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진주법당
엄마! 백일 가출은 언제 해?!

무슨 일이든 “네”하고 기꺼이 일을 맡아 하는 김미경 님. 가을경전반 담당을 맡고 있으며 진주법당의 미모까지 담당하고 있는 김미경 님은 요즘 들어 부쩍 수행의 참맛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김미경 님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불교대학 졸업식
▲ 불교대학 졸업식

이번 부처님 오신 날에도 “네”하고 총괄을 맡은 김미경 님 덕분에 진주법당은 여법하게 행사를 잘 치렀습니다. 보디 사트바의 길로 더 바짝 다가선 듯 매력적인 눈웃음과 특유의 밝고 싹싹한 기운으로 법당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그런 김미경 님에게도 수행의 과정은 어느 도반과 다르지 않게 힘든 언덕의 과정을 넘었다고 합니다.

"불자라면, 수행자라면, 정토행자라면…스님의 법문에서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김치 없이 고구마를 먹은 듯, 가슴이 콱 막히고 어깨가 묵직해 옴을 느낍니다. 경전반 졸업을 앞두고 있지만 불자도 아닌 것 같고, 수행자는 더욱 아니고, 정토행자라고 말하면 누가 되는 것 같고... 답답할 따름이었습니다."

불교대학 중도하차, 또다시 입학

입재식에서 만난 <깨달음의장> 동기들(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김미경 님)
▲ 입재식에서 만난 <깨달음의장> 동기들(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김미경 님)

정토회에 먼저 발을 디딘 남동생과 올케가 <깨달음의장>에 다녀오라기에 뭔지도 모르고 OK~했습니다. 그런데 불교대학에 먼저 입학을 하고 가라기에 일단 입학을 했습니다. 입학하여 법문을 듣는 건 좋았지만 나누기라는 복병을 만났네요. 내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도 안 되고 남의 이야기를 듣는 건 더욱 안 되던 시절이었습니다. <깨달음의장>에 다녀오고서도 깨달아지지 않고 나누기는 너무 하기 싫어 불교대학을 한 학기만 다니고 그만두었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그래도 뭐 마음에 남는 바가 있었는지 다시 가을불교대학에 입학을 했습니다.전년도에 같이 입학했던 불교대학생이 졸업하고 집전봉사자로 들어왔는데 참으로 놀랐습니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사람이 저렇게도 변한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던 순간이었습니다.

바라지장 (뒷줄 오른쪽 끝이 김미경 님)
▲ 바라지장 (뒷줄 오른쪽 끝이 김미경 님)

마음 나누기를 통해 알아가는 ‘나’

두 번째 불교대학은 성실히 임했습니다. 나누기 시간에 도망가지 않고 최대한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정토회 프로그램인 <깨달음의장>, <나눔의장>, <명상수련>, <바라지장>에도 참여했습니다. 마음 나누기를 통해 저를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가족 관계의 어려움이 문제를 직면하지 않고 회피하는데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잘난 형제자매들 사이에서 늘 뒤처지고 허약해 존재감 없는 아이로 자라나 자신감 없고 위축되어 있었습니다. 이것이 인간관계를 형성하는데 어려움을 겪게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내가 어떤 의견을 제시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고 우습고 짧은 생각일 뿐이라고 스스로 입을 닫고 안으로만 되새김질을 하였나 봅니다. 칭찬을 들어도 어색하고 그 정도로 칭찬받을 만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부끄럽기까지 했었던 것 같습니다. 언제나 제 기준치는 저 멀리 있었으니까요.

고등학교 때 미술대학에 가고 싶다고 엄마에게 말씀드렸더니, 네가 무슨 미대를 가냐며 시집이나 가라고 엄마가 말씀하신 기억이 납니다. 동생은 전교 1등에 그림도 잘 그렸었거든요. 하필 같은 고등학교...
일반 대학에 다 떨어졌을 때 엄마는 3년 동안 다른 것들을 해 보라고 하셨습니다.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저는 레코드점에 취직하여 원 없이 음악을 들었습니다. 3년 3개월을 일하고 엄마에게 미대에 가겠다고 말하였고 그때서야 부모님께서는 허락을 하셨습니다. 강남의 그 비싼 미술학원과 미술대학, 대학원까지 학비 대주신 부모님께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진작에 정토회를 알았더라면 그 많은 돈과 시간을 낭비하진 않았을 텐데 말이죠. 심지어 고등학교 때 "넌 어디로(학교) 갈 거냐?"라고 묻는 친구에게 나는 산으로 갈 거라고 말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말이 씨가 되는군요. 지금 산 속에서 잘 살고 있습니다.

친구와의 관계에서는 달랐습니다. 부탁을 받으면 거절하지 못하고 모든 것을 다 해결해주려고 당사자보다 더 바쁘게 뛰어다니기도 했고요, 만나자고 하면 중요한 내 볼일을 제쳐두고 만났습니다. 그러다 나중에는 혼자 지쳐서 연락을 끊어버리곤 했습니다. 상대방 입장을 생각해 보면 황당하기 그지없을 겁니다. 그렇게 상냥했던 사람이 갑자기 차단을 시켜버리니…
인간 관계에서 문제를 어떻게 푸는지, 서로 어떻게 소통하는지를 배우지 못해서 서툴러서 생기는 문제를 정토회에서 나누기를 하며 조금씩 배워가고 있습니다. 나의 내면의 밝고 긍정적이고 상냥함이 나누기를 하며 소임을 통해 밖으로 더 많이 발현되기를 바라봅니다.

그릇 닦아 먹기(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김미경 님)
▲ 그릇 닦아 먹기(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김미경 님)

봉사로 회향하며 부처님 따라 한 걸음씩

‘명상이 답이다’ 싶어 9박 10일간 다른 명상센터에 가 보았습니다. 그곳에서 명상을 하며 비로소 정토회가 하는 일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스님조차 닦아 먹지 않는 그릇을 닦아 먹으며 스스로가 얼마나 멋있던지… 정토회에서 하는 환경운동과 통일운동, 봉사 활동의 의미를 깊이 새기는 마중물이 되었습니다.

통일의병 대회
▲ 통일의병 대회

이제 더 매달려 봅니다. 경전반 담당을 하며 가을불교대학에서 집전 소임을 맡았고 봄불교대학에서 사회자 소임을 맡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통일의병 대회에도 다녀왔습니다.
담당 소임을 맡고 있는 도반들이 꼼꼼하고 세심하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을 보며 건성건성, 설렁설렁, 대충대충 살아 온 지난날을 되돌아보았습니다. 불교대학생들은 복 받은 줄 알아야 합니다. 누가 이렇게 큰마음을 써 돌봐준 적 있을까요? 부모님 빼고… 저도 그걸 몰랐었지만 이제 크게 감사하며 불교대학생들에게 회향되길 바라며 봉사하고 있습니다.

부처님의 그 좋은 말씀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러나가고, 오로지 “네 하고 합니다”만 입력이 되었습니다. 다른 도반이 뭘 물으면 무조건 “네” 하였습니다. 네, 하고 하다 보니 안으로 내 마음을 살피게 되었습니다. 안으로 살피는 게 서툴지만 한 발 한 발 더디게라도 나아가고 있습니다. 부처님의 법 따라 정토회 안에서 도반들과 함께 나를 위해 사회를 위해 정진하는 수행자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정말 감동이어서 눈을 감을 수 밖에 없었던 부처님 오신 날
▲ 정말 감동이어서 눈을 감을 수 밖에 없었던 부처님 오신 날

수행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본 딸이 물었습니다. 엄마가 쓰는 용어들이 신기했나 봅니다.
"엄마! 백일 가출은 언제 해?!"
딸의 귀여운 질문에 저조차도 진지하게 되묻게 됩니다.

자신의 수행담이 무겁지 않고 가볍고 재미있게 읽혔으면 좋겠다는 김미경 님. 어떠셨나요?
김미경 님의 꾸준한 수행정진을 응원합니다.

글_김미경 (진주정토회 진주법당)
정리_채희주 희망리포터(진주정토회 진주법당)
편집_목인숙 (경남지부)

 

전체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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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사

감사합니다_()_

2018-06-16 11:09:09

elle

수행문 잘 읽었습니다 어려운 과정 잘 넘기시고 열심히 수행 하는 모습보니 저도 힘이 납니다

2018-06-16 11:07:53

배창욱

마음이 말랑말랑 지네요 ^^
저도 심리적으로 위축이 많아서
관계에서 망상이 있고 답답함이 있었는네
깨장 이후로 자기 마음 점검 시간이 없었는 데
저도 꼭 필요한 것 같아요 ^^

2018-06-16 10:5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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