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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뜻하지 않은 외환위기로 남편과 함께 운영하던 삶의 터전인 입시학원은 문을 닫았고, 가족회의 끝에 도시 생활을 접고 부모님이 계시는 남편의 고향 함안으로 귀향하게 되었답니다. 처음 귀향했을 때는 농사도 잘 모르면서 친환경농법으로 먹거리를 생산, 유통하여 우리 모두 먹거리 걱정 없는 삶을 살리라 시작했지만, 막상 농사를 지어보니 도시 생활에 익숙했던 부부에게는 힘도 부치고 소득도 생각 같지 않아서 귀향 생활 자체가 처음 마음 같지 않게 힘들었답니다.
게다가 낯선 환경에서 지낼 어린 두 딸의 교육도 걱정이 될 때가 많았고, 결혼 후부터 시부모님과 떨어져 살다가 살림을 합쳤으니 가족 간의 갈등도 생겼답니다. 특히 시어머니와의 생활 방식이나 가치관의 차이가 그리 녹록지만은 않더랍니다. 그러다 10년쯤 지나 아주버님이 퇴직하고 시부모님을 모시겠다고 하기에 양경재 님 가족은 근처에 집을 구해 분가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땅은 있었지만 그것으로 농사를 지으면 힘만 들 뿐 소득은 기대하기가 힘들어 남의 땅까지 빌어서 농사일을 하니 힘은 들었지만, 차츰차츰 소득도 안정되고 농사일도 몸에 익게 되었습니다.
부부가 함께 친환경농법을 고집하니 남들 농사짓는 수고로움보다 배는 더 힘든 것도 사실이었습니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음알음 친환경 농사법이 알려지게 되니 꾸준히 소비자도 찾게 되었고, 걱정과는 달리 아이들도 잘 자라주는 것을 위안 삼으며 부부는 온 힘과 정성을 다해 농사를 지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소박한 꿈마저 시간의 흐름 속에 퇴색되고 한적한 시골에 묻혀버릴 것 같은 불안과 사소하게 일어나는 어머니와의 갈등은 양경재 님을 힘들게 했습니다.
그러다가 이웃의 소개로 알게 된 정토회!
처음으로 법당을 찾았을 때 낯설면서도 설레었던 기억, 스승님의 법문은 양경재 님의 마음을 씻어주는 청량한 바람이었고 따스한 햇살이었습니다. 모든 일은 마음이 일으킨다는 스승님의 법문은 깨달음의 길임을 알아가게 되고 자신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답니다.
<깨달음의장>에서는 자신이 얼마나 모순에 빠져 살았고 이기적이었으며, 상대방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는지 깨닫고 참회하는 참으로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시어머니도 이상하리만큼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더랍니다. 어머니 처지에서 보면 평소 말이 없고 제 할 일만 하는 며느리가 얼마나 무뚝뚝해 보였을까? 얼마나 답답하고 불편하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 시어머니가 이해가 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헤아리는 마음도 생기더라고 하시네요.
그래도 마음 한켠 무거움이 남아 있었겠지요. <깨달음의장> 바라지를 체험하면서는 가슴에 담았던 시어머니와의 갈등과 불만도 비워낼 수 있었으며, 수행과 기도 시간이 쌓여가니 시야가 넓고 편안해지면서 마음을 조금씩 내려놓고 가벼이 하는 방법도 알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소중한 인도성지순례! 부처님의 길을 따라 스승님과 도반들과 함께한 그 시간은 무엇보다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고, 중생들을 교화하는 부처님의 거룩한 삶이 곧 진리였음을 깊이 새겨보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영원한 안식처는 정토법당이며 수행하고 보시 봉사하는 시간이 행복하다는 양경재 님!
친환경 농법을 천직으로 여기며 꾸준히 실천하는 분. 신선한 먹거리를 준비하여 주말이면 가게 문을 여는 마을 공동체 일을 하면서도 봄불교대학 담당소임을 맡아 하루도 쉴 틈이 없습니다. 수행의 경계는 없으며, 언제 어디서든 내가 서 있는 자리가 법당이고 모든 일이 곧 수행이라는 말씀을 잊지 않는답니다. 그리고 꾸준히 수행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지지해 주는 남편이 곁에 있어서 무엇보다 든든하다고 하였습니다.
답답함이 덜하고 아쉬움이 잦아들면 잠재된 무의식의 업식에 무릎 꿇는 우리들의 모습이 스쳐갑니다. 험난한 강을 건너보지 않고 강을 건너는 요령이 생길까요? 지나친 집착과 욕망에 빠져 남의 삶을 살아가는 중생들! 삶은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며 절망을 희망으로 만드는 것도 내 마음입니다. 원석을 다듬고 일구어낸 땀의 결실은 보석 같은 지혜와 행복이라고 말하는 양경재 님의 하루는 오늘도 진행 중입니다.
낮은 불꽃일지라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모든 일에 본분을 잊지 않고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성취해내기를.
모든 일에 진정 감사하며 서로에게 밑불이 되고 따뜻한 봄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되어 주시길 소망합니다.
글_김웅희 (마산정토회 함안법당)
편집_목인숙 (경남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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