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대구법당
별생각없이 시작한 불교대학

환한 미소가 봄빛만큼 따뜻한, 대구법당 봄불교대학 담당자이자 경전반 재학생인, 박규리 님을 만나보았습니다.

법당에서
▲ 법당에서

희망 리포터: 정토회에 오게 된 계기가 있나요?

박규리 님: 저의 남편은 법륜스님의 법문을 아주 좋아하는 법륜스님의 팬이에요. 정토회에 다니지 않았는데도 머리맡에 스님의 법문을 틀어놓고 잘 정도였거든요. 저도 법문이 좋긴 했지만, 그때 제 느낌에는 스님께서 항상 질문자를 나무라시는 것 같이 느껴졌어요. 거기다 남편도 지나치게 좋아한다 싶어 반감이 있었어요. 그러다 재작년 가을에 제가 돈도 벌고 뭔가 할 일이 없나 싶어서 직장을 찾고 있었는데 남편이 제게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어. 정토불교대학을 다녀 볼래?” 라면서 불교대학을 권하더라고요. 저는 매이는 게 싫어서 “절대 안 한다. 가고 싶으면 당신이나 가라”며 거부했어요. 그러다가 작년 봄에 남편이 지나가는 농담처럼 “당신 불교대학 안 하면 이혼할 줄 알아.”라고 하는 거예요. 그 말을 듣고 ‘저렇게 원하는데 어차피 노는 거 한번 해보지 뭐’ 싶어서 별생각 없이 시작했어요. 남편은 제가 몇 달 다니다 그만두겠지 생각했데요.

희망 리포터: 그런데 어떻게 끝까지 잘 다니셨네요? (웃음)

박규리 님: 저 개근했어요. (웃음) 불교대학이라도 학교는 학교니까 빠지지 말자 생각하고 다녔어요. 첫날 입학식 때 선배님들이 자기 소개하면서 본인이 변했다는 말을 하기에 ‘일주일에 겨우 한두 시간 법문 들어서 뭐가 변하겠나? 믿음이 가지 않아서 지나가는 헛소리로 들었어요.그러다 깨달음의장을 필수로 다녀와야 한다고 해서 어차피 가야 한다면 빨리 갔다 오자 싶어 별 기대 없이 그냥 갔어요. 그런데 깨달음의장을 나오면서 제 마음이 결정적으로 열리는 계기가 되었어요. 이런 곳이 있다는 걸 모르고 살았는데 권해 준 남편이 첫째 너무 고마웠고, 깨달음의장을 통해서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서 팁을 얻은 거죠. 그때부터 제가 정토회에 들어왔다는 게 너무 자랑스러웠어요. 주인의식을 갖게 된 거 같아요. 그래서 불교대학 다니면서 봉사도 좀 더 적극적으로 하게 되었고 주어지는 소임대로 모둠장도 하고 하다 보니 지금까지 오게 되었어요.

굶주리는 제3세계 어린이를 위한 거리모금 중(왼쪽)
▲ 굶주리는 제3세계 어린이를 위한 거리모금 중(왼쪽)

희망 리포터: 괴로움에 힘겨워서 해결 방법을 찾다 오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은데 박규리 님은 남편의 권유로 오셨다니 부러운데요?

박규리 님: 남편이 사실은 가장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있어요. 이번 불교대학 담당자 소임을 맡을 때도 아무것도 모르고 총무님이 권하기에 별거 아닌 줄 알고 가볍게 받았어요. 막상 해보니 법당에 다니는 횟수가 많아지고 내 생활이 줄어드는 것 같아서 살짝 불편한 마음이 들었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안 받았을 텐데... 이렇게 집에서 끙끙거리니까 남편이 하는 말이, “그럼 당신 지금 안 행복하겠네?” 이러는 거예요. “생각 외로 일이 좀 많네. 나 사실은 컴맹인데다가 배워야 될 게 너무 많은 거 같아.” 하니까, “행복한 게 목적인데 행복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거잖아. 그러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내려놔라.” 하는 거예요.그런데 막상 담당자 내려놔라 하니까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 또 내가 할 수 있으니 주어졌겠지 싶어서 그냥 하는 데까지 해보자는 생각으로 했어요. 거기다 남편이 지원을 아끼지 않고 격려해주는 게 정말 고마워요. 정토회 오기 전에는 남편 고마운 거 모르고 나쁜 것만 보였고 나에게 그렇게 잘 하는 사람인 줄 모르고 살았는데 여기서 공부를 하면서 보니 감사한 마음이 많이 생기더라고요. 감사하다는 말을 평소에 많이 하게 된 것도 저의 변한 모습 중 하나에요.

새터민 아이들과 함께  문화체험(오른쪽)
▲ 새터민 아이들과 함께 문화체험(오른쪽)

희망 리포터: 별 생각 없이 발을 디딘 정토회의 어떤 점이 좋았나요?

박규리 님: 정토회 들어와 보고 가장 놀란 점은 행정적으로 아주 투명하고 깨끗하다는 거였어요. 거기다 보시도 강요하지 않고 자유롭게 하는 점도 신선했고, 여러분야에서 좋은 일도 굉장히 많이 하고 있고 봉사할 거리도 많았어요. 사실은 정토회 오기 전에도 조금씩 봉사는 해왔어요. 요양원 청소나 재활병원 미용봉사 등을 해왔었거든요. 여기서는 좀 더 조직적으로 봉사할 수 있는 길이 많이 있었어요. 일반적으로 불교대학에 갓입학하면 낯설기 때문에 봉사신청하기가 힘든데 저는 뭘 하는지 궁금함이 생겨서 두북봉사를 신청해서 1년간 바짝 다녔어요. 소풍 가는 마음으로 항상 재미있게 다녔어요. 올해도 꾸준히 갈 계획이에요.

두북봉사
▲ 두북봉사

요양원 이발봉사
▲ 요양원 이발봉사

희망리 포터: 정토회 오기 전과 후를 비교한다면 삶 속에서 어떤 변화가 가장 크다 볼 수 있을까요?

박규리 님: 살아가면서 고민거리가 생기거나 기로에 부딪혔을 때 깨달음의장 경험이나 법문 들은 게 굉장히 도움이 돼요. 작은 예를 들면 운전하고 가다가 성질이 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알아차림이 되니까 남편과 저 둘이 서로 쳐다보며 “알아차리자!” 그러니까 별로 화 낼 일이 없어요. 다른 변화라면 아이들에 대한 제 집착에 관한 건데, 제가 아이들에게 집착이 강했어요. 항상 아이들 걱정을 하고, 돈도 많이 벌어서 아이들의 요구를 들어줄 경제적 능력은 있어야 된다 생각했어요. 아이들이 어릴 때 제가 직장 생활 하느라 친정어머니께서 키우셨는데 그 미안한 마음에 아이들에 대한 집착이 심했어요. 아마 남편이 그런 제가 많이 안쓰러워서 정토회를 소개한 거 같기도 해요. 남편은 “내가 행복해지면 다 행복해진다. 우리 집에 가장 기본이 엄마라는 존재인데 엄마가 행복해져야 된다.” 그런 얘기를 많이 했었어요. “당신이 편해지고 모든 걸 놓게 되어 편하게 되면 그때 내가 정토회 가서 공부하겠다. 당신 먼저 가서 자리를 잡고 있어라” 그래요. 그래도 그때는 상대가 남편이라 그런지 멋있어 보이지 않았어요. 그런데 다른 도반들과 얘기해 보면 우리 신랑이 참 좋은 사람이구나 싶어요. 제가 고집이 아주 셌는데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그리고 아주 밝아졌다 그러거든요. 남편이 봤을 때 제가 자신감도 생겼나 봐요. ‘저게 어디서 저런 자신감이 나오지?’ 이런 눈으로 한 번씩 쳐다봐요. 저는 핸드폰 이모티콘 날리는 것도 잘 안 하는 사람이었는데 여기 오니까 연세 드신 분들도 저보다 더 잘하고 계시는 거예요. 지금은 잘 날려요. 그런 점도 좋아요.

희망 리포터: 불교대학 담당하면서 보람이 있다면요?

박규리 님: 법문을 한 번 더 들을 수 있겠다는 욕심에서 시작했는데 실은 불교대학 진행하느라 집중이 안 돼서 잘 듣지 못하고 있어요. 하지만 학생들의 마음이 저에게 다가오고 그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 너무 감동이 되고 즐거워요. 내가 큰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담당자 교육을 갔을 때 유수스님 법문에서 깨달은 게, 저는 학생들을 위해서 제가 봉사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실은 저를 위한 수행과정이었더라고요. 그 이후에 제게 소임을 맡겨주신 총무님이 너무 고마워서 “총무님 뽑아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했어요. 그때 제가 완전히 마음을 열고 어차피 하는 거 행복하고 재미있게 해보자 마음먹고 다가서니까 제 밝은 모습을 도반님들이 알아주시는 거 같아요.

희망 리포터: 앞으로 불교대학 운영 계획이나 마음가짐이 있다면요?

박규리님: 계획은 특별하게 없지만 올해 입학생이 저조하다고 하는데 저조한 만큼 알차게 이끌어 나가보자는 생각이에요. 작은 인원일수록 제가 관심 가지기에는 더 좋다는 이점이 있으니까 최대한 알차게 졸업까지 잘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하려고 해요.

행복학교에서(중간)
▲ 행복학교에서(중간)

남편의 적극적인 협조와 뒷받침으로 자유롭게 일 할 수 있는 여건이어서 아주 편하다는 박규리 님의 남편자랑을 끝으로 인터뷰 마쳤습니다.
대구법당 불교대학 알찬 도반님들의 행복과 자유를 위해 아자아자~ 응원합니다!

글_ 최진연(대구 희망리포터)
편집_ 박정미(대경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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