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권선법당
여러 가지 꽃들이 모여 하나의 화단을 이루듯이

권선법당에는 매주 토요일이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새벽 5시에 꾸준히 정진하는 고재필 님이 있습니다. 바쁜 직장생활 중에도 책임팀장으로 불교대학, 경전반, 수행법회와 봉사활동에 함께 하며 정토회 화단의 꽃으로 살아가고 있는 고재필 님의 이야기입니다.

2016년 봄경전 입학식에서(앞줄 가운데 고재필 님)
▲ 2016년 봄경전 입학식에서(앞줄 가운데 고재필 님)

세상을 이분법으로 바라봤던 지난 날

정토회를 만나기 전에도 크게 삶에 걸림이나 절실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이 세상은 억압하는 자와 억압받는 자로 나뉜다고 보고, 억압받는 자가 억압하는 자를 힘으로 바꿔야 진정한 변화가 일어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대학 시절부터 진보정당 당원 활동도 했고, 아이를 키우면서는 공동육아협동조합 이사장도 하면서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일을 시도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즉문즉설에 먼저 참석했던 부인의 권유로 2008년에 서초법당에서 진행했던 즉문즉설에 직장 동료와 함께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즉문즉설에서 경전반까지

직장인에 대한 즉문즉설이었는데, 왜 직장생활이 괴롭고 힘든지에 대해서 법륜스님이 간단하고 명료하게 설해주시는 것이 제게는 거의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그 당시 서초법당에서 진행되는 즉문즉설에, 저녁을 먹지 않는 한이 있더라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습니다. 그 후 자연스럽게 불교대학에 입학하게 되었고, 학창시절 한 번도 개근을 한 적이 없었는데 불교대학에서는 개근해서 상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모든 일정을 불교대학에 맞추고 나니 너무 힘들어서 경전반은 안 가려 했습니다. 그 때 그러한 제 마음을 보셨는지, 보향법사님의 말씀을 듣고 다시 마음을 내서 경전반까지 다니게 되었습니다.

즉문즉설 끝나고 나누기 ( 가운데 고재필 님 )
▲ 즉문즉설 끝나고 나누기 ( 가운데 고재필 님 )

아! 그러셨군요

<깨달음의 장>을 다녀온 지 일주일 정도 되었을 때였습니다. 일을 제때 끝내지 못한 직장 동료와 언쟁이 있었습니다. 상대가 이유를 대며 도저히 할 수 없었다고 이야기를 했을 때, 평상시 같으면 성격상 큰 언쟁으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아! 그러셨군요. 저도 말을 너무 심하게 했네요.'라고 딱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상대도 갑자기 부드럽게 딱 내려놓았습니다. 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동료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깨달음의 장>에 다녀온 덕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정과 직장에서 굽히게 되었습니다

책임팀장을 하면서 아무래도 정토회 활동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니 집과 직장에서 호소를 듣곤 합니다. 부인은 저보다 먼저 즉문즉설을 듣고 추천도 해 주었지만, 제가 많은 시간을 정토회에 있으니 어려움이 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제가 술 마시거나 골프를 하는 것도 아니고, 좋은 일을 하는데 왜 그러나 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법륜스님이나 유수스님께서 '완전히 굽히지 않아서 그렇다.'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들을 때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었지만, 시간이 지나니 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게 제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부인이 어려움을 이야기하면 '네. 알겠습니다.'라고 합니다. 가끔 불쑥불쑥 화가 올라오기도 합니다만 이전보다는 바로 알아차리고 사과하는 편입니다.
직장에서도 꼭 필요한 출장을 제외하고는 가능한 출장을 자제하려고 하니 비협조적인 사람으로 보는 사람도 있고, 인사고과가 안 좋게 나오는 경우도 있는것 같습니다. 그런 부분은 상대 입장에서는 그렇게 볼 수도 있는 일이니 오해는 없도록 하고 그로 인한 불이익은 감수하고 있습니다.

JTS 거리모금 후 ( 앞줄 맨 오른쪽이 고재필 님)
▲ JTS 거리모금 후 ( 앞줄 맨 오른쪽이 고재필 님)

도반과 소임이 복입니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즉문즉설을 들으러 다닐 때도, 불교대학에 개근할 때도, 경전반을 다닐 때도 함께 다닐 수 있는 도반이 있어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거리모금, 사회활동 팀장, 통일의병 담당, 경전반 담당, 책임팀장 등 각종 소임을 맡은 것도 꾸준하게 수행을 할 수 있는 힘이 되었습니다. 정토회를 만나기 전부터 진정한 행복이나 건강한 사회에 대해 고민을 해왔지만 바쁜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어느새 그 마음이 느슨해지곤 합니다. 그럴 때 도반들과 함께하고 소임을 맡으면 저절로 저도 행복하고 다른 사람도 행복해지는 자리이타의 수행이 되는 것 같습니다. 4년 전에 통일정진 기도를 시작하면서 하게 됐던 토요일 새벽 300배 수행도 누구라도 마음을 내서 오면 참여할 수 있도록 회향 후에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정토회의 진정성

사람의 마음은 진정성이 느껴질 때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여러 사회활동을 하면서 사람을 이용하거나, 조직에서 다툼이 생겨서 지속 하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보아 왔습니다. 수행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10년 넘게 정토회 활동을 하면서 보니 정토회는 규모를 키우려는 것이 아니라, 진짜 필요한 일을 합니다. 또한 법륜 스님께서는 진심으로 정토행자 각각의 수행과 행복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십니다. 이런 모습에서 정토회의 진정성이 느껴집니다.
법륜 스님 말씀 중 <부처님 법을 나에게 적용하면 보배이지만, 남에게 들이대면 비수가 될 수 있다>라는 말씀이 기억납니다. 내가 옳다는 생각, 나 잘났다는 생각을 내려놓으라는 말씀으로 알고 <남의 인생에 간섭하지 마라>라는 말씀과 함께 늘 마음속에 간직하며 살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꽃들이 모여 하나의 화단을 이루듯 ( 권선법당의 부처님 오신날 소임표)
▲ 여러 가지 꽃들이 모여 하나의 화단을 이루듯 ( 권선법당의 부처님 오신날 소임표)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신 고재필 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세상을 이분법으로 보다가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이 모여서 하나의 화단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통해 불법을 만남으로써 깊어지는 지혜로움과 <정토행자의 서원>을 다시 되새기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부처님 오신날 연등을 단 후 고재필 님 (왼쪽)과 희망리포터 (오른쪽)
▲ 부처님 오신날 연등을 단 후 고재필 님 (왼쪽)과 희망리포터 (오른쪽)


글_서병훈 희망리포터 ( 수원정토회 권선법당 )
편집_임도영 ( 광주전라지부 )

전체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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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데오

\"도반들과 함께하고 소임을 맡으면 저절로 저도 행복하고 다른 사람도 행복해지는 자리이타의 수행이 되는 것 같습니다. \" 감사합니다.~~^^

2019-05-26 17:23:14

향적(채한승)

얼마 전 거사나들이에 함께한 거사인데 편안한 말씀과 장난기 섞인 행자의 하루 사진 속에서 거사님의 진정성과 꾸준함 편안함을 보며 이 길을 먼저 가신 선배 도반님과 같이 부지런히 수행 보시 봉사하는 삶을 살겠습니다.

2019-05-24 11:02:14

혜등명

법당에서 매일 300배정진을 하신다니 대단하십니다. 정토회가 진정성이 느껴진다는 말씀이 와닿습니다.부처님께서 중생을 구제하시겠다는 자비심을 지도법사님한테서 순간 순간 많이 느껴집니다~^^

2019-05-24 09:2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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