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여수법당
자식이 상전이네요. 잘 모시겠습니다
최은경 님의 마음나누기

최은경 님은 여수법당 2015년 가을불교대학 저녁반을 개근으로 수료하고, 2016년 가을경전반 저녁반에 다니고 있습니다. 최은경 님의 감동을 주는 마음나누기 글을 소개합니다.

2016년 7월 4일

대학생 아들이 밤낮이 완전히 바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보니, 밤새워 놀다가 라면 끓여 먹고 바로 누워서 이제야 자려 하네요.
역류성 식도염이라며 어제도 고통을 호소하며 몸이 안 좋다고 괴로워하더니.

문제로 삼으면 문제가 되고, 문제로 삼지 않으면 저 때는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길 수도 있습니다. 다만 어리석을 뿐, 나쁜 것도 잘못한 것도 아니지 하며 나를 살핍니다.

조언과 간섭의 차이.
거부감, 저항감이 들지 않게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그렇다고 외면하지도 않고 안내자 역할을 한다는 게 쉽지 않습니다. 우리 아들이 저에게 중도를 연습하는 기회를 제공해주니 감사해야겠습니다.

중요한 건 내 마음 상태.
걸림이 있는지 없는지를 바라봅니다. 참으면 나중에 부작용이 생겨서 서로에게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으니까요. 바깥 경계에 휘둘려 내가 여기서 화를 내고 안내고는 오로지 나의 선택입니다. 다만 나의 선택, 잘못된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다만 나의 시각이고 내 생각일 뿐이니까요.

2016년 7월 5일

아들은 남편 퇴근할 때쯤이 하루 시작이다.
친구들 만나러 간다며 저녁에 친구 집에서 잘 테니 안 들어온다고 걱정하지 말란다.

어리석다는 생각도 내가 지은 상.
이러면 몸에 좋고, 저러면 몸에 나쁘다는 것도 내가 지은 상.
일체 상을 여의는 것, 참 어렵다.

대학 다니며 떨어져 지낼 땐 내 인식선상에 안 들어오니 아무 문제 될 것이 없다가, 방학이라 내 눈에 보이니 모든 게 시시비비가 되고 고(苦)가 발생한다.

과연 그 고는 없다가 갑자기 어디에서 왔는가?
누구의 문제인가?
아들이 준 것인가?
내가 만든 것인가?

아들을 있는 그대로 봐주고 인정해주지 못하면, 아들뿐만 아니라 내 자유도 내 행복도 아들에게 속박당하고 서로를 구속하게 된다.

아들의 지금 이 모습 그대로 온전하다는 것.
각자 자기 선택에 따라 자기 삶을 사는 것.

2016년 7월 6일

어제 친구들과 카톡을 주고받다가 “자식이 상전이네요” 했더니, “상전 맞는데요.” 한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아~네~ 부처님 잘 모시겠습니다.” 하고 웃었다.

잠시 잠깐, 순간 머리에 뭘 맞은 것처럼 “아~ 부처님인데 잘 모셔야지. 정말 상전이 맞네.“
억지로 머리가 아닌 가슴을 울리며, 마음을 울리며 한참을 그 순간에 머물러있었다.

부처님 대하는 것처럼 인연에 기뻐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부처님을 대하듯 깊은 믿음과 공경으로 존중하고,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듯 사랑 가득한 마음으로 정성을 들이고,
부처님을 대하듯 자애로운 넓은 마음으로 품어주며,
진정 자식을 마주하고 세상을 대한다면,
세상은 그대로이고, 자식은 그대로이더라도,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있는 그대로 조화롭고 아름다운 세상이리라.

2016년 7월 21일

아들은 성인이 되었고, 딸은 1년 반 정도 후면 성인이 됩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아직도 내가 아이들을 키웠다는 자만에 빠져있는 밑 마음을 봅니다.
큰 착각입니다. 나 홀로 존재하고 살아갈 수 없듯 아이들은 나 혼자 힘으로 키운 것이 아닙니다. 우주만물의 조화와 균형 속에서 에너지를 서로 주고받으며, 필요충분조건으로 스스로 저절로 성장할 뿐입니다. 그렇게 살아왔을 뿐인데, 자꾸만 착각해서 내가 너를 이만큼 키웠다 알겠지 하는 나를 봅니다.
꽃의 씨앗을 뿌려 물을 몇 번 주고, 나 혼자 다 키운 것 마냥. 또는 농사일을 하고 수확된 농산물이 다 나 혼자 힘으로 된 줄 착각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기대하고 실망합니다.

물질계, 자연계, 생명계의 순환 속에서 내게 주어지는 감사함은 금방 잊어버리고, 인간계 모든 조상님, 부모에게서 받은 것은 너무 당연시하고, 내가 준 것만 생각하는 이 교만과 이기심을 여실히 들여다봅니다.

오히려 아이들로 인하여 한 여자에서 엄마가 될 수 있게 해주었고 수많은 경험과 시행착오 속에서 성장할 수 있었음을. 한없이 부족한 엄마로서 이 인연에 감사하고 또 감사할 일입니다.

불교대학 졸업식 및 수계식 날 최은경 님과 부군인 전정결 님
▲ 불교대학 졸업식 및 수계식 날 최은경 님과 부군인 전정결 님

최은경 님은 남편 전정결 님과 함께 정토회 불교대학과 경전반 수업을 같이 듣고 있습니다.
시부모님을 모시고, 슬하에 아들과 딸 두 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최은경 님의 글을 한 편 더 소개합니다.
2015년 가을불교대학 저녁반 마지막 수업 때의 글입니다.

2016년 7월 12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불교 대학 마지막 수업의 마지막 물음이었다. 결론은 부처님 법을 공부하고 성찰해서 지식의 욕구를 채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 배움을 통해 내 삶에 어떻게 적용하고 어떻게 실천해나갈 것인가가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나를 되돌아본다. 난 지극히 속물적인 사람이었다. 화려한 걸 좋아하고, 예쁜 걸 좋아하며, 세속적 가치를 중요시하고 이를 행복의 요건으로 삼았었다.
예전에는 책을 읽어도 어떻게 해야 애들이 좋은 학교에 가는지, 어떻게 해야 성공하는지 등, 자기개발서 위주의 책을 많이 봤었다. 잘못된 가치관과 헛된 욕망으로 인생을 허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나는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에 서있다. 불법을 공부하고 보니, 뭘 얻을 게 있다는 생각이 착각임을 돌아본다. 결국엔 나를 내려놓고 하나씩 비워가는 것이다. 그 비움 속에서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다. 사람들 속에서 사람들과 함께 서로의 행복을 추구하고,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나누고 공생공존 하는 삶으로의 방향으로 전환함으로써, 나도 행복하고 남도 행복할 수 있는 삶. 정토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글_신규호 희망리포터(광주정토회 여수법당)
편집_양지원(광주전라지부)

전체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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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덕

비슷한 아들을 보며 무관심 한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해주어 감사합니다. 부처님의 마음 새기며 아들에게 말을 걸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6-11-10 17:4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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