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창녕법당
우리의 열정은 한겨울 석빙고도 녹인다!

처음 희망리포터를 맡아 무엇을 쓸지 이리저리 고민하던 차에 창녕법당이 창원정토회 소속으로 문을 연다는 소식에 ‘옳다 이거다‘ 마음 속으로 얼른 정했습니다. 2월 18일 정초법회 후 여러 도반에 섞여 창녕으로 출발했습니다. 연휴 끝이라 차가 밀릴 줄 알았는데 평소 주말보다 덜 막혔습니다.
조선시대 석빙고 앞에 위치한 법당은 작지만 두 개의 공간으로 나눠 알차게 꾸며져 있었습니다. 김해 법당 세 분, 내서법당 두 분, 마산법당 한 분 등 총 여섯 분이 힘을 합쳐 2개월 여 만에 개원했다고 합니다. 적은 인원으로 일을 하자면 얼마나 고생스러웠을까? 그분들을 대표해서 부총무 소임의 박영나 님, 불사 담당인 김미진 님의 불사를 결심하게 된 과정을 들어보았습니다.

창녕법당 개원식 (제일 왼쪽 박영나 님. 왼쪽 다섯 번째 김미진 님)
▲ 창녕법당 개원식 (제일 왼쪽 박영나 님. 왼쪽 다섯 번째 김미진 님)

박영나 님 이야기

이혼을 결심하고 불교대학을 만나다

7남매 막내로 태어난 저는 아버지께서 사고로 돌아가셔서 아버지 얼굴도 모르고 살아왔습니다. 나에게 부모는 엄마 한 분 뿐이셨는데, 2013년 말에 엄마마저도 돌아가시고 나니 마흔이 다 되어가는 나이임에도 고아라는 생각과 제대로 된 효도도 못 해 드린 데 대한 미안함에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죄송한 마음의 원인을 성격이 맞지 않고 내 눈에 차지 않는 남편에게로 돌리며 미워하고 원망하며 남편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를 꼬투리 잡으며 살았습니다. 2015년 6월 어느 새벽에 둘째 언니에게 전화해서 울며 이혼을 해야겠다고 남편에 대한 미움을 털어놓았습니다. 그 새벽 제 전화를 받고 다음날 언니가 정토불교대학을 다녀보라고 권유하며 입학금을 제 통장으로 보냈습니다.

평소 종교를 전혀 믿지 않던 저는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왜 이리 주변사람들을 끌어들이려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믿을 수 있는 제 언니였지만, 종교란 것이 사람을 저렇게 만들어서 멀쩡하던 사람도 그 속에 들어가면 주변사람들을 끌어들이게 되나보다 하며 부정적으로 생각하여 입학을 주저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창녕에는 법당도 없고, 제일 가까운 곳이 마산에 있는 내서법당이었습니다. 가서 들어보고 아니다 싶으면 안 다녀도 된다는 언니의 설득과, 힘들어서였는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한번 가볼까 하는 마음으로 가을불교대학을 입학했습니다.
입학식 날 법문을 들으면서도 지금이라도 입학금을 돌려달라고 하면 돌려줄까? 내 돈도 아닌데.... 나가면서 돌려달라고 할까? 오만 가지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했습니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포기하는 건 아닌 것 같고 언니가 했던 말들도 생각이 나고 해서 몇 번은 더 들어보고 결정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렇게 다니면서도 졸업을 한다면 33강 이상은 출석해야 하고 과목당 과반수 이상은 출석해야 한다는 기준을 맞추기 위해 전략을 짰습니다. 《실천적 불교사상》 10강 중 6강까지만 출석예정으로 O표, 7강부터는 안 들어도 되니까 X표, 《부처님의 일생》도 6강까지만. 이런 식으로 시작도 하기 전에 올 날과 안 올 날을 미리 정해놓고 시작했습니다.
타 종교인들이 와도 아무 문제없고 네가 생각하는 그런 불교가 아니라고 해놓고선 청법가를 부르고 삼배를 하고... 처음에는 내가 생각했던 그런 불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신을 믿지 않기 때문에 종교를 가지지 않는데, 불상도 없고 사진에다 대고 하는 절도 하기 싫었습니다.
그런데 한 주 한 주 수업을 들으면서 내가 그동안 불교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막연히 복을 비는 그런 흔한 종교라고 생각하고 선입견을 가졌다는 걸 알았습니다. 공부하면서 불교는 굉장히 철학적이고 과학적이라는 걸 느끼며 제 성격과 딱 맞다는 느낌이 들면서 점점 수업이 흥미로웠습니다. 사람들이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보며 빨갛다, 파랗다 규정짓는다는 말씀은 딱 저를 두고 하는 말이었습니다. <수행맛보기>를 하면서 내가 얼마나 이기적이고 못된 사람인지, 배려라고는 없이 잘난 척만 하는지, 조금의 잘못도 용서를 못하고 지적질하며 상대를 몰아붙이는 성격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불교대학 입학을 권했던 둘째 언니와 함께 (왼쪽 박영나 님)
▲ 불교대학 입학을 권했던 둘째 언니와 함께 (왼쪽 박영나 님)

7살 딸을 데리고 법당으로

불교대학 졸업을 두어 달 남겨둔 어느 날, 퇴근 후 종종거리며 아이들 밥을 챙겨주고 수업하러 창녕에서 내서까지 달려가고 있는데, 7살 된 딸이 울면서 전화했다며 남편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애들 놔두고 어디를 다니는 거냐며 큰소리를 내는데,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자기는 다른 지역에서 일하느라 주말에만 집에 오기 때문에 아이들은 오롯이 내가 다 돌보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나도 직장 다니고 아이들 챙기고 집안일까지 혼자 하느라 힘든 와중에 일주일에 하루 잠깐 비우는 것도 마치 큰 죄라도 지은 양 말하는 남편에게 화가 났습니다. 그동안 들은 법문과 수행은 온데간데 없고, 나는 이렇게 치열하게 살고 있는데 알아주지 않는다는 섭섭함과 ‘그래 내가 너한테 이런 취급 받으면서 다닐 필요는 없다’ 라는 자존심과 욱하는 마음에 그만두겠다는 통보를 담당자에게 했습니다. ‘애를 데려와도 된다, 좀 늦어도 된다, 아이들 편하게 다 챙겨놓고 천천히 와라, 몇 번만 더 나오면 졸업인데 아깝다.’ 라며 담당자가 설득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한 수행 덕분인지 시간이 지나면서 남편 입장에선 그럴 수도 있겠다, 남편의 마음도 이해가 갔습니다. 또 세상이 다 내 위주로 돌아가고, 모두가 다 내 마음을 알아야 하며, 내가 하는 모든 일은 옳다 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 때부터 딸을 데리고 불교대학을 다니기 시작했고 경전반을 딸과 함께 다니며 졸업했습니다.

창녕 장날 딸과 함께 불교대학 홍보전단지를 돌리는 박영나 님
▲ 창녕 장날 딸과 함께 불교대학 홍보전단지를 돌리는 박영나 님

<깨달음의장> 후 본격적인 전법활동

아이들이 어려서 4박 5일이란 시간을 비울 수가 없다는 핑계로 <깨달음의장>도 가지 않고 있다가 경전반을 졸업한 후에야 <깨달음의장>을 가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아이들 놔두고 다닌다고 불만스러워하던 남편도 그동안 제가 조금 변한 걸 느꼈는지 4박 5일에 맞춰 휴가를 신청해 아이들을 봐주었습니다. <깨달음의장>에서 버렸다 생각했던 ‘나’를 아직도 붙들고 있는 나를 봤고, 잊었다 생각했던 시어머님의 말과 행동이 아직도 마음 밑바닥에 남아있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남편을 멸시하고 미워한 이유도 그 밑바닥에 시어머니가 있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깨달음의장>을 다녀온 후 나처럼 괴로워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부처님 법을 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그동안은 내 괴로움을 해결하는 데만 급급해서 전법을 하겠다는 생각이나 봉사는 생각지도 못했지만, <깨달음의장> 이후 내가 2년 동안 법당을 다니며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봉사해 주신 담당자나 부총무님, 그리고 법당의 숨은 봉사자분들에게 보답하고 싶다는 생각과, 내가 받은 것을 세상에도 회향하고 싶다는 마음에 가을불교대학 담당자를 맡아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창녕에 있는 사람들은 가까운 곳에 법당이 없고 멀리까지는 차편이 없어서 못 가고 있는 분들도 있을 거란 생각과 내가 담당을 맡았으니 내 차로 함께 가면 되겠다는 생각에 내서법당 가을불교대학 홍보전단지에다 차편 제공과 내 휴대폰 연락처를 스티커 작업하여 붙여 창녕 장날마다 전단지를 돌렸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차가 있어 멀리까지 다닐 수 있으니 부처님 법을 만날 수 있었지만, 창녕에 있는 많은 사람도 가까운 곳에 법당이 있다면 이 좋은 부처님 법을 만나 조금이라도 괴로움을 덜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경남지부 국장님을 찾아가 창녕에도 법당 좀 만들어 달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창녕법당 불사가 시작되었고, 2월18일 개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44년을 살면서 받기만 했지 베풀지 못하고 살아왔는데 이제라도 세상에 회향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더 많은 이들이 부처님 법을 만나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처음 마음 그대로 간직하고 부지런히 전법하겠습니다.

김미진 님 이야기

불사는 도반의 소중함을 알게 해준다

봄불교대학 홍보 중인 김미진 님(앞쪽)
▲ 봄불교대학 홍보 중인 김미진 님(앞쪽)

많지는 않지만, 창녕에 사는 도반들은 각자 다른 곳에서 인연을 맺어 법당을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법당이 멀어 꼭 필요한 날 외에는 자주 못가니 창녕에도 법당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평소에 있었습니다. 2016년 정일사를 회향하면서 선주법사님의 추천으로 전법학교를 다녀오게 되었고, 2017년 박영나 님도 전법 학교를 다녀오게 되면서 서로 힘을 합쳤습니다. 불사를 하면서 크게 힘들었던 점은 없었으나 다만 책임자로서 보시금을 많이 내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컸습니다. 전국에서, 특히 경남지부에서 많은 도반들의 모연금이 들어오는데 정말 감사한 마음에 울컥 눈물이 났습니다. 도반들이 각자 본인들의 일을 가지고 있음에도 틈틈이 법당 일에 앞장서시는 모습에 모자이크 붓다의 효력을 실감했습니다. 공사가 가장 추울 때 진행되다 보니 진행도 더디고, 책임자들은 투병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권미라 님은 독감으로 엄청 고생하셨고, 남정화 님은 링거를 매달고 현장에 오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모자이크 붓다들의 땀과 눈물, 정성이 모여 우리 창녕법당은 드디어 개원을 했습니다.
신생 법당이라고 안일하게 하지 않겠습니다. 봄불교대학 학생 모집이 제일 큰 관건이지만 일당백으로 하자고 도반들과 결의도 했습니다. 모연금이 말해주듯이 여러 도반들의 뜻이 모였습니다. 부처님 뜻을 받들어 청정한 수행 도량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속담이 있듯이 지금은 비록 적은 인원으로 출발하는 창녕법당이지만 앞으로 수행과 전법의 중심역할을 하리라는 기대를 가져봅니다. 창녕법당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글_ 박영나, 김미진(창원정토회 창원법당)
정리_ 안영주 희망리포터(창원정토회 창원법당)
편집_목인숙 (경남지부)

[삶을 바꾸는 공부, 정토불교대학]
원서접수 기간 : 2018. 3. 25 (일)까지

문의 : 02-587-8990
▶정토불교대학 홈페이지

전체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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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일

석빙고가 온장고로 ......
열기가 대단 하십니다.

2018-03-29 07:24:55

선광

창녕 법당 개원을 축하 합니다.
두분의 보살님
수고 많이 많이 하셨습니다.
창녕 법당 파이팅 하셔요.

2018-03-28 12:21:57

박성희(감로안)

감동적인 이야기이네요! 창녕법당 화이팅입니다 !!

2018-03-26 17:5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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