이를 낳아 키우다 보니 어른보다 아이들이 굶는 것은 정말 안 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활동을 더 많이 알게 되니, 헌 옷보다는 먹고사는데 더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현금후원이 절실하다는 것 등, 무엇이 필요한지 이해하게 되었고 주변에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경전 수업에서 배웠던 것처럼 우리가 ‘연기법’에 따라 다 연결되어 있으니 우리끼리 잘 먹고 잘사는 것보다 ‘같이’ 잘 먹고 잘살자는 생각이 들고, 친구나 친척에게 자주는 아니지만 JTS에 대해 알리고 적은 돈이라도 후원을 받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원래 저는 그런 쪽에 가슴이 아프고 마음이 많이 갔습니다.

JTS 모금 활동 중 서민자 님(오른쪽에서 두 번째)
▲ JTS 모금 활동 중 서민자 님(오른쪽에서 두 번째)

허전했던 마음을 채워준 정토회

저는 사람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참 많았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강의를 들으러 많이 다녔습니다. 하지만 늘 그렇게 다니면서도 채워지지 못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정토회에 오고 나서는 그게 많이 해소된 것 같습니다. 그동안 저 자신을 제대로 탐구하지 못하고 원인을 늘 다른 곳에서 찾았던 것입니다. 수행문을 보면 ‘모든 것은 나로부터 나아가 나에게 돌아온다’는 부분이 있습니다.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하는 것이고, 자신을 잘 관찰하고 탐구하게 되니 채워지지 못한 허전함 같은 부분이 해소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제까지 살면서도 저 자신을 몰랐습니다. 남들이 봐주는 모습이 나라고 생각했는데, 제 속에 있는 저를 알아보지 못한 채 생각하고 행동하다 보니 늘 마음이 허전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정토회에 와서 공부를 하고 기도를 하고 수행을 하다 보니까 저 스스로에게 집중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허전한 마음이 해소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여기저기로 강좌를 찾아다니지 않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남들 눈에 잘 살아 보이고 물질적으로 번듯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물질적인 욕심을 조금씩 내려놓기는 했는데, 정토회에 와서 그런 게 덧없다는 것을 확실히 알았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많이 소박해졌습니다. 내면적인 것에 더 중심을 두게 되고 내 삶에 더 충실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남에게 보여지는 것보다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졌습니다. 계절마다 사 입던 옷도 안 사 입게 되고 생일 때마다 받던 금붙이도 안 받는 등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삶을 보는 자세가 더 진지해진 느낌입니다. ‘남들이 이렇게 하니 나도 이렇게 해야 해’라는 생각이 많이 없어졌습니다.

불교대학 홍보 활동 중 서민자 님(맨 왼쪽)
▲ 불교대학 홍보 활동 중 서민자 님(맨 왼쪽)

상대를 이해하게 되는 변화

제가 예전에 정말 미워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 사람에게 용서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저에게는 큰 변화입니다. ‘그 사람 때문에 내가 이렇게 힘들었어, 네가 잘못했어’ 이렇게 생각했는데, 기도를 하면서 그 사람 입장이 이해되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며느리니까 내가 다 해야 해’, ‘내가 아니면 안 돼’하는 생각이 저 스스로 강했던 것 같습니다. 제 틀에서 스스로 힘들게 했던 건데, 상대방이 제대로 못 해서 내가 대신 고생한다고 생각하니까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10년도 넘은 일이지만 그 당시에 아주버님이 이혼을 하고 장남의 역할을 못 하게 되니 남편이 장남 노릇을 해야 했고 저는 갑자기 외며느리가 되었습니다. 시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실 때마다 병시중을 들었고 시댁에 화재가 있었던 일 등, 바쁜 남편 대신에 큰일이 있을 때마다 제가 다 처리하고 다녔습니다. 그때는 미운 마음에 명절에도 시댁에 안 가겠다고 하고 식구들을 안 볼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나고 생각하니 아주버님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었겠다고 이해가 되니까 제가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마음을 좀 닦고 나니까 제가 정말 못난 사람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행복한 대화’ 거리 홍보 중인 서민자 님(오른쪽에서 두 번째)
▲ ‘행복한 대화’ 거리 홍보 중인 서민자 님(오른쪽에서 두 번째)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 수행

저는 삶에 대한 물음이 늘 있었는데 이제 그게 없어졌습니다. 아이들도 사춘기를 심하게 겪었고, 저도 갱년기라며 아이들과의 다툼에서 이겨 먹고는 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제가 아이들에게 억지를 많이 썼던 것이었습니다. 수행하면서 아이들과 남편에게 참회를 많이 했습니다. 저 스스로 생각했던 기준들, 예를 들면 도덕적이어야 한다거나 사회정의를 위해서 나서야 한다는 것 등 이런 것들을 아이에게도 많이 강요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 나름의 ‘옳다’, ‘아니다’가 분명해서 제 생각과 다른 것을 못 참고 했던 것들이 지금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남편이 아이들에게 “너희 엄마 참 착해졌다”고 말을 많이 합니다. 제가 편안해지니까 아이들도 편안해하는 것 같습니다. 전보다 잔소리도 줄었습니다. 걱정이 많다 보니 아이들에게 미리 ‘이건 이렇게 해야 하고 저건 저렇게 해야 한다’는 방어막을 많이 쳤었는데, 요즘은 거의 하지 않습니다. 남편이나 아이들의 반응이 달라진 걸 보고, 제가 좀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법륜스님과 함께하는 ‘행복한 대화’ 강연 봉사에서 서민자 님(앞줄 맨 오른쪽)
▲ 법륜스님과 함께하는 ‘행복한 대화’ 강연 봉사에서 서민자 님(앞줄 맨 오른쪽)

정토회에 다니면서 제 꼬라지를 알게 된 것입니다. 그전에는 제가 잘하고 사는 줄 알았습니다. 집안일도 그렇고 아이들에게도 잘하고 산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이번에 문경 명상수련을 다녀와서 큰 울림이 있었는데, 제가 잘하고 산 게 아니라 제 식구들이 저 때문에 참고 살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가족에게 감사할 줄 알게 되었습니다. 제 성격이 ‘버럭’ 하는 면이 있는데 감정도 잘 다스릴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상대방을 이해하게 되니까 성질도 내려놓게 되고 상대방을 이해하며 보려고 하는 눈이 생긴 것 같습니다. 삶에 대한 자세도 진중해진 것 같고 사람이 되어가는 느낌이 듭니다.

법륜스님과 함께하는 ‘행복한 대화’ 강연 봉사에서 서민자 님(앞줄 맨 오른쪽)
▲ 법륜스님과 함께하는 ‘행복한 대화’ 강연 봉사에서 서민자 님(앞줄 맨 오른쪽)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

법륜스님의 삶이나 정토회 도반들의 모습을 보면서 ‘사람은 저렇게 사는 거구나, 저렇게 살아야 하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저 스스로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전에는 제 기준에서 생각하고 상대를 대했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이만큼 잘 해줬다고 착각을 한 것입니다. 제가 만든 틀에서 그렇게 한 건데 상대는 그만큼 미치지 못하니까 원망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마음을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가끔 놓칠 때도 있지만, 수행을 안 할 때는 감정에 쉽게 휩쓸리고 중심을 못 잡는 것 같고, 기도를 계속하면 마음에 중심이 잡히는 것 같습니다. 마음에 자기중심이 있으면 생활이나 생각에서 흔들리지 않는 게 있습니다. 수행을 놓칠 때는 사람과 부딪히면서 잘 흔들리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기도하면서 괴로움이 없는 자유로운 사람이 되겠다고 기도합니다.

해운대법당에서 봄 경전반 졸업수련 참가(가운데가 서민자 님)
▲ 해운대법당에서 봄 경전반 졸업수련 참가(가운데가 서민자 님)

도반이라는 대단한 인연

올해 저는 경전반 학생이면서 담당을 맡고 있습니다. 학생 수가 적어서 경전반이 열리지 못할 뻔했다가 몇 명이 더 입학하면서 어렵게 열리게 되었습니다. 학생일 때 담당을 맡지 말라고 하는데, 저희 같은 경우는 사람이 적으니 제가 그렇게 했습니다. 법당에 봉사자가 없어서 어려운 상황이었고, 경전반 올라가면서 제가 처음 맡은 '경전반 담당' 소임이 너무 무거웠습니다. 수업을 어떻게 진행해야 될지 모르겠고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고, 수업 전에 문자로 알림을 받아도 제 마음이 너무 무겁다 보니까 힘들었습니다.

그러다가 경전반 팀별 봉사 발표 때 욱하는 마음에 법사님 앞에서 너무 힘들다고 못 하겠다고 얘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법사님께서 내년에도 저 같은 사람이 또 나올 거니까 1년만 더 봉사를 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생각해보니 정말 그럴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똑같은 일은 겪게 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은 경전반 도반들끼리 내년에 같이 봉사해 보자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제 졸업할 때가 되니 적응도 되고 지금 생각하면 담당 소임을 맡으면서도 밝은 분위기로 도반들을 잘 챙기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합니다. 그런 저를 보고 다른 도반들이 더 도와주고 같이 하면서 지금까지 온 것 같습니다. 지금은 저희끼리도 분위기가 아주 좋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도반은 가족 같기도 하고, 또 가족과 달리 스승이면서 같이 공부해나가는 사람이기도 하고, 정말 대단한 인연을 만난 것 같습니다. 봉사를 할 때 밉거나 서로 부딪힐 수도 있는데, 얼마 전 경전반 수업 때 들었던 법문에서처럼 ‘사람은 장단점이 없고, 단지 그 사람의 특징일 뿐이다’라고 생각하면 나와 맞지 않은 경우도 맞서지 않고 넘길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회의가 끝나고 도반들과 함께 서민자 님(맨 왼쪽)
▲ 회의가 끝나고 도반들과 함께 서민자 님(맨 왼쪽)

잘 쓰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내년에 일을 시작하게 되면 올해처럼 시간을 내기는 어렵겠지만 정토회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인이니까 그 마음을 놓치지 않고 간다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법당을 ‘남의 집 아니고 내 집 드나들 듯이’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임한다면 미루지 않고 봉사도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저는 가볍게 살고 싶습니다. 남을 생각하면서 봉사도 하고 싶습니다. 꼭 정토회가 아니더라도 가정에서나 법당, 어디에 있든 제가 처한 어디서든 잘 쓰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토회를 모르던 시절부터 오랫동안 이어온 JTS 후원, 이제는 함께 수행하는 정토행자가 된 서민자 님의 정토회와의 인연이 참으로 특별하고 의미 있는 것 같습니다. 가볍게 살고자 하는 서민자 님의 수행담을 들으니 듣는 이 또한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서민자 님의 앞으로 이어질 수행도 함께 응원합니다.

글_박선희 희망리포터(동래정토회 화명법당)
편집_방현주(부산울산지부)

전체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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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지

저도 덩달아 마음이 가벼워 지네요. 저도 도반님처럼 어디서든 잘 쓰이는 수행자가 되도록 노력하렵니다. 감사합니다 ^^

2019-11-27 15:47:52

세명

차분한 수행담인데 굉장한 큰 울림을 느꼈습니다.

2019-11-22 04:14:38

무량덕

감동입니다. 정말 도반이 수행의 전부입니다. 감사합니다

2019-11-21 16: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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