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남산법당
춤추다 해탈할 판-붐바스틱 댄스팀 박나교 님

‘싫다. 또 하란다.’ 춤과는 거리가 먼 나의 일상에 춤이 슬며시 비집고 들어오면 설렘보다는 무겁습니다. 살면서 이래저래 춤출 일이 별로 없었고 이성적인 면이 강해 음악이나 술에 취해 노는 사람들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미친 듯이 펄쩍거리며 양팔이 허공에서 놀면 내 영혼이 가출한 것처럼 불안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사는 세상처럼 낯설었던 일이 최근에 자꾸만 현실이 되어버립니다.

동성로에서 법륜스님과 카톡플러스 친구맺기 캠페인 중. 중간이 박나교 님
▲ 동성로에서 법륜스님과 카톡플러스 친구맺기 캠페인 중. 중간이 박나교 님

연습하러 가는 날은 핑계라도 만들어 빠지고 싶었습니다. 다른 이들의 앞에서 공연한다는 것은 틀리면 안 되고 잘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나를 더 짓눌렀습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란 말은 내겐 예외였습니다. 피할 수도 즐길 수도 없는 막다른 골목의 막막함이 제 마음이었습니다. ”예하고 합니다.”란 명심문이 족쇄가 됩니다.

미루고 미루다 공연 전날 영상 보며 연습하다.

통일의병 입재식 때 공연할 붐바스틱을 연습하는 첫날, 알면서도 약속을 잡았습니다. 담당자는 칼군무를 선보여야 하니 연습을 많이 해 오라고 했습니다. 우선 피하고 싶은 마음에 그러겠다고 하고 펑크를 냈습니다. 공연 일이 다가오고 소통공간에 다른 분들의 연습 영상이 올라옵니다.
“그래도 하기 싫다.”
공연 전날, 미루고 미루다 더는 미룰 수 없는 시간이 되어서야 영상을 털어 연습하는데 2분이라는 시간이 길게만 느껴지고 순서도 자꾸 틀립니다. 그러니 짜증이 올라와 신경질을 내니 옆에 있던 딸이 한마디 합니다.
“엄만 이왕 할 거 즐겁게 하지 왜 그렇게 짜증을 내세요?”

법륜스님과 카톡플러스 친구맺기 캠페인 중. 왼쪽이 박나교 님
▲ 법륜스님과 카톡플러스 친구맺기 캠페인 중. 왼쪽이 박나교 님

하기 싫다는 마음을 부여잡고 있으니 즐거움이 들어올 여유가 없다.

순간 뭔가 휙 지나갑니다. 바로 알아차림입니다.
내가 하기 싫다는 마음을 부여잡고 있으니 그 마음을 비집고 즐거움이 들어올 여유가 없었던 것입니다. 싫어하는 일을 할 때 유독 강하게 반응하는 제 업식이 뚜렷이 보입니다.
도 닦으러 법당 다닌 지 4년, 딴엔 입바른 소리로 주위 지인들의 허물을 들추어내고 그걸 도반애로 교묘히 포장하며 보냈던 시간, 깨어있기, 다만 바라보기 듣기 좋은 수행송이 먼 소리마냥 아득합니다.
“아! 미쳤구나.” 놓친 것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통일의병활동 입재식 때 붐바스틱 공연 중
▲ 통일의병활동 입재식 때 붐바스틱 공연 중

공연 당일

500여 명이 모인 문경수련원, 충분하지 않은 연습량, 선천성 가슴 벌렁거림까지 다리가 후들거린다.
‘오직 춤에만 집중하자.’ 호흡을 크게 합니다. 음악이 나오고 곁눈질로 옆 사람의 동작을 훔쳐봅니다. 이내 나도 모르게 흥에 겨워 소리를 바락바락 지르며 승천할 듯이 뜁니다. ‘놀랍다. 이게 나인가?’ 마음 속에서 신명이 쭉쭉 올라왔습니다. 오로지 희열뿐이었습니다.

통일의병활동 입재식 때 붐바스틱 공연을 보며 즐거워하는 의병들
▲ 통일의병활동 입재식 때 붐바스틱 공연을 보며 즐거워하는 의병들

그때 알게 됩니다. 순간에 존재하면 행복하다는 단순한 진리를……깨어 있으면 일과 수행이 합일되는 지점에 기쁨의 꽃이 핍니다. 땀 범벅인 얼굴 위로 미소가 번집니다.
‘나, 진정 춤꾼이었나?’ 피식 웃습니다. 박수 소리에 퍼뜩 놀라 인사를 합니다. 잘 논 하루였습니다.

통일의병활동 입재식 때 붐바스틱 공연 중
▲ 통일의병활동 입재식 때 붐바스틱 공연 중

글_박나교(남산법당)
편집_도경화(대경지부)

전체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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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원

붐바스틱...!!^^
댄스로 풀어내신 알아차림의 경지가 행복하신 시간이 되셨군요
함께 흥겨운 맘으로 응원 합니다~^^

2016-10-21 17:39:27

이수향

딸이 스승이네요. ㅋ 재밌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6-10-21 08:4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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