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뒤셀도르프법회
뒤셀도르프법회와 함께 한 17년 세월

독일 중부 뒤셀도르프에 위치한 뒤셀도르프법회는 유럽지구에서 처음으로 매주 법회를 열고 있는 도량입니다. 음식 솜씨, 뜨개질 솜씨 좋고 마음도 넉넉한 양해주 님은 뒤셀도르프법회의 감초 같은 분입니다. 파독 간호사로 독일에 온 지 어느새 49년째, 뒤셀도르프법회와 함께한 세월만도 17년이 됩니다. 살아온 긴 세월의 이야기를 전화선을 통해 풀어내면서 양해주 님과 함께 울고 웃었던 시간, 여러분들께도 들려드립니다.

경전반 졸업생 대표로 스님께 꽃다발을 드리는 양해주 님
▲ 경전반 졸업생 대표로 스님께 꽃다발을 드리는 양해주 님

저는 한국에서는 성당에 나갔었어요. 독일에 와서 독일인 남편과 결혼을 하고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았는데 시아버님께서 먼저 돌아가시고 6년 동안 시어머님 병수발을 하면서 우울증이 왔어요. 그때 불자이던 지인이 법화경을 사경하면 좋다고 권해서 649쪽에 달하는 법화경을 35번이나 썼어요. 아무 생각 없이 마음이 힘들 때마다 쓰곤 했어요. 언제부턴가 쓰는 동안 마음이 편해졌어요. 마치 뿌리지도 않은 향수의 향이 은은히 주위에서 나는 듯했죠.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은 ‘고요한 선정 삼매 깊이시어 모두를 비우고 버리시나니 영롱한 생명의 본원 자리는 신비롭고 아름답게 빛나시도다’ 입니다. 그러던 중에 법륜스님께서 독일로 순회강연을 오셨고 그 인연으로 두이스부룩에 정토법회가 개원할 때 돕게 되었어요.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남편도 불자가 되었죠.

2016년 불교대학 졸업식에서
▲ 2016년 불교대학 졸업식에서

법륜스님께서 독일에 처음 오셨을 때는 지금처럼 즉문즉설을 하지 않고 법문을 하셨어요. 나중에 즉문즉설 강연에 가서 질문해볼까 생각해 본 적도 있지만, 그때마다 스님께서 뭐라고 하실지 알 것 같아서 하지 않았어요. (웃음) 법륜스님은 제겐 가장 이상형의 스님이세요. 무엇보다 다른 종교를 비판하지 않고 또 불교를 믿어야 한다고 강요하지도 않으시잖아요. 믿고 싶으면 믿고 어느 한쪽을 선택하지 않고 부디스트크리스천이나 크리스천부디스트가 될 수 있다는 말씀에 감명을 받았어요. 뒤셀도르프에 강연 오셨을 때 저희 집에 묵기도 하시고 털실로 짠 양말과 덧버선을 선물해 드릴 수 있어서 좋았는데 스님께서는 아마 저를 기억 못 하시겠지만, 그래도 경전반 졸업식 때 스님께 대표로 꽃다발을 드릴 수 있어 정말 기뻤어요.

2016년 스님의 해외 순회강연에서: 맨 아랫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에 양해주 님
▲ 2016년 스님의 해외 순회강연에서: 맨 아랫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에 양해주 님

정토법회에 나오면서 제일 잘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불교대학과 경전반을 졸업한 거예요. 불교대학을 하면서 불교에 대해 근본적인 관점을 제대로 가질 수 있었고 경전반에서는 금강경, 반야심경, 육조단경 등 경전을 배울 수 있어 좋았어요. 불교대학 입학 당시 제 나이가 일흔다섯이었어요. 경전반을 하면서 힘들었지만 지금 안 하면 언제 또 기회가 올까 생각하니 졸업까지 해낼 수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도 잘했다 싶어요. 불대에 입학할 수 있도록 권해주고 격려해준 뒤셀도르프 최순진 총무께 감사한 마음이에요. 그리고 지금은 쉬고 있지만 천일결사 백일기도를 하면서 나누기를 통해 나를 돌아볼 수 있었어요. ‘어제는 성질을 또 냈구나, 화를 못 참았구나’ 하고 나를 돌이키는 연습을 하게 되었죠.

봉축법요식 때 마야부인으로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양해주 님
▲ 봉축법요식 때 마야부인으로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양해주 님

올 초부터 뒤셀도르프에서 매주 법회가 있어요. 다행히 거리도 너무 먼 건 아니고 건강도 허락해 매주 법회에 나갈 수 있어 감사해요. 백중 기간이어서 돌아가신 남편 위패도 올렸어요. 동영상의 글씨가 잘 안 보여서 불편하긴 해도 기력이 있는 동안은 법회에 나갈 수 있고 또 도반들이 내가 만든 음식을 먹고 좋아하니 나도 기뻐요. 다만 장소를 임대해 쓰다 보니 시간적 여유가 없고, 또 법회 마치고 바로 경전반이 있어서 서로 담소할 시간이 없는 것이 아쉽습니다.

양해주 님이 법회에 참석해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는 도반들 얘기에 양해주 님은 담담히 다행이라는 말씀을 덧붙입니다. 매주 독일인들로 구성된 뜨개질 모임에서 함께 작품을 만들어 바자회를 통해 기부한다는 양해주 님. 긴 통화를 하면서 나이 때문에 힘들다고 불평했던 제가 부끄러워졌습니다. 제가 양해주 님 나이가 되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청사진을 살짝 그려본 시간이었습니다. 그때가 되면 저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노우" 보다는 "예스"를 훨씬 많이 하는 자유로운 존재로 자리매김 하리라 꿈꿔 봅니다.

글_신재숙 부총무(프랑크푸르트법회)
편집_이진선(해외지부)

전체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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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감로안)

아... 75세에 시작하셨다는 말에 정말 놀랐습니다. 함께 해서 감사하다는 마음이 듭니다.

2018-08-15 17:21:17

지광명

보살님 75세에 불대공부를 시작하여 정토회랑 17년세월을 함께 했다니 감동입니다 감사합니다 잘 봤습니다 늘 건강하시길 빕니다

2018-08-14 11:51:23

정세은

아름답게나이드신보살님모습~넘~멋져요^♡^

2018-08-14 09: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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