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김포법당
마음을 나누는 이웃이 되리라~ 새터민 가정방문 이야기

저희 김포법당은 2015년에 개원하여, 그 해부터 지역 내 거주하고 계시는 새터민(한국에 거주하고 계시는 북한동포분)들의 15개 가정을 6조로 나누어서 직접 방문하는 봉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제가 새터민 가정 방문을 하게 된 것은, 작년 불대 공부를 하며 선배님들 손에 이끌려 사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시작하게 되었지요.

처음에는 무척 조심스럽고 낯설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떻게 마주 해야 할지부터도 고민되었습니다.

새터민들도 처한 입장이 편하지 못한 만큼, 경계심이 많으시다보니 어색해하기도 하셨지만, 한 번 두 번 방문이 늘어날 때마다 한 번씩 더 지어주시는 작은 미소에서 점점 마음의 문을 열어 주시는구나 싶어서 반갑고 작은 보탬이 되어야겠다는 사명감을 느끼게 됩니다.

힘들게 목숨까지 내 걸고 찾아온 한 민족 한 동포이기에, 이 분들께서 우리나라에 적응해서 함께 살아가시는 데 우리가 먼저 마음을 열고 맞이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되면서 아직 봉사가 낯선 저에게 필요한 조언을 구하는 심정으로, 새터민 방문봉사를 하고 계시는 몇몇 봉사자분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보게 되었습니다.

새터민 봉사자분들의 이야기

▲김미라님께서 직접 담근 김치10통을 나누셨습니다.
▲ ▲김미라님께서 직접 담근 김치10통을 나누셨습니다.

먼저 저희 4조 조장님이신 김미라님께서는 늘 서슴없이 문턱을 낮추고, 늘 밝은 웃음으로 분위기를 이끌어 주십니다.

“배고프면 먹어야 하고, 아프면 치료 받아야 하고, 아이들은 배워야한다는 것은 어느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지요. 나눈다는 것은 내가 혼자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기 위해서 자연스레 따르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마음을 공감하고 마음을 나누어야 합니다. 사실 우리가 가져다주는 지원물품은 소통의 방편이라 생각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소통을 통해 신뢰를 쌓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것. 더 나아가 받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이 주는 기쁨을 맛볼 수 있도록 발전되어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합니다. 인상 깊었던 일은, 00 엄마가 북한에서부터 갖고 있던 꿈이 간호사였는데, 사실 북한에서는 엄두도 못낼 일이지만, 한국에 와서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작년 9월부터 간호 학원에 다닐 수 있게 되었어요. 아주 즐겁고 희망차게 잘 다시시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봉사의 달인이시라 역시 이렇게 넓은 관점으로 임하시니, 스스로 내려놓고 하실 수 있으신 듯합니다.

다음으로는 인터뷰 중 여러분들의 입에서 존경심이 터져 나오는 한혜자님의 말씀입니다.

“새터민이라고 뭐 다를 게 있나요?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지요. 모두 한민족이고 다들 자식 같고, 친구 같지요. 특히 임신에서부터 출산과 100일 잔치를 함께하고 곧 돌아올 돌잔치에 초대까지 받아놓은 자라나는 00을 보면 그냥 제 손주를 보는 느낌과 전혀 다를 바가 없습니다. 가끔 제가 새터민들께 드리는 말씀은, "언젠가 통일이 되면 여러분들이 남과 북을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꼭 해주셔야 한다"는 당부를 드리지요. 그에 앞서 지금 저희가 하는 발걸음이 새터민들께 징검다리 역할이 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새터민들과 얘기를 나누어 보면, 통일을 무척 염원하고 있어요.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여기서 살고 계시지만, 빨리 통일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소망이시랍니다.”

인터뷰하는 내내 너와 나 분별심 없이 진정 하나가 되신 한혜자님의 공한 마음에 고개가 저절로 숙여졌습니다.

▲00의 100일 잔치 기념
▲ ▲00의 100일 잔치 기념

그리고 작년에 새터민들 중 한 분을 전법하셨던 1조의 조장 최정희님 입니다.

“저는 처음부터 선입견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였어요. 아무래도 새터민들이 경계심이 많으시니 먼저 진심으로 다가갔고, 그냥 편안하게 방문하였어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아무래도 같은 민족이니깐 정서적인 공감이 자연스레 생기게 되고, 그러면서 서로 동질감을 느끼게 되었지요. 쉽게 하기 힘든 얘기들도 조금씩 하시게 되면서, 그야말로 그냥 이웃처럼 지내는 거지요. 물으면 아는 범위에서 답해주고 무엇을 준다는 마음보다는 그냥 그분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고 공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법당에 나오게 되신 00 엄마도 그냥 저희와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저희의 편안하고 소박한 모습이 너무 좋다고 하시며, 본인도 괴로운 마음을 털어버리고 싶다고 방법을 물어보셔서, 자연스레 이렇게 인연이 됐던 것 같아요.“

인터뷰를 너무나 가볍게 임해주셔서 제 마음까지 가볍게 해주신 최정희님의 산뜻한 목소리가 아직도 제 귀를 행복하게 간질이는 듯합니다.

▲법륜스님의 ‘행복’을 전달하였습니다.
▲ ▲법륜스님의 ‘행복’을 전달하였습니다.

그 외 이정민님

“가볍게 시작하였는데 이번에 조장을 맡게 되어 여러 실수를 하고 있어서 송구합니다. 처음엔 친해지기가 힘들었는데 00 100일 잔치를 함께 준비하면서 초대된 새터민 여러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답니다. 아직은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지만 진심으로 다가가려고 합니다.”

정지윤님

“아직 새터민 방문 두 번 정도 밖에 하지 않았어요. 첫 방문에 다소 조심스럽고 긴장했었는데, 오히려 그 분들이 저를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함께 하는 동안 참 즐거웠어요. 함께 할 수 있음이 그저 감사할 뿐이에요. 이렇게 개인간의 만남은 남북의 이념과는 상관없이 이웃이 될 수 있는데, 누구를 위한 국가체제이기에 만나지 못할까 하는 아쉬운 마음을 새터민과 함께 나누며 화합의 장을 이뤄가는 첫 걸음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임하겠습니다,”

박지예님

“직접 만나기 전에는, 나와는 상관 없는 사람들이라 생각 했었는데, 새터민 방문 봉사를 통해 만나보니, 제가 방문하는 가정은 저희 집 바로 옆 동네라서 정말 이웃 같아요. 아니 그야말로 진짜 이웃이지요. 내가 아는 것을 함께 공유하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여러 도반님들의 이야기를 통해 저도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임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진심을 나누고 진정으로 공감하며, 봉사자라기 보다는 그냥 편안한 이웃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글 | 엄보현 희망리포터(일산정토회 김포법당)
편집 | 한명수 (인천경기서부지부 편집 담당)

전체댓글 5

0/200

한명수

엄주아님, 새터민 봉사자분들의 인터뷰 정말 감동이고 공부 많이 되던데요~^^

받는 것에만 익숙한 삶~ 저도 다시 돌아보게 되고..

우리 도반들의 이야기가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2017-03-28 14:16:48

공덕화유재숙

통일 시대의 징검다리, 새터민들의 이야기. 나누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봉사하시는 도반님들이 존경스럽습니다. 고맙습니다.

2017-03-26 11:54:19

시원행

김포법당 도반들이 15가정과 좋은 이웃으로 지내고 있군요. 새터민 가정방문을 어떤 마음으로 해야하는지 잘 알게 되었습니다^^

2017-03-24 20:34:44

전체 댓글 보기

정토행자의 하루 ‘김포법당’의 다른 게시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