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노원법당
장애 아들이 보살임을 깨닫기까지
노원법당 김혜경님의 수행담

노원 법당 봄경전반 소속의 김혜경님은 장애아 성교육 강사이면서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직장인으로, 가정의 주부로 쉴 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가을불교대학 담당, 틈틈이 행복학교와 JTS 봉사도 하십니다. 현재 스물한 살인 둘째 아들은 중증 발달장애인으로 항상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합니다. 그런 아들로 인해 우울증과 상황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습관이 있었는데 정토행자로서 일 년여 살아가면서 삶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지금부터 수행을 통해서 변화한 김혜경님 삶의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2016 가을불교대학 입학식(앞줄 맨 오른쪽에서 두 번째)
▲ 2016 가을불교대학 입학식(앞줄 맨 오른쪽에서 두 번째)

즉문즉설을 통해 새롭게 열린 세계

우연히 유튜브를 통해 스님의 즉문즉설을 듣게 되었습니다. ‘아!, 이렇게 관점을 바꾸어 생각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후로 틈이 날 때마다 즉문즉설을 들었습니다. 심지어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들었고, 즉문즉설을 틀어둔 채로 자기도 했습니다.

스님의 즉문즉설을 들으면서 제 안에 쌓여있던 부정적인 인식들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고, 그 생각이 뒤집어지게 되었습니다. 혼자만 알고 듣기가 아까워서 주변 분들에게도 즉문즉설을 많이 알렸습니다. 제가 즉문즉설을 알렸던 여러분들 중 한 분이 정토회 불교대학을 알게 되었고, 저에게도 불교대학에 같이 입학하자고 권했습니다. 그때 저는 사정이 있어서 입학하지 못했지만, 지인은 저보다 일 년 반 먼저 불교대학에 입학하여 지금까지도 열심히 수행하고 계십니다.

작년 여름에 길을 가다가 우연히 노원법당 불교대학 입학 안내 플래카드를 보게 되었습니다. 반갑게도 주말반이 개설된 것이었습니다.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불교대학에 입학을 했습니다. 스님의 즉문즉설을 들으면 힘들 때 위로가 되었지만 제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로 여전히 남아 있었고, 그 상태가 매우 답답했습니다. 불교대학을 다니면 좀 더 체계적으로 불법을 배우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생겼습니다.

 불교대학 졸업식에서 도반들과 함께(왼쪽에서 두 번째 김혜경보살님)
▲ 불교대학 졸업식에서 도반들과 함께(왼쪽에서 두 번째 김혜경보살님)

불교대학 입학과 천일결사 입재식

친정어머니께서 절에 열심히 다니셔서 어머니를 따라 절에 자주 갔습니다. 어머니는 부처님께 절을 하며 현실의 어려움을 해결해달라고 비셨습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애쓰지 않고 기도만 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았고, 그래서 불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습니다. 스님 말씀이 좋아 불교대학에 왔지만, 수업 전에 이루어지는 의식도 불편했고 도반들도 낯설어 적응하기가 힘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수업마다 듣는 스님 말씀을 버팀목 삼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불교대학 수업 과정의 수행맛보기를 통해 새벽 5시 기도를 하게 되었고, 천일결사 입재식도 가게 되었습니다. 입재식에서 오천 명 가까운 사람이 일시에 ‘지심귀명례’ 하며 예불을 드릴 때, 예불 후 고요히 입정에 드는 모습은 모두 감동으로 와 닿았습니다. 그 날 입재식 참석을 계기로 꾸준히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수행을 통해 진정으로 받아들인 장애 아들

발달장애인인 둘째가 어릴 때, 너무 힘들어서 같이 죽고 싶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들을 원망하는 마음이 더 커지게 되었고요. 저에게도 가정에도 특별한 문제가 없는데 오로지 장애를 가진 둘째 때문에 내가 힘들다는 생각에 차라리 ‘둘째가 없어졌으면’ 하는 생각마저 하게 되었습니다. 장애 때문에 지인이 하는 유치원에서마저 입학을 거부했습니다. 그 당시 제가 지금 하는 일(장애아 성교육 강사)과 관련하여 삼육대학을 다니고 있었는데 다행히 그곳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에서 아들을 받아주었습니다. 처음에는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의 문제 행동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에 제가 더 예민해지고 불편해져서 그곳마저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제 직업이 장애가 있는 아이들과 부모를 만나는 일이었고, 그들에게 ‘장애라는 것은 다름이지 틀린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마음 깊숙한 곳에서 정작 내 아이의 장애는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입니다. 아들은 길을 가다가도 본인의 뜻에 맞지 않으면 머리를 쥐어뜯으며 울부짖고, 자해하기도 합니다. 그때마다 저는 그 시간을 견뎌야만 했습니다.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당당하게 장애 아들을 받아들인 것처럼 행동했지만, 무의식은 아들이 없어졌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절을 하다 갑자기 이전에 들었던 법문 한 구절이 번뜩 떠올랐어요. ‘불구부정, 이 세상에는 존귀한 것도 천한 것도 없다’, 이 구절이 속에서 ‘장애가 있는 내 아이가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던 내 모습이 보였고 마음 깊숙한 곳에서 참회가 일어났습니다. 또한 내 아이가 나를 인도해서 내가 정토회에 오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식적이고 잘난 척하는 나의 껍데기를 벗으라고 ‘이 아이가 보살이어서 나를 보냈구나!’ 하고 생각하니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어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아이를 보는 나의 관점이 바뀌게 되니, 아이의 문제 행동이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가 힘들어서 하는 행동’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난 후 지금까지 일 년여의 시간이 흘렀는데 아이의 문제 행동의 정도가 많이 나아지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힘들게 할 때 부드럽게 타이르듯 이야기하면 이제는 장난스럽게 웃기도 한답니다.

큰아들과 함께 JTS 봉사
▲ 큰아들과 함께 JTS 봉사

깨달음의 장과 남편의 불교대학 입학

불교대학 다니면서 저는 1박을 하는 모든 수련행사에는 처음부터 참여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한테는 내가 꼭 있어 줘야 한다는 생각에 경주남산순례도 특강수련도 모두 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아들에 대한 관점이 바뀐 후 용기를 내어 ‘깨달음의 장’을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깨달음의 장을 통해 제가 남편에게 많이 의존해 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정토회에 와서 부정적인 제 인식이 바뀌게 되고 삶에 변화가 생겨 남편에게도 불교대학 입학을 권유했고, 남편도 불교대학에 입학을 했고, 이제 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제가 불교대학에서 봉사를 하다 보니 강의 내용에 관해 이야기도 많이 나누게 되고 공감할 수 있는 얘깃거리가 더 많아져서 좋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졸업수련을 위해 남편이 서초법당에 가며 도시락을 챙겨 달라고 하는데 저를 도와주지 않고 있으니 화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깨달음의 장 이후 남편이 아닌 제 문제임을 인식하고 있어서 남편을 탓하거나 원망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남편에게 화나는 마음이 있었어요. 남편이 나간 후 설거지를 하며 문득 남편에 대한 원망의 뿌리가 어릴 때 아빠를 원망하던 엄마의 모습이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엄마의 그런 모습을 싫어했었는데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제가 엄마의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을 깨닫게 되니 다시 마음이 돌이켜지고 남편에 대한 원망이 눈 녹듯이 사라졌습니다.

우리는 정토 가족

둘째 아이가 장애가 있어서 상대적으로 큰아들을 잘 챙겨주지 못했는데 제가 정토회에 와서 깨달음과 행복을 얻다 보니 큰아들도 불교대학에서 공부를 하면 좋을 것 같았어요. 아들에게 불교대학 입학을 권유했고 아들은 청년 불교대학에 입학을 했습니다. 어제는 아들과 같이 JTS거리 모금 봉사도 했습니다. 아들이 처음에는 거리 모금을 하러 가는 것에 주저해서 제가 몇 번을 요청한 후 수락한 봉사였습니다. 모금하면서 하는 구호 중에 “천 원이면 두 명의 아이에게 밥을 먹일 수 있습니다.”라는 말에 아들이 이 말이 왠지 찬밥을 주는 느낌이 드니 ‘따뜻한 밥’이라고 하자고 해서 바꾸어서 구호를 외치니, 아들의 마음 깊은 따뜻함이 느껴졌습니다.

처음의 불편한 마음과 달리 봉사를 마치고는 뿌듯해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정토회의 모든 봉사는 하면 할수록 내가 더 많은 것을 얻어가는 것을 느낍니다. 가정과 일 그리고 정토회 봉사를 하다 보면 밤늦게까지 일을 할 때도 많습니다. 프리랜서로 강의를 하는데 요즘 제가 하는 일에도 제의가 많이 들어와서 눈코 뜰새 없이 바쁜데, 잠시라도 시간이 생기면 봉사 제의가 들어옵니다. 봉사를 통해 오히려 내가 더 많이 얻어가니, 그때마다 흔쾌히 봉사합니다. 과거보다 훨씬 바쁘지만 지치지 않고 이렇게라도 할 수 있는 것에 그저 감사합니다.

글_오미숙 희망리포터(노원정토회 노원법당)
편집_권지연 (서울제주지부)

전체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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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성

내 뜻대로 살아지는 것도 안살아지는 것도 아니지만 내 뜻대로 되기도 내뜻과 다르게 오는 것이 삶인 것 같습니다. 삶이 차갑고 경직되기만 하는데 혜경 보살님의 따뜻함과 유연함은 어디에서 나오는걸까요~~ 곁에서 함께 따뜻함 배우고 유연해지고싶습니다. 혜경보살님 만성피로로 면역력약해져 감기가 한달이상 지속되는걸 보니 안타까워요 감기빨리 나으세요♡♡

2016-12-22 23:24:39

여서구

지금까지 가을불대를 빠지지 않고 다니게 되는 큰 이유가 혜경 보실님의 따뜻한 배려과 관심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언제나 부담스럽지 않게.. 낯설지 않게.. 예전부터였던것처럼 어느새 편안하고 익숙하게 노원 도반님들과 뵙게 함께 하게되는 따뜻함의 근원이십니다~~^^ 멋진 인연에 감사드립니다^^

2016-12-22 22:49:26

이은영

“따뜻한 밥“이 말이 얼마나 따뜻하게 와닿던지요. 참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들도반님을 두셨습니다. 이 글을 읽은 며칠동안 그리고 지금도 제마음이 따뜻합니다. 고맙습니다. 혜경보살님. 노원 정토회 법당 도반님들. 함께여서 고맙습니다.

2016-12-21 09: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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