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태전법당
한 생각 돌이키니 괴로움이 행복으로! 마음아 고맙다

태전법당으로 가는 날, 꽃망울을 머금고 있는 벚나무 길은 아름다웠습니다. 올라오는 설렘이 때 이른 초봄의 열기를 느끼는 날씨 탓인지, 작은 개울을 따라 버드나무의 파르스르 함이 주는 설렘인지, 수행자 도반을 만나러 가는 발걸음은 기대감으로 가득 찼습니다. 늘 밝은 미소로 씩씩하게 살아가는 세 아이 엄마 최장미 님, 수행자로 사는 이야기입니다.

도반들과 함께 가는 길(뒷줄 중앙이 최장미 님)
▲ 도반들과 함께 가는 길(뒷줄 중앙이 최장미 님)

충격적인 그 날! 화를 알아차리면 멈추어짐을...

Q. 정토회와 어떻게 인연 맺게 되었는지가 가장 궁금합니다.

아이가 셋인데 가운데 아이가 발달장애가 있어 아이들을 키우고 돌보는 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남편은 집안일을 도와주기는커녕 불성실하여 생활비도 주지 않았습니다.
셋째가 태어나 돌 무렵이 되었을 때쯤 어느 날이었습니다. 늦은 아침인데도 남편이 일어나지 않고 자는 모습을 보면서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왔습니다. 덮고 있는 이불을 확 잡아당기며 ‘당신과 못 살겠다’고 심하게 화를 내던 중, 뒷골이 당기고 머리가 아프면서 그대로 쓰러졌습니다. 이렇게 하루하루 살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며 지내던 중 같은 동네에서 알고 지내던 도반이 ‘법문 들으러 같이 가요’ 하는 말에 동아줄 하나라도 잡는 심정으로 법문 들으러 따라갔습니다. 그날 스님의 법문이 바로 ‘화’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화가 나면 화를 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며 살았는데 '화를 알아차리면 멈춘다'는 말씀이 너무 충격이고 감동이었습니다.
법회에 가서 법문을 들으면 너무 좋아서 그때부터 매주 가정 법회에 참석했습니다. 그 때는 칠곡에 법당이 없어서 도반들이 다 같이 모여서 대구법당 수행법회에 참석할 때였습니다. 연세 높은 도반들이 많아 버스를 타고 가기에는 불편하고 힘들었는데 차량 보시를 한 도반이 지금 생각해보니 너무나 대단한 분이었네요.

진정으로 봉사하는 삶으로

Q. 정토회와 인연을 맺어서 스님의 법문 듣는 것을 참 좋아하지만, 봉사가 힘들어서 떠나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정토회에 머물면서 열심히 봉사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수행법회를 다니다가 대구법당 불교대학에 입학하여 졸업하고, 태전법당에서 경전반을 졸업했습니다. 그쯤 가정 형편상 아이들의 간식이라도 편하게 먹이기 위해서라도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1년 동안 열심히 일을 배우고 그다음 해 취업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선택한 직장은 일하기엔 너무 힘든 곳이었습니다. 한 사람이 하는 일의 2~3배 이상 일을 해야 겨우 일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3일, 5일 만에 모두 그만두는 정도의 강도였습니다. 매일 아침 108배를 한 덕분인지 힘든 일을 10개월 동안 버티고 일할 수 있었던 같습니다. 팔을 다쳐도 병원에 갈 시간조차 없었습니다. 첫째는 고등학교를 가야 하고 셋째는 초등학교에 입학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동안 일한다고 아이들을 잘 돌보지 못하여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일에 비해 보수는 적고 아이들도 저도 힘들어 매일 매일 울면서 ‘이건 아니다!’ 하는 생각으로 살았습니다.

수행법회에 매주 나가게 되면서 법회 담당을 하게 되었습니다. 장애가 있는 둘째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시골 학교라 학생 수가 부족해 막내까지 같이 두 명을 그 학교에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고마웠던 교감 선생님께서 학교 봉사를 제안하셨습니다. 수요일은 법회 때문에 학교일을 할 수 없는 사정을 잘 이해해주셔서 오전에는 학교 도서관에서 일하고 오후에는 유치원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오전에 도서관 청소 잠깐 하고 나면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스님의 법문을 많이 들었습니다.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1000여 편을 거의 다 들었던 것 같습니다. 제게 주어진 시간에 늘 스님의 법문을 듣다 보니 귀가 조금씩 열렸습니다. 오전에는 스님의 법문을 듣고, 수요일에는 수행법회를 참석할 때는 마음이 너무 편하고 좋았습니다. 봉사라는 이름으로 일을 하다 보니 아침 7시에 출근해서 오후 5시에 퇴근해도 들어오는 돈은 너무 적었고, 일을 하다 보니 둘째를 돌보는 것도 힘들고 한편으로는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면 남편이 돈 버는 것에서 소홀해지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하던 일을 모두 그만두고 법당 소임과 수행에 집중했어요. 작년 12월부터 수행법회와 불교대학 담당을 맡았습니다. 부총무님이 주간팀장으로 매일 법당에 나와서 법당 관리 소임을 권유해서 둘째 아이 치료 가는 날을 제외한 화요일에서 금요일까지만 봉사하고 있습니다.

평화집회 후 도반들과 인증사진 한 컷(오른쪽이 최장미 님)
▲ 평화집회 후 도반들과 인증사진 한 컷(오른쪽이 최장미 님)

법사님! 나의 비빌 언덕

Q. 정토회 활동을 하면서 최장미 님이 가장 감사한 마음이 드는 것은 무엇일까요?

108배는 불교대학 다니면서 시작해 띄엄띄엄했지만 계속하고 있었고, 작년부터 300배를 매일 하고 있는데, 이 300배가 저를 성장하게 합니다. 300배를 하면서 마음이 고요해지고 주위 사람들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이는 셋이고 둘째 키우기는 너무 힘들었던 마음을 생활비도 잘 주지 않고, 집안일도 하지 않고, 아이들도 잘 돌봐주지 않는 남편에 대한 원망으로 다 뒤집어씌운 것 같습니다. 남편도 자기 일이 잘 안되니 힘들어서 그랬다는 것을 이제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300배를 지속하다보니 ‘내가 왜 이렇게 힘들게 절을 하고 있지?’ 하는 의문도 생기고, 자꾸 궁금한 것들이 생겼습니다. 다행히 법당에서 담당소임을 하다 보니 법사님들 만날 기회가 많아져서 법사님만 뵙게 되면 계속 질문을 했습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기도하고, 방학인 아이들은 집에 두고 법당에 나가고, 저녁에 일찍 자는 내가 못마땅한 남편이 ‘드디어 네가 미쳤구나’ 하는 비난을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들다고 하였습니다. 법사님께서는 ‘당당하게 다녀라, 보살이 나쁜 일 하는 것도 아니고, 욕 좀 먹으면 어떤데! 보살이 바로 서는 것이 우선이다.’라는 말씀이 힘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잘 살아가다가 또 힘들고 지칠 때면 법사님을 만나 질문하였습니다.
지금도 남편과 같이 살고 있고 아직도 힘든 부분이 많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법사님 답을 들으면 문제가 해결되었다가 살다보면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어 괴로움이 자꾸 생겼습니다. 그래서 화광법사님께 여쭈었더니 ‘많이 힘들겠다’ 하시면서 등을 두드려주셨는데 그것만으로도 참 많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조금씩 조금씩 내 힘이 키워지고 있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문제가 무엇인지 알게 되니까 괴로움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것 같았습니다. 전에는 몰라서 힘들게 살았는데.....

올해 정초법회 때 법사님께 남편에게 숙이기가 힘들다고 또 질문했습니다. 법사님과 대화를 하면서, 남편과 살아도 되고 안 살아도 되지만 어느 쪽이 나한테 더 이득이 되느냐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이들한테는 아빠이고 집 대출금은 남편이 갚으니 남편과 사는 게 더 낫다는 결론이 났던 것 같습니다. 같이 살려면 숙여하는데 숙이기 싫었습니다. 나한테 해준 것도 없는 남편한테 왜 숙여야 하는지 이렇게 계속 산다고 생각하니 내가 너무 억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숙인다고 할 것도 없어요" 하시는 법사님 말씀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사람이면 다 높고 낮음, 좋고, 나쁨이 없는데 저는 상대를 완전히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 놓고 괴로워하면서 남편 원망만 하는 저를 보았습니다. 잘난 것도 없는 제가 남편에게 숙이고 말고 할게 뭐가 있나라는 생각으로 이해가 되었고 그러면서 조금씩 변화되고 있었습니다.

<나눔의장>, 내 인생의 전환점!

Q. 최장미 님의 삶에서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정토회 활동 무엇일까요?

<나눔의장>을 가기 전에는 마음을 챙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몰랐습니다. 하라면 하라는대로 하지만 항상 뭘 해도 힘들고 긴장하고 끌려다닌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나눔의장>을 갔다 와서 내 마음을 보게 되니 일어나는 마음을 알아차리고 내려놓으면 편해졌습니다. 일어나는 마음을 되짚어 보면 내 마음을 이해하게 되면서 수행이 깊어지는 것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300배 후 명상을 5분 정도 하다가 깜빡 졸고 일어났더니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마음을 챙기지 않아 제때 나누기도 하지 못해 절을 한 게 무용지물이 되었습니다. 300배가 중요한 게 아니라 기도하는 순간 마음을 챙기는 것이 중요하고, 108배든, 300배든 그때 내 맘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제 마음을 챙기고, 주위를 돌아보고 절하는 시간 이외에도 순간순간 내 마음을 챙기는 시간이 있어 너무 감사합니다. 옛날보다 아주 편해졌습니다. 전에는 남들이 하는 말, 힘든 상황에 상처받았는데, 이제는 이래서 이랬구나 하고 마음을 이해하고 나니 마음도 가벼워집니다. 요즘은 힘든 일이 와도 그렇게 힘들다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제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는 게 너무 고맙습니다.

수행자 클럽의 멤버로 살리라

전에는 ‘수행자 클럽’ 이라는 것에 별 생각이 없었는데, 정회원 복권교육 중 스님의 법문을 들으면서 막연하기보다 구체적으로 수행자 클럽의 확실한 멤버가 되어 수행자로서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생겼습니다. 집안도 법당도 수행처로 삼아 수행의 끈을 놓지 않고, 어떤 경계에도 끌리지 않는 수행자가 되는 것이 제 삶의 목표입니다.
법륜스님, 법사님, 도반님 모두 감사합니다.

가족은 다 뒷전이고 행자대학원도 가고 싶고, 백일 출가도 너무너무 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 마음을 살펴보니 힘들고 괴로운 상황에서 나만 벗어나려는 욕심임을 알게 되었구요. 이렇게 가족과 함께 힘든 일을 극복하면서 자신도 같이 성장하는 것이 진정한 수행자라는 생각을 하게 된 최장미 님.
우리집이 행자대학원이고 여기가 백일출가이다, 한 생각 바꾸어 스스로 성장시켜 나아갈 각오를 하는 최장미 님이 이제 새순이 올라오는 장미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곧 활짝 핀 장미가 되어 여러 사람에게 기쁨을 줄 것을 기대해 봅니다.

글_안정미 희망리포터(대구법당)
편집_박정미(대구경북지부)

전체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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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

아멘

2021-03-27 15:24:08

다람쥐2

보살님 잘 ~ 읽었습니다
우리집이 법당이자, 행자대학원 ㅎㅎㅎ

2019-09-19 07:00:40

광명일

보살님 건강하셔요.
고맙고 감사합니다.

2018-04-11 06:3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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