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서초법당
통일축전 준비팀의 마음공부

우리 정토회에서 가을 마다 여는 큰 잔치가 있습니다. 바로 통일체육축전입니다. (이하 통축) 통축은 이름에 걸맞게 새터민과 함께 하는 잔치로, 운동회도 하고 합동 차례도 지내고 맛있는 음식도 나누며 법률이나 의료 서비스와 같은 실무적인 도움도 주고 받는 등. 아랫동네와 윗동네 사람들이 한데 어울리는 잔치입니다. 10 여 년의 역사를 지닌 통축은 해마다 그 규모가 점점 커져서 올해는 봉사자 포함 약 2천 여 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특히, 올해 행사는 서울 여의도에 있는 국회의사당 운동장에서 전국 단위 행사로 열기로 했기 때문에 더욱 치밀한 준비가 필요했고 신경 쓰고 챙겨야할 부분도 많았습니다.

이를 위해서 7월 말에 첫 회의를 시작으로 두 달간 준비를 했습니다. 통축 준비는 행정처부터 지부, 지역 정토회, 불교대학 학생에 이르기까지 아주 여러 층에 걸쳐서 이루어지는 탓에 생각보다 준비가 쉽지 않지만 소통과 협조가 아주 순조롭게 이루어져 착착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행사를 며칠 앞두고, 뜻하지 않게 태풍 차바가 온다는 소식에 통축의 모든 일정이 취소되어 버렸습니다. 많은 이들이 한 몸처럼 움직이며 준비한 통축이었는데 하루아침에 취소가 되니 마음이 많이 아쉬웠을 것 같습니다. 통축 준비를 하면서 어떤 마음이 들었는지 실무총괄 소임을 맡았던 이상주 보살과 새터민 주정란 보살을 인터뷰하였습니다.

희망리포터: 안녕하세요. 이번 통축 준비에서 실무 총괄을 맡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실무총괄은 어떤 일을 하는 소임인가요?

이상주님: 실무총괄은 말그대로 기획 단계부터 물품 준비, 각종 예약, 행사 진행에 연관된 모든 작업들을 살피는 소임입니다. 행사 전반에 걸쳐서 참여하는 일입니다.

희망리포터: 와, 그럼 아주 많이 바쁘셨겠습니다. 올해는 작년에 비해서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준비하셨나요?

이상주님: 작년과 다르게 올해는 기획 단계서부터 새터민의 참여를 바탕으로 준비했습니다. 예를 들어서 음식 준비 같은 경우, 새터민들이 어떤 음식을 선호하고 어떤 음식을 별로 안 좋아하는지 등을 자세하게 들을 수 있어서 음식 준비가 훨씬 알차고 수월했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이 좋아하는 음악 갈래에 관한 조언도 들을 수 있어서 더욱 좋았지요. 한편, 부스 운영과 관련해서 인기 부스의 규모를 좀더 키우는 등 이른바 ‘맞춤형 부스 운영’을 준비했습니다. 예를 들어, 의료 서비스 부스에 내과, 외과 같은 양의(洋醫)뿐만 아니라 한의사 선생님도 참여할 예정이었습니다.

희망리포터: 그럼 이번에는 주정란 님의 이야기를 좀 들어볼까 합니다. 주정란 님은 어떤 소임을 맡으셨나요?

주정란님: 저는 북한음식과 관련해서 조언을 하고 음식을 준비하는 소임이었습니다.

희망리포터: 구체적으로 어떤 소임이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주정란님: 통축 준비 기간에 제가 몸이 좀 안 좋아서 욕심 내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일 위주로 참여했습니다. 북한 음식 중에서 어떤 음식을 마련할 것인가를 고민하여 아이디어를 낸 것도 있고요, 다수가 먹을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서 재료의 양을 얼마나 할 것인지 등에 관해 상의했습니다. 작년에는 부스에서 봉사했는데 올해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참여하니까 더욱 주인의식이 생기는 것 같았습니다.

국회의사당 운동장 현장 답사 때. 의견 교환하는 모습
▲ 국회의사당 운동장 현장 답사 때. 의견 교환하는 모습

국회의사당 앞에서 포즈를 취한 이상주님
▲ 국회의사당 앞에서 포즈를 취한 이상주님

희망리포터: 이번에는 이상주 님께 질문하겠습니다. 예년에는 서울 지방과 경남 지방으로 나누어서 진행했는데 올해 통축은 국회의사당에 있는 운동장에서 열린다고 해서 기대하셨던 분들이 많았던 것으로 압니다.

이상주님: 네, 그렇죠. 올해는 예년과 다르게 국회의사당에 있는 운동장에서 하기로 해서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국회운동장에서 아랫동네, 윗동네 사람들이 한 데 어울려 행복한 웃음 꽃을 피워내는 장면을 상상해 보세요. 상상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일 아닐까요?

희망리포터: 아... 정말 그렇네요. 그런 모습을 상상해 보니, 바로 내일이라도 통일이 올 것 같은 벅찬 느낌이 마음에 올라옵니다. 그런데 이렇게 꼼꼼하게 준비하고 있던 통일축전이 갑자기 취소가 되었더라구요. 저도 취소 소식을 듣고 마음이 허전했는데 준비하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강하게 남으셨을 것 같습니다.

이상주님: 그렇죠. 태풍 예보가 올라오고나서 처음 드는 마음을 살펴보니, 이 행사를 위해서 얼마나 준비를 했는데 이렇게 취소가 되면 안 된다는 마음이 들더라구요. 기획부터 현장 봉사자까지 약 400여 명의 스태프에, 외부에서 무상으로 도움을 주겠다고 나선 분들도 계셨는데 그분들의 노력을 생각해 보니 너무 허망하더라구요. 그리고 무엇보다 통축을 기다려온 새터민 여러분께 너무 미안했습니다. 우천시 대처 방안에 대해 연구해 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비가 아주 많이 온다고 해서 손을 쓸 방편이 없어 더 아쉽고 안타까웠습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마음이 지나고 마음을 돌이켜 생각해보니 행사가 취소되면 안 된다는 마음의 이면에는 제 욕심이 자리잡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준비했으니 이제 이 모든 것을 사람들 앞에 펼쳐 보이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이 앞섰던 것이죠. 행사를 치루고 나면 그 형상은 모두 사라져 버리는 것인데 그것에 집착할 이유가 없더라구요. 결과보다는 과정에 의의를 두어야하는 작업인데 그것을 잠시 놓쳤던 것입니다. 부처님 법에 따라 마음을 돌이키니 아주 편안해졌습니다. 누구를 원망하거나 하늘을 원망할 일도 없었습니다.

희망리포터: 이상주 님의 말씀을 듣고 있으니 제 마음 속에서도 뭉클함이 올라오네요. 어떻게 보면 복잡 다단한 행사가 취소되어서 편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 게 사람 마음인데 그런 마음은 하나 없이 그저 아쉽고 안타깝고 미안하다는 마음이 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진심으로 열심히 준비하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을 재료 삼아 마음공부까지 하실 수 있었다고 하니 마음의 울림이 더욱 큽니다.

이상주님: 아마 저 뿐만 아니라 모두가 다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봉사로 이루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진심이 아니면 마음 내서 참여하기가 쉽지 않죠.

희망리포터: 주정란 님은 어떤 마음이 드셨나요?

주정란님: 저도 큰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저 역시 새터민이어서 그분들의 기대감을 느낄 수 있었는데 이렇게 취소 되고 나면 지방서 올라오려고 계획 했던 분들 마음이 많이 허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스태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하더군요.

희망리포터: 두분 말씀 들어보니 통축을 준비하셨던 분들의 순수함이 느껴집니다. 이렇게 따뜻한 마음이 모여서 마침내 남북이 하나되는 날을 만들어 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주, 주정란님: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하고 나니 태풍이라는 변수가 생겨서 통일축전이 갑자기 취소 되어 버렸지만 그간 준비했던 마음들은 취소되지 않고 그대로 모여서 더 큰 마음이 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언제 어떤 일이 생기든 마음을 잘 살피고 돌이키면 그것으로 이미 충분하다는 진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통축을 기다려주시고 준비해주신 새터민 여러분과 봉사자 분들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벌써부터 내년 가을에 있을 통일축전이 기다려집니다. 이상 서초법당 소식이었습니다.

글|_오지훈 희망리포터 (서울 정토회 서초 법당)
편집|_권지연 (서울제주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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