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의정부법당
아들 덕분에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어요

아들 덕분에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수행, 보시, 봉사를 통해 마음의 평온을 찾았다는 의정부 법당 사활 팀장 김수영 님을 소개합니다.

참 감사한 인연입니다

제 유년 시절을 돌아보면 저희 친정은 찢어지게 가난한 자식만 8명인 집이었습니다. 저는 그 많은 자식 가운데 아들도 아닌 딸. 이런 나를 다른 사람들이 무시할까 봐 누구보다 사납고 억척스럽게 전투적으로 살았습니다. 무엇이든 열심히 하던 저는 공부 또한 열심히 하여 학업을 이어가고 싶었지만 넉넉하지 못한 살림에 학교에 진학한다는 건 제게 사치였습니다. 중학교 진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교무 선생님의 배려로 장학금과 추천서를 받아 중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습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어린 나이에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던 언니 오빠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대학까지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저 나름 아르바이트도 하고 열심히 살았지만 도움 주시는 선생님과 가족의 희생이 아니었다면 대학 졸업은 꿈도 꿀 수 없었을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도 참 감사한 인연입니다.

친정 식구 중 유일하게 대학을 졸업한 저는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닌데 스스로 친정 식구들에 대한 부담감으로 항상 어깨를 짓누르는 듯 위축감을 느꼈습니다. 그러다 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남편을 만나 결혼하게 되었고 아직 생활 능력이 없던 남편과 시댁에 경제적 지원을 해야 했기에 마음만 있지 친정 식구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주지 못했습니다. 그럴수록 마음의 부채는 더욱 커졌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대학 졸업하던 해에 친정엄마가 돌아가셔서 용돈 한번 드리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마음이 쓰이고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나는 어리석은 엄마였습니다

우리 아들은 마음이 불편한 아이입니다. 일상생활은 가능하지만 사회성이 다소 떨어지고 소통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약사로 활동하며 약국에 있는 시간이 많아 육아는 시어머니께서 전담해 주시다시피 하셨기에 아이가 자라는 과정을 세세히 살피지 못했습니다. 아들이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늦는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 또래 아이들에게 누명을 쓰고 갖은 괴롭힘을 당하며 인간에 대한 불신으로 괴로워하다 대인 관계를 기피하는 상황에 이르렀고 그렇게 해맑게 웃던 아이는 더 이상 웃지 않았습니다. 아들이 그런 상태에 있는 순간까지도 학교는 졸업해야 한다는 생각에 화를 내고 매를 들어 다그치며 아이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고 있었습니다. 그럴수록 아들의 대인기피 현상은 심해져 더는 공교육을 고집할 수 없게 되었고 대안학교를 알아보다 아들이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자폐를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진단을 받고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이 소식을 어찌 받아들여야 할지 마음이 혼란스러웠습니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아들의 병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내가 꾹 참고 이겨온 것처럼 아들도 그러면 되는 줄 알고 밀어붙여 아들에게 상처 주고 힘들게 했다는 자책으로 또 한 번 억장이 무너지는 아픔을 느꼈습니다. 이런 저 자신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내 마음의 성장

상처받은 아들을 위해 대안학교에 보내면서 나와 같은 아픔과 어려움을 겪는 부모들의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마음을 소통하기 시작했고 학부모의 소개로 정토회를 알게 되었습니다. 2014년 노원에서 열린 희망 강연에 참석해 법륜스님의 다소 직설적인 말씀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사고의 전환을 맛보았습니다.

불교대학 홍보 중(가운데 김수영 님)
▲ 불교대학 홍보 중(가운데 김수영 님)

2014년 임대 문제로 바쁘게 운영되던 약국을 접고 수익은 좀 적지만 한적한 곳으로 이전하게 되었습니다. 필연이었는지 약국에서 집으로 퇴근하는 길 중간쯤에 정토회 의정부 법당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 길로 시간적 여유도 생겼겠다. 망설임 없이 2015년 가을 불교대학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불교대학, 깨달음의 장, 경전반, 동북아 역사 기행, 주말 새벽 정진 등 할 수 있는 모든 정토회 수련에 성실히 임하며 안으로는 낮은 자존감으로 위축되는 마음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밖으로는 내가 내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는 독재자 근성으로 가족을 힘들게 했는지 나라는 사람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나를 알아갈수록 지금까지 큰 문제 없이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이 남편과 시댁, 아이들 가족 덕분임을 깊이 느끼고 감사한 마음이 생기니 덩달아 마음의 평온이 찾아왔습니다.

도반과 법당 청소하는 중(왼쪽 김수영 님)
▲ 도반과 법당 청소하는 중(왼쪽 김수영 님)

보시 봉사에 대한 원칙이 생겼다

아들의 병으로 힘든 시간이 없었다면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고려하고 생각하며 살지 못했을 겁니다. 괴롭던 시절 “장애가 있어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스님의 말씀이 흔들리는 내 마음을 잡는 데 도움이 되었고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아들을 괴롭혔다고 자책할 때 잘못이 아니라 단지 어리석었을 뿐이라는 스님의 말씀이 큰 위로가 되어 가볍게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그 힘으로 정토회에서 사활 팀장, 통일 의병 담당 등 봉사 소임을 하며 봉사를 통해 남을 위해 쓰이는 기쁨을 배웠습니다. 그 후 약국에 들어와 내게 도움의 손을 내미는 사람에게는 언제든 손을 잡아 준다, 약국 수익의 10%는 사회를 위해 보시한다는 나만의 원칙을 세워 감사한 마음으로 이행하고 있습니다.

jts 거리 모금 봉사하는 김수영 님
▲ jts 거리 모금 봉사하는 김수영 님

올해 27살이 된 아들은 대안 고등학교 졸업 후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따고 틈틈이 게임 소설을 쓰는 취미 활동도 하며 사회와의 소통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큰 회사는 아니지만 3년째 출퇴근도 하며 직장 생활을 하는 아들을 보며 남편은 “당신이 정토회에 다니며 변한 덕분에 아들이 중학교 시절의 상처나 부모에 대한 증오심이 조금씩 녹아내려 변한 것 같다.” 이야기합니다. 가벼운 신체접촉 자체도 거부하던 아들이 이제 어색해하면서도 엄마가 손잡는 것을 허용해주고 화내지 않습니다. 아들에게는 큰 변화입니다.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정토회에서 수행하며 발달장애인들이 편안하게 일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들고 소외계층에 힘을 보태는 일을 하며 살고 싶습니다. 더 나아가 어릴 적 아들의 밝은 미소를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봅니다.

어엿한 어른으로 성장한 김수영 님의 아들
▲ 어엿한 어른으로 성장한 김수영 님의 아들


법당에 크고 작은 행사가 있을 때마다 묵묵히 밀대로 청소하던 김수영 님. 부총무님의 추천으로 사전 조사 없이 인터뷰를 시작했지만, 평소 무난해 보이기만 한 분이었기에 어떤 내용으로 기사를 써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담담하게 풀어주시는 이야기에 빠져서 듣다 보니 어느새 아들의 이야기 부분에 함께 눈가가 촉촉해지고 있었습니다. 힘든 시기 아들 덕분에 꽃 피운 수행담을 들으며 김수영 님의 단단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수행이 아직 부족하지만, 많이 편안해졌어요."라며 환하게 웃는 모습이 마치 순박한 찔레꽃 같았습니다.

글_양미영 희망리포터(남양주정토회 의정부법당)
편집_장석진(강원경기동부지부)

전체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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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량

안녕하세요? 저는 정토회에 나가보고자 알아보는 중에 수행자님의 이야기를 읽게 되었습니다.
저도 아스퍼거 진단을 받은 남자 아이를 키우고 있어 수행자님의 글이 너무 공감되고 감동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저희 아이는 초등3년 때 진단을 받았고, 그동안 그럭저럭 학교를 다니다가 고2가 되었는데,학교 다니기를 너무 힘들어하고 해서 대안학교를 옮겨서 다니고 있어요.대안학교를 다니는 지금도 여전히 학교 가기를 힘들어하네요. 한번 뵙고 싶습니다. 연락을 취할 방법이 없을지요? 어쨋든 수행자님의 삶과 이야기가 저에게 큰 힘이 되네요. 감사드립니다.

2019-11-14 18:47:26

반야지

잘 읽었습니다.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꾸준히 수행하시는 모습에 감동입니다. 장애가 있는 아드님도 행복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도록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9-10-23 20:27:15

이경희

묵묵히 늘~한결같이 행 하시는
진정한 보살님 이십니다.()

2019-10-23 17:4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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