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언양법당
스물넷의 보디사트바, 법의 비에 흠뻑 젖다-가을불교대학 정소라 님 이야기

언양법당의 정소라님은 부지런하여 꾸준한 수행으로 도반들 사이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불법을 잘 이해하고 가르침을 잘 받아들여 적용하는 성찰력이 젊은이 답지 않게 뛰어나다.”, “근기가 남다르다.”라며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고 합니다.
부모님의 사업실패와 별거, 아버지의 술과 도박, 폭력과 폭언, 꺼내놓기 어려운 가족사와 학교에서의 집단 따돌림 등으로 인해 아프고 외로웠으며 부모님에 대한 미움과 원망하는 마음이 생겼다고 합니다. 지금은 정토회와의 인연으로 부처님 법에 의지하며 대물림 된 업식의 고리를 끊고 어둠을 지혜로 밝히려 치열하게 수행하고 있는 정소라 님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부처님오신날 연등달기 봉사
▲ 부처님오신날 연등달기 봉사

수행법회를 시작으로 가을불교대학에 입학하고 9-1차 천일결사 예비입재자가 되기까지

처음 법당을 찾았던 1년 전 수행법회에서 선배 도반으로부터 "무거운 마음이 많이 느껴진다며 공부 좀 하면 좋겠다.”라는 말을 듣고 수행법회에 이어 가을불교대학에 입학하고 9-1차 천일결사에 예비입재해 정진하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하시던 사업이 실패하자 부모님은 실의에 빠지고 현실 도피적이 되어 자식을 돌보지 못하게 되었고, 결국 헤어지게 되면서 할머니께서 저를 거두게 되었습니다. 할머니와 함께 보금자리 없이 떠돌며 받은 상처와 외로움, 폭력의 후유증으로 마음을 많이 다쳤습니다. 하지만 살고자 하는 의지 또한 강해 스스로 상담처를 찾아 몇 년간 치료도 받았습니다.

부모님들의 갈등과 불화를 보고 자라면서 적어도 부모보다는 나은 삶을 살겠다는 일념으로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이 종교 저 종교, 이 절 저 절, 이 사람 저 사람을 찾아다니며 마음공부를 하던 중 정토회 전단을 보게 되었고, 법륜스님에 대해 알고 있던 터라 정토회 문을 두드리게 되었습니다.

감정을 제어하지 못해 닥치는 대로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가 죽이고 싶도록 미워 원망하고 분노에 휩싸이곤 했습니다. 길을 가다 떼쓰는 아이를 보고 ‘버릇이 없다.’ 라는 생각이 들자 화가 나며 ‘패주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고, 화목한 가족들을 보거나 부부가 나란히 있는 것만 보아도 질투가 나며 짜증이 일어났습니다. ‘아, 이것이 업식이구나. 더 커지기 전에 끊어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면서 저한테까지 부모의 화가 대물림 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법문을 들으며 새벽 정진을 계속하니 분노와 원망으로 가득했던 마음속에 이해하고 참회하는 마음이 생겨나는 게 신기했습니다. 하루하루 편안해지고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지금은 마음이 가벼워 힘들었던 지난 일들이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입니다.

가을불교대학 도반들과 나누기
▲ 가을불교대학 도반들과 나누기

업식을 끊어내기 위해 가족들을 이해하고 화해하기

번듯한 직장도 없고, 게으르고, 늦잠만 잔다며 트집을 잡아 폭력과 폭언을 일삼는 아버지를 견디다 못해 집을 나오기를 여러 차례 반복하였습니다. 그런 제가 최근 다시 집으로 들어간 이유는 저의 가장 큰 트라우마인 아버지와 가족들 때문입니다. 아버지 발걸음 소리만 들어도, 아버지라는 말만 들어도 심장이 쿵쾅거리고 손이 벌벌 떨렸습니다. 뜻대로 안 되면 손찌검하고, 손에 집히는 대로 마구 던져대는 아버지, 만나기만 하면 싸우게 되는 예민한 어머니, 손녀를 윽박지르면서도 밥해 먹이는 억척스러운 할머니이시지만 수행을 함으로써 그분들을 있는 그대로 보며 이해하고 화해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분들 나름의 삶이 힘들어 자식을 돌볼 여력이 없었을 뿐이었다고 이해하며 더는 서로 괴롭히지 않으며 갈등하지 않고 지낼 수 있기만을 바랍니다. 언젠가는 ‘사랑한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봄불교대학 도반 여태주 님, 불교대학 담당 이현숙 님과 함께
▲ 봄불교대학 도반 여태주 님, 불교대학 담당 이현숙 님과 함께

지금 여기 깨어있으니 두려움과 불안도 망상임을 알아 (가족을 향한 이해와 참회 천일결사밴드 마음 나누기)

*‘아버지에 대한 미움을 참회합니다. 제가 옳다는 생각을 참회합니다. 제가 받은 고마움은 생각하지 못하고 준 것만 생각하는 것도 참회합니다.

’‘부모님 덕분에 일찍이 부처님 법 만남을 인정합니다. 상을 짓지 않는 것이 많이 힘들고 순간순간 놓칩니다. 제 것을 고집하는 것 또한 잘 놓아지지 않습니다.’

'부모님의 눈물을 보고 자란 제가 원망과 분노를 했습니다. 두 분의 삶에 자식이라는 핏줄이 짐으로 다가왔으리라 짐작됩니다. 자식에게 미안한 마음과 끝까지 책임지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살아가시는 모습에 마음이 아려옵니다.’

'집에 들어오니 편안합니다 .할머니와의 갈등을 지켜봅니다. 이미 화내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또 그러는구나' 합니다. 아버지와 할머니가 소중한 존재라는 게 온몸으로 와 닿습니다. 바라지 않고 챙겨드리려 노력하겠습니다.'

'이미 저는 부모님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나의 이 두려움은 망상이라는 것도 깨닫습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믿고 업장 소멸할 때까지 어떤 마장이 오더라도 수행정진 하겠습니다. 과거의 두려움과 미래의 초조함으로부터 지금 여기 깨어있을 수 있어 감사합니다.'*

봉축법요식 봉사자들 소개시간(왼쪽에서 세 번째)
▲ 봉축법요식 봉사자들 소개시간(왼쪽에서 세 번째)

같이 있어도 괴롭지 않고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삶을 향해 나아갈 터

수행을 하니 저를 바라보는 일이 흥미로워지고 앞으로 나아갈 목표가 뚜렷해졌습니다. 다만 알아차리고 현재에 깨어있음으로써 사로잡히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는 연습. 미움도 원망도 분노도 사라지는 이치를 알게 되니 수행에 의지하며 살고자 하는 마음이 커지게 되었습니다.

같이 있어도 괴롭지 않고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삶을 향해 백일출가 하는 것이 다음 목표입니다. 업식을 되풀이하지 않게 평생 수행하며 살기로 마음먹으며 모든 것은 나로부터 나아가 나에게 돌아옴을 알아 제 2의 화살을 맞는 어리석음을 끊겠습니다. 몸과 마음이 더 건강해지면 꼭 출가하리라는 욕심을 부려봅니다.


마음 나누기를 같이하는 리포터는 매일 아침 올리는 소라 님의 나누기를 보며 수행이 깊어짐을 느낍니다. 그의 성장과 발전을 지켜보며 응원하는 일이 기쁘고 즐겁습니다. 이십 대의 나이에 감당하기 버거운 상처를 돌이켜서 이해와 사랑으로 회향하는 의지와 노력에 숙연해집니다.

부처님의 도움으로 지옥에서 고통받는 어머니를 구제하는 목갈리나 존자, 스스로 복을 지은 공덕으로 지옥의 어머니를 건져낸 지장보살의 전생 광목보살과 바라문녀가 미래의 소라 님이기를 바랍니다.

우보익생만허공 중생수기득이익. (중생 위한 법의 비는 허공에 가득하나 중생들은 제 그릇 따라 그 이익을 얻는구나)-법성게 중. 허공에 가득한 부처님의 법비에 흠뻑 젖어 만물이 자라나듯 소라 님의 마음자리가 무럭무럭 자라나 가없는 보살도 이루기를 기원하며 두 손 모읍니다.

글_ 문영진 희망리포터 (울산정토회 언양법당)
편집_ 유은희(부산울산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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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사

불행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수행자로 마음을 먹으면 얼마나 큰 축복이었음을 깨달은 것 같네요.
늘 안락하기를 기원합니다_()_

2017-05-15 14:50:59

유은희

가슴깊게 느껴지는 수행기 잘 읽었습니다.
마음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2017-05-12 11:13:37

감로화

나누기만으로 절절합니다
그의깊이가 느껴지면서 요즘의 저를 돌아보게합니다

2017-05-11 22: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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