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여수법당
나의 취미는 보시와 봉사
장재운 님 이야기

'여수 밤바다'라는 노래로 유명해지고 있는 남쪽 끝, 남해의 바닷가 아름다운 도시 여수에 작은 여수정토법당이 있습니다.

여수법당에는 언제부터인가 JTS(Join Together Society)거리모금 봉사활동 때만 되면 차량에 간이책상, 모금함, 현수막, 입간판, 피켓, 인쇄물 등등 온갖 잡동사니를 건물 4층에 위치한 법당 창고에서 날라 실어다가 봉사할 장소에 설치하고, 끝나면 또다시 원위치 시켜 놓는 귀찮은 일을 묵묵히 처리하는 인상 좋은 남자분이 있습니다.

JTS거리모금 행사에 가끔 나가 피켓이나 모금함을 들고 있다거나, 안내문을 나눠주고 낭독하거나 하는 것까지는 어렵지 않아 보이는데, 복잡하고 귀찮으며 양도 많고 종류도 많은 것을 행사 때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 년 동안 앞정리 뒷정리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래서 그 장재운 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장재운 님과 봉사 활동의 동반자. 16년 된 왕 헌차지만 새것처럼 반짝입니다.
▲ 장재운 님과 봉사 활동의 동반자. 16년 된 왕 헌차지만 새것처럼 반짝입니다.

- 정토회와 국제구호단체인 JTS와 인연 맺은 동기가 궁금합니다.

어머니께서 불교신자셨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불교를 접했었고, 직장에서도 법우회라는 불교모임에도 오랫동안 참여하고 있었어요. 봉사 활동에 관심이 많아 , <좋은벗들> 등에 대하여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로 인해 법륜스님의 책도 읽게 되었고 강연도 듣게 되었어요.

정토회에 들어오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깨달음의장>을 경험하기 위해서였어요. 정토회에서 운영하는 불교대학에 다니면 쉽게 <깨달음의장>에 다녀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정토회에 들어오니 자연스럽게 JTS활동을 하게 되었고 담당자도 되었습니다.

JTS 거리 모금캠페인 중 일행과 함께
▲ JTS 거리 모금캠페인 중 일행과 함께

- 봉사에 관심이 많다고 하셨는데 JTS와 그 외 현재 하고 있는 활동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먼저 JTS모금캠페인은 분기당 1회 이상이 목표이고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참여자가 없어 홀로 할 때도 있는데, 모금액수보다는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싶고, 줄 수 있는 것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소득 중 10%는 후원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비슷하게나마 실행하고 있어요. 또 하나는 헌혈 60회 목표를 세웠었는데 올해 6월에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재능 기부도 하고 싶어 학원도 다녔어요. 이발해 줄 수 있는 이용사 자격증과 몸이 아픈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수지침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몸이 아파 일어날 수 없어 누워서 살 수밖에 없는 분들을 위해 이동목욕봉사도 하고 있고, 그 외에 필요한 곳에 전기공사를 해 주기도 합니다.

한 달에 13일 정도는 봉사하는 날로 정해 놓고 하고 있어요.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에 이젠 버릇이 되어 그렇게 힘든지 모르고 합니다.

JTS 거리 모금캠페인 중인 정재운 님
▲ JTS 거리 모금캠페인 중인 정재운 님

- JTS와 기타 봉사 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것이 남다를 것 같아요.

JTS모금캠페인의 모금액이 예전에 비해 적어졌어요. 한번 나갈 때 40만원 가까이 되던 것이 지금은 10만원에 못 미칠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것보다 고무되는 점은 어린 학생들의 참여가 많이 늘었다는 것이에요. 캠페인을 하고 있으면 학생들이 먼저 다가와 1,000원 정도의 적은 돈이지만 모금함에 기부해 주거나, 기부하지는 못해도 “어떻게 해요? 가진 돈이 없어서요.” 하며 손에 들고 있던 음료나 쿠키, 심지어 아이스크림을 '고생한시니 먹으면서 하라'며 건네줄 땐 고맙고 좋습니다. 이처럼 적극적으로 다가서는 우리 학생들의 모습이 무척 곱고 밝아 보여 행복하고 감동을 줍니다.

JTS 활동이나 다른 봉사 활동을 많이 하고 있기는 한데, 한때는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자기만족으로만 하는 건 아닌지, 이 마음이 가식적이고 위선적인 것 같아 갈등하며 봉사 활동을 중지한 적도 있어요. 그러다 가식적일 망정 이것이 나쁜 행동이 아니고, 가식적인 행동의 결과라 할지라도 후원한 금액이 절실하고 필요한 누군가에게 어쨌든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으로 다시 후원과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총소득의 10%를 목표로 여러 기부단체에 기부하고 있는데, 어느 단체는 활동비나 인건비 등으로 너무 많은 금액을 소비해 실제 후원금이 모금액의 10%도 안 되는 곳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맘에 들지는 않지만 이럴 때에도 기부하는 행동에서 즐거움을 얻고 일부라도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된다는 것이 중요하므로 이로써 족하다고 생각하며 하고 있습니다. 취미 활동하듯 즐거운 마음으로 돕고 기부하니 가볍게 오랜 기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봉사를 오래 하다 보니, 생각 없이 무심히 쓰는 돈이 언제부턴가 아깝게 느껴지더라고요. '1만원이면 굶고 있는 누군가에게 일주일 식비가 될 수 있는데...' 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 그동안 봉사 활동하면서 특별히 생각나는 사건이 있나요?

10년 전쯤에 둘째 아들 초등학교 졸업 기념으로 캄보디아로 가족여행을 갔었습니다. 여행계획을 짜면서 보니 그때나 지금이나 캄보디아는 최빈국에 속했고, 그 나라 사람들이 너무나도 어렵게 사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마음이 동하여 가족여행팀 대장 자격으로 가족회의를 소집했습니다. 인원은 우리 부부와 아들 셋으로 모두 5명이었는데, 당시 땡처리 항공권을 구입하여 여행 예산 총액은 220만원이었습니다. 좀 고생을 하더라도 여행비를 아껴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불편하지만 더 저렴한 숙소에서 숙박하고 음식물도 좀 더 싼 것을 먹기로 하고 가능한 한 쇼핑도 줄이기로 해서 68만원을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그 돈을 기부하기 위해 그 나라에서 활동하는 NGO 단체에 연락했더니, 캄보디아 사람들이 신발이 없어 맨발로 다니다 보니 발에 상처가 많이 나 요오드팅크나 포비딘 용액 같은 소독약품과 특히 구충제가 필요하다 했습니다. 그런데 구충제 가격을 알아보니 1인당 1만원으로 아주 비싸더군요.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없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와 로터스 월드라는 단체를 통하여 캄보디아의 4살 난 소치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아이와 일대일 결연을 하여 지금까지 후원을 계속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 아이는 지금 중학교 1학년이 되었다고 해요. 우리 집 큰 아이는 그 일을 계기로 유니세프에 가입하여 지금까지 봉사 활동하고 있습니다. 둘째 아이는 그 후 고등학교 2학년 되었을 때 캄보디아 여행 지역에 있었던 마이사라는 사찰 겸 보육원에 보름 동안 자원봉사를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나름대로 후원 및 봉사 활동을 하고 있어요. 아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입니다.

일손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달려오겠다는 장재운 님.
봉사 활동에 관심이 많고 열심히 한다고 듣기는 했지만 이정도 일지는 몰랐습니다. 마치 빙산의 일각을 본 듯합니다. 눈에 보이는 빙산 말고 수면 아래 엄청난 크기가 숨어 있는지 예상치 못했습니다. 그 일부라도 소개할 수 있어 기쁩니다.

금강경 첫 장에 나오는 부처님처럼 아무 거리낌 없이 그런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다고 하시며, 이젠 나이도 먹고 했는데 나중에 퇴직해서 소득이 줄어들면 기부금이나 보시금은 못 내거나 줄이게 될지라도, 건강관리 잘 해서 오랫동안 재능기부하고 몸으로 때우는 일이라도 계속하고 싶다는 바람이 꼭 이루어지길 빌어봅니다.

참고

JTS(http://jts.or.kr/)는 국제 기아·질병·문맹 퇴치를 목적으로 활동하는 NGO이며 UN 경제사회이사회(UN ECOSOC)의 특별협의 지위를 획득한 국제구호단체입니다.
정토회의 법륜스님이 만든 단체이며, 모든 것을 자원봉사자가 자비로 하므로 모금액의 95% 이상이 필요한 이에게 직접 쓰이고 있습니다.

설립이념은 다음과 같습니다.
배고픈 사람은 먹어야 합니다.
아픈 사람은 치료받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제때에 배워야 합니다.
인류의 비극, 그러나 그 속에서 JTS는 희망을 일구어냅니다.

정토회원들은 가끔 거리에 나와
“아이는 굶지 않아야 합니다.”
“아이는 질병으로부터 치료받아야 합니다.”
“아이는 제때에 배워야 합니다.”
“1천원이면 배고픈 아이 하루를 먹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외치며 전 세계의 아이들을 위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글_신규호 희망리포터(순천정토회 여수법당)
편집_양지원(광주전라지부)

전체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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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회

재운님~~
멋진 삶을 사시는군요
리포터님 글도 멋지셔요~~~♡

2017-09-23 20:52:32

손정현

봉사가 생활이네요
대단하십니다

2017-09-22 21:39:16

반청

가족의 봉사하모니가 세계로울려퍼집니다 ^^~

2017-09-22 13: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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