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마산법당
알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오다
류현주 님 수행담

마산은 ‘가고파’의 고장으로, 가고 싶고 보고 싶은, 그리움을 가득 담고 있는 호수같은 바다가 있는 곳입니다. “내 고향 남쪽바다~~” 가사에서 묻어나는 것처럼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입니다. 마산법당은 마산의 명물 아귀찜 골목과 인접해 있고 갯내음 솔솔 풍기는 어시장 도로변에 위치한 건물 3층에 있습니다.
건물 계단을 지나서 올라가면 입간판 속 스님께서 환하게 웃으시며 반겨주십니다. 스님의 미소를 마주하다 보면 왠지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져서 법당으로 들어갑니다. 이른 시간, 조용한 법당에서 또로로 딱 또로로 딱 목탁을 치며 사시예불을 하고 있는 마산법당의 귀염둥이이자 마스코트로 통하는 류현주 님을 만나보았습니다.

류현주 님의 가족사진
▲ 류현주 님의 가족사진

남편과 동갑인 우리 부부는 분위기 좋은 술집에서 만나서 2년 연애 끝에 결혼했습니다. 남편은 결혼하기 전 큰 사고를 세 번이나 낸 전적이 있습니다. 한 번은 음주 운전으로 사고를 내었고요. 뭔가 일이 좀 풀리려나 하고 있으면 큰 사고가 나서 자신의 발목을 붙잡아 많은 좌절을 하였던 사람이었습니다. 그 일을 생각해 보면 원인 없는 결과가 있겠습니까. 모든 원인은 술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술이 약하면서도 끝까지 늦게까지 몸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마신 후 다른 사람 손에 이끌려서 집에 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 당시에 제가 남편을 위한답시고 “술 좀 그만 마셔라. 애들이 뭐 보고 배우겠느냐.”고 하면 남편은 저를 무시하며 더 큰소리를 쳤습니다. 남편한테 무시당했다고 생각한 저는 화가 나서 다시 맞받아쳤습니다. 그러다보면 점점 큰소리가 오고갔는데요. 정말 내가 생각해도 저의 그런 행동은 몸서리치게 싫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남편이 술을 마시고 들어오는 날이면 남편의 가장 아픈 곳을 찌르며 못살게 굴었습니다.

지인을 따라서 밝은 곳으로 나오다

그러던 어느 날, 지인이 스님의 법문이 좋다고 하여 법당에 따라다니게 되었습니다. 정토회에 다니면서는 남들한테 나쁜 소리 듣기 싫은 착한 병이 있어서 시키면 거절하지 못하고 이것저것 잡다한 일을 다 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아이들이 집안 가득 어질러 놓은 것을 보고 “내가 법당 가서 놀고 오는 줄 아나. 나도 힘들다.” 하면서 짜증을 내곤 했습니다. 그런데 법문 듣고 수행을 계속하다 보니 남편과 아이들에게 괜히 화내고 짜증부리고 있는 나의 꼬라지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뒤돌아보면 내가 조금만 숙이고 들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을, 별 것 아닌 것 가지고 남편을 못살게 굴었던 나의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인 것이 부끄럽고 미안하기도 합니다.
평소 저는 어떤 종교든지 '종교'하면 기복적인 복을 비는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스님께서는 '종교가 왜 필요하게 되었는가?' 라는 기초적인 문제부터 설명하셨습니다. 저는 스님 법문을 듣고 두려움과 무지한 상태에서 제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생겨났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때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있었지만 복지교육과 환경교육은 나만을 생각하던 시선에서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게 되었고 환경의 중요성도 알게 되었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지구 전체가 하나임을 알게 해주셨습니다. 그야말고 알을 깨고 나와 밝은 빛을 보기 시작한 것입니다.

JTS 모금사진 (왼쪽 맨 끝이 류현주 님)
▲ JTS 모금사진 (왼쪽 맨 끝이 류현주 님)

통일의병이 되어

집에서 살림만 하던 저는 통일을 하면 세금도 많이 내야 하고 사는 것이 더 팍팍해질 것만 같아서 통일 같은 것은 안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통일의병이 되어 통일 교육을 받고 비로소 우리 민족이 살 길은 통일 뿐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작은 예로, 우리가 기차를 타고 북한을 거쳐서 중국과 시베리아 벌판을 지나 유럽을 여행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뜁니다. 이렇게 한 겹씩 한 겹씩 알을 깨뜨리고 넓은 세상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만약 정토회에서 불법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2017년 12월 23일에 있었던 <한반도 평화대회>가 광화문 광장에 울려 퍼질 때, 작은 내 문제로 고민하고 남편을 들볶던 내가 사회를 위하여 평화를 부르짖는 곳에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감격스러웠습니다.

12.23. 평화대회 광화문에서 (오른쪽 끝 류현주 님)
▲ 12.23. 평화대회 광화문에서 (오른쪽 끝 류현주 님)

앞으로의 바람이라고 하면 별로 바라는 것이 없습니다. 지금처럼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남편은 남편 위치에서 직분을 다하고 우리 아이들 건강하고 나 역시 건강하여 지금처럼 잘 쓰일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바가 없습니다.
지금은 조금씩 변화되어 가는 저를 남편이 인정해주고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밀어줍니다. 든든한 남편의 힘을 빌려 지금처럼 여기저기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잘 쓰이겠습니다. 스님 덕분에 제가 엄마다운 엄마가 되었고 편안한 아내가 되었습니다. 스님께 빚 갚는 마음으로 앞으로도 꾸준히 수행, 봉사하고자 합니다.

글_ 류현주 (마산정토회 마산법당)
정리_정명숙 희망리포터(마산 정토회 마산법당)
편집_목인숙 (경남지부)

[삶을 바꾸는 공부, 정토불교대학]
원서접수기간 : 2018. 3. 25 (일)까지

문의 : 02-587-8990
▶정토불교대학 홈페이지

전체댓글 15

0/200

정연희

오랜만에 뵈어요 불교대학수업 생각이 솔솔납니다 많은 시간속에서~~ 행복을 찾으셨어요 감사합니다

2023-07-22 06:58:10

김영록

와우 잔잔한 감동입니다
감사하고 뿌듯하고 고맙습니다
힘이 불끈 납니다 마산법당 홧띵!

2018-02-07 09:47:34

남정화

마산법당 귀염둥이가 이제 전국적으로 귀염둥이로 등극하겼네요? 행학팀 율동이 너무 잘해서 이제 경남 율동샘으로도 바쁘게 되었습니다? 감동적인 수행담으로 행복하게 해주혀서 감사합니다?

2018-02-06 16:28:52

전체 댓글 보기

정토행자의 하루 ‘마산법당’의 다른 게시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