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동래법당
수행과 봉사로 되찾은 연달래를 닮은 환한 미소
서우출 님의 수행담

안녕하세요? 금정법당 희망리포터 최인정입니다.
동래법당으로 인터뷰하러 가는 날은 영하의 날씨로 무척이나 추웠답니다. 총무님, 팀장님을 비롯한 모든 분들이 추천하신 분이라 서우출 님을 찾으니 그날도 수요법회 후 해우소에서 환한 미소를 머금고 열심히 청소하고 있었습니다. 우울증을 극복하고 행복한 수행자로 봉사 활동 중인 서우출 님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가을 불교대학 졸업식 때 서우출 님
▲ 가을 불교대학 졸업식 때 서우출 님

정토회와 인연 맺은 계기는 무엇인지요?

외로움에서 벗어나고자 선택했던 일. 아픔의 시작이었습니다.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늘 집안에서 쳇바퀴처럼 돌던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선택한 일은 어린이집의 보육교사였습니다. 2시간이나 걸리는 출퇴근은 힘들었지만, 첫날부터 품으로 뛰어들어와 안기는 귀여운 아기들을 돌보는 일은 가장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정교사들이 만드는 그림 하나 소품 하나도 어찌 그리도 신기하고 이쁘던지 쳐다보는 것도 신기했습니다. 작은 것을 하나 배우면 집에서 만들어와서 자랑도 하고 아기들과 보내는 매일은 신비함과 기쁨 그 자체였습니다.
그러기도 잠깐, 취직 전부터 원장과 교사들의 사이는 나빠 있었고 보이지 않은 어둠을 느꼈지만, 지금껏 살아온 만큼 열심히 하면 문제없을 거라 자신했습니다. 원장님께 자주 질문하던 내 모습을 본 교사들은 원장님께 고자질한다고 생각했고 그들의 왕따는 시작되었습니다. 잘 모르는 걸 물어도 대답하지 않기도 하고, 자기들끼리 모여 내가 마치 뒷얘기를 전하는 나쁜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왕따를 시켰습니다. 저는 그런 사실도 없고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그들의 냉담함은 끝이 없었습니다.
열심히 사는 제게 이렇게 아이들과 지내는 일이 좋은데 왜 이러는지 원망하는 마음이 깊어져 갔습니다. 하루하루 스트레스로 사는 동안 내 몸에도 이상 신호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졸업식 때 도반과 함께
▲ 졸업식 때 도반과 함께

우울증 진단을 받은 후 나는 모든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두세 살짜리처럼 되어갔습니다. 가족의 도움 없이는 글씨 쓰는 것도 힘들었고, 계절에 맞는 옷을 챙겨 입을 줄도 모르는 사람, 반찬 만드는 것도 잊어버려 사 먹을 정도로 분명히 치매 걸린 사람 같았습니다. 정신의학과의 진단은 우울증이었고 나를 간호하던 남편마저 우울증으로 힘들어졌습니다. 아들도 직장을 그만두고 나를 간호하기 위해 곁으로 왔습니다. 죽고 싶은 마음은 늘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지만 약을 먹으면서 스스로 계속 행복하려고 애썼습니다. 그렇게 가족들의 도움으로 열심히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정신과 약도 서서히 줄여갈 즈음, 법륜스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법당에서 도반과 함께
▲ 법당에서 도반과 함께

<즉문즉설>을 열심히 듣던 남편의 권유로 동래법당 가을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불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저는 습지에 먹물이 젖어 들 듯 불법이 스며들기를 바랐습니다. 받은 교재는 집에 가서 모르는 단어를 찾아서 공부했고, <근본불교> 교재는 한 단락만 예습해야지 하면서 밤새 한 권 모두 읽어가기도 했습니다. <수행맛보기>를 통해 본격적으로 수행하기 시작했고 성격도 긍정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유아원에서 나를 괴롭혔다고 믿었던 그 사람들의 마음도 어느덧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 사람들이 없었다면 나는 이 좋은 법을 만나지 못했을 거라는 고마운 마음마저 들었습니다. <깨달음의장>을 다녀오니 그 사람들이 내 손에 닿을 만큼 가까운 곳에 와있었습니다. 불법은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바른 앎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수행하면서 어떻게 극복하게 되었는지요?

두북 어르신 큰 잔치 봉사 때 맨 우측이 서우출 님
▲ 두북 어르신 큰 잔치 봉사 때 맨 우측이 서우출 님

언젠가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겠다’고 했던 제 나누기가 생각났습니다. 불법 만나 행복해지고 건강해졌으면서 이제 편해지니 이렇구나 싶었습니다. 나처럼 우울증으로 힘들거나 아픈 도반들에게 '나도 도움이 되어야지' 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가을불교대학
후배들 모둠장을 시작으로 법당에서 주는 작은 소임이라도 맡아서 열심히 했습니다. 불교대학생들을 챙기면서 그들에게 배우는 것도 많았고 내가 쓰인다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그러면서 물러서던 내 마음을 극복하게 되었습니다.
천일결사 입재 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수행 정진하고 있습니다. 먼저 봉사하는 도반님들을 보면서 내 수행도 저만큼 가야지 하는 부러움도 있었습니다. 두북 봉사든 법당 봉사든 제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는 언제든 잘 쓰이겠습니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평화시민대회에서
▲ 평화시민대회에서

아픈 나를 위해 애쓴 가족들과 친지분들에게 걱정 끼쳐서 죄송한 마음입니다. 불교대학을 다니며 건강해지고 나서 지리산을 갔습니다. 거기 핀 연달래의 아름다움에 빠져 정상까지 갔습니다. 그런 내 모습을 보던 남편의 환한 미소가 기억에 남습니다. 내가 우울증에 빠져 얼마나 아팠는지 곁에서 지켜보았기에 그 미소의 의미가 와닿았습니다. 연달래의 아름다움만큼이나 환한 남편의 미소와 나의 행복, 모두 불법 만나 내가 얻은 선물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수행 과제는 무엇이라 생각합니까?

봉사자들과 함께. 맨 왼쪽이 서우출 님
▲ 봉사자들과 함께. 맨 왼쪽이 서우출 님

모둠장을 맡아 봉사 활동을 하니 행복하기도 하지만 사람 대하기가 힘들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할 수 있는 소임은 하지만 수요법회 모둠장이나 다른 소임을 주려고 할 때 제 건강이 먼저 염려되고 망설여질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길을 가다 조금만 아파 보이는 사람만 봐도 저의 지난 시간이 떠올라 돕고 싶어집니다. 나의 경험들이 아픈 사람들이 좋아지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면 소임을 맡아 잘 쓰이도록 수행 정진하는 것입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고 나오는 길, 도반님에게서는 지난날의 상처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수행 정진의 힘이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고맙다며 인사하는 도반님의 얼굴에선 지리산의 핑크빛 연달래처럼 단아한 미소가 번져 나왔습니다.

글_최인정 희망리포터 (동래정토회 금정법당)
편집_김형석(부산울산지부)

전체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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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덕

연달래를 닮은 보살님..감동입니다. 나누기 감사합니다

2017-12-21 16: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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