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시애틀법당
시애틀의 가을 불교대학 이야기

정토회에 신선한 새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정토불교대학이 올해부터 새로이 개편되어 한국에서는 이미 개편된 프로그램으로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해외에서는 지난 9월 행자대회에서 시범적으로 소개하고 수렴 과정을 거쳐, 많은 해외 법당에서도 이번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단장한 시애틀의 가을 불교대학 이야기입니다.

시애틀에서 처음 이 행운을 맞이하게 된 가을 불교대학 신입생은 다섯 명입니다. 10월 21일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10월 28일 입학식이 열렸습니다. 불교대학 담당자뿐 아니라 신입생들을 응원하기 위해 선배 도반들이 함께 했습니다. 처음 접하는 불교 의식이 생소한지 신입생들은 선배들을 따라 하느라 부산스럽습니다. 입학식이 끝나고 나누기를 위해 둥글게 앉을 때도 당황스럽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저도 나누기를 처음 하던 때가 생각나 빙그레 미소 지었습니다. 모두 편안히 자신의 마음을 내어 놓을 수 있는 그날까지 화이팅입니다.

입학식을 마치고 난 후 나누기 하는 모습
▲ 입학식을 마치고 난 후 나누기 하는 모습

응원하기 위해 참석한 선배 도반들 (뒷줄 오른쪽부터 한복희, 박현수, 하주홍, 주상휴 님), 신입 도반들 (앞줄 오른쪽부터 임영철, 한국천, 강양원, 이재남 님)
▲ 응원하기 위해 참석한 선배 도반들 (뒷줄 오른쪽부터 한복희, 박현수, 하주홍, 주상휴 님), 신입 도반들 (앞줄 오른쪽부터 임영철, 한국천, 강양원, 이재남 님)

그로부터 3주 후, 개편된 불교대학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신입생들은 또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궁금한 마음에 다시 법당을 찾았습니다. 이번 불교대학 담당자인 박현수 님은 정토회와 인연 맺은 지도 오래되었고 누구보다 수행정진을 열심히 하고 있는 분입니다. 북미서부 지역 불대팀장의 소임을 맡고 있으며 시애틀법당에서도 여러 번 불교대학을 담당한 베테랑이지요. 차분하고 부드럽게 수업을 이끄는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신입생이라 불리지 않아도 될듯한 신입 도반들도 스님의 말씀 하나라도 놓칠세라 화면과 교과서를 번갈아 보며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나누기 할 때에도 3주전 입학식 때 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너도나도 깊은 마음을 내어 놓았습니다.

수업중인 신입 도반들
▲ 수업중인 신입 도반들

이번 개편된 불교대학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과제를 개별로 하는 것이 아니라 SNS를 통해 매일같이 함께 과제를 수행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나누기 시간에는 그날 들은 법문을 실제 자신이 겪고 있는 마음과 연관 지어 볼 수 있는 복습 시간을 가짐으로써 법문의 내용을 보다 실질적으로 마음에 와닿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이미 불교대학을 졸업한 저도 다시 한번 참여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둘러앉아 그날 배운 법문을 복습하며 나누는 시간
▲ 둘러앉아 그날 배운 법문을 복습하며 나누는 시간

수업을 모두 마치고 불교대학 담당자인 박현수 님, 그리고 신입 도반 한국천 님과 강양원 님을 만나 보았습니다.

<박현수 님 (불교대학 담당자)>
Q 이번 불교대학 담당을 맡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이제 수업이 3주차에 접어 들었는데요, 개편된 프로그램으로 수업을 진행해 보니 어떠세요?

특별한 계기는 없습니다. 다만, 저는 이전에 불교대학 담당을 두 번이나 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다른 도반에게 양보하고 싶었습니다. 담당자로서 수업을 진행할 때마다 느껴지는 큰 울림과 도반들과의 교감이 너무나 재미있었거든요. 이런 기쁨을 저 혼자 독차지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도 있었고 너무 저돌적으로 일을 추진하는 제 업식이 혹여나 학생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에서였습니다. 하지만 또 이렇게 소임이 주어졌네요.(웃음)

개편된 불교대학 과정은 그 주에 들었던 법문을 일주일 내내 떠올려서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것 같습니다. 이전 불교대학에서는 사실 수업이 끝나면 책을 덮는 순간 법문도 잊혀지잖아요.(웃음) 개편된 프로그램의 특징은 '지난 주 법문 돌아보기'로 복습하고 '수행연습'을 통해 한 주 동안 끊임없이 자신을 바라보게 합니다. 첫 번째 수행연습이 '000해서 행복해!' 였는데, 저 역시 틈만 나면 '나는 행복한가?' 를 스스로 묻고 있었습니다. 학생들도 '신선하다, 새로운 관점으로 사물을 보게 되었다' 라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법문이 지식으로만 남지 않고 삶과 일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긍정적입니다. 앞으로 또 어떤 수행과제가 주어질지 저도, 신입 도반들도 매주 기대 중입니다.

Q 불대생들에게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저는 정토회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제 의지보다는 분위기에 밀려 불교대학을 입학하게 된 경우였어요. 하지만 요즘은 대체로 뚜렷한 이유를 가지고 자기 주관으로 오는 학생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법문에 집중하며 상당히 열심히 수업에 임하고 있습니다. 다만 마음 나누기나 봉사활동 등은 원래 불교에 관심 있는 분이라 하더라도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생소한 환경에서 불편을 느끼는 것, 이것은 누구나 그렇습니다. 그럴 때면 같이 입학한 도반들을 보며 '저 사람도 나와 비슷하겠구나' 생각하며 부담을 조금 덜고 수업에 임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싫은 마음이 올라오더라도 주어지는 과제는 눈 딱 감고, 아니 오히려 한 발 더 내딛는 마음을 내어 보셨으면 좋겠어요. 예전 저희 법당 졸업생 한 분이 본인이 늘 수동적으로 수업에 임해 아쉬웠다고 하신 말씀이 떠오릅니다. 정토회의 교육과 수련 프로그램은 지나고 보면 다 이유가 있고 할만한 가치가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이유로 지도법사님께서 이런 프로그램들을 만드셨겠지요.

<신입생 한국천 님>

제 어머니는 깊은 불심을 가지고 오랜 세월 동안 삼보에 귀의 하셨지만, 제게 불교는 너무나 멀고 낯선 종교였습니다. 어느 날, 우연히 유튜브에서 탐진치(貪嗔恥)를 설법하시는 법륜스님의 동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동영상으로 인해 탐진치 중 진, 즉 화를 내는 원인이 내 업식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날을 계기로 마음속에서 화는 일어나지만, 그것을 '내가 화를 내려고 하는구나!' 하고 바로 알아차리고 밖으로 돌출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매번 마음먹은 대로 되지는 않지만 전 이제 집에서는 화를 내지 않습니다. 그런 인연으로 어머니만의 멀고 낯선 종교가 제게도 한 발 다가 왔습니다. 그 후로, 열반과 해탈의 길로 수행하는 불교공부를 하려고 여러 매체를 찾아 보았지만 인연이 닿질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제 매형의 친구이자 시애틀 정토회에 몸 담고 있는 주상휴 님의 권유로 저는 이번 불교대학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오리엔테이션부터 참여했으니 오늘로써 불교대학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함과 망설이는 마음으로 시작을 했는데 지금 저는 행복합니다. 마음나누기는 여전히 많이 어색합니다. 하지만 정토회에서의 예절과 봉사활동 등이 제 몸과 마음에 와닿는 느낌입니다. 수행자의 삶으로 한 발짝 다가서나 하는 생각에 기분이 좋습니다. 앞으로도 결석이나 지각없이 성실히 임하겠습니다. 부처님의 가피속에 일상에서 맺은 좋은 인연들이 복이 되고, 다시 그 인연들로 말미암아 복을 짓는 그런 삶을 살겠습니다.

<신입생 강양원 님>

오래전부터 불교에 관심이 있어 시애틀 주변에 절을 찾아보기도 했지만 마땅한 곳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유튜브에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듣게 되었고, 웹사이트를 통해 시애틀에도 정토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개인 수행에 그치지 않고 사회와 환경문제에까지 인식을 넓혀 수행이라는 범주 안에 포함시킨 정토회의 목적에 매우 동감합니다. 실천적 불교사상과 수행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아 반가운 마음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세 번밖에 수업하지 않아 소감을 말하기에는 조금 이르지만, 개개인이 보다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매주 ‘수행 연습’이 포함되어 있어 좋습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내 마음의 움직임과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갖는 감정들을 관찰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되고 있습니다. 불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꾸준히 수행하여 불자로서의 기본 소양을 키우고 싶습니다.

이번 신입 불교대학 신입 도반들을 인터뷰하면서 저도 아이가 학교에 가게 되면 다시 불교대학 수업을 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그리고 불교를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보다 쉽게 와 닿을 수 있도록 개편 프로그램을 고민해 주신 법사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아직 불교대학을 경험하지 못한 분들 계신가요? 내년 봄 개강 때는 꼭 한번 도전해 보세요. 지금까지와는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실 거예요.

글_박근애 희망리포터 (시애틀법당)
편집_박승희(해외지부)

전체댓글 6

0/200

김지은

시애틀 불교대학의 새로운 수업에 대해 들으니 저도 다시 불대를 다니고 싶어 지네요. 시애틀 불대 아리 아리~!!^^

2018-12-16 18:58:56

보리안

올래 올래~
씨애틀! ㅎㅎ

유쾌한 시애틀법당 화이팅입니다.^^

이번 개편불대에 참여하게 된 것은 일종의 행운입니다.
마음공부가 절로절로 된다는..^^

2018-12-12 00:39:29

보산등

불교대학생 여러분 졸업까지 직진하시길 바랍니다.

2018-12-11 20:58:53

전체 댓글 보기

정토행자의 하루 ‘시애틀법당’의 다른 게시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