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남산법당
나를 찾아 떠나는 수행여행

아들 '때문이' 아닌, '덕분에' 찾게 된 정토회. 오늘의 주인공은 불법을 공부하며 나에게로 돌이키고, 수행이 깊어질수록 자기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고 합니다. 남산법당 신금년 님의 수행담을 들어보겠습니다.

주인공 신금년님
▲ 주인공 신금년님

시부모와 함께 사는 불편함

결혼 후 남편이 장남이라 시부모를 모시고 살았습니다. 처음 3년간은 행복했는데, 둘째가 들어설 시점부터 시부모에 대한 불편한 마음이 싹텄습니다. 그 당시 시어머니가 집에서 부업을 하셨는데 하기 싫은 마음과 돕지 못하는 불편한 마음 사이에서 늘 갈등했습니다.

부업을 이것저것 하다 보니 몸에 무리가 와서 안과, 치과, 내과 등을 전전하며 약도 먹고 x-ray도 찍었습니다. 그렇게 병원에서 검사를 받다가 둘째 임신 사실을 알게되어 걱정이 많았습니다. 함께 걱정해주시는 어른들의 염려는 고맙기보다는 간섭으로 여겨졌습니다. 의사 선생님의 권고가 있었지만, 제 생각대로 둘째를 낳았고 다행히 건강한 아들이었습니다.

그 시기에 3살 된 첫째와 저의 실랑이가 시작되었습니다. 왼손잡이인 아들에게 오른손으로 글자를 쓰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혼도내고 매도 들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그런 괴로운 상황이 반복되었습니다. 제 마음도 복잡했지만 그런 며느리와 생활하는 시부모님도 많이 불편해 한다는 걸 알면서도 살피기보다는 외면했습니다. 어른들과 살면서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는데 마음이 일어나지 않아 더 힘들었습니다. 반면에 남편과는 참 잘 지냈습니다. 만약에 남편이 아니었다면 저는 못 살았을 것 같습니다. 시어머니 말씀이 간섭으로 들리고 그런 것들이 계속 쌓이다 보니 시어머니와의 말문을 서서히 닫게 되었습니다.

친정 어머니와 함께.
▲ 친정 어머니와 함께.

모든 엄마가 싫었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어린 시절 학교 마치면 30분 정도 산길을 올라 고추를 따서 담은 커다란 자루를 혼자서 머리에 이고 내리며 엄마를 도와 일을 했습니다. 고생스럽다는 생각 없이 그냥 했습니다. 엄마가 일을 많이 시킨 것에 대해 미안해 하시는 걸 듣고서야 '그랬구나' 생각 했습니다. 이런 저의 우직한 면을 아들은 싫어했습니다. 제가 고생만 하는 엄마가 싫듯이 아들도 그런 점을 싫어했습니다. 저는 저대로 나와 똑같아 고집이 센 큰 아이에 대한 분별심이 컸습니다.

아들과 공부 문제로 싸우고 혼내다가 결국 매를 들게 되는 저 자신에게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자꾸 아들을 잡는 저는 엄마가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서도 큰아들이 제 뜻대로 되지 않고, 아들 고집에 제가 꺾이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고집이 세서 절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아들과의 끝도 없는 싸움으로 결국은 마음의 병을 얻게 되었습니다.

아들의 어떤 행동이 마음에 걸리면 문제를 해결하려는 생각보다 그 순간 제 감정에 빠져 헤어나오질 못했습니다. 타인과의 관계도 불편하고 재미가 없어 늘 혼자서 무언가를 하면서도 마음 한편은 공허했습니다. 저의 공허함을 아들이 채워주면 좋으련만 아들마저 뜻대로 안되니 더욱 좌절했습니다. 그 화를 아들에게 몽땅 쏟아놓기를 반복하다 어느 순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 엄마인 저도 싫고, 고생만 하는 친정엄마도 싫고, 간섭하는 시어머니도 싫고... 모든 엄마가 싫었습니다.

 사랑하는 남편과 정토회와 인연되게 해 준 큰아들
▲ 사랑하는 남편과 정토회와 인연되게 해 준 큰아들

1,000배 할 일을 만들지 말자

친구의 권유로 우연히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음이 힘들 때마다 음악처럼 법륜스님 법문을 듣던 어느 날 ‘아 그때 내 마음이 그랬구나’ 하면서 제 마음을 알게 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천일결사 입재식에 참석하여 스님의 법문을 직접 들으니, 불법에 대해 더 궁금해지고, 정토회의 모든 것들이 호의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 후 바로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2015년 불교대학에 입학해서 불법을 알아가는 공부가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깨달음의 장〉을 다녀온 후 항상 불편했던 사람들과의 관계가 두렵지 않고 즐거워졌습니다. 기도할 때 ‘모든 것은 나로부터 나아가 나에게 돌아옴을 알아 부지런히 정진하겠습니다’라는 명심문이 가슴에 와닿으면서 점점 편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정토회에 오기 전부터 108배를 했지만 천일결사에 입재하여 정식으로 기도하게 되니 힘이 들었습니다. 발가락부터 발목, 무릎 안 아픈 곳이 없고 하기 싫은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그래도 계속하다보니 200배도 도전해보고, 300배, 500배로 점점 늘어났습니다. 그러나 절을 더 열심히 하는데도 아들에 대해 올라오는 마음은 쉽게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하루는 그 올라오는 마음이 너무 괴로워서 1,000배를 했습니다. 울며불며 3시간동안 1,000배 한 후에 드는 생각은 다시는 1,000배 할 일을 만들지 말자는 깨우침이었습니다. 잘잘못을 떠나서 너무 힘이 드니까 다시는 그런 일을 만들지 말자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대상만 바뀐 채 그대로 올라오는 분별심

봄불교대학을 마칠 즈음 인도성지순례를 떠났습니다. 14박 15일 동안 오롯이 저에게 깨어 집중할 수 있는 그 시간이 너무도 소중했고 좋았습니다. 한국 생각을 전혀 안 할 만큼 자유로운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성지순례 가기 전에 시어머니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떨쳐 버리려고 3,000배를 했습니다. 확 뒤집어서 보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일인데 그걸 놓지 못하고 계속 끌어안고 있었습니다. 아들에게 잡고 있던 어리석은 마음을 대상을 바꿔 분별하며 괴로워했습니다.

수행하면서 아들을 너그럽게 바라보게 되어, 아들이 대학을 못 가도 막막하거나 답답하고 불안하지 않습니다. 다만, 엄마로서 안내자 역할을 못 해 미안한 마음이 있을 뿐입니다. 할 수 있는 건 수행하면서 당당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시어머니를 향해서는 아직도 살가운 마음이 올라오지 않습니다. 순례 다녀온 후 3년이란 세월이 지났건만 분별심이 옅어졌을 뿐 아직도 찌꺼기가 남아 있는 저를 보며 참 어리석다는 생각을 합니다. 요즘 기도문은 ‘이대로 감사합니다’입니다. 말로 하는 기도문이 아니라 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감사한 마음입니다. 기도 중 올라오는 생각이 있으면 내가 그걸 놓쳤네 하면서 알아차리고 돌아보는 시간을 가집니다. 나에게 수행이란 나를 알아가고 나를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대경지부 도반과 인간 현수막 홍보활동 중.
▲ 대경지부 도반과 인간 현수막 홍보활동 중.

다른 이의 괴로움을 덜어줄 수 있는 방법

지금은 대구경북지부 사회활동 팀에서 환경담당 대행 소임을 맡고 있습니다. 같이 일하는 도반들과도 호흡이 잘 맞아 무척 재미있습니다. 주어지는 일에 대해 부담 없이 하려고 합니다.

지부에서 하는 '행복한 회의'가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회의처럼 딱딱하지 않고 본인의 마음을 먼저 내어놓고 진행하니 좋습니다. 수다처럼 편안한 회의방식이 저하고도 잘 맞아 더 신나게 일하게 됩니다. 처음엔 낯설고 버겁던 일도 즐겁게 하다 보니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찾게도 되고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 제 모습을 보며 국장님이 많이 변했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이런 인터뷰 요청도 망설였는데 이젠 가볍게 하자고 생각합니다.

봉사에 대한 첫 기억은 불교대학 다닐 때입니다. 법당에 일찍 온 적이 있는데, 봉사자가 우리 수업을 위해 방석과 책상을 다 준비해 놓은 것을 보고 감사함이 올라오면서 저도 기회가 되면 꼭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많은 도반의 봉사 덕분에 지금의 저로 성장했다는 생각이 봉사에 대한 이유와 동력입니다. 앞으로도 주어지는 대로 그냥 하겠습니다.

어린이날 남산법당 도반들과. (뒷줄 중앙)
▲ 어린이날 남산법당 도반들과. (뒷줄 중앙)

장래엔 새로운 공부를 해보고 싶습니다. 우리 아들 말처럼 항상 작심삼일에 그치며 끝까지 마무리를 잘 못 해내는 업식을 넘어보고 싶습니다. 아직도 제 습성이 꾸준히 하지도 않으면서 미련도 못 버리는 공부에 대한 애착이 남아 있습니다. 또 제가 소중한 줄 알고, 저에게 집중하며 진정한 저를 찾아가는 일도 계속 하면서, 예전과 같이 다정한 며느리가 되고픈 바람도 있습니다.


신금년 님은 정토회의 수행과 봉사활동을 통해, 자기의 본모습을 찾아가는 여행을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자신의 부족함도 거리낌 없이 내보일 수 있을 만큼 자유롭고 편안해 보여서 저 또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글_김영희 희망리포터 (대구법당)
편집_강현아 (대구경북지부)

전체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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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혹시나 하고 검색해본 이름에 수행답이 있어 반가운 마음으로 잘 읽었습니다. 늘 감사한 인연입니다. 감사합니다. 꼭 성불하십시요.

2022-11-04 07:11:53

김효정

자신을 솔직하게 내어놓는 보살님~ 감동입니다♡♡♡
보살님과 함께 나를 찾아가는 여행 길에 도반이 되어 감사합니다~^^

2019-06-02 07:01:40

보리심

지금까지 살아오신 삶 자체가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듭니다.

2019-06-01 19:4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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