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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대(불교대학)에 경전반까지 2년이나 걸린다구요?”
지난 2014년 처음 남양주법당에 노크를 한 첫날 제가 외친 질문이었습니다. 봉사하시는 보살님께 "너무 길어서 저는 절대 못 할 것 같아요. 다들 대단하시네요!"하며 뒤로 물러났습니다. 당시 저는 불교공부와 사회 활동을 같이하는 불교단체를 찾고 있었습니다. 정토회가 딱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끝까지 해낼 자신이 없었습니다. 하다가 중간에 실망하면 관둬 버리자는 너무 가벼운(?) 마음으로 집에서 가까운 구리법당에서 불교대학을 시작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저는 출석과 봉사점수 모두 꼴찌였습니다. 꼴찌가 됐든 어쨌든 수행도 잘 안됐지만 졸업이라도 해보자는 마음이 저를 이끌었습니다.
서울로 이사 오면서 직장과 가까운 동작법당에서 어느덧 경전반까지 졸업했습니다. 꼬박 2년 동안 나누기 때 울고 웃었던 추억들이 쌓이며 저의 영혼은 보일 듯 말듯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것을 희미하게나마 느꼈습니다.
“내가 끝까지 해내다니! 비록 출석이 안 좋지만~”
스스로에게 농담까지 하면서 경전반 졸업을 한 저 자신에게 큰 훈장 하나를 주었습니다. 그렇지만 깊게 습관이 된 저의 업식은 쉽게 물러나지 않았습니다. 법당 총무님은 경전반 졸업 후 서울 동작법당 희망리포터 소임을 맡아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저는 단번에 손사래를 쳤습니다.
“제가 신문사 기자로 10여 년 하고도 몇 년 동안 활동하고 있는지라 직업의 연장선인 게 반갑지만은 않아요. 봉사하면서까지 괴로워지고 싶지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무엇을 시작하려면 먼저 반감부터 올라오면서 부담스러워했습니다. 언론사 조직문화도 일반 회사보다 선후배 관계가 매우 엄격해 “네!”하는 일이 많습니다. 하지만 늘 마음 한구석엔 “내가 왜? 저 일을 굳이 해야 하나. 더 좋은 방법들이 있는데”하며 반감이 일곤 했습니다.
정토회에 와서 마음을 차분히 하고 진심을 다해 "네, 하고 합니다"를 배우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는 나름 "네"를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모두 제 마음을 속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도 그 업식이 어디 갈까요. 몇 달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직업의 연장선으로 희망리포터를 하는 것은 정말 피곤할 것 같다는 '상'을 없앤 노력 끝에 어렵사리 소임을 맡게 됐습니다. 이것을 결정하는 과정도 저에겐 또 다른 수행이었습니다.
“나 행복하자고 희망리포터를 해보자. 취재 마감 등 과정들은 그대로다. 하지만 넘어지고 일어나고 울고 웃는 수행자들을 만나며 나도 성장할 기회다. 졸업했으니 정토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돼보자. 인연의 끝을 놓지 말자.”
어느 날 저에게 이런 진심을 다하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참 게으르게, 남들보다 느리게라도 유지했던 수행이 헛되지만은 않았나 봅니다.
희망리포터를 맡으며 첫 기사로 제 이야기를 쓰면서 느낀 것은 역시 저는 글 쟁이었나 봅니다. 정말 오랜만에 마음이 편안해지고 행복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돈 버는 수단으로만 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일 같습니다.
저는 수행자분들을 만나는 과정도 취재도 마감도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재능을 발휘하되 욕심내지 않고 여여히 가보겠노라고 발원해봅니다. 넘어지면서 일어나면서 제 마음이 지금보다 더 강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최근 저는 서울제주지부 사무국으로 통일팀 팀장을 맡아 한 달에 한 번 기획 회의를 주도하게 됐습니다. 지난 1년 동안 통일팀에서 미약하게나마 활동해오다 우연히 직책까지 맡았습니다. 통일팀 활동과 희망리포터를 같이 하게 되면 부담스럽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앞섭니다. 서로 부담스럽지 않게 조율하면서 저의 사생활도 챙기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입니다. 욕심내지 않고 가볍게 가보는 훈련도 이참에 수행 과제로 삼아야겠습니다.
앞으로 만나게 될 동작법당 수행자 여러분, 저를 반갑게 맞아주시길 바랍니다. 저는 동작법당 희망리포터입니다.
글_김은진 희망리포터(서울정토회 동작법당)
편집_권지연(서울제주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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