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보스턴법당
정토불교대학 전 세계 최연소 불교대학생 도현우 님을 소개합니다.

4월입니다. 한국의 많은 법당을 비롯해 해외 정토법당에서도 2018년 봄불교대학이 개강을 했습니다. 불법을 배우고자 많은 분이 정토불교대학의 문을 두드리는데, 여기서 한 가지 조건만 충족되면 누구든 불교대학에 입학할 수 있습니다. 바로 만 19세 이상이라는 나이 제한입니다.
오늘은 만 18세의 나이로 불교대학에서 공부 중인 미국 보스턴법당 도현우 군을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오늘 이야기와 더불어 2016년 12월 정토행자의 하루에 소개된 ‘틴에이저 아들과 함께 법문 듣는 싱글대디 도성희 님’ 수행담도 함께 읽으시길 권해 드립니다.

기사읽기 ▶[보스턴] 틴에이저 아들과 함께 법문 듣는 싱글대디 _ 보스턴법회 주춧돌 도성희 님

자, 그럼 정토불교대학 세계 최연소 불대생 도현우 군의 이야기 들어 볼까요?
오늘 인터뷰는 도현우 군의 아버지 도성희 님께서 진행해 주었습니다. 먼저 도성희 님이 아버지로서 바라본 현우 군의 이야기입니다.

도성희 님: 잘 따라올까 하는 염려로 시작한 현우의 불교대학은 첫날 나누기를 듣고 기우였음을 알았습니다. 나름 자기만의 방식으로 수업을 이해하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모습을 보며 불교대학 권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은 수업 중간에 조는 모습이 많아 깨워주고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간섭이겠구나’ 하는 생각에 그냥 지켜봅니다. 그래도 매번 나누기하는 걸 보면 ‘조는 와중에도 들을 건 다 듣는구나’ 하는 생각입니다. 오계만 어기지 않는 범위에서 아이들을 지켜보다 보니 좋은 학교에 좋은 직장에 돈 잘 버는 것보다 지금 여기에서 마음이 행복하게 사는 법을 전달해 주는 것이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제일 큰 선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학에 들어가면 집을 떠나게 되고 그러면 정토불교대학 같은 좋은 기회를 얻기까지 많은 세월이 걸릴 거라는 생각에 나이 제한이 있음에도 해외사무국에 문의해 보았습니다. 처음 답변은 힘들다고 해서 ‘인연이 안되는구나. 언젠가 기회가 주어지겠지.’ 하고 내려놓았습니다. 다행히 해외 사무국장님을 비롯한 많은 분이 의견을 내주셔서 한국 본부에서 현우의 불교대학 입학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기회를 마련해 주신 모든 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현우에 이어 이번 가을 불교대학에는 대학 졸업 후 1년간 집에 와 있겠다는 큰딸이 입학하고 싶어해서 집 거실에 법당을 만든 효과를 제가 제일 크게 보는 것 같아 더욱 감사한 마음입니다.

도성희 님 댁 세 남매. 가장 오른쪽이 도현우 군
▲ 도성희 님 댁 세 남매. 가장 오른쪽이 도현우 군

다음은 현우 군과의 일문일답입니다.

Q. 불교대학 입학 나이가 안되었는데 서둘러 입학한 이유가 있나요?

우리 아버지 때문(?)입니다. 아버지는 한 5년 전부터 불교와 법륜스님에게 푹 빠져 계셨습니다. 처음에 저는 그런 아버지의 모습에 ‘어떻게 저렇게 빠져들 수 있지?’ 하며 아버지를 바라보는 것이 많이 불편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버지가 변해가는 모습이 너무나 신기했고 그 덕분에 불편함이 서서히 호기심으로 변해 갔습니다. ‘도대체 뭘 듣기에 저렇게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께서 저를 데리러 와 주신 날, 차 안에는 여느 때처럼 법륜스님의 법문이 켜져 있었습니다. 저는 그 날의 기억이 너무나 생생합니다. 늘 듣던 법륜스님의 법문이었는데, 그날은 너무나 공감되고, 스님께서 마치 제게 답해주시는 것처럼 느껴져 저의 문제와 괴로움이 일순간 사라지고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그 날 이후로 불교대학 입학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불교대학을 통해서 우리 아버지처럼 마음의 편안함과 행복을 찾을 수 있겠다는 희망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Q. 불교대학 수업을 들으면서 좋은 점과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저는 마음 나누기 시간이 가장 좋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듣는 것이 신선하고 재미있습니다. 거기에 제 생각과 의견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저를 행복하게 합니다.

도현우 군이 가장 좋아하는 마음 나누기 시간
▲ 도현우 군이 가장 좋아하는 마음 나누기 시간

힘든 점은 조금 창피하지만 108배, 300배 절하는 것이 너무나 힘듭니다. 다 끝나고 나면 다리에 힘이 풀리고 정신이 없습니다. 저는 불교대학에서 하는 모든 것들이 너무나 좋지만, 절하는 것에는 자꾸 싫은 마음이 올라옵니다. 끝까지 다 마쳤을 때의 기분은 뿌듯하지만, 하면서는 얼른 끝났으면 하고 바라는 때가 종종 있습니다.

Q. 불교대학에 다니면서 본인이 바뀐 점이 있나요?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습니다. 저는 고집이 센 편이라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이 언제나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불교대학 수업을 들으면서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남들의 의견이 나와 달라도, 또는 그들의 생각이 이해되지 않을 때라도 그들을 존중하는 마음을 낼 수 있습니다.

Q. 이제 불교대학 과정이 절반을 넘어섰는데요, 그동안 배운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들으면 들을수록 부처님의 가르침은 너무나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처님께서는 2천 년 전에 사셨던 분인데 그분의 가르침이 지금 21세기에도 이렇게 큰 가르침을 준다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불도란 쉽고도 어려운 것’이라는 부처님 말씀이 떠오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표면을 보면 매우 간단하고 쉬운 내용이지만 깊게 파고들면 들수록 많은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생활에 적용하려고 하면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어렵고 힘들수록 그 말씀을 깨우치는 재미도 있습니다.

수업 봉사로 영상 준비 중인 모습
▲ 수업 봉사로 영상 준비 중인 모습

Q. 그동안 배운 내용 중에 특히 일상생활에 적용해 보고 싶은 것이 있나요?

저는 ‘중도’를 제 일상에 적용해보고 싶습니다. 일상에서는 좋든 싫든 언제나 양극단이 존재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중도의 길을 찾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중도라는 것은 그 양 극단 어디에도 끌리지 않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행복할 때는 행복에 겨워하고 슬플 때는 슬픔에 빠져 어쩔 줄 몰라 하는데, 이처럼 양극단 어디에도 쏠리지 않고 상황이 펼쳐지는 대로 다만 바라보는 연습을 하고 싶습니다.

Q.아직 불교대학을 접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불교대학을 소개한다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불교대학은 자기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수업입니다. 절대 다른 사람을 바라보거나, 고치려고 하지 않죠. 오직 자기 자신만을 바라보고 돌이키는데, 그 과정에서 정답을 제시하기보다는 그저 우리 스스로가 답을 찾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불교대학입니다.

2017년 보스턴 가을불대 도반들과 함께
▲ 2017년 보스턴 가을불대 도반들과 함께

다음은 현우 군과 함께 수업 듣는 보스턴 불교대학 도반들이 보낸 메시지입니다.

안선영 님: 한국으로 따지면 고3인데, 남들처럼 학원 보내고 공부 독촉하느라 바쁘긴커녕 오히려 인생 공부하라고 불교대학 입학 권유하신 도성희 님도 대단하고, 아빠가 권한다고 듣겠다고 한 현우도 대단하다 싶었어요. 그렇다 해도 수업을 많이 빠지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아마 현우가 저희 중에 출석률이 가장 높을 거예요. 우선은 그 점이 가장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수능 공부하듯 열심히 하는 모습이 저희 도반들에게는 좋은 자극이 되었고요, 어려서부터 미국에서 자라서 한국어가 쉽지 않을 텐데 스님 말씀 하나하나 새겨듣는 모습이 참 놀라웠습니다. 나누기할 때도 자기가 느낀 부분을 놓치지 않고 메모해 두었다가 말하는 것을 보고, 어느새 저도 따라하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수행맛보기> 하던 날, 각자의 인생곡선을 그리며 그에 대해 나누기를 할 때 현우가 다섯 살 때 아빠와의 경험을 또렷이 얘기하는 것을 들으며, 어릴 때의 기억이 저렇게 오래가는 것이구나 놀랐습니다. 부모의 사랑과 훈육이 아이를 바른 길로 가도록 도와준 부분에서 아이를 키우는 저로서도 느낀 바가 많았습니다. 요즘도 간혹 현우를 통해 ‘우리 아이도 저럴 수 있겠구나, 나중에 저런 부분에서 힘들 수 있겠구나’를 생각하게 됩니다. 가장 어리지만 가장 꾸준한 현우 도반을 보며 오히려 불교를 좀 안다 했던 제가 많이 배웁니다.

노경애 님: 지난 가을, 과연 내가 1년이나 되는 불교대학을 할 수 있을까 망설이던 무렵, 현우 군이 불교대학을 시작한다는 말을 듣고 “그럼 저도 하지요!”라고 흔쾌히 답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현우 도반이 합장을 하고 절을 하며, 한자어와 비유가 많은 법문을 듣는 것을 보며 처음엔 그저 엄마 미소만 지어졌습니다. 그런데 매주 빠지지 않고 수업을 들으며 부지런히 뭔가를 적고, 나누기 시간에 완벽한 한국말로 그것들을 나누는 모습에 깜짝 놀랐습니다. 어떨 때는 어른들 입장에서는 당연시되는 문제를 다른 관점에서 보고, 그 생각을 다른 이들에게 솔직하고 진지하게 얘기하는 모습을 보며 도반이 곧 스승임을 실감키도 했습니다. 앞으로 남은 수업도 잘 마치고 졸업을 한 후 보스톤정토회를 이끌어 갈 현우 도반의 활약을 기대합니다.

박희목 님: 현우 군은 우리 불교대학 멤버 중 막내입니다. 유일한 십 대로서 나머지 구성원들과 비교해 볼 때 한참 어린 나이지요. 하지만 그런 현우 법우의 나누기에 매번 느끼는 바가 큽니다. 삶에 대한 주관과 가치가 뚜렷한 현우 군를 보며 동시에 그렇지 못한 저 자신도 봅니다. 나도 십 대에는 현우 군처럼 당당하고 자신만만 했을 텐데 무엇이 나를 이렇게 바꾸었을까, 사회생활, 직장, 아내, 자식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결코 이런 이유로 삶이 고단하고 괴로울 이유가 없는데도 말이지요. 그래서 저는 현우 도반과 같이 불교대학을 듣는 것이 큰 행운이라 생각됩니다. 현우 군을 통해 현재 제 주변에 생겨나는 일들이 결코 괴로울 일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죠.

이명화 님 (보스턴 불교대학 담당): 처음 불교대학 공부를 시작할 때 아버지, 어머니 또래의 어른들과 함께 공부하게 될 현우가 은근히 걱정되었습니다. 강의는 잘 이해할 수 있을지, 수업을 재미있게 들을 수 있을지 여러 염려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모두 제 기우였고 현우는 수업 첫날 나누기할 때부터 우리 불교대학의 스타가 되었습니다. 스님의 강의 핵심을 잘 이해하고 있었고 그것을 자신의 삶과 경험에 비추어 실생활에 잘 적용하고 있었습니다. 현우의 솔직하고 생생한 나누기가 저와 도반들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입니다. 현우를 통해 청소년들의 학교생활, 친구와의 갈등, 부모에 대한 마음 또는 자신의 앞날을 걱정하는 청소년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영어와 한국어를 능통하게 잘하는 것은 물론 사교적이고 친절한 현우! 나누기하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질문을 하는 현우를 보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개인적으로 현우와 함께 공부하게 된 것을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현우 군, 대학에 진학해 집을 떠나기 전 불교대학 공부를 할 수 있게 된 것을 다시 한번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도현우 군은 다가오는 8월 불교대학을 마치고, 9월에는 뉴욕주에 있는 미국 명문 공과대학으로 진학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무장한 도현우 군의 앞날에 무한한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글_도성희 (보스턴법회)
정리_박승희 희망리포터 (뉴저지법당)
편집_이진선 (해외지부)

전체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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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일

아드님이라 참 반갑네요 나도거사님처럼 아들이함께해주길....

2018-04-05 06:48:18

이정인

이미 불교의 핵심은 다 꿰뚫고 있네요~ 대단합니다. 불교의 앞날을 기대해도 좋겠다는 안심이 됩니다. 좋은 소재 찾아서 글 올려준 박승희보살님 감사합니다

2018-04-05 02:31:10

부동심

감동입니다. 도성희 거사님과 도현우 법우님, 너무 멋진 가족이시네요. 따님도 불대에 입학하신다니 또한 반가운 소식입니다. 좋은 소식 전해주신 박승희 리포터님 감사합니다~~

2018-04-04 00: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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