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안산법당
안산 법당 3년 새벽의 촛불-배향숙 님의 수행담

매일 새벽 5시쯤이면 안산 법당의 촛불이 켜지면서 예불문을 외우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안산 법당이 개원한 이후 꾸준히 3년째 빛의 소리를 이어가시는 분이 계셨습니다. 배향숙님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정토회는 어떤 인연으로 오시게 되었나요?

결혼 전 평범한 삶을 살다가 사업한다는 남편 덕을 보고 싶어 결혼했는데, 그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어렵게 시작한 사업이 10년 만에 자리를 잡고 하루하루 성실하게 일하면서 빚을 갚고 있는 와중에 납품 해준 업체가 결제대금을 갚지 않기 위해 제품 불량이라며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했고 그로 인해 부부 사이가 악화되고, 남편은 매일 술로 밤을 새웠어요. 그 때 스님의 법문을 알게 되어 시흥에서 안산까지 가서 작은 사무실에서 컴퓨터로 스님의 법문을 들었어요. 그 당시에는 인터넷이나 스마트 폰으로 들을 수 없는 상황이라 회사에서 퇴근 후 가면 차도 많이 막히고 시간도 많이 걸렸어요.
이런 인연으로 정토회 불교 대학을 알게 되고, 불대 입학을 하게 되었어요

새벽기도를 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불교 대 담당자가 어느 날 새벽기도를 해 보자며 새벽 5시에 전화를 하겠다 하시길래 “ 저한테는 하지 마세요. 전 아침형 인간이 아니라 5시에 일어나기도 힘들고, 벽 보고 절해 본 적도 없으니 전 스님의 법문만 듣겠습니다.” 했어요.. 그런데 다음날 새벽 5시, 전화벨이 울리면서 “ 보살님 기도할 시간입니다.” 하시더니 툭 끊으시더라고요. 아닌 밤중에 홍두깨는 이럴 때 두고 하는 거겠죠.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 잠이 확 깨더라고요. 그리곤 할 마음을 내어 이불을 종아리까지 쌓아 108배를 했습니다. 그 날 이후 108배를 시작했습니다.

안산 법당 불사기도 동참과 법당 새벽기도 동참 과정을 알고 싶어요.

그렇게 수요 법회에서 시작해서 불교대 경전 반까지 졸업하고 이제 집에서 좀 쉬어야겠다 하는데, 「안산 불사 기도정진 화림선원 300배 매주 토요일 9시!」 문자를 받고 불사를 시작 했어요. 참 쉬운 일은 없더라고요. 어렵게 법당을 구하고 나니 이제 법당에서 3년 기도 정진을 같이 하자고 하더라고요. 매일 새벽에 그것도 3년을 같이 정진하자는 말에..... 어이가 없었습니다. 100일만 해보자는 마음으로 14년 4월 28일 법당에서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도반들과 함께하다 보니 나누기가 또 하나의 법문과 같았습니다. 나누기를 통한 알아차림이 커졌습니다.

3년 동안 한결같이 법당의 촛불을 켠다는 것이 힘드셨을 텐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그럴 리가 있겠어요. 새벽 알람 소리에 눈을 뜰 때면 수없이 일어나는 마장들과 마주해야 했습니다. 어느 날은 천둥과 번개에 폭우까지 쏟아지며 한 치 앞을 볼 수 없어 당황하고, 어느 날은 시어머니 제사로 새벽 한 두시쯤 도착해서 2시간 눈 붙이고 법당에서 기도하고 출근하기도 했고요. 그리고 어느 눈 오는 겨울날에는 차가 미끄러져 빙~ 돌아 차선을 넘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도 가장 큰 마장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져 절뚝이며 법당 가서 108배를 했던 기억도 있네요. 걷기도 힘들었는데 108배는 되더라고요( 하하 )

법당에서 공양준비 중 모습.
▲ 법당에서 공양준비 중 모습.

이렇게 꾸준히 기도하면서 좋아진 점이 있을까요? 상황이 더 좋아졌나요? 술을 좋아하는 남편이 술을 끊었다던지...

하하하 남편은 지금도 여전합니다.
아마 2015년 1월 5일 일거예요. 아버님 생신이라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 남편은 공장이 불타고 있다는 전화를 받고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휘청거렸습니다. 남편의 혼 빠진 얼굴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남편이 명함 한 장으로 시작한 공장이 우리 부부의 눈앞에서 활활 타고 있었습니다. 출동한 소방차가 불을 진화해보려 했지만 A동은 다 타버리고 겨우 B동으로 옮겨 붙는 것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날도 어김없이 기도했습니다.
“ 부처님, 기숙사에 직원들이 잠들어 있었는데 아무도 다친 사람이 없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한 동은 남아있어 감사합니다. 몸 받은 이 생애 부처님 법 만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도를 하는 동안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더군요. 감사함에요.

저를 아는 사람들은 ‘매일 새벽기도 다니는데, 교통사고에, 소송에, 어음의 부도에 , 화재까지 이런 일이 왜 자꾸 일어나요?’라고 묻습니다.
제가 기도를 다니는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잘 웃습니다. 예전에는 이것보다 더 작은 일에도 괴로워하고 밤잠을 설쳤는데 요즘은 참 잘 잡니다. 딸의 핸드폰에는 ‘ 다음 생에도 내 엄마로.’라고 저장되어 있습니다.
저의 스승이 되어 주신 도반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행복한 수행자입니다.”

공장 개업식 때 가족과 함께.
▲ 공장 개업식 때 가족과 함께.

글 | 박희준 희망리포터 (안양정토회 안산법당)
편집 | 한명수 (인천경기서부 지부)

전체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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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주

유쾌함이 팍팍 묻어나는 수행담이예요??수행으로
별일이 별일이 아니게 되네요

2017-06-19 11:35:43

강은경

다음 생에도 내 엄마로~ 저에게도 그런 순간이 오겠죠? 많은 분들의 귀감이 되시리라 믿습니다. 수행의 모범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

2017-06-13 18:15:53

향명화

다시 새벽기도를 시작 할 수 있는 힘을 받습니다.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2017-06-13 09:2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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