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광주법당
“가볍게 더 가볍게” 천일정진의 막바지에 다다른 가벼움 전도사
박영준 님 수행이야기

광주법당에는 그들만의 ‘박영’클럽이 있습니다. 광주법당 총무인 ‘박영’애 님을 시작으로 기나긴 세월 하루도 빠짐없이 광주법당의 새벽을 여는 ‘박영’희 님, 광주전라지부 불대팀장으로 짱짱한 다리역할을 하는 ‘박영’주 님, 회계를 맡아 법당 살림 중인 또 다른 ‘박영’애 님, 그리고 봄불교대학 담당을 가볍게 해내고 있는 ‘박영’준 님이 멤버십을 이루고 있다지요. 이들 중 거사인지 보살인지 성 정체성을 의심받곤 하지만, 여하튼 두 가지를 다 갖췄다하여 생겨난 ‘거살님’ 호칭을 받는 박영준님을 만나보았습니다.

인터뷰가 있던 화요일 저녁, 봄불교대학 수업이 끝나고 봉사자들과 닫는 모임을 하며 한줄 나누기를 하는 중에도 ‘하하 호호’ 웃음이 끊이지 않는 꽃밭 속에 더한 꽃이 되고 있던 박영준 님이었습니다.

Q 봉사하는 것이 매우 즐거운가 봐요? 얼굴에 웃음이 떠나질 않아요.

무거울 것이 없잖아요. 좋은 분들과 함께 있는 것도 좋고, 그 안에서 내가 쓰일 수 있는 것도 감사하고요. 종일 일에 치여 지내다보면, 이렇게 봉사할 수 있는 시간동안은 온전히 마음을 비우고 웃을 수 있어서 담당소임을 맡아 봉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봉사는 결국 나 좋다고 하는 즐거운 것이라는 경험을 매번 하고 있어요.

봄불교대학 봉사자들과 공양간에서 즐거운 나누기 중에-오른쪽 맨 끝이 주인공
▲ 봄불교대학 봉사자들과 공양간에서 즐거운 나누기 중에-오른쪽 맨 끝이 주인공

Q 네, 보는 저도 참 즐겁고 유쾌해지네요. 봄불교대학 저녁반 분위기 정말 좋아요.

함께 봉사해주는 분들뿐만 아니라, 불교대학 학생들도 이제는 화요일을 기다린다고 해주니 출석률에 예민해지고 걱정했었어요. 그러나 그것도 잠시, 졸업하는 날까지 참 귀하고 소중하게 맞이하면서, 부처님법 만난 그 인연을 놓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 이제 우리 봉사자들의 소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 순간 그 걱정을 내려놓으니, 저부터 편안해지고 모둠장님들과 봉사자들, 학생들도 덩달아 편안해하는 것을 느낍니다. 분위기 진짜 좋죠? 특히나 누구랄 것도 없이 서로 한 가지씩 챙겨 와서 한 상을 차려내곤 하는 공양간은 단순히 공양만 드시는 곳이 아닌, 친밀한 정이 쌓이고 두터워지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 분 한 분 우리 모둠장들, 봉사자들, 이름 좀 불러드려도 되나요?

Q 당연하지요! 얘기해 주세요.

네, 저의 수행담은 결코 저 혼자서 이뤄내는 것이 아닌 것 같거든요. 이런 소중한 도반님들에게서 끊임없이 배우고 깨닫는 과정에서 제 수행도 계속 이어진다는 생각이 들어요. 바쁜 중에도 늘 든든한 몫을 해주는 이미숙 님, 정형미 님, 마재향 님, 최기원 님, 윤복순 님, 송미선 님, 박근호 님, 김미희 님, 문수미 님! 불교대학생 숫자만큼이나 짱짱한 봉사자 군단이지만 올해 쌓은 정과 기운으로 내년, 내후년, 앞으로 어디에서도 즐겁게 쓰이기 위한 좋은 거름이 된 시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마음이고 늘 이 분들을 통해 배우며 지내고 있어요.

봄불교대학 봉사자들과 함께 9-3차 입재식 내부봉사 소임을 하는 중에-왼쪽에서 네번째가 주인공
▲ 봄불교대학 봉사자들과 함께 9-3차 입재식 내부봉사 소임을 하는 중에-왼쪽에서 네번째가 주인공

Q 네, 나보다 다른 사람을 돋보이게 하려는 겸손한 박영준 님의 진심을 알고, 그런 마음이 잘 닿아서 모두 즐거운 분위기에서 봉사소임을 하고 있나 봐요. 행복한 모습을 보며 어떤 계기로 정토회에 오신 건지 궁금해요.

늘 왜 이리 바쁠까,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정신없이 지내야 할까, 왜 이리 미래가 불안하고 걱정되며 행복하지 않은 걸까, 이런 내재한 염려가 많았습니다.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적성에 맞지 않은 일들을 힘겹게 해내고, 하기 싫은 일인데도 묵직한 책임감과 의무감에 짓눌려 로봇처럼 해야 했어요. 그 시절에는 내 행복을 결코 못 누려봤던 것 같아요. ‘나는 왜 태어난 거지?’ 하는 근본적인 우울감도 느꼈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렇게 사업에 실패하지 않기 위해, 가족들에게 힘든 짐을 지우지 않기 위해, 물질축적에 시간과 노력을 쏟으면 쏟을수록, 부단히 애를 쓰면서도 이게 잘하는 것인지 스스로 되묻곤 하면서 늘 공허함이 밀려왔었지요. 동시에 대학시절부터 한구석 늘 자리했던 ‘참 나를 찾기’에 대한 간절함은 커져만 갔고 ‘진정한 행복’을 찾고 싶다는 깊은 갈증이 이곳에 오도록 이끌었던 것 같습니다.

불교대학 입학하기 전부터 스님 법문을 찾아서 듣고, 수행법회에도 참석하고, 8-4차 입재식(2015. 1. 25)에 첫 입재를 했습니다. 그 이후 한 번도 입재를 놓친 적이 없어요. 이 곳 정토회가 그런 제 갈증을 해소하도록, 지혜의 눈을 뜨도록 길을 열어준 곳이에요. 그러니 법당에 오면 안 웃을 수가 없습니다. 무거울 이유가 뭐, 어디에 있겠어요.

예비입재자 환영의 날 행사를 맡아 진행하는 모습
▲ 예비입재자 환영의 날 행사를 맡아 진행하는 모습

Q 천일정진을 다 채워가고 있는데 어떤 느낌인가요.

네, 법륜스님께서 백일을 수행하면 자기 꼬라지를 보게 되고, 천일을 수행하게 되면 오랜 업식이 바뀌고 삶이 달라진다 하셨지요.
그 말씀을 듣고 오랫동안 나를 짓누른 그 업식들을 바꿔봐야겠다는 생각에 시작된 정진이 지금까지 왔습니다. 3년 동안은 어떤 개인사나 일에 관련해서 내 이익을 내려는 욕심을 모두 내려놓고 오로지 수행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대결정심을 내보았습니다. 하루라도 ‘5시 정진’의 원칙을 놓치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것이지요. 내년 1월 25일이 그 천일을 채우는 날이 되는데, 일로 바삐 지내다 보면 피곤이 쌓여 아프고 힘들 때도 많았지만, 현재까지 한 번도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작든 크든 사업의 확장을 위해 어떤 이익 때문에 수행 정진하는 삶을 뒤로하지 않겠다고 한 약속, 잘 지켜내고 있어 다행이고 감사하다는 생각이에요. 천일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스스로 잘 해내고 있다는 응원과 격려를 해주고 있습니다.

물론 그 천일만 해보자던 약속을 지킨 후에 그간 뒷전에 두었던 사업에 더 박차를 가해야 하나, 다시 치열한 삶으로 돌아가 바쁘게 살아야 하는지 앞으로의 나를 걱정도 해보곤하지만, 이제 주어진 대로, 그리고 ‘그냥’ 한다는 마음으로 내 업식과도 같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염려를 가볍게 바라보는 중입니다. 미래보다 지금을 볼 수 있고 알아차릴 수 있는 지혜를 배웠으니까요.


문경에서의 바라지 봉사 중 잠깐의 휴식을 취하는 모습
▲ 문경에서의 바라지 봉사 중 잠깐의 휴식을 취하는 모습

Q 멋지네요.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켜낸 남다른 천일정진이 감동입니다.

그렇지 않아요. 다른 분들도 그렇게 해오고 있고, 저는 이제 시작일 뿐인데요.(웃음)
제가 하는 일이 바쁘게 진행될 때는 함께 참여하지 못하는 봉사소임에 죄송한 마음도 들었다가, 할 수 있을 때 하자는 마음으로 나부터 부담을 갖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조건 봉사는 나부터 즐겁고 만족스러워야 하니까요. 그게 기본적으로 깔려있어야 참다운 봉사가 되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나를 일으키고 깨뜨리는 것에 집중한 삶이었지만, 이제 더 적극적으로 혼자 알던 것을 나누고 전하는 한사람이 되도록 해야겠어요.

문경에서의 불대생 수련 공양 바라지 참여하는 모습-맨 왼쪽이 주인공
▲ 문경에서의 불대생 수련 공양 바라지 참여하는 모습-맨 왼쪽이 주인공

Q 늘 어느 소임도 가볍게 받고 가볍게 하는 걸 봅니다.

제가 좀 가벼운가요? (웃음) 개인적으로는 사실 너무 묵직하고 무겁게 살아왔던 시절이 있어서인지, 한 순간 한 생각 돌이키고 난 후로는 무거울 것이 없는 삶이구나. 가볍게 살자 하는 마음이 매번 챙겨져요. 그래서 그런가봅니다.
경전반 학생이면서 불교대학 모둠장 소임을 할 때도 그랬고, 올해 불교대학 담당 소임도 그래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서, 부담을 크게 느끼지는 않는 것 같아요. 봉사는 더더욱 스스로가 가볍고 즐겁게 해야 진짜 봉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하기 싫은데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잖아요. 하기 싫어도 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면 금방 가벼워지는 것 같아요. 공양간에서 설거지하는 게 실은 제일 마음 편하고 좋아요. 내년에는 공양간에서 설거지하는 소임 좀 달라고 해볼까 싶어요. (웃음)

그리고 제 본업의 기능을 되살려서 정토회 미디어 쪽에 힘을 보태보고 싶어요. 정토회를 알리고, 스님의 뜻을 전 세계에 알리는 일이요. 통일발원의 큰 뜻이 그런 방식의 지원으로 더 널리 알려진다면, 모두의 평화를 위해 그것보다 좋은 일이 어디에 있겠어요. 그러고 보니 <희망강연>이나 <스님의 하루> 읽을 때 종종 등장하시는 미디어팀장 이름이 저랑 같던데요.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그쪽이기도 하니, 더 반가운 이름이기도 했습니다. 그분도 ‘박영’클럽에 가입시켜야 하나 싶어요.

9-3차 입재식에서 영상 생중계 담당 소임을 맡아 현장에서 집중하고 있는 모습-오른쪽이 주인공
▲ 9-3차 입재식에서 영상 생중계 담당 소임을 맡아 현장에서 집중하고 있는 모습-오른쪽이 주인공

Q 연락드려봐야겠네요. 가입할 의향 있으신가 하고요.(웃음) 오늘 인터뷰, 박영준님 밝은 기운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참 즐거웠습니다. 천일정진 후에 어떤 약속을 지키며 지내고 계실까요?

내년 1월 26일부터는 또 다른 새 천일정진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늘 꿈꿔왔고 가고자 하는 길이 나누고 전법하면서 사는 삶이었거든요. 지치고 아픈 사람들에게 이 좋은 부처님 법을 전하고 함께 자유로워지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무거운 짐을 나눌 수 있게 공부하고 정진하고 봉사하는 중이에요. 부처님 법안에서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것이 기쁩니다. 오늘도 저는 행복하고 즐겁습니다. 덕분에 숨 쉬고 산다, 참 고맙다는 마음입니다.

지난해 봄불교대학 모둠장 소임을 맡아, 졸업식 갈무리를 하던 때의 유쾌한 모습-가운데가 주인공
▲ 지난해 봄불교대학 모둠장 소임을 맡아, 졸업식 갈무리를 하던 때의 유쾌한 모습-가운데가 주인공

답답하고 분주했던 지나간 시절의 무지가 깨우쳐준 무거움을 가볍게 아주 가볍게 내던진 박영준 님!
무거울 이유 없는 깃털과 같은 삶을 권하는 박영준 님을 바라보며, 짓눌린 내 어깨와 목에 힘부터 빼봅니다. 기지개를 켜봅니다. 분명 전염시키고 가신 듯, 리포터의 입에서도 자연스레 터져 나온 탄성이 있었으니. ‘그래. 무거울 이유 하나 없다. 이 가벼움, 뭐지?’

글_문수미 희망리포터(광주정토회 광주법당)
편집_양지원(광주전라지부)

[2017 법륜스님 즉문즉설 <행복한 대화> 강연일정]

▶강연일정 확인하기

전체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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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현

우와 박영준님! 깨장 함께 한 인연으로 이렇게 좋은 글도 읽고 힘도 팍팍 얻어갑니다~~ 참으로 고맙습니다.배워나가겠습니다^^*

2017-12-30 06:13:00

맑고가볍게

박영 클럽 팬^^
읽으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7-11-26 09:39:51

김효연

대단하시네요ㆍ
자신을 이길수 있는 박영준거사님께 존경의 박수 보내봅니다ㆍ멋집니다^~

2017-11-24 23:4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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