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송도법당
기복의 마음에서 내 안을 들여다 보는 지혜의 마음으로

송도법당에는 군대에 간 아들을 위해 시작한 기도가 지금은 인생의 주인공으로서 행복의 길로 향한 분이 계십니다. 현재 송도법당에서 회계소임을 담당하고 있는 이영숙 님인데요. 이영숙 님의 괴로움이 없이 행복으로 가는 수행담을 들어보겠습니다.

입영통지서가 이끈 불교대학

“엄마 나 군대 안 가면 안 돼?"

입영통지서를 받고 아들이 저에게 한 말이었습니다. 결혼 3년 만에 북한산 가서 산기도 해서 얻은 귀한 아들입니다. 매사에 똑 부러지고 자존감이 강한 딸에 비해 아들은 어렸을 때부터 여리고 약해 마음의 상처를 잘 받았습니다. 사람들이랑 어울리는걸 싫어하고 늘 혼자 게임만 했습니다. 당시에는 매스컴에서 고된 훈련을 견디지 못한 병사들의 탈영이나 총기사고 등 군대의 이런저런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는 뉴스로 세상이 시끄러울 때였습니다. 저도 불안과 걱정이 앞섰는데, 아들도 마찬가지였던 거 같았어요.

혹여 단체생활에 적응을 못 해 탈영할까 노심초사하며 지내고 있었는데, 문득 1년 전부터 법륜스님의 희망편지에서 ’누구나 괴로움이 없고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말에 위안을 받아 계속 구독하고 있던 정토회가 생각이 났습니다. 마침 봄불교대학 모집 광고를 보게 되었습니다. 평소에 불교경전에 관심이 많았던 저는 공부도 하고 고된 삶의 위로도 받아보자는 마음으로 정토회 홈페이지에 원서를 제출하였습니다. 그렇게 집 근처 송도법당에 입학 했습니다.

부처님 오신날 오른쪽 이영숙님
▲ 부처님 오신날 오른쪽 이영숙님

마음 내어놓기

2015년 3월 봄불교대학 저녁반은 직장인들 20명 남짓이였습니다. 지긋하신 60대 어르신부터 20대 초반의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저녁반은 편안하고 가족 같은 분위기에 단합도 잘되고 열정이 많았습니다.
불교대학에서는 스님의 영상강의 후 오늘 주제에 대해서 둥글게 마주 보고 앉아 마음 나누기를 합니다. 저는 애써 밝고 낙천적으로 살아왔던지라, 낯설고 어색해서 힘든 마음을 쉽게 내어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남에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여 동정받기도 싫었습니다. 그래서 즐거운 얘기로만 마음을 내놨던 거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뭔가 불편하고 숨기는 거 같고, 거짓인 거 같고 해서 도망가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하루하루 지나고, 하나씩 꺼내 놓다 보니 어느 순간엔 가족처럼 편해져 스스럼이 없어졌습니다. 가족 험담이나 직장에서의 갈등, 스트레스로 상한 속을 달랬던 것 같습니다.

한계에 도전한 3000배

힘들게 느껴졌던 새벽수행도 밴드 알람으로 버틸 수 있었습니다. 퇴근 후 듣는 스님의 법문은 달콤한 자장가로 들렸지만 수업에 빠지지 않고 참석한 덕분에 졸업할 수가 있었습니다. 아침잠이 많지만 아들을 위해 새벽 5시에 일어나 108배를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절 수행은 통일기도 300배, 1000배, 정초기도 3000배를 하게 된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예전에 등산하러 다녔던 터라 그것쯤이야 하고 가볍게 생각했는데 하다 보니 절수행이 결코 만만한 게 아니었습니다. 통증이 어깨부터 차츰차츰 오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온몸 구석구석 안 아픈 데가 없었습니다. 중간에 포기할까 하다가 군대 간 아들을 생각하며 끝까지 하고 나니 온몸이 땀범벅이 되었습니다. 마음의 무거운 노폐물이 빠져나가고 한계에 도전해 성취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1년을 오롯이 아들만 생각하며 엎드렸습니다. 다행히 조금은 덜 힘든 부대를 배치받았고 자상하고 잘 챙겨주는 선임과 착한 동기, 마음 맞는 후임이 들어와 적응을 잘하고 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부대행사에 초대받아 갔을 때는 자랑스럽게 동기들을 소개하며 활짝 웃었는데, 여태껏 그렇게 잇몸을 드러내놓고 환하게 웃는걸 본적이 없었던 거 같습니다. 너무나 다행스럽고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스님의 법문대로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을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 고통스러워하고 있었습니다.

수행하면서 저에게도 조금씩 변화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이 몇 번의 사업실패를 해서 제가 가정경제를 책임지고 있었습니다. 그 고단함에 남편을 미워하고 원망했던 마음이 측은함과 안쓰러움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남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행했던 사치와 독선은 부끄러움으로, 내 욕심을 채우기 위해 힘들게 했던 가족에게는 미안함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무의식에서 올라오는 업식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로 했습니다.

불교대학 문경 특강수련 왼쪽에서 세번째
▲ 불교대학 문경 특강수련 왼쪽에서 세번째

밖을 향하던 마음이 안으로

경전반 수업에서 어느 도반의 마음나누기가 생각납니다. 파도치는 바다를 바라보며 엄마는 파도가 치지 말라고 기도하고, 딸은 그 파도를 이겨낼 수 있는 용기를 달라고 기도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그 다음부터는 딸에 대한 믿음이 생겨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저 또한 그즈음 딸에 대한 기대로 많은 의견충돌과 갈등으로 맘고생 하고 있을 때였거든요. 어쩌면 아이들이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현명하고 지혜로운 것 같아 저 또한 믿고 지켜보리라 마음먹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가벼워지고 아무것도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법문을 통해 진리는 단순한데 있고 무지에서 오는 어리석음은 인생을 괴롭고 힘들게 한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비록 시작은 소박하게 아들의 군 생활 안위를 비는 기복신앙으로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가정에서 회사로 남북평화통일로 세계로 우주로, 그리고 안에서 밖을 살피게 되었습니다. 점점 더 밖을 탓하던 마음이 내 안을 들여다보는 지혜도 생기게 되었습니다.

9-2차 입재식 공연사진, 오른쪽 둘째줄 첫번째 이영숙 님
▲ 9-2차 입재식 공연사진, 오른쪽 둘째줄 첫번째 이영숙 님

나를 성장하게 만드는 도반의 힘

직장이 시화로 이사를 하면서 수행법회를 들을 수 없게 되어 일요법회를 개설하여 담당을 맡아 1년 정도 봉사를 했습니다. 전에는 늘 같은 질문에 답을 주시는 즉문즉설이라 재미없어 잘 듣지 않았던 법문이였습니다. 담당을 맡고 나서 그제야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으며, 마음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한 달 동안 힘들게 연습했던 입재식 행사 공연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고, 일주일에 한 번씩 서초법당에서 법륜스님의 금강경 영상강의 편집 프로젝트도 감사한 마음으로 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경전말씀 하나하나가 주옥같은 진리로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공연이나 금강경 영상강의 편집을 함께한 도반들 덕분에 힘을 얻고 희망이 생기고 행복을 느꼈습니다.

지금은 송도법당 회계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생소하고 어려워 권애연 총무님한테 엄살도 많이 부리고 그만둔다고 협박도 하고 그랬는데 이것 또한 마음수행과정이라고 토닥여 주시더군요. 눈웃음과 함께 부드럽게~~ 그 부드러운 카리스마에 그만 주저앉고 말았지요. 그 힘을 받아 한발 한발 성장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금강경 영상강의 편집 프로젝트 첫줄 왼쪽에서 두번째 이영숙 님
▲ 금강경 영상강의 편집 프로젝트 첫줄 왼쪽에서 두번째 이영숙 님

오늘 수행담의 주인공인 이영숙 님은 리포터가 법회 불전함 입금할 때 여러 번의 실수로 번거롭게 해 드렸음에도 웃으며 친절하게 설명해 주시던 불교대학 선배입니다.
묵묵히 봉사하시는 이영숙 님의 모습에는 이러한 수행 거리가 밑바탕이 되었구나 싶었습니다. 송도법당에서 함께 가는 도반이라 든든하고 감사한 마음 입니다.

글_이영숙 (인천정토회 송도법당)
담당_황정의 희망리포터 (인천정토회 송도법당)
편집_고영훈(인천경기서부)

전체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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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심

늘 밝은 미소로 행복전달해 주시는 영숙보살님으로부터 무주상보시의 실천을 따라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2018-12-29 02:12:22

정명

\"진리는 단순한데 있고 무지에서 오는 어리석음은 인생을 괴롭고 힘들게 한다.\" 감사합니다.~~^^

2018-12-28 05:45:44

무량덕

한계를 극복하고 오똑이 선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감사합니다.

2018-12-27 14:3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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