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성동법당
수행하는 변호인, 박현지 님 이야기

"계란으로 바위치기, 바위는 죽은 것이지만 계란은 결국 살아서 바위를 넘는다."
_ 영화 《변호인》 중에서

흔히들 극복하기 어려운 것을 비유해서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합니다. 수행을 하다 보면 업식이 올라오고 그러다 보면 바위처럼 어느새 단단히 굳어져버린 자신의 업식을 분명히 보게 됩니다. 아마도 진정한 수행의 시작은 이런 바위 같은 나의 업식을 비로소 알아차리고 깊이 인정하며, 그것을 한번 넘어보겠다고 원을 세우면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성동정토회의 자활팀장 박현지 님을 인터뷰하면서 변호사로써 수행과 봉사의 길을 열심히 뛰어다니는 모습이 마치 영화 《변호인》의 한 장면처럼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간절한 마음으로 뛰어다니는 모습과 유사하게 보이는 것은 우연이 아니리라 생각됩니다.

박현지 님 가족 (오른쪽)
▲ 박현지 님 가족 (오른쪽)

정토회와의 인연

희망리포터: 안녕하세요. 서로 인터뷰 시간 맞추기가 참 힘들었습니다. 우선 첫 번째 질문으로 정토회와 어떻게 인연이 닿았는지가 가장 궁금합니다.

박현지 님: 제가 2011년 변호사 자격증을 획득하고, 그 이후로 5년 동안 변호사로 일했습니다. 처음에 어떤 특정한 사명의식을 갖고 이 길을 선택한 것이 아니어서인지, 매일 분쟁 속에 있는 사람들과 부딪치면서 해결해 주는 역할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이 직업이 나와 잘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쌓이면서 스트레스가 점점 깊어졌고 몸까지 심하게 아파왔습니다. 집에서도 아내와의 갈등이 점점 심해졌고 돌파구를 찾던 중에 우연히 유튜브에서 법륜스님의 법문들을 접하게 되면서 정토회를 알게 되었습니다.

희망리포터: 그럼 성동정토회와의 인연은 어떻게 맺어지게 되었는지요?

박현지 님: 2015년 동대문 구청에서 법륜스님 강연이 있었고 제 처제가 강연을 듣고 나서 연락처를 남겼나 봅니다. 그때 강연 진행을 성동정토회에서 했었는지 그 쪽에서 연락이 와서 그 이후로 아내와 처제가 성동법당에 먼저 다니게 되었어요. 저는 그때까지도 몸도 안 좋고 일로 인해 사람들에게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법당에는 나가지 않고 그냥 혼자서 유튜브로만 법문을 접했습니다.

2015.10.6 (오후) 동대문구 청년 즉문즉설 강연 현장
▲ 2015.10.6 (오후) 동대문구 청년 즉문즉설 강연 현장

그 후 여러가지 일로 스트레스가 계속 쌓이다 보니 건강이 더욱 나빠져서 직장마저 쉬게 되었습니다. 집에서 유튜브 법문을 들으면서 나중에는 수행을 해야겠다는 동기를 얻어 혼자 수행을 해보았는데 잘 되지 않았습니다. 집에서도 여전히 아내에게 짜증내는 것이 줄어들지가 않았어요. 결국 법당에 나가야겠다는 발심을 내서 성동법당의 일요법회에 나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인연이 결국 여기까지 이어져 온 것이죠.

법당에서의 다양한 수행정진 이야기

희망리포터: 수행은 보통 저도 그렇고 집에서 혼자서들 많이 하는데, 박현지 님은 유독 법당에서의 수행정진 활동을 많이 하더라고요. 특히 법당에서 새벽정진과 천배 정진을 1년 하고 얼마전에 회향 하셨는데요, 이것도 참 마음내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법당에 나와 수행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지요?

박현지 님: 처음에 집에서 혼자 새벽정진을 할 때는 자꾸 빼먹게 되고 업식에 끌려다니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몇몇 뜻을 같이하는 도반들과 함께 법당에서 새벽수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마음 내었으면 일년은 해야 한다'라는 총무님의 조언과 함께 새벽정진 담당자가 없이도 일년 회향까지 잘 마쳤습니다. 그 동안 고비도 많았지만 그래도 새벽마다 수행 뒤 법당에서 함께 나누기 하는 소중한 시간 덕분에 잘 버텼다는 생각이 듭니다.

 법당 새벽예불. 오른쪽이 박현지 님
▲ 법당 새벽예불. 오른쪽이 박현지 님

법당 새벽예불 1년 회향식
▲ 법당 새벽예불 1년 회향식

그리고 천배 정진은 비슷한 시기에 한 달에 한번 새벽에 혼자 정진을 해 보고 싶었습니다. 이것도 총무님과 일년은 하기로 약속하고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에는 힘들고 하기 싫은 마음이 올라왔지만 하고 나면 항상 만족감이 커서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한 달에 한번 하는 것이라 그런지 절을 한번에 많이 해도 매일 법당에 나와서 하는 새벽정진보다는 덜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그 동안 해왔던 법당 수행정진들을 최근 모두 회향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예전보다 알아차리는 내 마음이 더 커졌다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매일 새벽마다 법당에 나와 수행을 하다보니 그 업식을 극복해야 하는 힘이 더 커질 수 밖에 없었던 것 같고, 그로 인해 마음 알아차림도 같이 커진 것 같습니다.

2017년 9월 천배 정진 중. 가운데가 박현지 님.
▲ 2017년 9월 천배 정진 중. 가운데가 박현지 님.

희망리포터: 요즘은 통일기원 천일기도도 법당에 나와 함께하죠? 이에 대해서도 느낀 점을 나누어주기 바랍니다.

박현지 님: 어느덧 통일기도 한지도 초파일이 돌아오면 천일이 다 되가네요. 처음에는 이 수행 참여에 큰 뜻을 갖지 못했지만, 항상 기도자들이 부족해서 참여 법당 담당자 분들이 어려워하기에 자연스레 참여하게 된 것 같습니다.

염불수행은 처음이라 처음에는 좀 어색했지만, 명상이나 절하고는 또 다른 수행 경험이라서 수행에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습니다. 보통 기도 시작 전에 통일 기도문을 읽고, 통일에 대한 염원을 하며 옆사람에게 목탁소리를 이어받아 염불수행을 하게 됩니다.

한 시간 동안 염불수행을 하면서 목탁소리와 염불소리에 집중하게 되는데, 하다 보면 처음에는 통일 염원에 대한 집중된 마음도 명상수련처럼 중간에 흐트러지는 순간들이 계속 찾아오더군요. 그것을 알아차리고 다시 돌아오게 되는데 결국 이것도 수행의 일환으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통일도 염원하고 개인수행도 되고 봉사와 수행이 동시에 되는 것 같습니다.

통일기도 700일 (왼쪽에서 두 번째)
▲ 통일기도 700일 (왼쪽에서 두 번째)

자활팀장으로서의 봉사활동 이야기

희망리포터: 정토회 하면 수행, 보시, 봉사죠. 박현지 님은 수행도 수행이지만 봉사 활동에 아주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데요. 현재 성동정토회 자활팀장으로써 봉사 활동에 관한 나누기를 편하게 듣고 싶습니다.

박현지 님: 아까 언급했듯이 처음에 일요법회에 나간 것이 돌아보면 모든 봉사 활동의 인연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일요법회 다닌 지 1년 정도 되었을 때 담당자가 지방으로 이주를 하게 되어 법회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담당자 신청을 했습니다.

정해진 규칙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정회원으로서 담당자 소임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위의 조언을 받아들여 불교대학에 일단 입학했습니다. 당시에는 여러 가지 여건상 서초법당에서 불교대학을 다니게 되었지만, 일요법회는 여전히 성동법당에서 소임을 맡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불교대학 졸업 후, 현재는 2018년 봄경전반 저녁부를 다니면서 부담당 소임을 함께 맡고 있습니다.

 2018년 봄경전 저녁반 입학식. 오른쪽 맨 뒤
▲ 2018년 봄경전 저녁반 입학식. 오른쪽 맨 뒤

몇 년 전부터 성동정토회가 법당 포교활동을 하면서 법당 수가 늘어났고, 그러다 보니 정작 법당담당자들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게 되더군요. 일요법회를 통해 법당 운영이 힘들어지게 되는 것을 처음 접했습니다. 얼마 뒤에 정회원이 되면서 수요법회를 총무님과 함께 담당하게 되었는데 옆에서 봉사자가 부족해서 어려워 하는 모습을 자주 보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러 봉사 활동들에 관여하게 된 것 같습니다.

 수요법회를 담당한 총무님과 함께 (오른쪽)
▲ 수요법회를 담당한 총무님과 함께 (오른쪽)

첫 봉사 소임은 회원팀장 소임이었습니다. 성동정토회 회원들을 관리는 소임이었죠. 비슷한 시기에 법당 새벽예불에 같이 나오셨던 한 분이 법당 행사 총괄하는 분이라서 이 분과 새벽마다 나누기를 같이 하다가 법당 행사들에도 다양하게 참여했습니다.
지금은 이러한 여러 인연들을 통해 성동정토회의 자활팀장을 맡고 있으면서 각 법당들 (성동, 동대문, 광진)의 모둠들을 관리하고 자활 담당자들이 잘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서로 협력하도록 관리하는 일들을 주요 임무로 삼고 있습니다.

가장 애착이 가는 JTS 봉사활동 이야기

희망리포터: 사전조사에서 알게 되었는데, JTS 봉사도 활발이 한다고 들었습니다. JTS 에 대해서도 나누기 해주면 감사하겠습니다.

박현지 님: JTS와의 인연도 법당 새벽예불을 통해 이루어졌는데, 저에게는 지금 가장 보람 있고 소중한 봉사활동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변호사 일을 하면서 제가 약간 은둔형 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것 때문에 변호사 활동을 더 힘들어 하였기에 처음에 의무적으로 나갔던 JTS 봉사활동은 특히나 좀 더 많이 힘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언제인가 법당 새벽예불 나누기를 하면서 JTS 담당자 한 분이 본인의 어릴적 어려웠던 기억 때문에 이 일에 큰 보람을 느끼고, 또 이런 봉사활동을 통해 마음의 상처도 치유되고 힐링도 된다는 진정어린 마음 나누기가 깊이 전해서 왔습니다. 그 이후로 JTS 활동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마음을 내었고 그러다 보니 지금은 가장 애착이 가는 봉사 활동이 되었습니다. 사실 두 아이를 키우는 아빠로서 굶주리는 아이들을 위한 봉사라고 생각하면 적극적인 마음이 안 들수가 없겠죠.

JTS 거리모금 운동 (2017.7.16)
▲ JTS 거리모금 운동 (2017.7.16)

JTS 거리모금 운동. 맨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 JTS 거리모금 운동. 맨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앞으로의 계획은

희망리포터:지금까지 바쁘신 와중에 이렇게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앞으로 정토회 활동이라든지 다른 계획들이 혹시 따로 있나요?

박현지 님:우선 정토회 활동 덕분에 이제 몸과 마음이 많이 회복되어서 감사한 마음이 앞섭니다. 그 동안 잘 회복되었으니 변호사 일을 다시 개업하려고 합니다. 사실 제 아내도 변호사인데 직장에 출근하며 그 동안 혼자 가족들을 잘 부양해 왔기에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봉사 활동은 여건이 허락하는 한 지금처럼 열심히 할 예정이며 특히 그 중에서도 JTS 활동은 계속 좋은 인연으로 이어갈 생각입니다. 리포터 님도 수고하셨습니다.

 JTS 거리모금 운동 (2017.8.20)
▲ JTS 거리모금 운동 (2017.8.20)

끝 맺으며...

평일 직장인 점심 시간대에 번화한 거리의 좀 시끄러운 커피숍 안에서의 인터뷰였지만, 인터뷰 집중력은 어느 때보다도 높았습니다. 리포터인 저도 직장 점심 시간을 쪼개어 왔고, 박현지 님도 아이 픽업해야하는 시간이 얼추 지나면서 인터뷰를 서둘러 마치고 서로 바삐 헤어졌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봉사활동이 부족한 저의 모습도 보게 되었고, 무엇보다 정토회는 참 다양한 직군들의 수행자들이 모여있는 곳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모자이크 붓다가 되어 앞으로도 더욱 발전하게 될 정토회의 모습도 그려졌습니다.

동대문법당 법사님 간담회 (오른쪽 가운데; 2017.8.8)
▲ 동대문법당 법사님 간담회 (오른쪽 가운데; 2017.8.8)

법당 가족들과 환경탐방 (맨 오른쪽 아들과 함께)
▲ 법당 가족들과 환경탐방 (맨 오른쪽 아들과 함께)

글_이재민 희망리포터 (성동정토회 성동법당)
편집_권지연(서울제주지부)

전체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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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사

감사합니다

2018-04-27 02:52:11

무량덕

감동입니다. 역시 업식을 뛰어 넘겠다능 강한 의지가 있어야 함을 알게 됩니다. 나누기 감사합니다.

2018-04-26 14:53:05

박성희(감로안)

잔잔한 소감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2018-04-25 17: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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