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양평법당
60일의 변화

가을도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었습니다. 집집마다 김장 준비로 분주한데요. 몸은 바빠도 마음은 한 템포 쉬면서 아름다운 계절의 끝자락을 만끽해봅니다. 울긋불긋 단풍의 빛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마음의 변화를 소개해드립니다. 노란 은행잎보다 더 빛나는 양평법당 가을불교대학 신입생인 권효배 님과 유화경 님의 수행담을 들어보겠습니다.

양평법당 권효배 님의 이야기로 시작하겠습니다.

고민은 됐지만 입학하니 참 좋아요!

수술 후 회복 중이던 때에 친구가 즉문즉설 두 편을 보내주었습니다. 처음엔 시큰둥한 마음으로 좋고 싫고도 없이 그냥 봤는데, 그 후 더 많은 즉문즉설을 찾아 보게 되었습니다. 어떠한 질문에도 막힘없이 척척 자기모순을 일깨워주시는 법륜스님이 마냥 신기했습니다. 어떤 길을 걸었기에 저렇게도 거침없이 문제의 본질을 뚫어보실까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던 불교대학 입학을 올 가을로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토회에 정말 잘 온 것 같습니다. 즉문즉설 들으면서 궁금증이 생길 땐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답답했던 마음이 확 트이는 느낌이 들거든요. 또한 다른 단체에서는 쉽게 만나기 어려운 부류의 사람들을 알게 된 것도 참 좋습니다.

나의 좋은 면만 보여주고 싶은 사회친구들과는 많은 대화를 해도 마음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가 쉽지 않은데, 이곳에서는 규정과 테두리 없이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어 정말 좋습니다. 마음나누기가 처음에는 많이 어색했지만, 나누기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가만히 바라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살면서 생각과 마음을 구별하지 못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나를 오롯이 보게 되는 시간이 있어서 정말 감사합니다. 매주 반복되는 나누기는 나의 마음을 가만히 볼 수 있는 기회이자,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난 어떨 때 행복하고, 뭘 좋아하고, 상대방은 어떤 마음일까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입학했어요^^_왼쪽 두 번째 권효배 님,네 번째 유화경 님
▲ 입학했어요^^_왼쪽 두 번째 권효배 님,네 번째 유화경 님

불교는 기복신앙이 아닌 진리임을 깨친 남산순례

남산순례길에서는 자연의 이치를 고려해 부처님 조각을 만든 그 옛날 불자들의 마음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 중 머리 없는 부처님상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머리 없는 부처님상의 설명을 들으면서 현재 불교가 직면한 문제와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머리 없는 부처님의 몸처럼 불교가 부처님의 기본 가르침과 진리를 잃고, 기복과 형식으로 변질되어 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불교가 기복신앙이 아닌 원래 모습인 진리의 불교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남산순례에서_왼쪽 두 번째 권효배, 세번째 유화경 님
▲ 남산순례에서_왼쪽 두 번째 권효배, 세번째 유화경 님

권효배 님의 앞으로의 마음가짐

불교대학에서 오계를 배우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떻게 죽어야 할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모두 마땅히 해야 할 일과 마땅히 하지 말아야 하는 것들을 잘 지키며 산다면, 정말 평화롭고 두려움 없는 세상이 될 것 같습니다. 백 프로 자신은 없지만 저도 오계를 지키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오계 중에 욕하지 말라는 게 있는데, 입으로만 말하지 않으면 괜찮다고 생각했던 제 어리석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입뿐만 아니라 머릿속에서도 욕하지 않을 자신이 아직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세상살이의 기본지침을 배운 것 같아 참 기쁩니다.

불교대학에서 공부를 하며 여태껏 짊어지고 있는 많은 짐들이 사실은 짐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스스로 만들어 놓은 생각의 테두리에 갇혀 살았었는데, 이제는 그 덫에서 벗어나 많이 자유롭고 편안해졌습니다.

권효배 님에게서는 벌써 해탈한 자의 자유와 긍정의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다음으로 유화경 님의 수행담을 들어볼까요?

나누기는 내 마음을 비추는 거울과 같아요!

저는 4년 전 불교대학에 입학했었습니다. 그 때는 낯선 사람들과의 마음나누기가 너무 부담스러워 포기를 하고 말았지요. 시간이 흘러 최근 개인사정으로 힘들어하던 저를 지켜보던 언니와 남편이 정토회에 다시 가보라고 적극 권유했습니다. 언니와 남편은 정토회 불교대학 선배입니다. 그들의 제안이 처음엔 썩 달갑지 않았지만, 그래도 '한 번 가보자'라고 마음을 내어 오게 되었습니다.

정토회오고 나서 법당 활동가들의 편안한 모습을 보고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스님의 법문을 통해 내가 지금 겪고 있는 두렵고 무서운 마음도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것을 배우고, 받아들이게 되어 제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습니다. 지금 나의 모습을 오롯이 바라보며 집중하는 연습을 하니, 생각도 마음도 많이 정리되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나누기를 통해 나의 마음도 물론 내어놓지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참 좋습니다. 내가 평소 하지 않던 생각을 일깨워주고, 그것을 통해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을 통해 나의 모습을 반추해 볼 수 있어 좋습니다. 불교대학 프로그램 중 가장 좋은 시간은 '마음나누기'입니다. 물론 아직도 마음나누기가 힘들고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 아주 큰 힘이됩니다.

몸은 고단해도 마음은 가뿐한 남산순례

평소 등산을 좋아하지 않았던 저에게 이번 산행은 말 그대로 또 하나 넘어야 할 산이었습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조금 늦게 올라가더라도 결코 멈추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또 다짐했습니다. 저와는 달리 이어폰으로 들려오는 법사님의 편안하고 안정적인 목소리는 그 자체로 놀라움이었고 감동이었습니다.

남산순례일정 내내 잡생각이 들지 않아서 참 좋았습니다. 비록 몸은 피곤하지만 산을 내려올 때는 오히려 마음이 맑아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부처님 팔에 구멍이 뚫려있는 조각상 바로 아래에서 모두 함께한 명상은 최고의 시간이었습니다. 맑고 청정한 곳에서 하니 집중도 잘되었고, 마치 내가 수련을 하고 있다는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왼쪽_권효배, 오른쪽_유화경 님
▲ 왼쪽_권효배, 오른쪽_유화경 님

유화경 님의 앞으로의 마음가짐

매주 주어지는 수행거리를 성심껏 실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나는 언제 행복하지?' 라는 과제가 주어지면 의도적으로라도 행복했던 순간이나 행복하게 해주는 것들을 생각하게 되고, 그러면서 마음도 행복해졌습니다. 현재로서는 불교대학을 끝까지 졸업하고 싶습니다. 벌써부터 졸업할 즈음의 나의 변화된 모습이 궁금합니다. 불교대학 선배인 언니와 남편을 보면 평소 일상은 별반 달라진 게 없어 보이지만, 현상을 보는 관점이 잘 잡혀있다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불대를 제대로 졸업하면 나도 그들처럼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이 생겼습니다.

그녀를 아끼고 사랑하는 가족들의 지원으로 다시 불교대학에 입학한 유화경 님. 힘들고 싫다는 마음이 남아 있는 일을 다시 시도해야할 때, 얼마나 많은 의지가 필요한지 우리 모두는 알겁니다. 마음의 저항을 이겨내고 다시 용기 내어 불교대학에 입학한 그녀에게 큰 박수를 보냅니다.

권효배 님과 유화경 님 두 분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참 행복했습니다. 닫혀있던 마음이 풀어지고, 내가 내 생각의 덫에 스스로 갇혀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그 순간의 감동이 진하게 다가왔습니다. 수행의 기쁨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며 공부하고 있는 두 분께 무한한 응원과 감사를 전합니다.

글_이현주 희망리포터(남양주정토회 양평법당)
편집_전선희(강원경기동부지부)

전체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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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

\"우리 모두 마땅히 해야 할 일과 마땅히 하지 말아야 하는 것들을 잘 지키며 산다면, 정말 평화롭고 두려움 없는 세상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2018-11-23 06:43:49

대광

나누기를 통해 나의 마음도 물론 내어놓지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내가 평소 하지 않던 생각을 일깨워주고, 그것을 통해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 말씀에 나누기의 중요함이 느껴집니다. 감사합니다.????

2018-11-22 08:00:29

무량덕

두분 나누기 읽으니 법당에서 도반님즐을 편안하게 대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사합니다.

2018-11-21 15:3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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