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북미서북부지구
천일 수련 후 맞이한 우리 아기

미국 서부 오리건주 북서쪽에 위치한 포틀랜드는 자연이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포틀랜드에서 이제 첫 돌을 맞는 아기를 키우며 열심히 수행하고 있는 노유경 님의 수행담을 전해드립니다.

정토회에 오기 전, 노유경 님은 인터넷에서 법륜스님의 법문을 가끔 접해서 스님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샌디에고에서 올라온 남편의 후배이자 회사 동료인 친구가 열린법회를 열면서 정토회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렇게 1년여를 세 명이 열린법회에 참석했고, 2014년 스님의 포틀랜드 강연을 함께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강연을 앞두고 열린법회를 시작했던 도반이 타주로 이사를 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포틀랜드법회 도반들 (가운데에 아기를 안고 있는 노유경 님)
▲ 포틀랜드법회 도반들 (가운데에 아기를 안고 있는 노유경 님)

Q. 갑작스레 법회를 맡는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더구나 남편분이 정토회 활동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중에 출산 전까지 3년 남짓 열린법회 담당자로 활동할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이었나요?

그 시기는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때라고 할 수 있어요. 당시엔 힘들게 박사학위를 마치고도 직업을 구하지 못했고, 타주로 이사오면서 주변에 아는 사람도 없었거든요. 남편과의 사이도 좋지 않아서 여러 가지로 마음이 힘들고 복잡했던 시기였습니다. 처음엔 스님 법문을 듣고 반발심 같은 것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법문을 계속 듣고 차츰 이해하는 것이 많아지면서 제 마음도 점점 편해졌던 것 같아요. 법회를 담당했던 도반이 수행법요집이라는 작은 책을 주었는데 거기에 나오는 보왕삼매론의 글귀가 마음에 와닿으면서 그때부터 혼자 108배를 시작했습니다. 그 도반의 도움으로 시애틀법당과 인연을 맺고 얼떨결에 천일결사 입재를 하게 되었고, 또한 간절했던 시기에 <깨달음의장>에도 참가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천일결사를 시작하고 꼭 천일을 채운 후에 아기가 태어났습니다. 저는 그것이 너무나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임신하기 전에는 나름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막상 육아의 고충을 겪게 되니 수행을 하고 아기를 맞이한 것이 얼마나 복된 일이었는지 절실히 느낍니다. 일하면서 아기를 키우는 것은 시간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많은 도전을 받게 되는데, 그 가운데서도 힘든 순간에 금방 자각하고 돌이키면서 아기를 행복하게 키울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아이를 낳기 전에 유산한 경험이 있는데, 그때의 힘들었던 마음도 수행을 통해 극복할 수 있었고, 그러면서 점차 남편과의 관계도 원만해졌습니다.

법회를 맡은 초기에는 오는 분이 없어서 혼자 법문을 듣고 가는 일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 스스로가 스님 법문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계속하면 회원도 늘어날 거라고 격려해주는 시애틀법당 도반들에게 에너지를 얻어 법회를 계속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스님의 포틀랜드 강연을 계기로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 꾸준히 법회에 나오는 이지영 님과 이화숙 님이 큰 힘이 됩니다.

법회 후 나누기 (맨 오른쪽에 노유경 님)
▲ 법회 후 나누기 (맨 오른쪽에 노유경 님)

Q. 바쁜 와중에도 멀리 미국 동부에서 열린 <명상수련>과 <나눔의장>에 다녀오셨다고 들었습니다.

회사를 1년 정도 다니며 힘들어진 시기에 남편의 반대를 무릅쓰고 휴가를 내서 <명상수련>을 다녀왔습니다. 또 <나눔의장> 수련을 통해 뒤늦게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다가 유산이라는 아픈 경험을 돌아보면서 더 깊이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힘들었던 시기에 수련을 통해 괴로운 마음을 돌이키는 힘을 기를 수 있었기에 많은 분이 기회를 가지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Q. 불교대학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은데요. 특이하게도 유경 님은 법회 담당을 먼저하고 뒤늦게 불교대학을 맡아 담당자인 동시에 학생으로서 과정을 마쳤다고 들었습니다.

해외 법당 특성상 많은 인원이 모이기 어려운데 특히나 저희처럼 규모가 작은 법회의 경우 인원이 모자라서 불교대학을 개설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포틀랜드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규정인원 미달로 개설을 못하고 있다가 재작년에 규정이 바뀌면서 이지영, 민혜정 님과 저를 포함해 3명이 입학해 우여곡절 끝에 모두 개근으로 과정을 이수했습니다. 여러 사정상 시간을 맞추기 어려워 새벽에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면서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함께 개근으로 불교대학을 마쳐서 정말 보람되었습니다. 현재는 기쁜 마음으로 수계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조건을 갖춰 빠른 시일 내에 경전반을 개설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Q.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아기 돌잔치도 쓰레기 없는 친환경 파티로 준비한다고 들었는데요

환경문제는 정토회와의 인연 이전부터 관심을 두고 있었습니다. 또한 <깨달음의장>에서 우리가 모두 연계되어 있음을 이치로 깨닫고는 더욱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쓰레기를 덜 배출하려고 해도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기에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야 할 일이기에 이번 파티에서도 그런 생각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직장에 다니면서 아기를 키우느라 요즈음 수행을 게을리하게 되는데, 매일 꾸준히 수행정진하는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린다며 부끄럽다고 말하는 노유경 님의 미소가 아름답습니다. 이 행복한 엄마 품에서 자란 아기가 새 만일결사의 주역이 되겠지요. 그때는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궁금합니다.

글_박점옥 (포틀랜드법회)
정리_박근애 희망리포터 (시애틀법당)
편집_이진선 (해외지부)

전체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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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심

천일 수련 후 맞이한 우리 아기!! 세상에 희망의 빛이 하나 더 켜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2018-08-13 17:27:04

해룡

ㅎㅎ 유경 보살님,
늘 시애틀로 입재식 참가하시고 늘 잙은 모습 보여 주셔서 감사 합니다. 포틀랜드 열법의 살아 있는 역사 입니다. 보살님과 같이 하는 도반임이 자랑 스럽습니다.

2018-08-13 14:22:09

세명화

천일수행 후 가진 아기 ? 복 받았네요ㆍ

엄마가 제일 좋은 선물 하신듯

2018-08-08 17:2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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