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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옵니다. 새벽예불을 하러 대웅전에 올라갑니다. 대웅전을 향한 계단 계단마다 하얗게 눈이 쌓였습니다. 30분 일찍 일어난 행자가 비질하며 내려옵니다. 내가 밟으려는 계단을 쓸어줍니다. 까슬한 돌의 표면이 드러납니다. 저는 그것을 밟고 오릅니다.
예불을 마치고 잠깐 눈을 씁니다. 넉가래로 수련사무실 앞 눈을 밀어냅니다. 30분이 지나자, 요사채에서 발우공양을 알리는 목탁이 울립니다. 빗자루와 눈삽을 내려놓습니다. 아침밥을 먹으러 갑니다.
발우공양을 합니다. 눈 쓸기에 쓴 힘을 보충하라고, 후식으로 초콜릿이 나왔습니다. 손으로 집어 한 입 베어 뭅니다. 달콤한 맛이 입 안에 퍼집니다. 또 눈을 쓸고 싶어집니다. 한 조각 더 입에 넣을 수 있을까 해서요.
처음 수련원에 왔을때, 나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가만히 두면 저절로 녹을 것인데, 힘들게 눈을 쓸 필요 있을까. 제 생각은 틀렸습니다. 문경 수련원은 산 중턱에 있습니다. 눈을 쓸지 않으면, 우리는 마을로 내려가지 못합니다. 눈을 밀지 않으면, 수련생은 수련에 참여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모였습니다. 다 같이 눈을 쓸어버리려고요.
힘이 좋은 사람은 송풍기를 등에 멥니다. 모터를 돌리기 위해서 송풍기에 휘발유를 채웁니다. 모터가 타지 않도록 엔진오일을 조금 섞습니다. 오른발로 송풍기를 고정하고, 양팔로 세게 줄을 잡아당깁니다. 시동이 걸립니다. 윙 소리가 나는 송풍기를 메고 콘크리트 도로로 나갑니다. 도로 위에 쌓인 눈을 붑니다. 도로 왼편, 오른편으로 눈이 날아갑니다. 도로가 뚫렸습니다. 뚫린 도로를 걸으며 송풍기를 돌립니다. 콘크리트 도로가 끝날 때까지 걷습니다.
큰 도로는 제설차를 이용합니다. 운전자가 트럭에 탑니다. 다른 사람들은 트럭 앞에 제설기를 설치합니다. 제설차가 갑니다. 아스팔트 도로 위 눈을 밀어냅니다. 제설차가 밀지 못한 도로 구석에는 눈이 그대로 쌓여 있습니다. 트럭 뒤에 탄 사람들이 움직일 시간입니다. 염화칼슘을 바가지에 퍼 담습니다. 눈길 위에 솔솔 뿌립니다. 염화칼슘이 닿은 부분이 녹습니다. 빙판이 깨지기 시작합니다.
두 시간이 후딱 갔습니다. 빗자루, 눈삽, 넉가래들을 제 자리에 정리합니다. 온몸이 뻐근합니다. 따뜻한 음료를 들고 팀장님께 갑니다. 가서 말합니다.
“팀장님, 눈 다 쓸었어요. 저 한 시간만 잘게요!”
글_조정아 희망리포터(공동체 문경수련원)
사진_최병현, 송제환(공동체 문경수련원)
편집_도경화(대경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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