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서울제주지부
일요법회 담당 최춘화 님의 템플데이

노원법당 일요법회에는 공양을 위해 법회를 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넉넉한 점심공양이 법륜스님의 법문 다음으로 인기가 좋습니다. 오늘은 노원법당에서 일요법회 담당을 하며 점심공양까지 책임지고 있는 최춘화 님의 템플데이를 소개하겠습니다.

아침 9시 30분, 춘화 님이 양손에 장바구니를 들고 법당에 들어섭니다. 가져온 장바구니는 공양간에 두고, 이제는 법당으로 향합니다. 창문을 열고, 방석을 깔고, 준비를 마치자, 하나둘 법회에 참석하기 위해 도반들이 법당에 들어섭니다. 처음에는 10여 명의 도반들과 함께 스님의 명쾌하고 유쾌한 법문을 듣습니다. 도중에 춘화 님은 슬그머니 공양간으로 갑니다. 법회에 참석한 인원에 맞게 쌀을 씻어 안친 후, 가져온 장바구니에서 썰어 놓은 재료들을 냄비에 넣고 기름을 두릅니다.

'오늘 메뉴는 짜장밥입니다.'

고기 대신 버섯을 넣고 양배추, 당근, 양파 등 야채로 만든 고소한 짜장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 사이의 법문을 놓칠세라 공양간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나오는 스님의 법문에 귀 기울이며 공양을 준비합니다. 짜장이 만들어지는 동안 가스레인지도 닦고 공양간도 정리하다가 짜장이 다 되자 다시 법당으로 들어갑니다. 오늘 공지사항 시간에는 8차 천일결사의 수행담이 소개되었습니다. 두 모녀의 감동적인 수행담을 듣다 눈물을 훔치기도 합니다. 법회가 마무리되고 나누기 시간이 되었습니다.

법회 중간에 나와 공양간에서 점심을 준비하는 최춘화 님
▲ 법회 중간에 나와 공양간에서 점심을 준비하는 최춘화 님

“봄은 봄대로 좋고 여름은 여름대로 좋은 것을 안 좋은 것만 찾아 고뇌하였는데 스님께서 긍정적 마음을 낼 수 있게 깨우쳐 주셔서 좋았습니다. 직선적으로 말하는 친정아버지 때문에 괴로운 적이 많았어요. 결혼해서 아이 낳고 살다가 아이가 아파서 친정엄마에게 전화해서 물어보면 옆에서 친정아버지께서 "왜 여기에 전화해서 물어보냐!"고 버럭 화를 내셨어요. 그때마다 말도 못하고 눈물만 머금었는데, 오늘 법문에서 스님께서 젊은 여인에게 친정 엄마의 입장을 세세히 얘기해 주시니 친정아버지를 이해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친정아버지 역시 젊은 나이에 결혼해 힘들게 살아오셨기에 그러셨을 거라고 이해하는 마음이 들었고, 지금 생각하니 친정아버지가 저한테는 큰 그늘이 되어주셨던 것 같네요.”

춘화 님이 정토회와 인연을 맺게 된 것도 어떻게 보면 친정아버지 덕분이라고 합니다. 공양을 마친 후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집에서 담가 온 오이김치와 방금 만든 짜장 소스로 즐겁게 식사하는 일요법회 도반들
▲ 집에서 담가 온 오이김치와 방금 만든 짜장 소스로 즐겁게 식사하는 일요법회 도반들

"지방에 사시던 친정아버지께서 갑자기 큰 병을 얻으셔서 서울로 올라오시게 되셨고 마땅히 가실 곳이 없어서 우리 집에 오시게 되었어요. 그런데 남편이 아버지가 오시는 것을 싫어하며 아버지가 수술을 하셨는데도 병원에도 안 와보고 아버지가 치료를 위해 집에 오시면 집에 들어오지도 않아서 너무 속도 상하고 충격도 받았어요. 그때부터 전쟁과도 같은 세월을 살게 되었어요. 남편과의 갈등으로 원형 탈모가 생길 정도로 힘들게 살던 어느 날, 우연히 불교방송에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보게 되었어요. 당시에는 너무 힘들었었는데 거기서 스님이 하시는 말씀이 꼭 나한테 하는 말씀처럼 들려 방송을 보고 탁 꽂히게 되었어요. 그때부터 스님의 방송 시간을 챙겨서 연속극 보듯이 빠지지 않고 보면서 마음을 많이 추스를 수 있었어요.

그러다 아버지는 돌아가셨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도 남편이 오지 않았어요. 원망하는 마음이 커서 나도 남편에게 똑같이 해 주려고 하는 마음까지 들었지요. 그러던 중에 시아주버니가 갑자기 돌아가시게 되었는데 그래도 막상 그렇게 되니 안 갈 수가 없어 갔었지요. 열심히 방송을 들었는데 불교방송에서 스님의 방송이 없어져서 한동안 들을 수도 없었어요. 몇 년 후에 스마트폰으로 다시 스님 방송을 듣게 되었는데, 방송을 들으면 들을 때는 좋지만 다시 듣기 전 마음으로 돌아가 버리고 꾸준한 마음으로 이어지지 않더라고요.

스님이 계시는 절이 있으면 가고 싶었는데 절이 없어 아쉬워하고 있었어요. 그때 수유리에 있는 직장을 다니면서 집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내려 전철을 이용했는데 전철 타려고 내린 버스 정류장에서는 스님 사진을 보게 되었어요. 그래서 이곳에 법륜스님이 계시다는 것을 알고 관심 있게 보게 되었지요. 그래도 혼자 찾아오기가 쉽지 않아 아는 언니에게 얘기해서 함께 일요법회에 오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듣는 법문은 좋았는데 법문 후 내 마음을 나누기는 불편하고 싫었어요. 그래도 스님 말씀이 좋고 남편 때문에 힘든 마음이 있어서 법당을 꾸준히 나오게 되었고, 편한 분위기에서 남편에 대한 원망과 분노를 나누기로 내놓게 되었지요. 할 말이 많아져서 싫은 마음이 들던 나누기도 길게 하게 되었고, 오히려 짧게 해달라고 눈치를 받기도 했어요. 그렇게 마음 나누기로 남편에 대한 원망을 풀어내고 나니, 나중에는 할 말도 없게 되었습니다.

원래 남들 앞에서 말도 잘 못했는데 자신감도 생기고 당당한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직장을 다니며 힘들게 생활해 왔었는데 일요일에 법당에 오면 즐겁고 좋았어요. 놀러 다니는 마음으로 입재식에도 참석했고 그러다가 <깨달음의 장>도 갔었어요. 불교대학을 다니고 싶어도 일요일에는 불교대학이 없어 아쉬웠는데 마침 일요반이 생겨서 입학도 할 수 있었어요.”

개근으로 졸업한 불교대학 졸업식에서 도반과 함께 찰칵!
▲ 개근으로 졸업한 불교대학 졸업식에서 도반과 함께 찰칵!

법회 후 최춘화 님의 지난 이야기를 듣고 나니 어느덧 일요경전반 수업 시간이 되었습니다. 가을 경전반 소속인 춘화 님은 사회를 보기 위해 법당으로 들어섰습니다. 오늘 수업은 육조단경 10강입니다. 졸업을 앞둔 4명의 도반 중 두 분은 이동수업을 하시고 오늘은 두 분이 수업에 참여했습니다. 경전반에 와서는 불교대학을 다닐 때보다 마음도 편하고 남편과의 관계도 더 좋아져서 올해와서는 남편과 한번도 안 싸우셨다고 합니다. 매번 같은 문제로 남편과 다투고 있었는데 어느 날 돌아보니 스스로가 발등을 찍고 있었음을 알게 되어 스님 말씀처럼 남편을 바꾸려고 하지 않고 인정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법문 듣고 정토회 활동을 열심히 하다 보니 어떤 일이 생겨도 스스로의 마음을 길러낼 수 있는 힘이 생기게 되어 요즘은 남편이 많이 부드러워졌다고 합니다.

경전반 수업 중
▲ 경전반 수업 중

경전반 수업을 마무리하고 4시부터 목탁 교육이 시작되었습니다. 예전부터 목탁 소리가 좋았고 목탁을 배우면 집전 봉사도 할 수 있어 교육을 받게 되셨다고 합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옷을 만드는 공장에서 힘들게 일하는 춘화 님에게 일요일은 유일한 휴식일입니다. 그런 일요일에 수행법회로 시작해서 경전반 수업 그리고 목탁 교육까지 모두 마치면 6시 정도 됩니다. 그렇게 보내는 것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일요일에 법당에 와서 법문 듣고, 공양도 하고, 이렇게 보내는 것이 즐거움이고 자신을 위해 시간을 쓰는 것이라 행복하다고 하십니다.
최춘화 님의 템플데이는 이렇게 저물어 갑니다.

글_오미숙 희망리포터(노원정토회 노원법당)
편집_권지연(서울제주지부)

전체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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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등명

열심히 하시는 모습 참 좋아보이십니다.

2017-06-28 19:56:26

이영미

잘 들었습니다.
저희 남편도친정에 그렇게 했을때 똑같이 갚아주마하고 살았던 일이 내 발등찍었던 일이었는걸 오늘 아침에 명상하며 느꼈어요.
참 좋아보이십니다^^

2017-06-28 07:28:58

육윤희

싸랑합니다
스토리 접하고보니 더 친근하게 느껴져용

2017-06-27 21: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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