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은평법당
다른 사람의 수행을 돕는 것이 곧 나의 수행!
권기우 님 수행담

우리는 ‘왜?’라는 질문을 가슴 한 켠에 갖고 살아갑니다. 왜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들어도 사느라 바빠서 그냥 넘어가고 흘러보냈던 삶의 궁금증들, 그래서 수없이 넘어졌던 경험이 있습니다. 의문에 대한 답을 찾고 찾아서 은평법당과 인연 맺은 권기우 도반님을 만나 보았습니다.

희망리포터: 안녕하세요. 급하게 인터뷰 요청했는데 흔쾌히 허락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권기우 님: 안녕하세요. 제가 수행이 아직 부족해서 수행담 인터뷰를 하는 게 맞는지 걱정입니다.

희망리포터: 젊어 보이는데 아이가 초등학생이라고 들었어요.

권기우 님: 빨리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취직이 되자마자 친구의 소개로 연애를 시작한 지 2년 만에 결혼을 했고, 또 2년 후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올해로 결혼 10년 차가 되었어요. 제 인생의 가장 큰 성공이 아내와 결혼한 거예요.

희망리포터: 아내분이 너무 좋으셨군요. 결혼생활은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권기우 님: 결혼을 하고 나서 보니 나의 행복이 곧 아내의 행복은 아니었어요. 직장생활도 힘들었지만, 퇴근하면 집은 또 다른 전쟁터였어요. 밖도 집도 지옥이었죠. 심하게 싸우면 일주일 동안 말도 안 하고 지냈어요. 그게 너무 힘들었어요. 그런 생활이 반복되면서 궁금해졌어요. ‘내가 왜 아내와 싸우는 걸까?’, ‘나는 어떤 상황에서 화를 냈었나?’, ‘그 상황이면 내가 화를 내도 되는 건가?’

그 질문을 끊임없이 저 자신에게 했어요. 계속 물어보니 제가 아내에게 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밖에서 지친 것을 위안받고 싶었고 나는 아내가 당연히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착각하고 있었지요. 그것을 깨달은 후 “아, 내가 먼저 아내를 존중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것을 받아들이는 아내도 달라지는 것이 그저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너무 안 좋았던 상황이라 작은 변화도 크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나중에 아내가 그러더라고요. 행동이 말에 미치지 못한 저를 보고 입만 살았다고요 하하하.

내 이름은 '기우'

희망리포터: 하하하, 그러시군요. 그런데 정토회 오기 전에 벌써 많은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불교공부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거에요?

권기우 님: 제 이름이 ‘기우’잖아요. 한자는 다르지만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의미로 '기우'라는 말을 쓰듯이 제가 좀 불필요한 걱정을 많이 하고 살았어요. 저는 자기계발 분야 출판편집자인데요. 출판 쪽 근무환경이 좋지 않아 힘들었어요. 바닥으로 내려가고 내려가는 것을 반복만 하고 있다가 결국 번 아웃(소진) 증세가 나타나더라고요. 회복과 치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곳저곳을 찾아 문을 두드렸어요.

그렇게 마음을 공부할 방법을 찾아보니 서양은 심리학, 동양은 명상이 있었어요. 심리학은 평소에도 관심이 많이 있어서 공부를 바로 시작했는데 아무래도 부족한 부분이 있어서 그러면 이번에는 명상을 알아봐야겠다 싶었고, 실용적으로 명상을 가르치는 곳에 가서 명상을 했어요. 한 달 동안의 명상을 통해 그동안 내가 얼마나 스스로 무관심했는지를 알게 되었어요.

명상으로 내 마음을 알아차리고 나서 뛸 듯 기뻐하며 그다음에 무엇이 있을지 너무 궁금했는데 답이 안 나왔어요. 그래서 명상을 깊이 있게 배우고 싶어 불교대학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문경수련원에서 권기우 님
▲ 문경수련원에서 권기우 님

경주 남산순례 중
▲ 경주 남산순례 중

그렇게 찾다 찾다 알게 된 곳이 정토회였어요. 제가 출판편집자니 법륜스님에 대해서는 이름 있는 저자로만 알고 있고 정토회에 대해서는 생소했지만 별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집 근처 법당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법당으로 가기로 결정했는데 명상을 배웠던 선생님께도 여쭤보니 정말 잘한 결정이라고 응원해 주셨어요. 그것이 작년 9월 말이었어요.

희망리포터: 아 그렇군요. 그런데 여러 곳 중에서 정토회를 고른 이유가 있으셨을 것 같은데요. 그리고 불교대학 공부는 어떠셨어요?

권기우 님: 이건 제가 불교대학을 졸업하면서 같이 공부한 도반들에게 고백했던 것인데요. 사실 정토회가 입학금이 가장 싸기 때문이기도 했어요. 물론 정토회에서 계속해서 공부하는 이유는 당연히 따로 있습니다. 명상으로도 풀리지 않았던 제 궁금증이 <실천적 불교사상> 4주차 스님 법문에서 스르르 풀리기 시작했어요. 그때 사성제에 대한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고 완전히 이해하기는 힘들었지만, 그 보물들을 알아가는 1년이 너무 즐거웠어요. 내 인생에 반드시 했어야 하는 진정한 인생공부였어요. 수업할 때마다 정말 행복했습니다.

희망리포터: 불교공부를 하면서 수행을 시작했을 것 같은데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해요. 그리고 수행하면서 장애는 없었나요?

권기우 님: <수행맛보기>에서 시작하는 그날부터 기도를 빼먹은 적이 없어요. 하기 싫을 때 하는 수행이 더 중요하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제가 필요해서 했었던 거라 자랑할 일은 아닙니다. 108배와 명상을 통해 내 마음이 느껴지는 것이 정말 소중했어요. 누가 나에 대해서 말을 해 줄 때 맞는 것 같기도 하고 틀린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수행은 내가 하는 거라 내가 알아가는 것 하나하나가 정말 진주 같아요.

8-10차 천일결사에 참가하지 못하지만, 마음이 괴로우면 108배를 100일 동안 한 번 해보라는 선배 도반님의 말씀을 따라서 그냥 해봤어요. 그렇게 10월 24일부터 1월 말까지 100일을 채웠어요. 그 때 딱 넘어졌어요. 다 놓고 싶은 마음이 있었거든요. 제가 소중하게 생각했고 정토회에 오기 전에 힘이 되어준 명상모임에서 마찰이 생겼어요. 그 때 제가 어떤 일을 시작하면 한 6개월 동안 열정적으로 하다가 그다음에는 놔버린다는 친구의 말이 떠올랐어요. "이게 내 업식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한 14일 정도 아침기도를 안 했어요.

그때 마침 불교대학에서 <수행맛보기> 프로그램이 시작되어 그것을 계기로 다시 수행을 시작했어요. 수행을 놓고 있다가 <수행맛보기>를 통해서 다시 일어났다는 불교대학 담당자였던 최정원 님의 나누기가 큰 힘이 되었어요.

불교대학을 재미있게 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명상을 하게 되고, 소임을 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부총무님은 제가 소임을 많이 맡고 있으니 이러다가 다 놓아버리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고 했는데, 되려 저는 작게 한 번 넘어진 경험이 있으니 넘어지는 장애는 당연히 오는 것으로 생각했어요. 그렇게 생각하니 또 좀 쉬워지기도 했고요. 평생에 걸쳐서 이것을 할 것이기 때문에 포기만 하지 않으면 되겠구나 싶었고 <깨달음의장>에서도 크게 모든 것을 놓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지나고 나니 넘어지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희망리포터: 수행의 기본이 단단하네요. 늘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수행의 뿌리가 약한 제가 좀 부끄럽네요. 그런 마음이라 은평법당에서 없어서는 안 될 봉사자가 된 것 같습니다. 맡은 소임과 경험담도 얘기해 주세요.

내가 생각했던 내가 아니라는 것

권기우 님: 지금 경전반을 다니고 있고, 천일결사 100일 프로세스 진행, 회원 담당, 자원활동팀 보조, 봄불교대학 부담당을 맡고 있어요. 얼마 전에 백중기도 집전 금강경 독송을 마쳤습니다. 저는 소임을 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알게 되었어요. 소임이 복이라는 말이 그래서 있구나 싶었죠.

 천일결사 100일 프로세스에서 (오른쪽 첫 번째가 권기우 님)
▲ 천일결사 100일 프로세스에서 (오른쪽 첫 번째가 권기우 님)

기억에 남는 일을 하나를 말씀드리자면, 저는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을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었어요. 결혼식 때 축가를 불러주는 친구가 결혼식 분위기를 좋게 하려고 예정에 없던 '신랑 춤추세요'라는 말을 했다가 그 일로 인해서 그 친구와 사이가 멀어져 한 1년 동안을 보지 않았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던 제가 9-2차 입재식에서 서대문정토회 소개를 할 때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춤을 췄어요.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추는 그 순간, 업장소멸! 그때까지 제 가슴을 누르고 있던 큰 바위 하나가 치워지는 것 같았어요.

희망리포터: 업장소멸! 말하기는 쉽지만 수행을 하면 할수록 올라오는 것들이 있어서 때론 힘들어 지치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이런 소중한 경험이 수행의 맛을 알아가는 길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너무 소임을 많이 가진 건 아니세요? 부담스러울 것 같은데.

권기우 님: 소임을 할 때 비로소 제 모습이 확연히 보여요. 제가 얼마나 의지심이 있는지 알게 되었어요. 저는 나이는 먹고, 결혼하고 아이도 있는데 몸만 큰 애였어요. 어머니로부터는 과잉보호를 받고 아버지에게는 학대를 받았던 기억이 있어요. 어머니한테 받았던 과잉보호를 아내한테 받고 싶어 하고 있었어요. 그제 제가 갖고 있던 업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2017년 불교대학 경전반 입학식에서 (두 번째 줄 오른쪽 끝이 권기우 님)
▲ 2017년 불교대학 경전반 입학식에서 (두 번째 줄 오른쪽 끝이 권기우 님)

그런 제 업식을 알고 나니 비로소 선과 악으로 갈라서 인식했던 부모님을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어요. 아버지의 어렸을 적 학대를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어머니의 과잉보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게 되었어요. 이런 여러 이점에도 소임이 많아지기 시작하니 너무 힘들었어요.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시간을 쪼개야 하고 지치기도 했던 것이 사실이었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 ‘아! 남의 수행을 돕는 것이 나의 수행을 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말 참 좋다. 남의 수행을 돕는 것이 나의 수행! 제가 너무 근사한 말을 만들었다고 좋아했는데 한 2주쯤 후에 불교대학 법문에서 ‘자리이타’가 나오더라고요. 하하하하. 이렇게 저렇게 쓰이고, 안 해봤던 일도 경험하면서 제가 하는 지금 소임들이 정말 좋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렇게 제가 중심을 찾으니까 세상이 보이는 것 같아요. 요즘은 사회운동에 많이 관심을 갖고 참여하려고 해요. 법당에서 하는 것이 결국 우리 사회를 위하는 일이고 기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법당에서 소임을 하는 것은 제가 중심을 잡는 가장 기본적인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희망리포터: '자리이타'는 소임을 할 때 많이 생각나는 말인데 일을 하다가 자주 잊곤 합니다. 저도 상기하면서 소임을 해야겠네요. 깨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사회에 대한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그런 마음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요?

권기우 님: 사회생활을 하면서 스스로 비겁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있었어요. 제가 사회생활을 막 시작하던 시절 투덜거리며 사회를 비판했던 말들이 있었는데, 어느 날 후배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똑같더라고요.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회의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데 사회의 어른의 역할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곧 마흔이 되고 쉰이 될 텐데 저는 이 사회를 위해 아무것도 한 게 없다는 생각에 아주 부끄러웠어요. 우리 딸이 지금 여덟 살인데 10년 후에 이 아이가 희망이 있는 사회에서 살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들었어요. 스님이 하시는 활동을 돕기에는 제가 아직 부족함이 많지만 이렇게 손을 보태며 수행하면서 나이 들어가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JTS거리모금에서 딸과 함께 (오른쪽 끝이 권기우 님)
▲ JTS거리모금에서 딸과 함께 (오른쪽 끝이 권기우 님)

어느 날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하는데 그냥 보기에도 지적 장애인이었어요. 음악을 크게 틀고 따라 부르고 있었어요. 한국어와 영어를 번갈아 가면서 노래를 불렀는데요. 한국어로 노래를 부를 때는 어눌하게 느껴지고 이 분이 가진 장애가 느껴졌는데 영어로 부를 때는 발음이 너무 좋은 거예요. 그때 제 마음속의 모순을 보았어요. 이중 잣대로 이 사람을 보고 있는 제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이분이 갖은 장애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의 시선과 기준에 장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희망리포터: 저는 사촌 동생이 발달 장애로 20년을 성장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장애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는데요. 제 생각에는 사촌 동생은 불행하지도 우울하지도 않아요. 다만 그 아이를 보는 가족들, 특히 어머니였던 외숙모가 가장 괴로워하셨어요. 얼마 전 장애아동 학교설립에 관한 영상을 보면서 눈물로 아침을 맞이한 날이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그렇게 울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회에 대해서 하나씩 둘씩 함께 공감하며 만들어 가야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너와 나는 둘이 아니니까요.

오늘 이렇게 자리해 주고 좋은 수행 나누기를 해 준 은평법당 권기우 님께 따뜻한 마음 받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글_ 김회정 희망리포터(서대문정토회 은평법당)
편집_권지연 (서울제주지부)

전체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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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남

이젠 제가 많이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법우님 ^^

2017-09-19 21:21:44

이기사

고맙습니다_()_

2017-09-19 19:38:43

법승

참 멋있으세요. 마음 얘기해주셔 감사합니다.

2017-09-19 15: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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