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하노이법회
두 번째 듣는 불교대학 "Practice makes perfect!"

한참 토익 공부를 하던 시절, 따라만 하면 토익 고득점을 보장한다는 유명 강사의 테이프를 듣고 또 들었습니다. 그 영어 테이프 마지막은 항상 ‘Practice makes perfect’(끊임없는 연습이 완벽함을 만든다)로 끝나곤 했는데요. 반복을 통해 더 나은 수행자의 길을 가고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끊임없는 연습이 완벽함을 만든다

베트남 하노이에는 2015년에 이어 올해 2번째 불교대학이 열렸습니다. 하노이 2기 불교대학은 수업 인원이 총 9명인데, 그중에 4명이 재수강입니다. 김경필, 김화미, 최소연 님, 그리고 저를 포함해서요. 이 네 명은 아침마다 수행으로 하루를 여는, 하노이에 4명 뿐인 천일결사자이기도 합니다. 불교대학 1년 과정,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 길을 다시 걷고 있는 저희들의 이야기 함께 나눠봅니다.

2018년 하노니 불교대학 입학식 사진, 앞줄 왼쪽부터 김경필, 고명주 님, 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에 김화미 님, 세 번째에 최소연 님
▲ 2018년 하노니 불교대학 입학식 사진, 앞줄 왼쪽부터 김경필, 고명주 님, 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에 김화미 님, 세 번째에 최소연 님

Q. 재수강하게 된 계기는?

고명주: 워낙에 두 세 번 반복하는 것을 좋아해서 영화도 재밌으면 같은 영화 두세 번, 책도 두 세번 읽는 편입니다. 분명 같은 책, 같은 영화인데도 시차를 두고 다시 보면 느낌이 달라지고, 미처 못 봤던 부분을 알게 되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하물며 책이나 영화도 다시 보는데 불교대학 재수강은 당연한 선택이었습니다. 뭐가 뭔지 몰라서 놓쳤을 많은 진귀한 말씀을 다시 들을 좋은 기회라 여겨졌습니다. 또 어차피 우리 집에서 수업을 하고 역할이 부총무인지라 안 할 도리도 없었고요.

김경필: 우선 2년 전에 너무 졸아서 들은 게 별로 없어서요. 하하. 앉기만 하면 왜 그리 졸린지, 나중에는 고개가 젖혀지고 화면 넘기는 것도 놓치고, 침까지 흘린 적도 있답니다. 그래도 꾸준히 들으며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작년에는 인도성지순례에 참석하며 부처님의 일생에 대해 직접 보고 느끼는 기회를 가져서인지 다시 한번 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진행봉사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꾸벅꾸벅 졸고 있답니다. 하하!

최소연: 재작년에 불교대학 수업을 들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문즉설이 사람들의 고민을 통해 부처님 법을 이해하는 통로라면, 불교대학은 부처님 법의 이치를 설명하시는 거구나하고 느꼈습니다. 불교대학과 중간에 시작된 <수행 맛보기>를 통해 부처님 법을 조금씩 이해했지만 아직은 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느껴서 재수강 했습니다. 부처님 법도 좋지만, 지금보다 몇 년 젊은 까랑까랑하신 법륜스님 만나 뵙는 시간도 큰 기쁨입니다. 스승님,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김화미: 불교대학을 재수강하며 재수강인지 처음 공부하는 것인지 구분 안 될 만큼 다시 들어도 새롭고 방대하고 얼른 이해하기 쉽지 않은 내용인 것 같아요. 처음 불교대학을 공부하면서 스님 말씀 따라가기가 벅찼고 불교 용어도 생소했어요. 특히 부처님 법을 공부할 때는 이해 불가였어요. 그 부분은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래서 재수강이 망설여지지 않았어요.

2017년 거리 평화 집회를 앞두고 소품 구매에 나선 고명주, 김화미, 최소연 님(왼쪽부터 차례로)
▲ 2017년 거리 평화 집회를 앞두고 소품 구매에 나선 고명주, 김화미, 최소연 님(왼쪽부터 차례로)

Q. 처음 들을 때와 다른 점은?

고명주: 재수강하면서 제가 놓친 것이 이렇게나 많았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시시때때로 졸기도 하고 그래서 ‘많이 놓쳤겠지’ 각오하면서 들었는데도 처음 듣는 것 같은, 어쩌면 정말 처음 들었을 수도 있는 법문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듣긴 들었어도 그저 좋은 말로 들었던 것들이 좀 더 명확하게 실체를 띄고 이해되는 경험도 있었습니다. 또 한편, 불교대학 처음 할 때는 하나도 모른다 싶어 불교대학 운영과 관련해서 매뉴얼 하나하나 읽어보고 세세하게 챙겼는데, 두 번째라고 많이 해이해져서 도반들에게 미안할 일을 몇 차례 벌였습니다.

김경필: 2년 전과 다른 다섯 분의 신입생들과 함께하다 보니 사람들은 다들 나름의 어려움이 있고, 업식이 다르다는 것을 여실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봉사자로도 참여하다 보니, 처음에는 선배로서 잘 보이려는 제 모습을 보았습니다. 지금은 부담을 내려놓고 함께하는 도반으로서 편하게 참석하고 있습니다.

최소연: 두 번 들으니까 또 새롭습니다. 처음 불교대학 공부할 때는 태어나서 처음 접하는 새로운 관점에 대해 놀라면서도 부처님 법이 와 닿지 않고 의심과 의문이 많이 들었습니다. 두 번째 들으면서는 부처님 법에 대한 확신이 많이 듭니다. 예를 들어 ‘고와 락은 동전의 양면 같아서 고를 취하면 락도 함께 오고, 락을 취하면 고도 함께 온다.’는 내용 같은 경우, ‘그래도 내 삶에 락만 오고 고는 오지 말았으면 좋겠다.’, ‘락만 있는 길은 없을까.’ 이런 생각이 내려지지 않았었는데, 생활 속에 부처님 법을 적용해보았더니 ‘과연 락만 있고 고는 없는 건 없구나! 그 둘이 동전의 앞뒷면이 맞구나.’ 하면서 수긍이 됩니다. 그러니까 저절로 집착이 좀 없어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욕심을 버려야지, 집착하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하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 법이 이해가 되고 그 말씀이 맞다는 확신이 드니까 락을 추구하면 고도 함께 추구하는 꼴이라는 걸 확실히 알겠고, 그러니 자연히 예전에 꼭 갖고 싶다고 안달했던 마음이 사라집니다. 자연히 마음이 편해지고 주변 사람과의 갈등도 적어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김화미: 재수강하면서는 불교 용어에 많이 친숙해진 것 같고 이해 안 되었던 부분도 다시 들으니 이해가 되기도 해요. 또 새로운 도반들과 알게 돼서 좋고, 1기 도반들과는 또 다르고 부처님 법을 받아들이는 것도 각각 달라 재미도 있습니다.

Q. 이후 목표가 있다면?

고명주: 3기 불교대학이 열리면 또 한 번 참여하고 싶습니다. 공부가 좋다면서 진짜 공부인 불교대학 운영에 대해서는 오히려 안일하게 대처하는 것을 보며 제 안의 모순을 보게 되니, 이번에 미숙했던 운영 부분을 보완해서 다시 한번 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계속 수행정진해서 괴로움이 없고 얽매임이 없는 자유로운 사람이 되겠습니다.

김경필: 천일결사에 참석한 지 900일 째입니다. 천일이 되면 제 꼬라지가 보인다는 말을 정말 실감하고 있습니다. 이제서야 제 마음 밑에 있던 여러 가지 업식들이 보입니다. 회사에서 잘릴까 봐, 굶어 죽을까 봐 걱정하는 모습을 보며, 제 업식의 비약이 놀랍다고 느낍니다. 어떻게 불안감과 두려움이 순식간에 공포심으로 바뀌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가끔 업식에 휘둘리지만, 머리속으로 또 소설을 쓰고 있구나 알게 되고, 수행을 통해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우선 저 자신부터 행복해지고 조금씩 여유를 가지고 제 주변 사람들과도 화목하게 지내고 싶습니다.

최소연: 딱히 목표랄 것은 없습니다. 제가 부처님 법 덕분에 집착이 사라지고 마음이 편해지고 살길이 열렸기 때문에 괴로운 사람이 있으면 누구라도 부처님 법을 알려드리고 불법 공부할 수 있는 길을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런데 욕심이 지나쳐서 잔소리가 되거나 강요가 될까 봐 조심스럽습니다. 우선 내가 먼저 자유롭고 행복하게 지내서 주변 사람들이 그 방법을 궁금해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스님, 도반들 감사합니다.

김화미: 목표를 정해놓고 뭔가 이뤄야겠다 이런 건 없습니다만 매일매일 수행은 빠뜨리지 말자,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생각하며 되도록 그렇게 노력하자 생각합니다.

불교대학 수강을 하면서 졸거나 이해가 안돼 놓쳤던 부분들을 다시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불교대학 졸업생들은 한 번쯤 해보지 않았을까요. 하노이법회 도반들처럼 여럿이 함께 재수강을 하면 공감하는 부분도 많아지고 수업도 더 열심히 듣게 됩니다. 열정 넘치는 우리 하노이 도반들, 참 멋있죠? 여러분들께도 추천해 드립니다!

글_고명주 희망리포터 (하노이법회)
편집_이진선 (해외지부)

전체댓글 8

0/200

선광

그렇죠.
Youtube 에서 찾아 몇번을 듣고
수업에 참석 하였는데.......
그래도 헤매일때도 있었네요.
감사합니다.

2018-08-29 09:27:01

신독

모두들 멋집니다^^

2018-08-28 08:37:03

황소연

하노이 도반님들 일당 1,000명입니다^^ 우리 멋진 하노이도반님들 엄지 척! 척척!!

2018-08-27 20:19:06

전체 댓글 보기

정토행자의 하루 ‘하노이법회’의 다른 게시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