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흥덕법당
세상에서 참 재미있는 공부, 수행!

졸업이 얼마 남지 않은 가을불교대학 주간반에는 조금 특별한 이력의 두 도반이 있습니다. 오랜 외국 생활을 한 후에, 한국에 돌아와 바로 불교대학에 입학했다는 공통점을 지닌 이혜경, 지은영 님의 닮은 듯 다른, 다른 듯 닮은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경주남산 순례에서(이혜경(왼쪽),지은영 님)
▲ 경주남산 순례에서(이혜경(왼쪽),지은영 님)

두 분은 외국에서 오래 지냈는데, 학업 때문이었나요?

이혜경 님 : 1984년 미국 텍사스 텍 유니버시티로 유학하게 되었습니다. 유학생 모임에서 같은 신입생을 만나 결혼했습니다. 남편 먼저 학위를 취득해서 한국으로 돌아가고, 일 년 후에 저도 학위를 받고 귀국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직장을 구하지 못해,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뇌암 연구소에서 15년간 재직하다 2016년 퇴직하고 영구귀국 했습니다.

지은영 님 :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10여 년 간 하다가, 공부에 대한 열망으로 2002년 대학원을 지원해 호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저도 그곳에서 호주인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호주에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공부하러 간다더니 연애만 했냐고 놀리셨죠.(웃음)
큰아이 4살 때 일 년 반 정도 귀국했다가, 둘째를 출산하고 한국 생활을 어려워하는 남편 때문에 다시 호주로 가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일 년 반 정도 머물다 돌아가야 합니다.

두 분은 한국으로 돌아온 후에 바로 불교대학에 입학했고, <깨달음의장>에도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즉문즉설에서 질문도 했지요?

이혜경 님 : 5, 6년 전쯤 잠시 귀국했을 때 시누이의 소개로 정토회를 알았습니다. 귀국 후 불교를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싶어 입학했습니다. 단순한 담마뿐이 아니라 실행할 수 있는 가르침이 좋았습니다.
법륜스님께서 디트로이트에서 즉문즉설을 하실 때, 외국인에게 전법을 하시고, 그 외국인이 깨닫는 모습을 보는 것은 참으로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저의 질문에 자신의 현재에 충실하라는 말씀을 듣고, 잠시 야단을 맞는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결국 스님께서 제 꼬라지를 알아보신 거죠. (웃음)

지은영 님 : 다시 호주로 돌아간 후에, 남편과 함께 비즈니스를 하며 갈등이 많았습니다. 우연히 TV 힐링캠프에 출연하신 법륜스님을 처음 접하고, 유튜브로 즉문즉설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때 스님의 법문이 많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 후에 몸이 아파 사업을 접고, 녹내장 수술로 한쪽 눈을 실명하게 됐지만 비교적 담담히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스님의 즉문즉설에 가서 친정 부모님에 대해 질문하고 현답을 얻기도 했습니다.
불교대학에 입학하니 마치 친정에 온 듯 편안했는데, 그동안 들은 법문으로 마음이 많이 열려있었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이혜경 님은 환경 운동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활동가인데,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궁금하네요?

(웃음)제가 과학자로 연구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지구 황폐화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미국에 있을 때부터 쓰레기 제로 운동 등의 환경 활동에 관심이 많았고, 한국에 와서 청주 환경연합에 소속되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백두대간 등반대회에 참가하고 모니터링해서 관계기관에 보고하는 활동, 아이들과 자연을 친하게 하는 활동이 기억에 남습니다. 정토회의 환경 실천 모습이 제게는 특히 좋았습니다.

지은영 님은 남편분이 외국인이라 겪게 된 어려움이 어떤 것인지 또, 그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였는지요?

남편과 살면서 다른 점이 정말 많았습니다. 호주와 한국문화의 차이, 자라온 가정환경의 차이가 모두 달랐습니다. 그래도 어쨌든 큰 탈 없이 지내다가 비즈니스를 함께 하면서 그런 차이점들이 확연히 갈등이 되어 부딪쳤습니다. 그때는 모든 면이 다르다고 인정하기보다는 '이게 맞지' 제 생각과 주장이 강했습니다.
법륜스님을 알게 된 건 인생에서 가장 중대한 일입니다. 즉문즉설을 들으며 갈등이 생길 때 사고했던 것을 곰곰이 다시 생각해보고, 다시 헤아리고, 뒤집어보며 혼자 이리저리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달이 나를 슬프게 하는 게 아니라, 내가 달마저 슬프다고 타령한다는 법문에 팍 깼습니다. 남편의 행동이 마음에 안드는 것 갖고, 시비한다는 걸 지금은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어린이날 거리 모금 행사에 참여한 지은영 님 가족
▲ 어린이날 거리 모금 행사에 참여한 지은영 님 가족

불교대학 일 년 과정이 끝나갑니다. 두 분 모두 수행을 열심히 한다고 들었습니다. 달라진 점이나 좋은 점은 무엇인지요?

이혜경 님 : 스님의 체계적인 법문을 통해 불교를 깊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봉사자들이 정성껏 준비해 주는 점심 공양도 아주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붓다의 삶을 본받아 적게 먹고, 적게 입고, 적게 쓰는 소박한 실천을 생활하는 데 많은 힘을 얻었습니다.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되었고, 미움과 분노없이 상황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연습을 하게 되었습니다. 경전반 수업이 기대됩니다.

지은영 님 : 법문을 들으며 무지를 하나하나 깨쳐나가는 게 기뻤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관찰하는 힘이 생겼고, 다 마음이 일으킨 것임을 이제는 알게 되었습니다. 혼자 수행하기에는 부족하니 이 끈을 놓지 않고 꾸준히 수행정진하겠습니다. 호주로 돌아가면 브리즈번의 법당에서 경전반 공부를 마무리 하려고 합니다. 더 배우고 익혀 다른 이들이 깨우치는 데 작은 힘이라도 잘 쓰이고 싶습니다.

 졸업수련회에서 이혜경 님(왼쪽). 불교대학 담당 이은화 님. 지은영 님(오른쪽)
▲ 졸업수련회에서 이혜경 님(왼쪽). 불교대학 담당 이은화 님. 지은영 님(오른쪽)

두 분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게 된 건 졸업수련회에서였습니다. 점심 공양 시간이 끝나고 몸풀기 시간이었는데 유독 즐겁고 씩씩하게 율동을 하는 모습에 보는 사람마저 덩달아 즐거웠습니다. 수행도 공부도 놀이처럼 여유 있게 즐기시는 이혜경, 지은영 님! 그 이유를 주간반 담당 이은하 님의 이야기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 분들은 준비된 정토인이고, 수행은 물론 정토회가 추구하는 사회활동에 대한 이해와 실천이 겸비되어 있습니다. 저 역시 두 도반에게 많이 배웠고 즐거웠습니다.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고 살아내서 그런지 사고의 폭이 넓고 유연합니다. 여유있게 즐기면서, 그러나 열정적인 자세로 공부에 임하는 모습이 좋습니다. 불교의 세계화를 이루는데 큰 도움이 될 귀한 인연이라고 생각합니다.”

7년여 전부터 자연스레 채식을 한다는 이혜경 님, <깨달음의장>에서 체득한 지혜를 현 상황에 늘 대입하려 스스로를 깨운다는 지은영 님. 두 분이 아이같이 신나하던 모습이 다시 떠오르며 행복한 마음이 가득해지는 만남이었습니다.

글_김미경 희망리포터(청주정토회 흥덕법당)
편집_하은이(대전충청지부)

전체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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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le

외국 생활에서 남이 나와 다르다는걸 인정해야
내가 편해지고 행복하진다는것 동감합니다

2018-07-06 10:58:20

정경희

이혜경님, 지은영님~멋지십니다.
두 분 이야기 엮어주신 김미경 보살님~고맙습니다.

2018-07-02 08:02:53

1778 이애순

두 분의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재미나게 공부하시네요~

2018-06-27 10:2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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