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하노이법회
하노이 정토 불교 놀이방

베트남 하노이에는 정토 불교 놀이방이 있습니다. 하노이 정토 불교 놀이방은 적게는 6세부터 많게는 12세의 아이들 10명으로 이루어진 놀이방인데요. 사실 열 명의 아이들은 안방에서 불교대학 수업을 듣다가 지금은 경전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자녀들입니다.

하노이 정토 불교 놀이방에서 아이들이 책 블록을 쌓고 노는 모습. 이 놀이방에서 주로 하는 활동은 블록 없이 블록 쌓기. 집 안에 있는 온갖 책들이 동원 됩니다.
▲ 하노이 정토 불교 놀이방에서 아이들이 책 블록을 쌓고 노는 모습. 이 놀이방에서 주로 하는 활동은 블록 없이 블록 쌓기. 집 안에 있는 온갖 책들이 동원 됩니다.

참고로 스님이 해외 순회강연 때 _“이제껏 강연 다녀 본 중에 하노이가 제일 젊은 것 같다”_라고 언급하실 정도로 하노이 교민사회는 30~40대가 주류를 이루고 그만큼 어린아이들이 많은 지역적 특성이 있는데, 현재 7분의 경전반생에 딸린 아이들이 모두 10명이 됩니다.

주변 지인들과 불교대학을 열기로 하면서 제일 고민된 것이 아이들. 고만고만한 어린아이들이라 떼어 놓고 올 수도 없고 그렇다고 모아놓으면 그야말로 야단법석일 것 같아 과연 불교대학 수업을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한가득이었습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시작해 보자고 한 도반의 집 거실에서 감행한 불교대학 입학식, 아이들은 근처 실내 놀이터에 넣어 두고 어찌어찌 입학식은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스님의 2017 해외 순회 하노이 강연 후. 아이들은 이날도 엄마들이 봉사하는 동안 실내 놀이터에 있다가 강연이 끝나서야 올 수 있었습니다.
▲ 스님의 2017 해외 순회 하노이 강연 후. 아이들은 이날도 엄마들이 봉사하는 동안 실내 놀이터에 있다가 강연이 끝나서야 올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매주 일요일 불교대학 수업 때마다 아이들을 실내 놀이터로 보내기는 부모들 마음도 편치않고, 뭔가 방치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지 더는 실내 놀이터에 안 가겠다는 아이들이 생기면서 난관에 부딪힙니다. 하여 한번은 아이들을 방에서 놀게 하고 거실에서 불교대학 수업을 진행하는데, 방에서만 조용하게 놀아 주면 좋으련만 아이들은 수시로 화장실도 가야 하고, 부엌도 가야 하고 장난감도 찾아야 해서 스님이 법문 하는 TV 모니터 앞을 우다다 가로질러 가기가 일쑤, 법문에 집중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불대 수업에 집중하고, 아이들은 보다 자유롭게 놀 수 없을까 궁리 끝에 나온 것이 정토 불교 놀이방입니다. 넓은 거실은 활동량 많은 아이들 놀이방으로 내어 주고, 어른들이 방으로 들어가서 불교대학 수업을 하는 방식입니다. 아이들이 종종 엄마를 찾아 방문을 열기는 해도 일단 모니터를 가로지르는 일은 없으니 어찌됐든 수업을 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정토 불교 놀이방, 안방에서 부모들이 여여하게 불법을 공부 중이니 아이들도 얌전하게 놀아줄 리는 만무, 10명의 아이를 모아 놓은 2년여 시간 동안 온갖 일들이 다 생겼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한 1박 2일 연말 법회캠프, 아이들만 18명입니다. ^^
▲ 아이들과 함께한 1박 2일 연말 법회캠프, 아이들만 18명입니다. ^^

처음에는 멋모르고 엄마 따라 왔는데, 가보니 재미도 없고 낯설고 해서 일요일이면 엄마 공부하는 데 가기 싫다고 울고 매달리는 아이들도 생겼고, 어떻게 어떻게 달래서 데리고는 왔는데 아이들끼리 싸움이라도 나면 집에 가고 싶다고 보채는 아이들 때문에 수업을 채 마치지도 못하고 돌아가는 도반들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너무 가기 싫어한다. 오늘 수업 못 간다’라는 메시지를 받으면 불교대학을 개설한 입장에서 이대로 가다가는 불교대학이 와해될 것 같아서 힘이 많이 빠졌습니다. 그리고 더불어 행복해지자고 시작한 일인데, 아이들도 힘들어하고, 부모들도 힘들어하고, 힘들어하는 도반들을 보는 나도 힘들고… 이거 뭐가 잘못된 것 아닌가 싶은 자책도 많이 들었습니다. 당시에는 도반들이 불교대학 수업을 힘들어하는 것이 다 아이들 때문인 것 같았고, 이러다 어렵사리 개강한 불대가 없어지기라도 할까 봐 어찌 됐든 아이들 방해 안 받고 어른들이 수업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어른들의 수업권을 지켜보겠다고, 출입문 근처에 앉아서 아이들의 안방 출입을 제한해 보기도 하고, 아이들끼리 싸움이 생기면 부모들에게 달려가기 전에 제 선에서 해결하려고 다툼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수업에 오자마자 집에 가겠다는 아이와 엄마 수업 끝나고 집에 가자고 실랑이 중인 도반을 보았습니다. 도반의 아이 대하는 방식이 저래서는 아이한테 끌려가겠다는 생각에 제가 직접 달려들어 도반을 제치고 아이를 설득하는데, 그 아이와 저만 있을 때는 분명히 유효했던 방식이 이번에는 먹히지 않았고, 종내에는 도반의 아이가 울음까지 터트리고 우리 애는 그렇게 다루면 안 된다고 하며 도반이 결국 아이와 함께 집에 돌아가는 일이 생겼습니다.

도반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뭘 안다고 달려들었나 창피하기도 하고, 이런 창피까지 당해야 하나 싶어 참담하기도 한 여러 감정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수행 전에 마음을 가라앉히는 3분 명상을 하며, 내가 놓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아, 내가 간섭했구나. 아이와 자기 엄마 일인데… 내가 그사이 끼어들었구나. 내가 아이들 야단칠 때 남편이 뭐라고 하면 절대 간섭할 일이 아니라고 하면서, 나는 정작 아이와 엄마 사이 일에 끼어든 거구나…’

불법 공부하는 엄마를 가진 8살, 9살 두 어린이의 대화 “지옥도 살만할 거야”
▲ 불법 공부하는 엄마를 가진 8살, 9살 두 어린이의 대화 “지옥도 살만할 거야”

재미난 일화도 있었습니다. “나는 지옥 갈까 무서워… 우리 이러다 다 지옥 가면 어쩌냐?” “나도 무서워… 뭐 그런데 지옥도 살만할 거야.” 위 사진 속의 두 개구쟁이가 나누는 대화 내용입니다. 아이들은 모두 기독교 선교 단체가 운영하는 유치원을 다녔거나 다니고 있기에 아무래도 안방에 모여 앉아 부처님께 절을 하는 엄마들이 걱정은 되지만, 그 걱정을 자기들 식으로 해석하는 방식이 너무 재밌었습니다.

아이들이 집을 어지럽히는 것도 봉사가 되고
▲ 아이들이 집을 어지럽히는 것도 봉사가 되고

가정법회인지라 수업 후 마땅한 봉사 일감이 없어서 고민일 때, 아이들이 한바탕 놀고 난 거실을 치우는 것은 소중한 봉사 일감이었습니다. 기존에 아이들한테 집안 어지럽히지 말라고만 했지 그걸 봉사라고 생각하니 그렇게 짜증 나던 일들이 별로 힘들지 않게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신기하다며 도반들과 나누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일체유심조가 멀리 있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제대로 한몫한 하노이 평화 통일 집회
▲ 아이들이 제대로 한몫한 하노이 평화 통일 집회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거치며 아이들과 공존하기 어언 2년 세월, 그저 수업을 방해하는 존재로만 여겨졌던 아이들이 힘든 여건 속에서도 수업을 하게 하면서 수행을 돕는 존재로도 인식됩니다. 아이들은 여전히 싸우고 소란스럽지만, 그 횟수가 많이 줄었고 이제는 수업 중에 들어왔다 나가면 문을 소리 안 나게 살짝 닫아 보려 애쓰기도 합니다. 엄마 찾아 안방에 들어왔다가도 나누기 중이라고 양해를 구하면 문을 닫고 나가 주기도 합니다. 아이들도 서로 많이 친해졌습니다. 아이들도 자라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있으니 아이들을 앞세워 덜 쑥스럽게 평화 집회도 했습니다.

아이들의 놀라운 작품세계
▲ 아이들의 놀라운 작품세계

어른들이 안방에서 불법을 공부하는 동안, 아이들은 거실에서 무엇을 공부했는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무질서하던 아이들의 놀이는 분명 진화하여 감탄을 자아내는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안방에서 불법을 공부하던 엄마를 아이들은 이후에 어떻게 기억할까 궁금합니다.

글_고명주 희망리포터 (하노이법회)
편집_이진선 (해외지부)

[삶을 바꾸는 공부, 정토불교대학]
원서접수기간 : 2018. 3. 25 (일)까지

문의 : 02-587-8990
▶정토불교대학 홈페이지

전체댓글 18

0/200

김성민

정토회 하노이 전화번호 혹시 알 수 있을까요?

2019-06-27 11:57:23

은미경

늘 꼬마가 있는 어머니들이 어떻게 법회에 참여할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좋은 참고가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2018-01-27 11:18:32

이경혜

미래 정토행자님들~ 각자의 행기로움 잃지 말고 잘 피우시길 기원합니다.

2018-01-22 21: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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