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동아시아·태평양지구
내 길이 아닌 바른길을 함께 걷는 뉴캐슬 새내기들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드는 환절기, 건조한 대륙인 호주에는 요즘 반가운 비 소식이 잦습니다. 오늘은 비 소식보다 훨씬 반가운 뉴캐슬 열린법회, 불교대학 개설 소식을 전합니다. 뉴캐슬법회 도반들, 나누기를 통해 함께 만나 보실까요?

2017년 10월 뉴캐슬 첫 열린법회에서
▲ 2017년 10월 뉴캐슬 첫 열린법회에서

뉴캐슬은 시드니에서 차로 2시간 반 정도 북쪽으로 달리면 도착하는 곳입니다. 시드니에 인구가 증가하고 주택난이 심화하면서 새롭게 떠오르는 도시이기도 한데요. 몇 년 전부터 1년에 한 두 번씩 진행해오던 뉴캐슬 기획법회가 작년 10월, 매달 두 번씩 정기적으로 열리게 되면서 열린법회로 정착되었습니다. 현재 매달 첫째 주와 셋째 주 목요일 12시에 뉴캐슬 열린법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또 지난 4월에는 첫 불교대학이 개설돼 뉴캐슬 불교대학 1기생들의 수업이 한창입니다.

놓치면 다시 하고 또 놓치면 다시 합니다

강일향 님: 2014년 시드니 즉문즉설 강연에 지인을 따라갔다가 눈물이 터져서 강연 내내 펑펑 울다 왔습니다. 그렇게 닿은 인연으로 작년에는 <깨달음의장>과 <나눔의장> 수련을 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종교는 믿지도, 알고 싶지도 않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노래라 생각하면 찬송가도, 어느 종교의식도 다 할 수 있다”는 법사님 말씀에 종교란 상을 깼습니다. 또 “불교는 마음공부다”는 말씀에 본격적으로 정토회는 어떤 곳인지, 불법은 무엇인지 알고 싶어졌습니다. 그렇게 인연이 되어서 지금은 뉴캐슬 열린법회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마음이 힘들 때 아무것도 모르는 채 불법을 만났고 그동안 했던 고민이 한순간에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사십 평생 숨기고 살았던 내 마음을 내보일 수 있어서 홀가분했던 순간들과 아직도 내놓을 것이 많구나 싶은 생각에 올 11월에 있을 <나눔의장> 수련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작년 말 한반도 전쟁 반대 캠페인에 참여한 강일향 님(오른쪽)
▲ 작년 말 한반도 전쟁 반대 캠페인에 참여한 강일향 님(오른쪽)

시드니법회까지 매주 다니기가 쉽지 않고 마음공부를 꾸준히 하고 싶은 마음에 제가 사는 집에서 열린법회를 시작했습니다. 제가 사는 곳이 뉴캐슬에서도 외곽이고 한국 사람이 많지 않은 곳이다 보니 홍보가 쉽지 않지만, 혼자라도 꾸준히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다행히 지속해서 참석하는 도반들이 있어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함께하는 도반들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매일 마음 나눌 수 있고, 꾸준히 공부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매주 내 생각에 사로 잡혀 살다 법문을 듣고 알아차리기를 반복하는 중이지만, 수행자로서 첫발을 디딘 새내기로 놓치면 다시 하고 놓치면 다시 하자는 생각으로 마음공부 하고 있습니다.

뉴캐슬 불교대학 1기생들
▲ 뉴캐슬 불교대학 1기생들

인생의 기로에서 만난 불법

이현숙 님: 바쁘게 앞만 보며 달려오던 제 삶에 이대로 괜찮은가 의구심이 드는 인생의 기로가 있었습니다. 대학에 들어가 집을 떠난 큰 아이의 부재로 생긴 혼자만의 시간과 갱년기, 또 둘째 아이의 우울증이 더해 순탄하게 살아왔던 제 삶이 처음으로 괴롭게 느껴졌습니다. 항상 맘 먹고 노력하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나 자신을 믿으며 살아왔는데 그 자신감이 와장창 무너져 버렸습니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을 알고 도움을 찾던 중 우연히 유튜브에서 법륜스님의 법문을 들었습니다. 호주에 28년째 살면서 여기 잘 적응해서 사는 것을 우선순위로 삼았기 때문에 한국과는 담을 쌓고 살았고, 법륜스님이 그렇게 유명한 분인지 까마득히 모를 때였는데도 불구하고 스님의 법문이 아주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몇 개월 후 시드니 즉문즉설 강연에서 스님을 뵙고 강연장에서 바로 3주 후에 있을 <깨달음의장>을 신청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간 <깨달음의장>은 참석 기간 내내 마음이 불편한 시간이었습니다. 나라고 생각하고 살아온 아상을 무너뜨리기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그 경험을 통해 제게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고 집에 돌아와 바로 108배를 하며 100일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특히 딸아이에게 간절한 마음으로 참회기도 하며 많이 울었습니다. 엄마의 욕심으로 아이를 힘들게 한 것, 더 따뜻한 마음으로 대해주지 못한 것 등 참회할 것투성이였습니다.

천일결사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불교공부와 수행에 관심을 두게 되던 차에 뉴캐슬에 불교대학이 개설되었습니다. 처음 불교대학 수업이 있던 날 진행을 맡은 저는 설렘과 두려움으로 첫 수업이 무사히 진행되길 기도했습니다. 시드니와 거리가 먼 관계로 이미 불교대학을 마친 도반의 도움 없이 진행자인 저를 포함해 초보자 4명이 모여 서로 도우며 공부하고 있지만, 지금까진 잘해나가고 있습니다. 한 강 한 강 수업을 들을 때마다 잘못 알고 있던 불교 지식은 떨치게 되고 몰랐던 것들을 명확하게 설명해 주시는 스님 말씀을 듣노라면 ‘이런 기회를 얻은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생활을 중시하는 남편과 지금도 우울증에서 회복 중인 딸이 저녁 시간에 하는 불교대학 수업을 우리 집에서 할 수 있게 배려해준 것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가족을 위해서 지지를 아끼지 않는 남편을 수행 전에는 당연하게 받아들였다면, 지금은 내가 무슨 복을 지었다고 이런 좋은 남편을 만났나 감사할 따름입니다. 수행을 시작한 후 엄마가 차분하고 많이 너그러워졌다는 딸의 말에서 내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나 보다 생각하며 꾸준히 수행정진 하리라고 다짐합니다. 어려운 시기를 함께 겪으며 딸과 훨씬 가까워지고 이젠 혼자 전전긍긍하지 않고 자기 마음을 엄마에게 털어놓는 딸을 보며 이렇게 마음씨 예쁜 딸을 두고 뭐가 부족해서 그리 많은 욕심을 냈는지 부끄러움에 낯이 붉어집니다. 불법을 만나 정토회에서 법륜스님 가르침 받게 되니 앞으로 살아갈 힘이 납니다!

지난 4월 10일 시드니법당에서 있었던 불대 입학식에 참석한 김명희, 이현숙 님
▲ 지난 4월 10일 시드니법당에서 있었던 불대 입학식에 참석한 김명희, 이현숙 님

법문을 들을수록 억울했어요

김명희 님: 뉴캐슬 지인의 소개로 기획법회에 참여하면서 정토회를 알게 되었지만, 스님 법문을 들으면 들을수록 억울하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습니다. 나를 고통스럽게 만든 사람들에 대한 원망이 커서 '그 고통은 나로부터 온다'라는 말씀이 이해되지 않아 정토회와 거리를 두게 되었습니다. 그 후 몇 년이 지나고 <깨달음의장>에 참여할 기회가 생겼는데, 많은 고민 후 마지막 희망을 품고 참여해서 그런지 <깨달음의장>을 마치고 난 후 무거웠던 삶의 짐이 꽤 덜어진 느낌이었습니다. 그 후로 계속 깨어있는 수행자가 되고픈 마음에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예전엔 항상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살았다면 지금은 불안감은 많이 줄고 소소한 행복을 알아차리고 있습니다. 뭐든 마음먹기에 따라 같은 물건도 달라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보면 자신도, 남도 괴롭힐 거리가 없고, 스스로 행복을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보입니다. 꽉 막혀 있던 제가 불법 만나 조금 더 큰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되어 감사합니다.

‘내’ 길이 아닌 바른길

이지은 님: 친구의 소개로 정토회를 알게 되었고, 뉴캐슬에서 불교대학이 열릴 기회가 많지 않을 것 같아 입학했습니다. 아직은 마음공부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 어려운 판단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스님이 하셨던 말씀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내 행동을 결정하는데 수업에서 들었던 내용을 생각해 보게 되고 내 기준이 아니라 올바른 기준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아직은 미숙하지만 조금 더 많이 배우면서 저를 돌아보겠습니다.

어떤 계기와 인연으로 만나게 되었든 지금 이 글을 나누는 우리는 모두 같은 지향점을 향해 함께 나아가는 도반입니다. 이제 막 발걸음을 뗀 뉴캐슬 불교대학생 여러분, 마음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하는 여러분들이 있어 우리는 모두 행복한 수행자입니다.

정리_이진선 희망리포터 (시드니법당)

전체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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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le

모든 고통이 나로부터 온다는 말에 참 억울하다는 생각을 저도 많이 했고 아직도 노력하는 중입니다

2018-08-08 01:03:58

효명심

법을 만나 한분 한분 소중한 인연으로 이어지니 아름다운 여정입니다. 응원합니다.

2018-07-10 07:42:59

김은주

뉴캐슬 도반님들 화이팅!!

2018-06-19 09:4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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