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종로법당
인정욕구에서 시작된 발동이 정토회의 발심행자 되다

불교대학 졸업조건인 봉사시간 40시간을 채우기위해 강박으로 시작한 봉사활동에 서서히 물들어, 봉사할 수 있는 기회에 감사함을 느끼는 수행자가 된 도반이 있습니다. 오늘은 서대문정토회 종로법당 자원활동 팀장을 맡고 있는 조명이 님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오빠와 비교당할 때 가장 큰 인정욕구가 발동되었던 것 같아요

저는 1남 4녀 중 막내로 태어나 가부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어요. 서울대에 진학했던 오빠, 나아가 남자와 비교 당할 때 가장 큰 인정욕구가 발동되었던 것 같아요. 여자라서 못한다는 것이 싫어서 '내가 해내고 싶은 것은 반드시 해내자' 라는 욕망이 컸던 것 같아요. 지나고 보니 그런 인정받기 원했던 마음이 어떤 활동의 원동력으로 작용한 부분이 많았어요.

예를 들면, 남자들이 주로 하는 전구 갈기, 선풍기 청소, 에어컨 청소, 가구 조립 등과 같은 집안일을 여자도 남자만큼 잘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자 항상 무리했던 것 같아요. 영화를 봐도 주인공이 억척스럽게 고난과 역경을 뚫고 헤쳐 나가면서 홀로 의지를 불태워 뭔가 성취해내는 장면에 가장 감명을 받아요. 제 삶에서 인정욕구는 대단히 중요했던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제가 이 일을 하면서 즐긴다는 거죠. 즐기지 않으면 이 활동들을 과연 할 수 있었을까요?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니고…물론 내려오는 지시도 많지만요. (웃음)

정토회는 100% 봉사로 일이 이루어 지는 것을 잘 알아서 잘 쓰일 수 있는 것에 잘 쓰이고자 노력했어요. 그것이 제가 정토회에 오게 된 이유이기도 하구요. 그저 조금만 해내도 인정해 주시고 좋아해 주시니까, 가장 큰 즐거움과 보람이 되기도 하지요.

제비 연꽃 만들고 있는 조명이님(왼쪽)
▲ 제비 연꽃 만들고 있는 조명이님(왼쪽)

봉사 시간 40 채워야 한다는 강박증으로 시작한 봉사

회사일이 어느 순간부터 내 의지와 상관없이 힘들어지고 지쳤을 무렵인 2017년 2월 회사에서 보내준 <깨달음의장>을 다녀오면서 내가 원하는 잘 쓰이는 삶, 이타적인 삶, 수행자적 삶을 찾게 되었어요. 여기 이곳에 있다는 깨어 있기의 깨달음이 생기면서 불교대학을 다녀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죠.

불교대학을 다니게 되었을 무렵 회사가 금요일 오전근무를 시작 하면서 금요일 오후 남는 시간에 자연스레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불교대학 봉사시간 40시간을 빨리 채워야만 한다는 강박증으로 시작했고, 처음 하게 된 봉사가 부처님 오신 날 연등 만드는 봉사였어요. 같은 회사동료인 임지숙 도반님과 함께 말이죠. 봉사하면서 총무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법당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손길을 필요한 곳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해보겠다고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게 되었어요. 저도 총무님에게 낚인 건 가요? (웃음)

제가 하는 일이 북(book) 디자인이라서 뭔가 만드는 것에서 봉사가 연결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법당 입구에 있는 "종로 법당을 일구는 사람들" 현판이 제 첫 작품이에요.

조명이 도반님으로 인해 종로법당이 한 결 화사한 집안 같은 분위기로 따뜻해졌습니다.

하나씩 늘어나는 봉사는 지원 담당 소임으로 일을 하게 되었고 차츰 늘어나 정초기도, 백중기도, 동지기도, 성도재일, 출가 열반재일 등 7대 행사까지 진행하게 되었어요. 많은 봉사 속에서도 잘 쓰이는 즐거움과 할 수 있음의 자유를 누리고 정말 많이 가벼워지고 행복해졌어요.

9ㅡ5차 입재식이 자활 소임 시작이었어요. 입재식부터 통일의병학교, 통일의병대회, 대의원문서, 정일사, 백일프로세스 등등 종로 법당만 챙기다가, 서대문 정토회 소속 5개 법당의 것들을 다 챙겨야 하고 지부회의도 가야 하니 종로 법당 소임만 보고 할 때랑 비교도 안되게 할 것이 많게만 느껴졌어요. 처음으로 이 소임을 너무 가볍게 겁도 없이 받았나 고민해보는 시점이기도 했어요. 너무 잘하려는 욕심이 컸던 것이죠. 그래도 튕겨 나가지 않고 있는 거 보면 아직 괜찮은 거죠? (웃음) 지금은 욕심 내려놓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서 하고 결과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서대문 정토회 발보리심 1000배 정진에서 한 장면 (앞에 있는 조명이님)
▲ 서대문 정토회 발보리심 1000배 정진에서 한 장면 (앞에 있는 조명이님)

서대문 정토회 발보리심 1000배정진은 제가 꼭지 맡아서 2018년 4월 부터하고 있는 것이에요. 작년 연말 송구영신 1000배 정진후에 계속하면 좋을 거 같다고 총무님이 제안해서 맡았어요. 종로법당에서 할 수 있지만 법당 활성화를 위해 용산법당에서 하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맨 앞에 서대문 정토회가 붙은거에요. 다른 법당에서 1000배정진을 주도적으로 했다는 점이 나름 뿌듯하기도 해요. 제가 마음을 내어 한 수행봉사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점도 기분 좋아요. 사실, 남편이 제가 너무 봉사에만 열중 하다보니 조금 서운해하는 점도 있지만 매우 적극적으로 이해해주고 기다려 주는 편이에요. 고맙죠 늘.

활동가로서의 고민거리는…

종로법당의 안타까운 점은 지역 특성상 법당에 오시는 대부분은 근처 직장인들이 많아서 직장이 바뀌면 도반들이 떠나고, 회사일이 바빠지면 더이상 나오지 않는 것이 두드러진다는 거에요. 입재식, 백일프로세스 등 자체행사를 할 때면 도반들을 위한 이 좋은 행사에 안나오는 것이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았어요.

생각해보면 집도 멀고, 주말엔 출근하지 않고 쉬어야 하는 직장인이 또 사무실 근처로 나온다는 것이 쉽지 않죠. 사실 나오는 사람이 대단한 거죠. (호탕하게 웃음) 오히려 참석하는 도반들이야말로 대단한 분들이라고 관점을 바꾸니 참석하는 도반 한 분 한 분이 위대하게 보였어요. 지금은 많이 참석 할거라는 큰 기대나 바람은 내려 놓고 그저 한 분이라도 와주는 것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9-5차 입재식 아모르정토 공연중 왼쪽에서 두번째.
▲ 9-5차 입재식 아모르정토 공연중 왼쪽에서 두번째.

9-5차 입재식 <아모르정토> 공연 준비할 때 무대총괄 차종호님께서 알려 주셨던 명심문을 아직도 기억하는데요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 였어요. 그 때 명심문을 항상 마음에 새기며, 모든 소임이 나를 알아가는 소중한 수행의 기회라는 마음으로 행복하게 해 나갑니다.

서대문정토회 예비결사자 환영의 날,서대문정토회 9-6차 모둠장 간담회는 조명이님이 서대문정토회 자활팀장이 되고나서 서대문 정토회 단위로 진행하였습니다.
▲ 서대문정토회 예비결사자 환영의 날,서대문정토회 9-6차 모둠장 간담회는 조명이님이 서대문정토회 자활팀장이 되고나서 서대문 정토회 단위로 진행하였습니다.

인정욕구로 또는 강박으로 시작했던 봉사가 이제는 잘 쓰이는 즐거움과 할 수 있음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조명이 님의 이야기였습니다. 소임의 순간순간을 나를 알아가는 소중한 수행의 기회로 여기며 행복한마음으로 활동을 이어가는 조명이 도반님이 있어, 종로법당과 서대문 정토회는 항상 즐거움과 웃음이 넘치는 곳이 되었습니다.

글_ 남형아 희망리포터(서대문정토회 종로법당)
편집_권지연(서울제주지부)

전체댓글 13

0/200

전경병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큰 감동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

2019-12-03 11:10:40

감은정

고맙습니다.. 함께함이...
열정으로 함께 하는 도반님...
잘쓰여지는 멋진 삶 내내 누려 보아요..

2018-11-24 18:32:41

정명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2018-11-22 04:4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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