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춘천법당
수행은 새로운 습관
최솔미 님이 본 손준호 님의 수행이야기

또 다른 나의 모습을 확인하는 방법은, 바로 도반이 나를 있는 그대로 봐줄 때입니다.
최솔미 님이 들려주는 손준호 님에 대한 이야기는, 도반이 나를 바라봐주는 그러한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습니다.

수행한다는 것.
삶을 살아간다는 것.
어쩌면 인연따라 마음이 일어나는 이치는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요?
최솔미 님의 목소리를 통해 듣는 손준호 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처음엔 이런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이제 갓 1년 반! 고군분투 정토행자의 수행기!’
그 이야기에 내가 생각해 둔 손준호 님을 끼워 넣고 싶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내 멋대로 생각하고 이렇게 저렇게 요리하려고 했다.
이렇게 오만한 내가 준호 님을 있는 그대로 보고 듣고 써낼 수 있을까?"

불대생들과 청소하다가 활짝 웃어보이는 손준호 님.
▲ 불대생들과 청소하다가 활짝 웃어보이는 손준호 님.

수행을 시작하다

희망리포터 소임을 처음 맡은 순간부터 손준호 님을 써야지... 하고 생각했다. 올해 함께 봄불교대학을 졸업하고 봄경전반에 다니며 이번 가을불교대학 담당을 맡은 손준호 님. 나이 많은 도반들보단 젊은 청년을 사랑하고 잘 웃는 사람. 준호 님보다 나이 차이가 많은 예쁜 사모님과 이제 5살 된 아들이 있고, 늘 바쁜데 굵직한 정토행사엔 빠짐없이 참석하는 것도 책임 있는 소임으로 참석한다.

봄불교대학 다닐 때 기억이 난다. 법당이 집 근처였기도 해서 불교대학 초반엔 법당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곤 했다. 총무님은 컴퓨터가 망가지면 혹은 행사에 쓸 짐을 이동시켜야 할 때면 “손준호 님한테 전화해봐야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그다지 친절하진 않지만 늘 “네, 갈게요. 네, 할게요.” 가 대답의 끝이었다.

작년 불교대학 다니며 법륜스님의 희망강연 총괄, 김제동과 함께 하는 청춘 콘서트 외부총괄. 올해 경전반에 다니시며 통일강연 외부총괄, 가을불대 담당 등, 이제 갓 입학한 불교대학생에게는 보통 큰 소임이 가지 않는다. 그러한 소임들이 거사님에게 맡겨진 것은 총무님의 거사님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준호 님은 무거운 소임들을 가볍게(물론 내 생각) 맡고 잘해냈다.

“왜 그렇게 하셨어요?”
나는 따지듯 물었다. 준호 님은 내 그런 질문이 황당한 듯 웃으며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해야 될 거 같아서.”라고 질문의 답을 간단히 끝내버린다. 그 여법한 대답에 좀 화가 났다. 내가 생각한 대로 자세히 말해주면 좋으련만. 힘든 것, 짜증 났던 것, 소임 맡으면서 부담되고 무거웠던 마음들이 한 움큼 쏟아져 나와 주길 바랐다. 나는 내가 원하는 대답을 얻어내기 위해 수사관이 됐다.

“이제 1년 반 넘어가는 초보 수행자인데 소임 맡으면서 힘든 점 없었어요?”
“나 수행한지 만 2년을 넘어 이제 3년차로 접어들었는데! 처음 법당에 와서 새벽에 300배부터 시작했는걸요.”

“법당에 첫발걸음을 시작한 때는 한쪽 성대가 마비가 되어 하던 일을 접은 후 1년 반 동안 춘천에서 서울을 오가며 일을 했지만 예상과 달리 생활을 꾸려나가기 힘들었었고, 결국 있는 돈마저 많이 까먹은 후 힘든 생활을 할 때 즈음이었어요.” 법륜스님 강연장에서 몇 번 질문했다고 한다. 어느 날 300배를 하겠다고 새벽에 법당문을 두드렸고, 그 날부터 수행의 시작이었다.

▲ "나 수행한 지 3년인데!" 유쾌한 준호 님의 넘치는 발랄함.

삶은 무엇일까, 수행은 무엇일까

준호 님은 자라면서 큰 우여곡절이 없이 자랐다고 했다. 대학도 좋은 대학을 나와서 웬만한 대기업엔 다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고시공부를 시작했고 잘 안 되자 그만두고 여러 일을 했다. 과외, 자동차 영업, 택시기사, 대리운전, 단월드에서 기획과 행사 진행 그리고 현재는 합법적으로 채권추심을 하신다. 사람들이 채권추심에 대한 오해가 있어서 거사님은 늘 합법적으로 돈 받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조폭이 하는 일이 아니라고, 오히려 채무자가 악독한 사람들이 많다며 이번 기회에 사람들한테 오해 좀 풀어줬으면 한다. 임금 안 주고 자재비 떼어먹고 돈 빼돌리고 안 주는 사람들의 돈을 합법적인 방법으로 받아 내주는 일. 그것이 채권추심이다. 더 이상의 오해는 없으시길.

“그렇게 여러 가지 일을 하다 힘들면 그만두기도 했고, 다시 다른일을 하면서 다시 넘어지고... 내가 넘어서지 못하는 한계점이 있다는 것을 느꼈죠. 벗어나고 싶었어요. 정토회에서 수행하면 나아질 것 같다는 막연한 믿음으로 시작했는데 처음엔 참회가 뭔지도 모르고 그냥 감사하다는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손준호 님은 불교대학 다니기 전 수행법회를 다니며 수행을 계속했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은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고 한다. 지금 힘들지만 어떻게든지 이것이 지나갈 거라는 믿음. 기본급이 없이 실적급으로만 수당을 받는 현재의 일은 가정이 있는 준호 님한테는 늘 불안한 직업이었고, 그 불안감 때문에 밤에는 잠을 자지 않고 대리운전을 하며 생활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몇 시간 못 자는 상황에서도 법당 내 큰 행사들을 치러냈다.

“지금 말하는 거지만 내가 밤에 대리운전했던 거 다들 몰랐을 거예요.”
“에휴... 거사님, 그러면 수행은 못 했겠네요.”
“아니, 했어요.”
“했다고요? 말도 안 돼.”
“띄엄띄엄. 근데 나중엔 정말 너무 힘들어서 못 했어요. 그때 나한테 정말 큰 힘이 된 스님 법문이 있었지. (흐뭇하게 웃으시며) 동지법문이랑 정초법문. 밤이 가장 긴 동지에 지혜로운 사람은 밤이 짧아지기 시작할 그날부터 이미 봄의 시작됨을 알아차린다는 그 법문을 듣고 나의 이 힘든 생활도 얼마지나지 않아 벗어날 수 있겠구나... 하고 알게 됐어요. 그리고 수행을 통해서 진짜 믿게 되었지요.(함박웃음)”

수입이 일정한지 않음으로 인해 불안감이 올라올 때는 알아차리고 그렇게 수행하면서 불안한 마음을 한고비 넘기는 중이라고 한다. 그래서 밤에 하던 일을 그만두고 지금 하는 일에 더 집중하여 안정을 찾은 것이 수행의 결실 중의 하나라고 한다.

▲ "가장 밤이 길 때 그때가 이미 봄의 시작이라고 하셨어요. 어두운 날이 가고 새날이 온다." 그리고 함박웃음. 맨 오른쪽 맨 위가 준호 님.

“거사님. 수행이 뭐에요? 왜 그렇게 힘든데도 해요?”
“하게 되는 거예요. 알았으니까. 수행을 안 하면 하게 만드는 일이 생겨요. 수행은 새로운 습관이에요.”

글_최솔미 희망리포터(원주정토회 춘천법당)
편집_전은정(강원경기동부)

전체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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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환

잘 읽었읍니다.같은도반의 진솔한 느낌이고 배울점이라고여시셨고 타의 모범사례감이라 알리셨군요.잘하셨읍니다.역동적인 삶을사시는 거사님이 존경스럽읍니다.

2016-11-22 10:56:35

Good

잘보았어요~!^^ 열정이 보기 좋습니다.

2016-11-16 09:5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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