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흥덕법당
나누고 비우니 가득합니다
나비 장터이야기

지난 10월 25일 수요일 청주 흥덕법당에서 처음으로 나비 장터가 열렸습니다. 많은 분이 함께 어울리며 많이 웃고 행복했던 그 날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흥덕법당 나비장터 모습
▲ 흥덕법당 나비장터 모습

물욕(?)을 발산하다

고요하고 엄숙했던 대법당에 옷가지와 신발, 가방 등이 잘 정리되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수행법회가 끝나자, 진열된 물건들을 둘러보며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고르고, 서로 추천해주며 왁자지껄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잠자고 있던 물욕을 마음껏 발산하며 서로의 옷맵시를 뽐내보기도 하고, 수행 이후 멀리했던 누군가의 높은 하이힐에 살짝 올라가 보기도 했습니다. 부총무님은 기증한 몇 벌의 외투가 인기가 높아 완판녀가 되고, 한 도반이 기증하신 두툼한 겨울 코트는 장터 전에 예약판매 완료되었습니다. 너무 과감한 스타일이라, 혹은 너무 치수가 작아서 또는, 커서 찾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애초의 예상과 달리 각자의 모든 물건에도 주인은 따로 있었습니다. 나비 장터는 그렇게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애초 계획과 달리 일주일이나 연장되어 마무리되었습니다. 쌓아두어 쓸모없다고 여겼던 물건들이 필요한 이에게 사용되는 것을 보는 일은 물건을 내놓는 사람에게도 구매한 사람에게도 기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봉사 활동 중인 이은화 님
▲ 봉사 활동 중인 이은화 님

나도 좋고 남도 좋고

이번 나비 장터를 준비하고 진행한 사회활동담당 이은화 님에게 소감을 들었습니다.

나비 장터를 준비하는 과정은 어땠나요?

올해 처음 사회활동 담당을 맡게 되었고, 환경 실천밴드를 만들어 매주 다른 주제로 글을 올렸습니다. 그때마다 법당 식구들은 환경에 대한 관심도 많고 호의적이었습니다. 나비 장터에 대한 공지가 각 모둠에 전달되자 그다음 주부터 많은 분이 집에서 안 쓰는 많은 물건을 가지고 오셨고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나비 장터를 진행하면서 수행에 영향을 받은 점이 있다면?

불교대학을 다닐 때 환경 특강을 듣고, <깨달음의장>의 경험을 통해 우리가 사는 이 자연이 얼마나 귀중한가를 배우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환경실천 밴드에 올라온 사진과 동영상을 보며 누군가 말하지 않아도 생활 속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하나하나 환경실천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저보다 더 준비되어 있고, 환경을 생각하는 그 모습에 기운을 얻고 많은 보람을 느낍니다. 도반들이 어떻게 하면 많이 동참하고 재미있을까 궁리를 하다 보니 남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게 된 것 같고, 그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좋고 남도 좋은 게 이런 거구나 알게 되었습니다.

나비 장터에 대한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처음으로 연 장터라 물건을 가을, 겨울 옷과 잡화로 한정하였으나 다음 번에는 좀 더 다양한 물건으로 확대하자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내년 3월 나비 장터에는 집에서 안 쓰는 그릇, 전자제품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번 나비 장터 수익금은 전부 에 기부하였고, 장터 후 남은 물건은 <안산 다문화센터>와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하여 하나도 버리는 물건 없이 잘 마무리하였습니다.

어떤 것이 좋을까? 골라보고 입어보고.
▲ 어떤 것이 좋을까? 골라보고 입어보고.

나비장터는 구경만 하는 것으로도 마음이 흐뭇해집니다.
▲ 나비장터는 구경만 하는 것으로도 마음이 흐뭇해집니다.

모든 것이 수행

사회활동 담당을 하며 매주 직접 환경운동의 구체적인 실행 모습을 제시하고 실천하며 환경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꾸준히 독려해온 이은화 님. 적극적인 노력으로 행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고, 참여했던 분들의 만족감도 컸습니다. 환경운동은 말이 아닌 실천이며 미래세대를 위한 가장 귀한 유산을 물려주는 일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나비 장터가 끝나 후 도반들의 나누기를 통해 이 행사가 수행자에게 갖는 또 다른 의미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잠잠했던 물욕이 샘솟았던 하루였습니다. 소멸된 게 아니라 조건이 되면 여지없이 올라오는걸 보며 끊임없이 경계해야 함을 확인할 수 있어 수행차원에서도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아껴쓰고 나눠쓰고 다시 쓸 수 있는 이 기회를 잘 활용해보려고 합니다.”

나누기 중 김정희 님의 나누기가 많은 울림을 남깁니다. 어느 순간에도 수행의 관점을 놓치지 않는 도반님들의 모습 속에 나비 장터의 진정한 의미가 가득했던 흥덕법당 소식이었습니다.

글_김미경 희망리포터(청주정토회 흥덕법당)
편집_하은이(대전충청지부)

전체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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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

읽는 사람도 기분이 좋아지고 흐뭇합니다. 이런 훈훈하고 소소한 이야기 찾이내어 행자의 하루를 메꾸는 리포터님의 노고가 숨겨져 있네요~

2017-12-14 09:07:21

정경희

흥덕법당 처음으로 열린 나비 장터 소식~~감동입니다. 비우고 나누는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하네요.
흥덕 화이팅~^^

2017-12-12 14:53:45

무구의

알뜰살뜰 버리는 거 없이 깨끗하게 물건을 정리하는 이은화 님의 이야기 또한 감동적으로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7-12-12 13:3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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