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양덕법당
탁 놓으니 자유로워졌어요!

리포터가 인터뷰를 위해 법당을 찾았을 때, 신명나는 밀양아리랑 노랫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안에서는 개사한 밀양아리랑에 맞춰서 춤을 추고 있는 도반들이 보였습니다. 활동가 나들이를 앞두고 공연준비가 한창이었습니다.
춤 연습으로 더워진 몸을 식히는 틈을 타, 오늘의 주인공을 만나봅니다.
낮에는 장애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특수교육실무사로, 저녁에는 법당에서 행복한 삶을 배우고 익혀 실천하는 수행자로 살고 있는 서주연 님입니다.

활동가 나들이 중 공연 모습 (왼쪽에서 세 번째가 서주연 님)
▲ 활동가 나들이 중 공연 모습 (왼쪽에서 세 번째가 서주연 님)

일과를 마치고 피곤할 텐데도 에너지가 빵빵 뿜어져 나옵니다. 잠깐 쉬는 틈을 타서 질문했습니다.

공연을 준비하게 된 계기는?

-며칠 후면 활동가 나들이가 있어요. 오랜만에 스님도 직접 뵙고 선유동 개원식도 있으니 참 의미가 있죠. 마침 공연을 해야 한다며 부르더라고요. 같이하면 재밌잖아요. 잘해도 재미있고, 못 해도 재미있고요.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 하나요? 즐겁고 재미있으니까 하는 거예요. 함께 하니까요.

도반들과 같이 있는 서주연 님의 얼굴은 환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서주연 님의 모습은 일과 수행의 경계가 무너지고 마침내 하나의 놀이가 된 자유로운 모습이었습니다.

남산순례 중(뒷줄 오른쪽이 서주연 님)
▲ 남산순례 중(뒷줄 오른쪽이 서주연 님)

청춘콘서트에서 첨 스님을 뵙다

어떻게 정토회와 인연이 되었는지?

-점점 나이가 들면서 종교인으로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10년 뒤를 미리 준비하는 마음이라고나 할까요? 평소 불교에 관심이 있어 절에 가는 것을 좋아했는데, 사찰 내에 붙은 글귀들이 좋아서 생활에 적용하며 많은 위안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중3 때 잠깐 동아리에서 접한 것 외에 불교에 대해 아는 게 없었습니다. '이왕 불교를 믿으려면 바르게 알고 믿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즈음에, 2015년도 포항에서 열린 청춘콘서트에서 처음으로 법륜스님을 뵈었습니다. 마침 그 무렵, 정토회에 다니는 선배도반을 만나 안내를 받을 수 있었고, 이듬해에 뜻이 맞는 직장동료들과 덕산법당 31기 불교대학에 입학하면서 정토회와 인연이 되었습니다. 뭔지도 모르면서 원서 쓰러 가는 계단에 붙었던 수행, 보시, 봉사라는 세 단어가 너무나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어색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지요.

서주연 님을 보면서 사람의 인연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수행 보시 봉사라는 단어가 마음에 울림을 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내 힘듦을 돌아보게 하는 특수교육실무사의 길

학교에서 장애 아이들과 생활하는 특수교육실무사인데 직장에서 어려움은 없는지?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다 보니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이 있어요. 아이가 저를 밀쳐서 벽에 부딪치기도 하고, 저를 잡으려고 갑자기 뛰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장애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아이들에게 애달아하던 내 모습을 보게 되고, 그 아이들에게 집착하다 보니 결국은 나에게 상처가 됨을 보면서, 탁 놓으니 애달아할 일도 끌려 다닐 일도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수행 덕분이지요.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니 오히려 더 다가옴을 느꼈습니다.
언제나 분별없이 한마음으로, 일이 아닌 사명감으로,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사회구성원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부족하지만 할 수 있을 때까지 안내자 역할을 잘 수행하도록 해야겠습니다. 돌이켜보니 많은 경험을 체득하는 장이었습니다. 항상 고마운 마음입니다.

통일축전 때 (중간에 흰 옷이 서주연 님)
▲ 통일축전 때 (중간에 흰 옷이 서주연 님)

불교대학 담당 소임은 큰 마음 공부하는 일

올해 저녁반 봄불교대학 담당을 맡았는데 그 소임의 의미는?

-불교대학과 경전반을 졸업하고 수요수행법회담당을 일 년 했습니다. 참 좋은 소임이었어요. 매주 법회 준비하고 스님 법문 듣고 도반들과 나누기하면 참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불교대학 담당은 부족함이 많은 걸 알기에 다음에 좀 더 깊이 있는 수행을 하고 나서 하고 싶었는데 여러 도반의 힘으로 하게 되었어요. 불교대학 담당은 하고 싶다고 하는 것도, 하기 싫다고 안 할 수 없는 아주 특별하고 귀한 인연입니다. 사실 하고 싶을 때 한다는 것도 어쩌면 욕심이겠고요. 불교대학 담당 소임은 주어진 상황에서 순간순간 불법의 이치를 자각하는 큰 마음공부가 될 것 같습니다.

불교대학 담당 교육 (가운데가 서주연 님)
▲ 불교대학 담당 교육 (가운데가 서주연 님)

<깨달음의 장>에서 내려놓은 "나"

수행을 하면서 우리 모두 저마다 깨침의 순간들이 있는데요. 가장 큰 깨침은 역시 <깨달음의 장>이 아닐까 싶은데 서주연 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불교대학을 입학할 즈음엔 한 해 동안 어떤 마음가짐으로 생활할지 정한 상태였습니다. 그때는 애들 아빠에 대한 미운 감정도 어느 정도 털어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불쑥불쑥 떠오르는 파편들은 때론 불법과 부딪히며 혼란스럽게 했습니다. 뒤늦게 경전반을 다니면서 다녀온 <깨달음의 장>은 새로이 나를 태어나게 했습니다.
'나'라는 집착, ‘내 것’이라는 욕심을 내려놓게 하였고, ‘내 고집’을 내려놓으면서 점점 단풍이 물들듯이 안개가 걷히듯이 조금씩 변했습니다. 삼년이 지난 지금은 그 미운 감정을 미련 없이 털어내고 웃으며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바라는 마음이 컸음을 알게 되니 마음이 저절로 가벼워졌습니다.

<깨달음의 장>의 강력한 한 방과 짧지 않은 시간 꾸준히 수행한 덕으로 얻을 수 있는 가벼움이기에 주인공은 찬찬히 이야기 하지만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수행했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은?

-열심히 정토회에 다니고 싶습니다. 스승님 흉내라도 내보고 싶습니다. 지금도 조금은 힘들지만 마음만은 참 가볍습니다. 힘든 마음은 수행의 과제로 삼겠습니다. 불법의 인연으로 삶의 이치와 진리를 알게 되니, 설령 넘어지더라도 오뚝이처럼 일어날 수 있는 힘이 저축되어 있는 부자니 잘 쓰이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법륜스님 즉문즉설 강연 봉사 중 (오른쪽이 서주연 님)
▲ 법륜스님 즉문즉설 강연 봉사 중 (오른쪽이 서주연 님)


인터뷰 내내 서주연 님은 수행자로서 당당하고 자유로운 품위를 보여주었습니다. 바쁘고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수행 보시 봉사가 곧 행복한 수행자임을 아는 서주연 님이 참 멋져 보입니다. 다시 도반들과 공연 연습을 하는 서주연 님 주위로 환한 빛이 흐르는 봄밤이 깊어갑니다. 함께 가는 도반이 있어 참 행복한 봄날입니다.

글_하상의(포항양덕법당 희망리포터)
편집_도경화(대구경북지부 담당)

전체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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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덕화

꾸준한 수행.보시.봉사를 하고 있는 보살님!
얼굴모습이 점점 더 편안하고 환하게 변화해가는 보살님을 보면서 닮고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같은 공간에 함께 하는 인연에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2019-04-21 08:21:16

월광

고맙습니다. 든든합니다.

2019-04-17 22:15:05

원승

참 수행자이십니다 ?보는것만으로도 흐뭇합니다

2019-04-17 19:2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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