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북미서북부지구
곱게 물든 단풍이 봄꽃보다 아름답다
밴쿠버법당 박맹재, 윤종덕 님의 아름다운 동반 수행담

밴쿠버 법당의 염화미소! 인기 만점이신 박맹재 님과 윤종덕 님의 수행담을 소개합니다. 온화하고 아름다운 두 분의 미소는 ‘곱게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라는 말을 실감케 합니다. 고락이 함께 하는 우리들의 인생, 부처님 법에 의지해 부부로 함께 삶의 지혜를 깨달아가는 두 분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2016년 희망강연 봉사를 하며
▲ 2016년 희망강연 봉사를 하며

아픈 것도 감사해요

박맹재 님: 30대 한창 젊은 날, 저는 아무런 이유 없이 쓰러져 5년간 참 많이 아팠어요. 거의 누워서 지내야 했고 몸무게도 38kg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 돌보는 것도 어려웠고 자신을 보살피는 것조차 힘들었어요. 몸이 아프니 주변 사람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지 못하자 크게 서운했어요. 건강할 땐 별것 아니던 것들도 무척 섭섭한 마음이 생겼습니다. 몸이 아픈 데다 마음마저 아프니 먹기도 힘이 들고 병이 더욱 깊어갔습니다. 그때 한 친구가 던진 “넌 마음도 좋고 매일 남에게 칭찬 듣는 사람인데 왜 아프니?”라는 말이 화두가 되어 ‘그래, 정말 마음이 좋다면 왜 마음이 아프지?’ 라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남에게 싫은 소리 들은 일없이 칭찬에만 익숙했고, 그러다 보니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결혼 후에는 맏며느리로서 집안 대소사가 끊임없었고 몸은 항상 고단했습니다. 밖으로는 칭찬을 받기 위해 거절도 못 하고 받아주었지만, 속으로는 보상받기를 원하니 점점 불만이 쌓이고 쌓여 마음의 큰 병이 돼버린 것입니다. ‘아~! 내 고통은 거기서 왔구나. 마음을 어떻게 쓰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이렇게 아플 수 있구나’라고 깨닫고 ‘무슨 일이든 싫지 않은 정도에서 받아들이고,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하자! 그리고 무조건 받아들이면 원망이 생길 수 있어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그렇게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랬더니 원망했던 마음이 ‘나를 아끼는 분들이 이렇게 많구나. 참 감사하다.’라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뀌었습니다. 5년간의 아픔으로 그다음 인생이 환하게 좋아졌어요. 그래서 그 아팠던 시간이 참 감사합니다.

스승을 만나다

그즈음 지인의 소개로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다길래 어떤 분을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앉을 수도, 식사를 혼자 할 수도 없는 그분의 식사를 도와 입에 음식을 넣어 드렸습니다. 음식이 주르륵… 반복되는 수저질… 제대로 받아서 먹을 수도 없고 평생 누워지내야 하는 중증 장애를 가진 그분에게서 ‘살아야 한다’는 강한 삶의 의지를 보았습니다. 그 모습은 큰 감동으로 다가왔고, 그때까지 무기력했던 제 삶의 자세를 반성하게 되었어요. 세상을 보는 시각도 많이 달라졌죠. 어떤 모습, 상황에서도 너나 할 것 없이 ‘소중한 자신’이라는 것! 그리고 삶은 모두 귀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 일을 계기로 건강히 살아갈 마음의 자세를 갖게 되었고 만나는 모든 사람, 마주치는 모든 것들이 스승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법당 봉사도 척척! 실과 바늘 같은 두 분
▲ 법당 봉사도 척척! 실과 바늘 같은 두 분

감사하다 감사하다

아파 몸져누운 날 제사가 있었어요. 밖으로부터 분주한 달그락 소리를 들으며 아픈 사람이니 침대에 누워있었습니다. 그런데 편해야 할 침대 속이 가시방석이었습니다. 평소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집안일들, 그로 인해 시어머니와 동서들에게 섭섭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차피 아프니 잘 되었다 하고 누워서 쉬면 편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거꾸로 마음이 너무 불편했습니다. ‘나으면 무조건 내가 다 해야지. 동서들이 조금 도와준다면 내가 해야 할 일을 도와주는 것이니 감사해야지.’ 그런 마음을 가지니 그 후로 제사 일이 힘들지 않았습니다. 또 병이 나은 후 섭섭한 마음이 생기면 ‘몸이 건강해져 이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내 일을 덜어주어 감사하다.’ 그리 마음을 돌리니 서운한 마음이 훨씬 적어졌습니다.

오지에 찾아온 <스님의 주례사>와 도둑이 준 시험지

윤종덕 님: 우리는 25년 전 캐나다로 이민을 왔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알버타 북쪽 원주민 보호구역 그루아드에서 살았는데, 그곳은 원주민 보호구역으로 한국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오지에 누군가가 <스님의 주례사>를 가져다주었어요. 그 책을 읽으며 법륜스님을 알게 되었고 그것이 훗날 인연이 되어 밴쿠버로 돌아와 불교대학을 다니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16년 동안 가게를 운영하며 불교 서적을 읽고 절을 하며 지내는 단순한 일상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곳은 사회 처우 등에 불만이 많은 원주민들이 열악하고 삭막하게 사는 곳이었어요. 그래서 가끔 심성 나쁜 아이들이 새벽에 지붕을 통해 들어와 거칠게 위협하며 물건을 훔치거나 돈을 요구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두렵고 화가 치밀어 오르는 그때 ‘부처님이라면 이런 때 어떻게 하셨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답을 찾아갔습니다. 영하 45도의 강추위에 지붕을 타고 온 아이들의 안전을 생각하며 돈도 쥐여주고 보내기를 여러 번, 그렇게 힘들게 하던 아이들의 위협적인 태도가 간청하는 태도로 바뀌게 되고 나이가 들어가며 그런 일이 사라지게 되었어요. 그때 부처님을 떠올리며 대응했던 것들이, 길게 보니 그들이 일으킬 큰 사고를 방지한 결과가 되었지요. 악으로 가득 차 있던 아이들은 어떠한 악이라도 이길 수 있었지만 선에 대해선 어떻게 대응할지 몰랐습니다. 악을 이기는 것은 선밖에 없다는 것을 몸으로 체득하는 계기가 되었고 부처님께서 보내신 시험지라고 생각했습니다.

16년간 운영했던 알버타 그루아드의 역사적인 슈퍼마켓 앞에서: 왼쪽에서 네 번째에 박맹재 님, 다섯 번째에 윤종덕 님 (2008년 7월)
▲ 16년간 운영했던 알버타 그루아드의 역사적인 슈퍼마켓 앞에서: 왼쪽에서 네 번째에 박맹재 님, 다섯 번째에 윤종덕 님 (2008년 7월)

불교대학이 선물해 준 지혜

그렇게 오지 생활을 마치고 2년 전 밴쿠버로 은퇴를 하게 되었고 바로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젊은 도반들보다는 많이 늦었지만 그래도 정토회를 통해 더 달라지려는 우리를 보게 되었지요. 도반들과 함께하는 108배가 즐겁고, 서로 새롭게 깨닫게 된 점을 나눌 때 상대방을 이해하는 마음을 낼 수 있게 되어 참 감사했습니다. 불법을 배우고 마음공부의 장을 가진 우리는 모두 행운아입니다.
그렇게 환희심에 차 불교대학을 다닐 때였습니다. 딸이 유방암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어요. 지금은 수술을 마치고 요양 중입니다. 불교대학을 다니기 전의 저였다면 딸의 소식을 듣고 슬픔에 잠겨 걱정의 눈물로 하루하루 우울한 날들을 보냈을 겁니다. 그런데 정토회를 알고 경전반을 다니는 지금, 제 딸이 아파도 웃을 수 있고 밝은 얼굴로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불법이 준 지혜입니다. 우울하고 근심한다고 딸이 나아지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열심히 정진하며 맑은 기운으로 밝게 생활하는 부모가 딸에게 삶의 용기를 줄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모든 일은 지어진 인연의 과보이고 어떤 결과든 받아들이겠다고 생각하니 괴롭지 않고 편안합니다.

불교대학 입학식: 뒷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 박맹재님, 네 번째 윤종덕 님
▲ 불교대학 입학식: 뒷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 박맹재님, 네 번째 윤종덕 님

만인의 어머니가 되길 서원합니다

박맹재 님: 정토회를 다니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득을 보려는 것은 종속된 것이요, 남에게 득이 되는 것이 진정한 주인이 되는 것이다. 나는 내 삶의 진정한 주인이 되기를! 만인의 어머니가 되기를 서원한다.’ 어머니만이 새끼에게 젖을 빨려 허기가 질지라도 또 내어주고, 자식에게 모든 것을 주고도 아까운 줄 모릅니다. 남이 듣기 싫은 소리를 해도, 날 좀 손해 보게 해도, 남이 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만 중생의 어머니로, 그들을 어머니의 마음으로 대할 수 있기를 서원하니 어떤 상황에서도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합니다. 매일매일 이렇게 되뇌입니다. 불법을 만나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염화미소 내가 제일! 왼쪽에서 두 번째 박맹재 님
▲ 염화미소 내가 제일! 왼쪽에서 두 번째 박맹재 님

두 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감동으로 눈물짓고 감탄으로 미소 지었습니다. ‘어려울 때가 수행하기 좋을 때’라는 윤종덕 님의 말씀처럼 힘들 때 불법을 등불 삼아 수행자의 길을 걸어가는 두 분의 모습이 곱게 물든 단풍처럼 아름답습니다. 만나는 모든 이가 부처님이 되고, 일어나는 모든 일에 감사하는 두 분! 그 아름다운 행보가 밴쿠버 법당을 고운 단풍 빛으로 물들입니다.

글_김유미 희망리포터, 최내영 총무 (북미서북부 밴쿠버법당)
편집_이진선 (해외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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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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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경

마음이 힘든 일이 있었는데 보살님 글 읽으며 정리가 됩니다 내가 다 할 수 없는 일을 억지로 하려하지말고 또 할 일을 할 때에는 내가 한다는 마음없이 다만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깁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2017-07-29 07:23:44

유영애

불법의 지혜로 제 딸이 아파도 밝은 얼굴로 행복한 삶을 사신다는 두분의 글을 읽으며 감동합니다. 따뜻한 미소가 무척 곱고 아름다우신 두분께 감사드립니다.

2017-07-26 07:30:00

오선주

우와~ 제가 상상만 했던 원주민 전법을 실천하신 분들이네요. 소중한 수행담 감사합니다. 밴쿠버 법당을 은은히 빛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7-07-25 20: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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