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영천법당
한 생각 바뀌어 얻은 우주만큼 큰 행복

법회 때면 앞에서 한결같이 목탁을 들고 집전하는 영천법당의 든든한 정토행자, 무위광 김순옥 님. 김순옥 님은 영천법당의 자랑스러운 창립멤버로 지금은 통일 릴레이 기도를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흩날리던 벚꽃도 온데간데없이, 잎사귀 무성해지는 나른한 봄날 오후에 김순옥 님을 만나러 영천에 도착하였습니다. 인터뷰를 요청하였는데 도리어 차 대접을 받으며 김순옥 님 집에서 편안히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김순옥 님의 이야기 들려드릴게요.

새벽 5시, 법당에서 통일 릴레이 기도하는 모습
▲ 새벽 5시, 법당에서 통일 릴레이 기도하는 모습

나를 깨우쳐 준 우리 딸

어머니가 어린 시절에 돌아가시고 7남매의 막내로 자라며 많은 가족 사이에서 존재감을 나타내려고 무진장 노력하며 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마음 한구석에 불안함이 자리 잡기 시작하더니 아이들이 커 가면서 점점 더 편치 않았습니다. 사십 대 중반이 되자 아이들을 위해 절에 다니기 시작하였고 이후로 오랫동안 남편과 함께 신앙생활에 집중하며 지내고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그때는 열심히 하였으나 ‘나라는 것, 내가 옳다는 것, 내가 열심히 하니 당신이 알아달라는 것’에서 멈춰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 길어진 공무원 시험 준비로 많이 힘들어하던 딸이 한 지인의 추천으로 <깨달음의장>을 다녀왔습니다. 4박 5일이 지나 돌아온 다녀온 딸의 모습은 충격받을 정도였습니다. 생글거리며 웃는 딸의 얼굴에서 광채가 났고 표정은 온화함 그 자체였습니다. 말 그대로 180도 달라져 돌아온 모습에 이것이 진정한 내 딸의 모습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후, 삶의 모습도 긍정적으로 싹 바뀌었고 결국은 좋은 결과를 얻어내는 딸의 모습에서 저와 남편은 크게 느끼는 것이 있었습니다.
이런 딸을 보며 우리가 <깨달음의장>을 살짝 입 밖에 내자마자 딸이 우리 부부를 바로 등록시켜버렸습니다. 살아가면서 이 일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깨달음의장>을 다녀온 후 우리의 모습을 알게 되었습니다. 108배를 시작하고 3일째 되는 날, 남편은 대성통곡하며 울었습니다. 여태껏 아이들을 부처님 법대로 키우지 못한 것이 후회되고 미안했습니다.

정토회와의 연결고리

영천 여성회관에 무언가 배우러 다니던 때 법복을 입은 지인과 같이 있는 저를 보고 어떤 여인이 말을 걸어왔습니다. 법륜스님을 아시냐는 말에 <깨달음의장>을 다녀왔다 했더니 영천에 법륜스님이 희망강연을 하러 오시는데 도와줄 수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고민할 것도 없이 남편과 함께 그 자리에서 승낙하였습니다. 이후 한동안 영천 주변 여기저기를 떠돌며 법회를 열다가 우리 힘으로 정토회 영천법당을 만들자 하여 여섯 명이 힘을 모아 2013년 10월에 법당을 열었습니다. 법당이 생기고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다 보니 이제껏 불교와 불법이 좋아 들떠만 있었지 차분하지 않고 체계적이지 않은 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통일 체육 축전에서 도반 정두선 님과 열심히 응원하는 모습(오른쪽 김순옥 님)
▲ 통일 체육 축전에서 도반 정두선 님과 열심히 응원하는 모습(오른쪽 김순옥 님)

수행을 하며 알아차린 것들

한두 해 정도 공부하면 될 줄 알았는데 법문을 들으며 2년을 지나다 보니 수십 년 묵은 습과 업은 단지 몇 년 공부로 소멸되는 것이 아님을 알았습니다. 그러면서 발심하여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1000일 정진’ 300배를 하고, 그 와중에 도반들과 법당 화합기도 100일, 정일사 수련 15일, 지부별 통일기도 100일을 300배씩 책임감만으로 정신없이 해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저의 나누기가 달라지고 말투가 달라지고 목소리가 달라지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 남편이 “여보, 당신 힘드니 이제는 법당 가지 마라. 이제는 법당 가지마~”하며 계속 깨워주었습니다. 갑자기 그 소리가 “당신 법당에 빨리 가라, 빨리 가~~”하고 들리며 웃음과 함께 갑자기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순간 ‘달라진 내 모습에 우리 남편이 덕을 많이 보는구나, 항상 곁에 있어 주는 내 의지처가 나를 새로운 삶에 눈뜨게 해주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하기 싫을 때마다 올라왔던 오만가지 생각이 한순간에 다 없어졌습니다.

작년 불교대학 학기 중에 담당자 집안 사정으로 제가 갑자기 이어 맡게 되면서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마음이 굉장히 불편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왕 맡은 수업이라 형편대로 진행하며 법문을 듣다 보니 5년 전 들었을 때와는 또 다르게 들리고 이런 소임이 주어질 때 수행이 더 되고 복이 됨을 알았습니다.

얼마 전 새터민들과 함께 나들이하면서 그들은 삶을 위하여 진짜로 목숨을 걸어본 사람들임을 알았습니다. 이렇게 편하게 살면서도 진짜 중요한 것을 얻기 위해 목숨을 걸고 열심히 해 본적이 없음을 또한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에 대해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을 반성하고 평소에 항상 알아차리고 있어야 색안경을 벗고 제대로 상대를 볼 수 있음을 알았습니다.

지금은 통일 릴레이 기도를 하며 마음공부 중입니다. 중간에 일어나는 불편한 마음은 내 업식에서 일어나는 넋두리임을 압니다. 그래서 저는 더 큰 힘을 받고 있습니다. 수행과 정진은 하면 할수록 ‘계속해야겠다, 놓으면 안 되겠다, 버텨내야 나를 바꾸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나에게 주어지는 소임과 직책을 감사히 고맙게 받아 정진의 끈을 놓지 않으려 노력할 것입니다.

나의 변화가 가정의 변화로 이어지고

정토회를 소개해 준 딸이 이제는 저를 보며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이야기합니다. 나는 5% 정도 바뀌었을 뿐인데 식구들은 95%가 바뀌었다 합니다. 내 스트레스로 쉽게 내뱉었던 독한 말들이 어렸던 아이들에게 상처가 되었던 것, 내 방식만 옳은 줄 알고 가족들을 그렇게만 끌고 갔던 것, 이 모든 일을 내가 미처 몰라서 그랬던 것이라며 진짜 미안했다고 말해줍니다. 별거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환해지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면 이것이 가족 간의 진정한 소통임을 느낍니다. 잘하라고만 했던 제가 어느새 무조건 딸의 입장에 서서 이야기를 하니, 딸은 이제 엄마만 있으면 두려울 것이 없고 엄마만 있으면 속에 담아둘 것이 없다며 고마워합니다. 젊은 시절 으르렁거리던 남편은 이제 정토법당에 다녀온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합니다. 이렇게 남편이 저를 응원해 주니 저도 남편을 진심으로 응원해줍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해줍니다. ”이제는 내가 당신의 의지처가 되어 줄게요.“

내 마음이 이렇게 변했어요

정토회를 몰랐다면 내 잘난 맛, 스스로 정말 괜찮은 사람인 줄로만 알고 살았을 것입니다. 대범한 성격이라며 사소한 상처를 받는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살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공부를 하고 보니 제가 정말 무지하고 어리석은 범부중생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를 고집하고 대화를 하면서도 남의 말을 의심했던 시절을 인정하고 잘 하지 못하는 나를 인정합니다. 이제는 대화에 진심이 들어가니 상대방과 진정으로 소통하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듣기 싫은 이야기도 이제는 들립니다. 오해했던 일들도 이제는 이해가 됩니다. 미안하다라는 말이 진심으로 나옵니다. 예전에 적당히 감추었던 나의 모습을 알아차리고 상대도 나와 같음을 알아 제가 먼저 마음을 여니 오히려 치료는 제가 되고 허했던 마음이 사라졌습니다. 허함에서 왔던 식욕도 줄어 몸이 가벼워지고 주변에서 맑아졌다는 얘기도 자주 듣게 되었습니다. 나의 예뻤던 모습을 나 스스로 눈을 감고 귀를 막으며 상처가 상처인 줄 모르고 남들 사는 대로 살았음을 보게 되었습니다.
지금이라도 이 부처님법 공부를 하게 되어 정말 감사합니다.
이 공부를 하고 나서 순간순간 알아차리는 행복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한반도평화대회에 참석하여 광화문에서 도반들과 열심히 행진 중인 김순옥님.(왼쪽에서 두 번째)
▲ 한반도평화대회에 참석하여 광화문에서 도반들과 열심히 행진 중인 김순옥님.(왼쪽에서 두 번째)

이제는 이런 마음으로 지내고 있어요.

이제는 정토회에서 제가 받은 은혜를 갚고 싶습니다. 후배들이 계속 늘어나서 우리 영천법당이 활기찰 수 있다면 일주일에 몇 시간 봉사하는 일은 가뿐합니다. 인생에서 가장 잘 선택한 것이 남편이고, 가장 값진 인연이 우리 아이들이라면 정토회와의 인연은 정말이지 로또 1등 당첨 같습니다. 오늘도 남편은 집에 있는 저를 보고 법당에 가지 않는지 물어봅니다. 이렇게 좋은 불법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그래도 바르게 살려고 애쓴 흔적이라 생각합니다. 그 덕에 나이가 들어가며 제가 잘 익어가는 것을 느낍니다.

인터뷰를 편안히 마치고 개인적인 사담을 잠깐 나누었습니다.
김순옥 님은 아직 <깨달음의장>을 다녀오지 못한 저에게 <깨달음의장>은 물론이고 <나눔의장>까지 꼭 다녀오라며 신신당부하였습니다. 한 생각 바뀌면서 인생이 얼마나 행복할 수 있는지 한 번 더 알려주었습니다. 아이에 관해 이야기를 할 때는 눈물도 많이 났습니다. 이야기 들으며 오히려 제가 힐링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집에 들어설 때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던 가족사진 속의 가족들이 더 환하게 웃으며 나를 배웅하는 것 같았습니다. 김순옥 님의 소중하고 따뜻한 이야기에 감사드립니다.

글_정수옥 희망리포터(경주정토회 영천법당)
편집_박정미(대구경북지부)

전체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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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한영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줄 알았습니다.
읽어 내려 가는 순간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네요.
한 마음 바뀌니 세상이 달라짐을......

2018-05-03 10:07:10

김윤근

생각이 바꿔지고 마음이 바꿔지고 행동이 바꿔지고, 새상 가장 값지고, 가장 귀한보석을 정통으로 캐셨읍니다

2018-05-03 04:46:39

무량덕

좋은 인연으로 깨달음으로 나아가 잘 쓰이는 삶이 감동입니다. 따님이 최고의 효도를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8-05-02 14:4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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