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언양법당
여보, 당신이 내 부처님입니다! - 남편 간병으로 수행 삼는 정순옥 님 이야기

정순옥 님은 언양법당의 늦깎이 봄불교대생입니다.
평생을 남편의 속박과 굴레 속에서 살아왔다고 합니다.
10년이 넘는 남편의 긴 투병과 병시중, 그의 억압, 잔소리 그리고 의처증까지 …
결혼생활 동안 남편시집살이로 힘들었다는 정순옥 님.
“남편의 존재는 대체 내게 무엇인가? 나는 왜 평생을 얽매임으로 괴로워해야 하나? 나도 자유롭게 살고 싶다!” 라며 삶의 무게가 버거워 휘청거리고 있을 때 정토회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불교대학에 입학해서 열심히 공부하며 정진하고 있습니다.
요즘 정순옥 님은 어느 때보다 당당하고 표정이 밝습니다.
중환자인 남편을 혼자 두고 수업조차 마음 편히 듣기 어려웠고 마음 나누기를 마치면 집으로 달려가야 했던 정순옥 님이 사시예불 봉사를 맡겠다고 합니다. 유일한 불교대학 동기인 저는 정순옥 님의 결심이 너무 반갑고 기뻐 그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부처님 법을 만나고 불교대학에 입학하기까지
남편은 직장과 가정에 성실한 사람이어서 경제적으로는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강압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성격으로 자신과 다른 생각을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말대꾸는 물론 내 주장 한마디를 하지 못하고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집안이 시끄러웠습니다. 또, 화장하거나 나들이라도 하려면 어디서 누굴 만나는지 꼬치꼬치 캐묻고 의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제가 부끄럽기도 하고 의심받지 않으려 모든 일에 조심하고 근신하며 자신을 억누른 채 살았어요.

그런 남편이 11년 전,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자리에 눕게 되었습니다. 엎친 데 덮쳐 직장암 선고까지 받았습니다. 삶이 암담하고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긴 시간 병시중하며 온갖 싫은 소리와 억지, 짜증을 다 받아내다 보니 미움과 원망이 커질 대로 커졌고 음식을 삼키지 못하는 남편에게 유동식을 만들어 먹이는 일은 제 손길이 닿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어서 꼼짝없이 묶여 지내다 보니 저는 누가 건드리기만 해도 터질 것 같았습니다.
힘들 때 인근 사찰을 찾아 부처님 전에 절하며 기도하는 것으로는 가슴 속에 가득 차 있는 울화와 괴로움이 달래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언양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리는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강연 현수막을 보고 저절로 발길이 끌렸습니다. 처음 듣는 스님의 법문이 머리와 마음으로 이해가 되니 다리 아픈 줄도 모르고 서서 몇 시간을 들었습니다. 모든 괴로움과 얽매임이 다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말씀이 가슴에 남았습니다. 남편 탓 하며 비관하고 절망해온 나를 돌아보게 된 날이었습니다. 스님의 법문을 또 듣고 싶다는 생각에 방명록에 연락처를 남긴 게 불교대학 입학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불교대학 수업시간
▲ 불교대학 수업시간

보살님, 수행하면서 많이 달라져 보여요. 공부시킨 남편이 바로 부처님이라고요?
불교대학 초반엔 수업 내용이 어려웠지만, 이제는 연기법의 이치를 어렴풋이나마 이해하게 되어 공부하는 게 즐겁습니다. 남편 때문이라고 착각했던 괴로움과 얽매임도 내가 만든 거구나! 한마음 돌이키니 나도 좋고 남도 좋은 도리를 깨달았습니다. 늦게 시작한 만큼 부처님 법 잘 듣고 배워 생활 속에서 평생 실천해 나가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수행 맛보기를 한 이후 새벽 정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108배 후 마음일기를 빠뜨리지 않고 쓰다 보니 요즘은 내가 봐도 참 많이 바뀌었구나 싶어요. 내 마음을 살피고 알아차리는 연습 덕분인지 남편에게 훨씬 부드럽고 너그럽게 대하게 됩니다. 억지 쓰고 짜증을 내고, 수업 있는 날엔 여전히 '어딜 또 가나?' 의심을 해도 아픈 본인은 오죽할까 하고 남편의 마음을 이해하니 그 전처럼 화내거나 싸우지 않게 되었어요.

그동안 가정을 위해 헌신해 온 남편을 인정하고 감사함을 모르고 살아온 것이 정말 참회가 됩니다. 그런 마음으로 남편을 대하니 원망하는 마음도 사라집니다.
아직은 남편이 두 다리로 걸을 수 있는 지금 이대로 이만한 것도 다행이고 감사합니다.
남편도 간섭과 잔소리가 줄어들고 요즘은 무슨 말을 하면 가만히 듣고 있습니다. 제가 편안하니 남편 마음도 많이 편안해졌나 봅니다.
아, 내 남편이 바로 저 공부시킨 부처님이었습니다.

사회자 소임에 사시예불 봉사하려는 마음을 내셨는데 …
불교대 다니면서 봉사에 참여하지 못하는 게 가장 마음에 걸렸습니다. 같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형편 때문에 불편하고 미안했거든요.
그러던 중에 10월부터 사회자 소임을 담당하게 되었고 잇따라 '사시예불 봉사를 해보지 않겠느냐?'권유를 받았습니다. 수업 봉사하며 잠깐 익힌 목탁 실력으로 예불까지 하려니 부담되어 주저했습니다. 내 입장을 알면서 왜 소임을 주나 싶어 답답하기도 했지요.

그러다 탁, 마음을 바꿔 먹었습니다. “이 나이에 이게 웬 복이냐. 기꺼이 하겠다.”라고요.
작은 법당 아니면 예불 봉사할 기회가 내게 돌아오기나 할까? 그 시간만큼 더 자유로울 수 있지 않을까? 봉사하는 게 최고의 수행이라는 스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용기를 냈습니다.
법당 부총무의 특별지도로 몇 주 연습하고 도반들의 격려와 도움으로 11월부터 수업이 있는 날 오전 사시예불을 시작했습니다. 아직 서투르고 어색합니다만 조금씩 나아지겠지요? 집 옥상의 창고를 치워 목탁과 염불연습실로 쓸 생각입니다.
하기로 한 것이니 제대로 배워 익혀서 법당 봉사는 물론이고 주변분들 천도재를 제 손으로 직접 올려 주고 싶다는 원을 세웠습니다. 생각만으로도 설레고 기쁩니다. 뒤늦게라도 봉사할 수 있게 되어 꿈만 같습니다.
곱게 늙고 싶어요. 부지런히 공부해서 내 업식 녹이며 불법 안에서 살면 그리 되겠지요? 더디더라도 꾸준히 온 마음을 모아 공부해보렵니다.
나 스스로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순옥아, 니 불법 만난 거 참 잘했다. 그래서 지금은 행복하재?”

사시예불 첫 집전
▲ 사시예불 첫 집전

보살님, 행복하세요?
인터뷰를 마친 정순옥 님에게 물었습니다.
“보살님, 정말 행복하세요?”
“예. 요새는 행복합니다. 모든 것은 내 마음먹기에 달렸고 상대적이라는 진리를 이해하고 받아 들여졌습니다.
욕심이 있다면 제가 편안한 만큼 남편도 편안한 마음이 되길 바래어 봅니다.”

절 한 배를 해도 지극하게 정성껏, 간절하고, 여법하게 예불을 올리는 정순옥 님은 천상 '보살'입니다.
정순옥 님이 자비와 연민의 마음으로 관세음보살의 원력을 실천하는 수행자로 살아가기를,
자유롭고 행복해지는 길을 향해 정진하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합니다.

사시예불 중 불단에 공양 올리는 모습
▲ 사시예불 중 불단에 공양 올리는 모습

글_문영진 희망리포터(울산정토회 언양법당)
편집_유진영 (부산울산 지부)

전체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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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덕

보살님 ~~ 멋져요. 응원하겠습니다.

2016-11-24 14:10:59

박미건

새로운 인생 출발을 축하드립니다
응원합니다

2016-11-24 06:39:04

이기사

나무 관세음보살_()_

2016-11-23 12:2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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