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일산법당
법당 옥상 텃밭 가꾸기

자연을 잊고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온 선물

우리 법당에는 모두가 함께 가꾸는 텃밭이 있습니다. 건물 옥상 한 편에 스티로폼 박스를 재활용하여 조촐하고 깔끔하게 만들어진 텃밭은 소박한 모습으로 하늘을 마주보고 있습니다. 비록 시골 집 앞 흙이 두둑하게 쌓아올려진 이랑과 고랑을 바라보며 얻어지는 따스한 편안함은 아니지만 휑뎅그렁한 시멘트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보는 초록의 싱그러움은 정서적 안정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자연을 직접 보고 느끼는 것은 우리의 삶에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도시의 삶에 젖어 자연을 잊고 일상을 살아가곤 합니다. 그런 우리들에게 옥상의 소박한 텃밭은 자연이 무엇인지, 우리가 무엇을 잊고 사는지를 알려주는 고마운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봄 경전반 도반들과 함께

봄경전반 도반들이 중심이 되어 시작

텃밭은 봄 경전반 도반들이 중심이 되어 만들었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김희태 님(봄 경전반 부담당)과 박창순 님(봄 경전반)이 부족한 흙을 준비하여 옥상으로 날랐습니다, 여기에 음식물 쓰레기로 만든 퇴비와 배양토, 남궁옥 님이 가져온 커피찌꺼기를 잘 버무려 상자 하나하나에 정성껏 담았습니다.

▲김희태님

▲박창순님

김희태 님 : 옥상에 텃밭을 만드는 작업은 힘듭니다. 흙을 일일이 퍼다 올려야 하거든요. 무릎이 불편하신데도 함께하신 박창순 님께 고개 숙여 감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작년 텃밭작업은 매우 힘들고 외로웠으나 뒤에서 응원해주는 도반들이 있어 그나마 버틸 수 있었습니다. 특히 더운 여름날 옥상 아래 층 화장실에서 물을 나르는 작업은 정말 고역스러웠어요. 다행히 올해는 일산 법당 환경 활동으로 자리 잡으며 요일별 봉사자가 있어 보람되고 의미 있는 작업이 되었습니다.

텃밭 가꾸기가 모두가 참여하는 환경 활동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

텃밭 가꾸기가 모두가 참여하는 환경 활동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 여러 도반들의 수고와 노력이 있었습니다. 일산 법당에서는 매달 250여명에 달하는 공양인원으로 발생되는 약 5킬로그램의 음식쓰레기를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지렁이 키우기와 퇴비함 만들기가 필수였습니다. 담당자들은 텃밭 만들기에 앞서 퇴비함을 어떻게 만들 것 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퇴비함
▲텃밭 전경

퇴비함이 고민이었어요

배진숙 님(작년 사활팀장) : 처음 퇴비화하려고 시도했을 때 무척 막연했습니다. 과연 될까하는 마음으로 스티로폼 상자를 구하고 흙을 모았습니다. 여러분이 도와주셔서 가능했죠. 더운 여름날 시작했는데 흙으로 덮어놓은 음식물 찌꺼기를 몇 달 후 파헤쳐 보니 형체가 거의 없어진 걸 보고 신기했습니다. 장마철에는 물이 고여 냄새도 나고 난감했었는데 환경활동경험이 있으신 노숙자 님 조언대로 상자 아래쪽에 칼집을 내어보니 물이 빠졌어요. 해결책을 찾았다는 생각에 기뻐했던 기억이 납니다. 퇴비화에는 햇빛이 필요하다는 정보에 길에서 버려진 유리를 주워 상자 위를 덮었죠. 상자 뚜껑으로 밀봉을 했을 땐 습기에 벌레가 많이 생겼는데 햇빛을 쬐니 이 문제도 해결됐습니다. 서두르지 않고 차례차례 문제점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재미있었습니다.

올 해 텃밭 활동의 가장 큰 변화는 통일 정진 기도, JTS 거리모금과 함께 모두가 참여하는 일산 법당 사회활동의 하나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환경 담당 박연주 님(봄 경전반)이 있습니다.

▲박연주 님(봄 경전반), 이미령 님(봄 경전반 담당)

박연주 님 : 불교대학생 때 환경용품 관리, 쓰레기양 조사 입력을 시작으로 환경관련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봉사점수 때문에 하게 되었는데요, 경전반에 올라오면서 환경담당이 되어서 텃밭관리, 지렁이 먹이 주는 일 등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런 일에는 아는 것이 별로 없어서 선배 도반들께 자세하게 배우면서 하고 있어요. 봉사활동이 자발적인 것도 있지만 주어지는 경우도 많은데요, 어떤 도반께서 그러시더군요. ‘좋은 선물 받으셨네요’ 그래서 ‘네! 저도 그런 것 같아요’라고 대답했죠. 텃밭관리는 요일별로 봉사자가 물을 주면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각 봉사자들에게 일감을 부탁할 때는 아침 일찍 와서 물주는 것이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모두 주인 된 마음으로 즐겁게 해 주셔서 다행이고 감사해요. 그리고 카카오 톡에 단체 방을 만들어 텃밭관련내용을 공유하고 일산 법당 전체 활동가 밴드에도 정기적으로 나누기를 올리고 있습니다.

매일 SNS로 텃밭에 대한 나누기

매일 매일 카카오 톡 단체 방에 올라오는 나누기를 통해서 봉사자들은 텃밭과의 교감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심어진 채소들에 이름표를 붙이고 적 상추, 치커리, 체리토마토, 옥수수, 당귀, 쑥갓, 청양 고추 등 하나하나 이름을 부르면서 정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자라나는 모습을 따스한 눈길로 바라보며 기록해 나가고 있습니다.

▲박우리별 님, 김정아 님

현길선 님(가을경전 담당) : 여릿여릿한 모습에서 힘찬 생명의 에너지를 느끼며 초록의 힘을 도반들과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텃밭을 볼 때마다 흐뭇하고 든든하고요. 텃밭에서 가져온 채소들을 공양시간에 함께 나눌 때 으쓱한 기분에 뿌듯하더군요.

박우리별 님(가을 불교대학) : 모두 파릇파릇 잘 자라는 모습이 보기 좋았구요. 많은 분들의 보살핌과 정성을 받으며 자라는 아이들이 참 예뻤습니다.

이범인 님(일산 법당 총무) : 퇴근 전 옥상에 음식물쓰레기를 퇴비함에 넣으러 갔다가 물을 흠뻑 주고 왔습니다. 햇살이 너무 뜨거운지 흙이 바짝 말라 있었어요. 물주는 게 정말 큰 일이겠습니다. 흐뭇했습니다.

김정아 님(가을 불교대학) : 여름을 생각나게 하는 햇살아래 야채들이 정말 싱싱하게 잘 자라고 있더군요. 상추는 마치 꽃처럼 예쁘게 물주기를 기다리고 있고 체리 토마토에는 벌써 초록열매가 탱글탱글 맺혔어요. 물주고 나니 아이들에게 밥 주고 난 것처럼 뭔가 한 것 같아 뿌듯하네요.

자연과 인간이 하나의 유기체라는 소중한 깨달음으로

텃밭 가꾸기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단지 음식물 쓰레기 문제의 해결만은 아닐 것입니다. 무엇이든 쓰고 버려 스스로를 해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자연과 인간이 하나의 유기체라는 소중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커다란 정서적 위안을 얻어야만 온전히 살아갈 수 있는 존재입니다. 텃밭 가꾸기를 통해서 우리의 관심을 잠시나마 자연으로 돌릴 수 있을 것입니다. 직접 물주고 만지고 풀 뽑는 스킨쉽을 통해 우리가 서로 떨어져서는 살 수 없다는 사랑의 깨달음을 증득해야 할 것입니다.

글 | 안홍근 희망리포터 (일산법당)
편집 | 한명수 (인천경기서부지부 편집담당)

전체댓글 7

0/200

한명수

일산 도반님들 멋져요.
초발심으로 수행하고 계시는 리포터님의 마음과 눈길이 느껴집니다. 같은 것을 경험하더라도 그것에서 어떤걸 체험하고 읽어내느냐는 사람마다 다를텐데... 리포터님의 초발심이 느껴졌어요.

자알 느끼고 새기고 전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노하우를 배울 수 있게 해주는 자세한 설명도 감사합니다^^
법당 텃밭가꾸기의 또 하나의 사례를 만들어가고 계시는 일산법당 도반님들!! 감사합니다.

2017-06-04 20:18:00

유영애

옥상의 텃밭가꾸기를 하시며 물주며 만지며 풀뽑으며 스킨쉽으로^^ 터득하신 자연과의 사랑을 들으며 감동합니다. 사랑받고 자란 싱싱한 상추의 모습과 도반님들의 모습이 닮았네요. ^^

2017-06-01 18:00:04

시명화

우와~ 일산법당 도반님들 멋집니다^^ 내 삶도 살리고, 환경도 살리는 좋은 활동 꾸준히 해보아요~~~

2017-06-01 14: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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