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대구경북지부
풍물 가락에 통일을 싣고-전국 저녁 풍물패 깜짝 공연

‘저녁부 통일의병활동 입재식’이 채 일주일도 남지 않은 화요일. 처음으로 전국에 흩어진 통일의병 중 풍물 좀 쳐봤다 하는 사람들을 단체 채팅방에 초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채팅방에서 첫인사하고, 상쇠를 하기로 한 청년이 갑자기 참석하지 못하는 바람에 이틀 전 극적으로 상쇠를 섭외하는 등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풍물패를 구성했습니다.
지난 번 백일기도 입재식 때도 급조한 팀으로 공연했기에 이번에도 걱정하지 않고 사람이 모이기만 기다렸습니다.

500여 명이 함께 한 단체사진
▲ 500여 명이 함께 한 단체사진

제대로 된 악기로 공연하고 싶어요

당일 9시까지 모여 연습을 하자고 했으나 9시 30분에 도착하는 구성원들이 있어 모임을 9시 30분으로 미뤘습니다. 9시 30분에 모여 2부 행사 전체 회의를 하며 어떻게 진행할지 처음 의논했습니다. 의논이라기보다는 경험에서 나오는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고 보태며 판을 짰습니다. 점심 시작을 알리면 후딱 밥 먹고 20분 뒤에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단체 채팅방에서 서로 생각나는 게 있으면 의견을 나누며 판을 조금 더 세밀하게 짰습니다.
꽹과리는 깨졌고, 북채 하나는 보통 채의 반 정도 두께밖에 되지 않고. 꽹과리채는 자꾸 빠지고.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테이프를 발라 조금 두껍게 만들어 끼워서 빠지지 않게 준비하고, 누구는 북채가 없어 북을 못 치고. 먼저 악기를 제대로 갖추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 중 젊은 북잽이. 북채가 너무 가늘어 소리가 제대로 안 나요.
▲ 그 중 젊은 북잽이. 북채가 너무 가늘어 소리가 제대로 안 나요.

보슬보슬 가을비를 맞으며 길놀이 연습을 해요

점심 먹고 각자 악기를 매고 밖으로 가니 보슬보슬 비가 옵니다. 밖에서 행사를 못 하면 어쩌지 걱정하며, 문경수련원 대수련장 근처를 비 맞으며 실제 길놀이 하듯 풍물을 치며 돌았습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고 멋있다고 엄지를 척 드는 사람도 있습니다. 잠깐 돌았지만 땀이 흐릅니다. 2~30년 전에 하고 처음 치는 거라 생각나지 않는 가락도 있었으나 하다 보니 몸이 기억한다며 뿌듯해하고 즐거워하며 흐르는 땀을 닦습니다.

드디어 흥을 돋우는 2부 공연을 시작합니다.###

가야, 신라, 발해, 조선, 통일의병, 통일코리아 등의 깃발이 앞장서고 그 뒤를 풍물패가 따릅니다. 500여 명의 통일의병은 양쪽으로 갈라서며 중간에 공연 자리를 비워줍니다. 사람들 관심을 받으며 중앙으로 지나가려니 쑥스럽기도 합니다. 스스로 예전에 한 것을 생각하니, 오늘 처음 만나 30분쯤 맞추고 공연하려니 부족하다 여기는 것이지요.

무언가 모를 뭉클함이 올라오게 한 깃발들
▲ 무언가 모를 뭉클함이 올라오게 한 깃발들

부끄러움은 어디로 가고 흥겨운 풍물 가락이 수련장을 가득 채웁니다. 동영상을 찍고, 손뼉을 치며 장단을 맞추고. 500여 명이 한마음이 되어 통일을 외칩니다. 마당에서 할 걸 예상하고 구성한 진짜기는 포기하고 휘모리장단으로 시작해 흥을 돋우고, 자진모리장단으로 길놀이를 하고, 굿거리장단으로 잠시 논 다음, 작은 퍼포먼스로 원을 그려 왼쪽으로 돌고 오른쪽으로 돌기를 반복합니다. 쇠가 깜빡 잊고 인사 장단을 치지 않습니다. 바깥으로 관객을 보며 해야 하는데 안으로 우리끼리 보며 합니다. 땀이 나고 북을 맨 어깨끈이 자꾸 흘러내립니다. 상쇠가 맺고 끊는 게 안되고 장단을 멈춤으로 끝을 내고 다시 시작합니다. 이 모든 것이 실수라면 실수여서 예전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나, 다들 한 지 오래되었고 수행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개의치 않고 그냥 합니다.

깃발과 함께 통일을 외치다.
▲ 깃발과 함께 통일을 외치다.

어느덧 공연이 끝났습니다. 퇴장하는데 상쇠가 사람들 틈을 비집고 갑니다. 사람들이 중앙으로 당당하게 가라고 해서 다시 입장한 곳으로 돌아와 퇴장합니다. 박수와 멋지다는 환호를 받으니 무척 쑥스럽고 부끄럽습니다. 한 것에 비해 많은 박수를 받으니 그런 것이겠지요?

공연 마친 뒤 소감 나누기를 합니다

악기를 정리하고 잠시 소감 나누기를 했습니다. 상쇠는 퇴장할 때 부끄러움에 당당하게 중앙으로 퇴장하지 못하고 쥐구멍 찾듯 사람들 틈으로 숨고 싶어 하는 자신을 봤다고 합니다. 나머지 대부분은 “재미있었고 다시 하고 싶다. 그러나 다시 할 때는 미리 판을 짜서 잘해보자”고 합니다. “오늘은 입재식으로 기운을 북돋우는 자리인데 선동하는 사설도 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말합니다. 다음에는 마당극처럼 짜서 한판 신명 나게 놀자는데 의견을 같이합니다. 끝나고도 단체 채팅방을 계속 유지하면서 다음을 기약하자고 했습니다.

장구를 매고 덩덩덩따쿵따
▲ 장구를 매고 덩덩덩따쿵따

덩덩덩따쿵따 덩따쿵따덩따쿵따
“우리가 한다. 통일은 온다!”

글_도경화(대구경북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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